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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2화 (12/267)

12화 검객무쌍 열풍

“…3,800?”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 봤다.

하지만 여전히 액수에 변함은 없었다.

3,800만 원.

JP미디어에서 이번 달 정산금이라고 보낸 금액이었다.

“와아. 미친. 웹 연재에서 3,000만 원 넘게 수익이 나왔네?”

메일로 온 세부 정산서를 확인했다.

종이책 수익은 예상대로 그리 크지 않았다.

600만 원이 조금 넘었을 뿐.

“이건 좀 아쉽네.”

그래도 그 아쉬움을 빠르게 떨쳐 냈다.

웹 연재에서는 그 5배에 가까운 수익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장 조아유의 칼넘강 수익과 비교해서도 2~3배 차이가 났다.

“칼넘강이 중국에 진출한 지 겨우 3주 조금 지났는데…….”

게다가 번역 문제 때문에 전편이 업로드된 것도 아니고, 5권 정도의 분량이 이제 막 올라간 상황이었다.

“역시 중국은 중국인가.”

괜히 중국이, 중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보다 풀린 분량은 반토막인데도, 수익은 훨씬 많다.

편당 조회수가 한국보다 몇 배는 더 많다는 뜻이다.

플랫폼 이용자 수가 넘사벽급으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듣기로는 칼넘강이 유통되고 있는 중국의 플랫폼인 샨다문학의 총이용자 수가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고 했다.

물론 가입된 ID만 그 정도이지, 일 평균 이용자 수는 그만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조아유의 이용자 수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아무튼.

“이러면 이번 달 수익이…….”

미친.

계산해 보니 절로 욕설이 나왔다.

칼넘강의 중국 내 수익, 거기에 이번 달에 추가로 받은 권당 인세, 마지막으로 조아유 수익까지 합치면 다 해서 6,500만 원이 넘어간다.

“회귀한 지 세 달 만에 월억킥 작가가 됐다고? 선우진… 어디까지 성장하는 거냐!”

뭐, 월 억에 비하면 3,500만 원이나 모자라지만 반올림해서 월억킥 한 거로 치기로 했다.

내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다.

그리고 다음 달이 되면 수익이 더 늘게 될 테니, 진짜로 월억킥 작가가 될 거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이제부터 그냥 선우가 아니다.

이름하야 월억킥 선우!

그리고.

“비트코인 풀매수 슈우우웃!”

12,000BTC의 오너.

그게 바로 나다.

* * *

비슷한 시각.

진강문학사.

“멍청한 꼰대 놈들.”

쑹타오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며 거칠게 넥타이를 풀었다.

출판사에서 일한다는 놈들이 이렇게 보는 눈이 없어서야.

아무리 실무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고는 해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회의 내내 표정 관리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다들 눈을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거냐고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겨우겨우 통과됐어. 웹 연재에서의 실적을 들먹이니까 그제야 알겠다고 하더군.”

“아, 다행이네요.”

“이럴 거면 처음부터 요청한 대로 마케팅비를 내줄 것이지. 괜히 귀찮게 하고 있어.”

쑹타오가 짜증 어린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는 막 ‘검객무쌍’의 추가 마케팅비 투입에 대해 출판사 윗대가리들과 회의하고 온 참이었다.

사실, 검객무쌍의 종이책 판매가 시원찮았던 건 검객무쌍에 배정된 마케팅 비용이 터무니없이 적었다는 것에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검객무쌍의 작가는 한국인이었다.

가뜩이나 웹 소설 독자들에 비해 보수적인 종이책 독자들이 한국인 작가가 쓴 무협지를 쉬이 찾을 리가 없었다.

서점에서도 주인들이 노출이 잘되는 매대에 검객무쌍을 올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뒤에 놓으면 뒤에 놨지.

검객무쌍을 한 번이라도 보게 된다면 대부분 검객무쌍의 재미에 빠지게 되겠지만, 그 한 번을 보게 하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기에 쑹타오는 판매 기획안을 올렸던 처음부터 검객무쌍의 홍보에 있어서 출판사 차원에서 제대로 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그런 쑹타오의 요청은 바로 거절되고 말았다.

이유야 뻔했다.

‘작품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빵즈가 뭔 무협이냐 어쩌고저쩌고.’

검객무쌍의 저자인 선우가 한국인이었다는 것.

물론 쑹타오의 생각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지만, 그래도 그는 작품을 읽어 보고 제 생각이 멍청한 생각이었다는 걸 곧바로 깨닫기는 했다.

하지만 그의 상사들은 달랐다.

대체 눈이 제대로 달리긴 한 건지, 검객무쌍을 읽어 놓고도 온갖 이유를 대며 마케팅 비용 투자를 거절한 것 아니겠는가.

‘김용, 와룡생… 아직도 그 시절에만 머물러 있는 놈들이야.’

개중에는 이런 게 뭔 무협이냐면서 쑹타오에게 화를 내던 윗대가리 놈도 있었다.

마케팅비 투입을 원하면 김용이나 와룡생의 작품처럼 제대로 된 글을 가져오라면서 말이다.

분명 검객무쌍을 읽고도 이 작품의 가치를 모를 머저리는 진강문학사에 없을 거라 생각했던 쑹타오였는데, 없기는커녕 그런 머저리들이 자신의 상사였던 것이다.

물론, 쑹타오가 검객무쌍이 김용이나 와룡생의 작품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 또한 어렸을 때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가슴 뛰고 설렜던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그가 검객무쌍을 재밌게 봤다고는 해도 어떻게 검객무쌍과 영웅문을 견줄 수 있겠는가?

‘애초에 가는 길이 다른 작품이라고.’

영웅문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오랜 시간 동안 중식에 매진한 대가가 정성을 들여 만들어 낸 요리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객무쌍은… 뭐라고 해야 할까.

꼭 탄산음료 같은 것이었다.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 본 사람은 없는 탄산음료.

마치 중독성이라도 있는 것처럼 자꾸만 찾게 되는 그것 말이다.

검객무쌍이란 작품이 꼭 그랬다.

물론 개중에는 그의 상사처럼 탄산음료의 톡 쏘는 맛에 이게 뭐냐며 뱉어 버리는 특이한 놈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 미리 인쇄소에 연락해서 일정을 확인해 봐. 언제 증쇄해야 할지 모르니.”

“예? 벌써부터요? 아직 초판 발행 부수가 다 팔리려면 꽤 남았는데도요?”

“그래. 일찍 대비해서 나쁠 건 없잖아? 그리고… 내 예상대로면 생각보다 빨리 동날지도 모르거든. 안 그래도 판매량이 점점 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그가 말한 대로 검객무쌍의 종이책 판매량은 점점 우상향을 그리고 있었다.

첫 주보다는 둘째 주에 더 많이, 셋째 주에는 그보다 더 많이.

보통의 신간들이 첫 주에 가장 많이 팔리는 걸 생각해 보면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보통 그런 작품들은…….’

적절한 지원만 더해진다면 대개 대박을 치게 된다.

쑹타오는 그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검객무쌍이 그 대개에 속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지원인 마케팅 비용은 조금 전 쑹타오가 오랜 회의 끝에 따 왔고 말이다.

‘몇 주 뒤면 오늘 뭐라 떠들어 댄 놈들이 부끄러워할 모습이 눈에 훤하군.’

그렇게 생각한 쑹타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 *

쑹타오의 예측이 사실이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건 뭐야? 검객무쌍?”

“어. 1권 읽어 볼래? 어제 재밌어 보여서 산 건데 새벽 내내 이것만 읽었어.”

“제목은 그저 그런데… 뭐야, 이거 한국에서 쓴 거야?”

“응. 그런데 중국 무협이랑은 다른 맛이 있어. 주인공이 엄청 시원시원해.”

처음에는 그저 입소문에 불과했다.

진강문학사의 대대적인 마케팅 지원에 한번 읽어나 볼까 하고 검객무쌍을 집었던 소수의 독자들이 무협을 즐기는 제 지인들에게 추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지인들은 또 다른 지인들에게 검객무쌍을 추천했고.

그렇게 알음알음 검객무쌍이라는 한국발 소설이 꽤 재밌다더라 하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며칠이 더 흘렀을까.

입소문은 단순한 입소문에서 끝나지 않았다.

검객무쌍의 판매 수가 점차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서점의 주인들은 검객무쌍이라는 소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작가가 쓴 무협지라 해서 뒤로 빼놨던 걸 출판사의 요청에 위치를 조금 옮겼을 뿐인데, 판매량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상승하다니.

대체 이게 뭔데 이렇게 잘 팔리나 하고 궁금증이 든 것이었다.

심지어 홍보 문구에 따르면 웹 연재 플랫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란다.

서점 주인들 또한 무협지를 즐기는 독자.

검객무쌍을 읽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헉! 다음 권. 다음 권은 어디 있지?”

“여기서 끊는다고? 이 미친놈!”

“괜히 엄청 팔리는 게 아니었어. 이거 미리 추가 수량을 발주해 놔야겠는데?”

그렇게 그들은 곧바로 K-맛 무협지가 주는 재미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다.

서점의 주인들마저 검객무쌍의 팬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검객무쌍의 홍보에 힘쓰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이 소설 최대한 잘 보이는 데에 배치해 놔.”

“무협지 추천해 달라는 손님 있으면 이거 한번 읽어 보라고 하고.”

그 결과, 검객무쌍의 판매량은 눈덩이가 구르듯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초판으로 발행됐던 물량도 빠르게 동나기 시작했다.

“증쇄 일정은 무리 없지?”

“네. 저번에 미리 지시하신 대로 일정을 잡아 놨습니다.”

그래도 쑹타오의 대비 덕에 검객무쌍의 초판 물량이 품절되기 전, 증쇄를 완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쑹타오의 예상이 틀려 버렸다.

정확히는,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추가 증쇄 물량이 동나기 시작한 것이다.

“뭐? 벌써 다 팔렸다고?”

“예. 추가 물량은 언제 들여올 수 있냐고 난리입니다. 그리고 다음 권은 대체 언제 나오냐고도요!”

종이책 주간 판매 순위에서 기존의 무협지 대작들을 제치고 검객무쌍이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K-맛 탄산 무협지가 중국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검객무쌍이 주는 원초적인 재미 앞에서 작가의 국적 따위는 하등 중요치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검객무쌍을 읽게 된 독자 중에서는…….

“아니! 이걸 이렇게 끊는다고?!”

한 방송국 PD도 있었다.

채널 CHIN이라는 드라마 전문 채널.

그것도 현대극보다는 역사극, 무협 위주로 방영하는 채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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