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0화 (10/267)

10화 K-맛 무협지

우우웅-

[정하연: 나 이제 연습 들어가 ㅜㅜ]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리길래 봤더니, 정하연이었다.

정하연과 처음 만나서 놀았던 게 벌써 두 달 전.

그 이후로 종종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사귀거나 그러는 건 아니었다.

저번 만남 이후로 몇 번 정도 만나서 놀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간 건 없었다.

나도 바빴고, 정하연도 바빠져서였다.

최근에는 정하연이 데뷔조에 들어가는 바람에 바빠져서 한 달 넘게 보지도 못했다.

덕분에 요새는 그냥 이렇게 가끔 연락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탁-

정하연에게 답장을 보낸 후, 조아유 사이트를 켰다.

‘오늘은 꽤 특별한 날이지.’

그다음으로는 어제 미리 써 놓은 오늘치 연재분을 모두 업로드했다.

그리고 안 늙는 헌터가 너무 강함의 연재 페이지에 들어가 분류를 바꿨다.

연재 중에서 완결로.

[안 늙는 헌터가 너무 강함 - 450화(완)]

특별한 날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오늘로 내가 가장 먼저 썼던 소설인 안늙강이 완결 난 것이었다.

-드디어 완결이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두 달 반 만에 450화 완결… 심지어 2작품 동시 연재까지 ㄷㄷ 진짜 처음 보는 미친 작가다…….

-와아… 이렇게 끝이 나다니. ㅠㅠ 아쉽지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마무리였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완결 축하드립니다. 지금 연재 중인 다른 작품은 물론 차기작들도 따라갈게요!

-연재 속도, 분량, 재미. 삼박자를 모두 갖춘 작품.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달리는 댓글들.

회귀 후 첫 완결작이라 그런가.

기분이 남달랐다.

독자들이 댓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 또한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서 끝내는 게 최선이야.’

안늙강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모두 글로 써 냈다.

결말 이후 주요 캐릭터들의 후일담까지 꾹꾹 눌러 담았다.

아마 여기서 화 수가 더 늘어났다면, 그건 그저 분량을 마구잡이로 늘려 쓰는 것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450화에서 마무리 짓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

‘이제는 칼넘강에 집중해야지.’

칼넘강은 댓글에서 언급되고 있는 내 동시 연재 작품이었다.

정식 명칭은 ‘칼잡이가 너무 강함’.

장르는 무협으로, 한 달 반 전부터 집필을 시작해서 벌써 130화 정도까지 연재가 되고 있었다.

‘슬슬 칼넘강도 궤도에 오르고 있으니까.’

사실, 칼넘강은 연재 초기만 해도 이게 무슨 괴작이냐는 소리를 듣던 작품이었다.

내가 있던 2021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시기의 웹 소설계에서는 무협이라 하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일종의 틀이 있었다.

물론 묵●과 비●도가 그런 틀을 어느 정도 넓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깨지지 않은 틀이 존재했다.

가령, 무협에 있어서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은 철저한 사도이고, 아무리 그래도 무협지라면 제목만큼은 무협에 걸맞아야 한다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쓴 칼넘강은 그런 무협의 틀과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협이라는 장르를 걸고 나온 소설이 제목부터가 ‘칼잡이가 너무 강함’이다.

‘~이 너무 강함’류의 제목은 미래에는 무협 장르에서도 번번하게 쓰이는 흔하디흔한 제목이지만, 지금만 해도 내가 쓴 안늙강과 그 영향을 받은 같은 장르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제목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제목을 무협 소설에 사용했으니.

예전부터 무협을 즐겨 보던 코어 무협 독자들이 많기로 유명한 무협 갤러리에서는 조아유의 선우라는 작가가 무협이라는 이름을 망치고 있다는 소리마저 있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연재 수익이 안늙강의 반도 안 나왔었지.’

기존 무협 독자들은 제목 때문에 칼넘강을 찾지 않고, 다른 웹소 독자들은 무협이라는 장르 때문에 칼넘강을 읽지 않았었다.

하지만 안늙강을 재미있게 봐준 독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불과 몇 주 되지도 않아 칼넘강의 수익이 안늙강에 준할 정도로 올라 버렸다.

기존에 무협 장르를 찾지 않던 타 장르 독자들이 하나둘 칼넘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 덕에 어떤 날은 칼넘강의 수익이 안늙강을 앞설 때도 있었다.

물론 아주 가끔 그럴 뿐이지, 대부분은 안늙강의 수익이 더 높았지만.

[아직도 뒤져 버린 옛날 무협 빠는 놈들 있냐?]

[무갤러들 방 빼라. 지금부터 여기는 우리가 점령한다.]

-이제부터 여긴 칼잡이가 너무 강함 갤러리다.

[나오라는 정통 무협은 안 나오고 뭔 칼넘강인지 뭐시기 얘기만 떠드네;]

└응~ 너네 갤 망했어.

└그래도 한번 읽어 보세요. 저도 요즘 무협은 진짜 무협이 아니라고 믿던 사람인데… 생각보다 볼만합니다. ^^

[칼넘강 리뷰. 칼넘강이 무협이 아닌 이유.]

-의(義)도, 협(俠)도, 인(仁)도 없는 사이다패스가 주인공인 소설이 무슨 무협? 그런 건 가짜 무협이다.

└어휴, 그놈의 가짜 무협 타령 ㅋㅋㅋ 어디서 틀 내 안 나냐?

칼넘강을 연재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요즘의 무협 갤러리 풍경이었다.

처음에만 해도 욕만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6 대 4 정도로 칼넘강을 옹호하는 의견이 아주 살짝이지만 더 많았다.

물론 무협 코어 팬덤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칼넘강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칼넘강의 주인공은 사실 무협 지식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K-웹소식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인의나 협, 대의 같은 것보다는 자신의 이득을 더욱 중시하는 사이다패스 주인공.

대여점 시절보다 더 이전, 구무협 때부터 무협지를 즐겨 왔을 이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뭐, 앞으로는 이런 주인공이 더 트렌드가 되겠지만.’

아무튼.

나는 마운트콕스에 들어가 내 가상 계좌를 확인했다.

[보유 BTC: 7,789.743BTC]

지난 두 달 간 대부분의 시간을 글에 쏟은 만큼, 상당한 양의 비트코인이 내 계좌에 쌓여 있었다.

8천 BTC가 조금 안 되는 수량.

현재 1BTC의 가치가 11달러를 조금 넘기고 있으니 한화로는 가치가 1억 원을 넘기는 거였다.

‘그래도 아직 부족해.’

1년 후면 200배로 불어날 테니, 미래 가치로 따지자면 200억 원.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진다.

내 예상보다 비트코인 오르는 속도가 빨랐던 탓에, 예상보다 적은 수량의 비트코인을 살 수밖에 없어서였다.

‘이제 10달러 밑으로는 내려가지도 않아.’

내가 처음 비트코인을 샀을 때의 시세가 7.63$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운이 좋았던 거였다.

그날 이후로 하루 만에 35%가 상승해 비트코인이 10달러의 벽을 뚫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10달러 밑으로 단 한 번도 내려가지 않고 우상향의 곡선만 그리고 있었다.

흐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비트코인이 계속 오른다는 뜻은 내가 계속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돈을 벌었는데도 전혀 좋아할 수가 없다.

지금 비트코인의 시세가 오를수록, 내가 살 수 있는 수량이 줄어든다는 뜻이었으니.

‘내년 4월이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수량을 사 놔야 하는데.’

조만간 있을 비트코인의 첫 번째 대상승.

그 시기에 최대한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나도 나름대로 이것저것 판을 벌리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조아유 연재 말고는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찮다.

정확히는, 아직 제대로 된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단 드라마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 드라마 대본용으로 탈바꿈시킨 배우물.

그건 지상파 방송국 공모전에 접수하기는 했는데, 아직 드라마 공모전의 심사 기한이 끝나지 않은 탓에 수상 결과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도 꽤 괜찮은 작품이 나오기는 했으니까.’

뭐,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꽤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심사 위원들도 보는 눈이 있다면 내 대본을 최소 우수상에는 올려놓겠지.

진짜 정말로 시원찮은 건 따로 있었다.

‘…아직 그대로네.’

나는 스마트폰 톡 창을 열어 편집자와의 지난 대화를 확인했다.

며칠 전 답장 이후로 변함이 없는 대화창이었다.

[JP미디어 편집자: 작가님! 1권 분량 소설 번역 후 중국 측에 전달 완료했습니다!]

[JP미디어 편집자: 이후 피드백 오면 실시간으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답장이 온 게 나흘 전. 그런데 아직도 연락이 없단 말이지.’

몇 주 전, 한 출판사에서 칼잡이가 너무 강함을 출판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JP미디어라고 내가 아는 2021년의 미래에서도 존재하는 출판사였는데, 내가 쓴 무협 소설인 칼넘강을 번역해 중국에서 연재하고 싶단다.

본래라면 조아유 노블레스에 이미 올라간 작품이기에, 칼넘강은 출판이 불가능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국내 출판이 아닌 해외 출판을 원해서 접근해 온 것이기에 가능했다.

어쨌든.

내 측에서는 손해 볼 것도 없으니 바로 계약을 맺었다.

이미 조아유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인지 조건도 상당히 후했다.

JP미디어 측에서 그런 후한 계약 조건을 제시한 건 그만큼 칼넘강의 중국 흥행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실제로 계약을 위해 담당 편집자와 함께 출판사의 대표까지 같이 찾아왔었을 정도다.

그런데 JP미디어 측에서 자신 있게 말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중국 쪽에서의 반응이 미진한가 보다.

이렇게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말이다.

‘으으. 안 먹힐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회귀 이후 계속 승승장구하기만 해서 그런가.

처음 겪는 실패에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 * *

그 시각.

중국의 진강문학사.

사무실로 막 출근한 쑹타오가 자신의 책상에 올려진 A4 더미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야 이건, 소설이야?”

“예. 며칠 전 메일로 왔던 건데, 누락됐었나 봅니다. 오늘 아침에 확인 후 출력해서 올려놓은 겁니다. 한국에서 보냈더라고요.”

쑹타오의 물음에 부하 직원이 답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젓는 꼴이 기대를 하지 말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국?”

“예. 왜 그 JP미디어인가 하는 곳 있지 않습니까? 가끔씩 한국 소설을 번역해서 보내는 곳이요. 거기서 보낸 겁니다.”

“그래? 어땠어?”

“볼 것도 없어요. 무협지입니다, 그거.”

직원의 말을 들은 쑹타오가 피식 웃었다.

왜 고개를 젓나 했더니.

무협지라는 걸 듣자마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JP미디어가 이번에는 실수를 했군.’

JP미디어는 최근 몇 년 동안 그들 출판사의 꽤 좋은 파트너였던 한국 출판사다.

한국의 장르 소설 중 중국에서도 먹힐 법한 괜찮은 소설들을 골라, 직접 번역까지 해서 자신들에게 보내 준다.

보는 눈이 썩 훌륭한 건지 JP미디어에서 보내는 한국 소설들은 대부분 중국에서도 잘 팔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JP미디어 측에서 실수를 한 게 틀림없었다.

‘무협지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협지를 보내다니.

쑹타오의 비웃음이 더욱 진해졌다.

아무래도 중국의 소설계를 우습게 여기는 게 틀림없었다.

감히 무협의 본고장인 중국에서, 무협지를 팔려고 해?

“꿈도 크군.”

게다가 작품의 제목 또한 웃겼다.

“검객무쌍?”

검객무쌍이라.

너무 흔해서 기억에 안 남을 법한 제목이다.

당장 중국 출판 시장을 뒤져 보면, 같은 이름의 무협지를 십수 작품은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무협은 중국에서도 슬슬 지는 해라고.”

물론 아직까지 무협 장르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건 맞다.

하지만 주춤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요즘의 독자들은 고리타분하게 인(仁)이나 의(義) 따위를 강조하는 무협을 잘 찾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그런 것처럼, 중국의 장르 소설계도 웹 소설이 대세인 만큼, 현학적인 어휘나 기나긴 만연체가 자주 쓰이는 무협 소설은 요즘의 트렌드가 아닌 것이다.

그 대신 인기 있는 건 무협지의 전형적인 주인공들보다 더욱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선협물이었다.

“하긴. 한국에서 그런 유행을 알 리 없지. 애초에 중국의 소설을 베끼기만 하는 게 한국의 무협 소설이니까.”

쑹타오가 그렇게 비웃으며 A4 더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래도 원고를 읽기는 해야 했다.

JP미디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 읽었다는 티 정도는 내 줘야 하니까.

물론 오래 읽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한 10분 정도 훑어보고 적당한 미사여구를 덧붙인 다음, 이번 작품은 우리 측과 맞지 않는다고 답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헉! 벌써 4시라고?”

쑹타오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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