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나, 강림
나, 강림.
몇 년 뒤에나 나올 한 축구 만화의 대사를 절로 읊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다.
정정하겠다.
1위 작가, 강림.
조아유에 들어가자마자 투데이 베스트란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의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내 작품, 안 늙는 헌터가 너무 강함도.
1위, 안 늙는 헌터가 너무 강함.
2위, 나는 황족이다.
3위, 메모라이제이션.
하룻밤 사이.
아니, 지금이 새벽 4시였으니 업로드한 지 고작 5시간이다.
그러니까 겨우 5시간 만에 안늙강이 나는 황족이다와 메모라이제이션을 꺾은 거다.
감회가 남달랐다.
저 두 작품은 내가 있던 미래에서도 심심찮게 언급될 정도로 입지전적인 작품들이기 때문이었다.
5시간 만에 그런 작품들의 위에 올라서다니.
그걸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물론 20화를 한꺼번에 올린 거니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우웅- 우웅-
하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울리고 있는 댓글 알림.
그게 지금의 1위 자리가 결코 일시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란 걸 알려 주고 있었다.
“뭐라고 달렸는지 좀 볼까?”
나는 바로 작품 페이지에 들어가 독자들의 댓글을 확인했다.
-무쳤다!
-앉은 자리에서 20화까지 다 읽었네요. 선우? 이 작가 누구죠?
-오… 재밌네요. 선작할게요.
-20화를 읽었는데 왜케 짧은 것 같나요 ㅠㅠ 너무 재밌어요.
-글 흡입력이 미쳤네…….
-오랜만에 너무 재밌는 소설 발견. 존나 재밌다.
-이게 신인 작가가 쓴 글이라고? 와;
눈에 보이는 것마다 칭찬 일색인 댓글들이다.
조아유에서는 아니어도 나름 문토피아 무료 베스트 1위는 밥 먹듯이 먹어 본 작가인데, 이게 뭐라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다시 천천히 댓글들을 살폈다.
하나도 빠짐 없이.
-와. 20화를 한꺼번에 올리신 걸 보면 비축분이 더 있으신 거겠죠? 내일도 연참 부탁!
-더 줘! 더 줘! 더 줘!
-연. 참. 내. 놔!
-김봉팔ㅋㅋㅋㅋ 주인공 이름이 마음에 드네요.
-처음에는 주인공 욕설이 많아서 거를까 했는데, 보다 보니 몰입해서 보게 되네요. 재밌어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온통 칭찬 일색인 댓글창.
뭐, 이런 댓글들을 받아 본 게 처음은 아니다.
기존에 여러 작품을 완결 지어 본 만큼 글 재밌다는 소리는 수도 없이 들었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이런 폭발적인 반응으로, 그것도 단 하나의 악플도 없이 칭찬만 가득한 댓글을 받아 본 건 처음이다.
띠링-
그때 울린 알림.
뭔지 확인해 보니 후원 쿠폰이 도착했다는 알림이었다.
문토피아로 따지자면 후원금 개념인 후원 쿠폰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것만 벌써 10만 원 상당.
단순히 칭찬 댓글을 쓰는 걸 떠나서, 이렇게 후원 쿠폰까지 보냈다는 건 그만큼 독자분들이 내 글을 마음에 들어 했다는 소리였다.
‘…역시 생각을 바꾸길 잘했어.’
만약 안늙강이 아니라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환생자 비슷한 이세계물을 썼다면 지금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그건 아니었을 것이다.
설령 지금 반응보다 훨씬 좋은 반응이었더라도 찝찝한 기분이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안늙강은 온전히 내 상상력 속에서 탄생한 작품.
그 때문인지 독자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 속이 충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래서 내가 웹 소설 쓰는 걸 못 그만뒀던 거다.
지금처럼 내가 생각하고 써 내려간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 줄 때, 그때 느껴지는 쾌감, 충만감, 뭐 그런 감정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난 웹 소설을 시작했던 거다.
물론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돈이 잘 벌려서도 있지만.
아무튼, 갑자기 내 첫 작품을 썼을 때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한번 써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작품에 추천이 쌓이고, 댓글이 쌓이고.
급기야 한 독자님이 처음으로 ‘너무 재밌어요!’라는 댓글을 다셨을 때.
나도 모르게 실실 웃던 그때가 떠올랐다.
“아……”
그때를 생각하니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충족감의 10분의 1이나마 공유하고 싶었다.
탁-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바로 조아유에 접속했다.
내가 잠들기 전까지 써 내려갔던 분량은 총 48회.
이래저래 한 화에 맞는 호흡으로 끊었더니 그만큼이 나왔었다.
어쨌든, 20화를 올렸던 거니 남은 비축분은 28화.
나는 그 28화 모두를 조아유에 업로드했다.
최신화 작가 후기에 이런 말도 남겼다.
[보내 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연참을 원하시는 댓글들이 많아, 써 놓은 모든 비축분을 올립니다. 글 쓰는 속도가 빠른 편이니 혹시 모를 휴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항상 감사드립니다. (_ _)]
사실, 마음 같아서는 비축분 업로드뿐만 아니라 48화 이후의 내용을 더욱 써 내려가고 싶다.
잠도 몇 시간 잤으니 지금 이 기분을 원동력 삼아서 밤을 새서라도 뒤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애써 그런 충동을 참아 냈다.
아무리 내가 이상한 특전으로 글 쓰는 실력이 좋아졌다 해도,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이왕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었다.
그러니 잠이 안 오더라도 억지로 잠을 청해야 했다.
그렇게 노트북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ㅋㅋㅋㅋㅋㅋㅋ미친. 하루 만에 48화가 올라온다고?
-연참을 하랬더니 폭참을 하고 앉았네. 이 작가 뭐냐?
-이거 실화냐?
-와! 작가님 사랑해요!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새로 올라오는 반응들을 확인했다.
-연참을 해 달라 하면 하루에 50화를 올려 버리는 작가가 있다?
-연. 참. 내. 놔!
-작가님께 군만두 공급하러 가실 분 구합니다. (1/50)
-저도 참여요. (2/50)
-아ㅋㅋㅋ 이렇게 잔뜩 올라와서 기분 좋기는 한데, 내일부터는 찔끔찔끔 올라오는 거 아녀? 어떻게 참으라고!
예상대로 너무 빠른 업로드를 걱정하는 댓글들도 있었다.
뭐, 닿지는 않겠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당장에라도 떠오르는 안늙강의 뒷이야기가 한가득이다.
게다가 내일은 일어나자마자 글을 쓸 수 있을 테니.
내일은 48화보다 더 많은 분량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댓글들을 확인하고, 그다음으로는 조아유의 설정을 바꿨다.
내 작품에 댓글이 달리더라도 알림이 울리지 않도록.
물론 독자들의 칭찬 가득한 댓글들을 확인하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잠은 자야 할 것 아닌가.
계속 놔뒀다가는 1분마다 울리는 알람에 시달리고 말 거다.
어쨌든.
나는 아까보다 조금 더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잠이 들었다.
* * *
안녕하신가!
힘 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조아유 1위 작가.
“후.”
그러고 보면 회귀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아침이다.
어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으니까.
어쨌든.
내가 일어나자마나 한 일은 당연 조아유 접속이었다.
1위, 안 늙는 헌터가 너무 강함.
최상단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는 안늙강.
나는 곧바로 안늙강을 클릭해 댓글란을 확인했다.
-와… 다음 이야기 궁금해서 미치겠네.
-새벽 5시까지 뜬눈으로 읽었다. 낼 출근 어캄? 작가님이 책임지셈.
-책임은 연참으로 지시죠.
-선우! 그는 신이야!
“음. 음음.”
나는 댓글들을 천천히 읽어 보면서 반응들을 살폈다.
반응은 당연히 어제보다 더 폭발적이다.
유입이 적은 새벽과는 달리 독자들이 흔히 웹 소설을 찾는 시간대인 출근 시간인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어제 48화 모두를 업로드한 덕분이다.
조아유가 아무리 연참이 많은 플랫폼이라지만, 이 정도로 한꺼번에 투하하는 경우는 드물다.
거기에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상당히 재밌는 작품이었으니.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재밌는 점이라면 48화를 투하했음에도 독자들은 여전히 연참을 바라고 있다는 거다.
만족을 모르는 무서운 사람들…….
하지만 사실 만족을 모르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반응에도 충분히 기쁘지만, 나는 더 폭발적이고 강렬한 반응을 원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수익도.
탁. 타다닥.
바로 노트북을 켜 작업을 시작했다.
아침 식사는 건너뛰었다.
딱히 배고프지도 않았을뿐더러, 독자들의 관심을 받으니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사실 챙겨 먹기 귀찮은 게 가장 컸다.
조금 있다가 대충 아점으로 한 번에 때울 생각이었다.
타닥. 타다닥.
차분히 앞으로 있을 대강의 스토리를 정리했다.
원래는 플롯 없이 즉흥적으로 써 내려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상하게 안늙강의 경우는 지금 쓰는 내용 말고도 한참이나 이후의 스토리까지 쭉쭉 떠오른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어떤 부분에서 힘을 주어야 할지.
어떤 부분에서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워야 할지 등.
어디서 완급 조절을 해야 할지를 절로 깨닫게 된다.
떠오르는 장면들도 한둘이 아니다.
어젯밤에도 마찬가지였다.
잠에 들려고 누웠는데, 계속해서 재밌을 것 같은 장면들이 머리를 스쳤었다.
그것들도 한글창에 따로 정리해 놨다.
신기한 점은 잠들기 전 안늙강에 대해 떠올린 생각들이 메모를 해 놓은 것도 아닌데 하나도 빠짐 없이 기억난다는 거다.
예전 같았으면 잠결에 떠올린 거라 대부분을 일어나서 까먹었을 텐데.
…머리가 좋아지기라도 한 건가?
타닥!
아무튼, 오전 집필 작업도 끝이 났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1시 5분.
집중하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뭐를 먹어야 하려나.
맞벌이이신 부모님은 저녁 때나 들어오실 테니, 대충 내 끼니만 채우면 됐다.
슬쩍 주방 근처를 돌아보니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가 보였다.
그걸 데워 먹을까 하다가, 그냥 시켜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한 김치찌개가 맛 없는 건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어젯밤 먹었던 게 김치찌개였을 뿐만 아니라, 사실 내가 회귀 전 소주를 마실 때 김치찌개를 안주로 먹었기 때문이다.
내 몸은 아닐지라도 내 정신은 세 끼 연속으로 김치찌개만 먹는 거나 마찬가지.
뭔가 다른 메뉴를 먹고 싶었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식당 홍보용 마그네틱들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을 끄는 건 충남원이라는 이름의 중국집.
아, 저기 맛있지.
특히 탕수육이 일반 중국집과 다르게 고기가 꽉 차 있다.
튀김옷도 훌륭하고.
글도 열심히 썼으니 탕수육 소자로 하나 시켜서 혼자 먹을까?
‘…아! 배달 어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게 있었다.
미래에는 스마트폰에 안 깐 사람이 없다는 배달 어플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 2012년과는 달리, 내가 있던 2021년의 배달 시장은 몇십 조 원의 규모를 자랑했다.
홀 없이 배달 전문으로만 하는 식당도 꽤 많았을 정도다.
‘투자 정보로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된 사업을 하나 해 봐?’
물론 사업 같은 건 굳이 하지 않아도 나는 몇 년 내로 엄청난 부자가 될 거다.
어디 고급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서 배를 긁기만 해도 하루에 몇 억을 버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다.
그러면서 취미와 자아 실현용으로 웹 소설을 쓰겠지.
그런데 그거, 상상으로만 끝났을 때는 완벽한 행복 라이프일 것 같았는데, 곧 현실이 될 꿈이라 생각하니 다른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별로일 것 같다.
내가 글만 쓰는 기계도 아니고 매일 소설만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글 쓰는 게 재미있는 것도 맞고 독자들이 내 작품을 좋아할 때 만족스러운 것도 맞지만, 그래도 이왕 과거로 온 거 조금 더 다양한 삶을 살고 싶다.
사실, 나중에 돈 벌면 뭐할지 계획도 대충 세워 놨다.
무슨 멋들어진 사업 하나 해서 명함에 ㅇㅇ사 대표이사 같은 타이틀을 박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리고 배달 어플은 성공이 보장된 사업.
지금 선발 주자로 들어간다면…….
“아. 이미 있네.”
아니었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어플 스토어를 살펴보니 출시되어 있는 배달 어플들이 여럿이다.
심지어 미래의 배달 어플 TOP3 회사들도 존재했다.
이 당시 내가 어플로 안 시켜 먹었던 거지, 배달 시장은 이때부터 이미 형성되어 있던 거다.
뭐,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몇 년 내로 지금보다 급부상하는 시장이 배달 시장 하나도 아니고.
“예. 탕수육 소자 하나랑 군만두요. 아, 카드 계산할게요.”
사업 생각은 다시 뒤로 제쳐 두고, 나는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메뉴 주문을 했다.
30분 정도 걸린단다.
그러면…….
“흠흠.”
난 콧노래를 부르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망의 시간이다.
바로 수익 확인 시간.
정산이야 익월에 되겠지만, 그래도 실시간으로 얼마큼의 수익이 내게 들어올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가 찍혔으려나.’
나도 예상이 안 되긴 한다.
내가 회귀 전 여러 질 완결 쳤던 기성 작가였다지만, 조아유에서 연재하는 건 나도 처음이다.
게다가 48화를 한꺼번에 투척했다는 특이성 때문에도 예측하기 힘이 들었다.
아무튼.
“두구두구… 어?”
…맙소사.
눈을 비빈 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숫자가 바뀌었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내가 제대로 본 게 맞았다.
“와우.”
입이 떡 벌어졌다.
벌써 이만큼을 벌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