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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화 (2/267)

2화 천재가 된 것 같다.

“…젠장.”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문토피아.

나를 전업 작가로 성공하게 해 줬던 이 웹 소설 플랫폼의 문제였다.

“없어. 없다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문토피아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2012년의 문제였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편당 결제.

소설 한 회당 100원을 받는 시스템!

그게 없다!

“이때는 편당 결제가 정착되지 않았던 때인 건가? 정말로?”

몇 번은 다시 찾아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아직 편당 결제 시스템이 도입이 되지 않은 듯, 한 회당 돈을 받고 파는 소설이 하나도 없다.

혹시 몰라 온갖 검색 엔진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아. 도입… 하기는 하는구나. 지금은 아니고 내년쯤에.”

그러다 발견한 기사 하나.

문토피아가 조만간 회당 100원의 편당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거라는 기사였다.

댓글이 궁금해 댓글란을 보니, 온갖 악플들이 쓰여 있다.

그러고 보면 이때는 아직 대여점이 완전히 망하지 않을 때다.

한 권에 대략 900원을 주고 판타지나 무협 소설을 빌려 보던 때.

편 당 100원이면 한 권에 총 2,500원이니 가격만 놓고 보면 3배 가까이가 뛰는 거다.

앞으로 웹 소설 업계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돈에 눈이 먼 행동으로 보일 법도 했다.

사실 미래를 생각하고 이때부터 편당 결제를 시도한 문토피아가 대단한 거다.

‘으으. 그래도 1년만 더 빨랐다면…….’

그런 불만 섞인 투정을 속으로 한번 해 봤지만, 의미없는 투정이다.

내가 이런다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문토피아의 대체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만 해도 문토피아와 쌍벽을 이루던 웹 소설 플랫폼인 조아유, 이곳이 있다.

“와아. 이 작품들이 이맘때쯤 나왔었구나.”

조아유를 들어가자마자 메인에 보이는 두 작품.

‘나는 황족이다’와 ‘메모라이제이션’.

각각 레이드물과 한국식 이세계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대작이다.

나는 황족이다는 연재를 시작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듯 편수가 꽤 쌓여 있었고, 메모라이제이션은 아직 편수가 많지 않았다.

나는 두 작품 이외에도 조아유의 투데이 베스트에 오른 다른 작품들을 살폈다.

“레이드물이 대세라…….”

베스트의 순위란에 오른 대부분의 작품이 나황족처럼 레이드물이다.

다만, 메모라이제이션이 아직 연재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메모라이제이션과 비슷한 한국식 이세계물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메모라이제이션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될 거다.

그리고 메모라이제이션을 따라한 아류작들도 빠르게 탄생할 거고.

“으음.”

그렇다면 이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트렌드인 레이드물을 쓰느냐, 아니면 앞으로 트렌드가 될 이세계물을 쓰느냐.

사실 둘 다 자신은 있다.

레이드물은 이후 몇 년 동안 스테디한 장르로 자리잡는 헌터물의 전신인 장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는 과거로 회귀하기 전, 헌터물을 통해 적잖은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독자들에게 회자될 만큼 명작을 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렸었다.

내 여러 작품 중 수익 면에서는 TOP 3에 들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헌터물과 약간 다른 레이드물이라고해서 잘 쓸 자신이 없는 건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나황족 만큼은 아니어도 다른 레이드물 이상의 성적을 거둘 자신이 있다.

미래에는 지겨운 클리셰로 취급될 모습도, 지금은 꽤나 신박한 내용으로 취급될 테니.

이세계물도 비슷하다.

사실 내가 회귀하기 전, 유료 연재를 하고 있던 작품 이외로 따로 준비하던 작품의 장르가 이세계물이었다.

메모라이제이션처럼 갑작스레 새로운 세상으로 소환되어 튜토리얼을 거치고 이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정확히는 1회차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주인공이 회귀 이후 2회차를 시작하면서 모든 걸 씹어먹는 이야기.

작품의 제목은 ‘회귀자가 너무 강함’ 이었다.

물론 진짜 제목이 아니라 가제다.

내가 살던 21년에는 저런 촌스러운 제목은 독자들이 찾지도 않을 제목이다.

만약 연재를 시작했다면 더욱 느낌 있는 제목으로 바꿔서 냈을 거다.

어쨌든.

회넘강은 15화까지 써 놓기만 하고 시장에 내보이지는 않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스스로 봤을 때는 꽤 잘 쓴 작품이었다.

주위 작가들의 반응들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꽤 좋았다.

뭐, 결국 레이드물처럼 이세계물도 자신 있다는 소리다.

‘둘 중 어떤 장르를 써야 하려나.’

어느 걸 써도 자신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 생의 첫 작품인 만큼 가능한 가장 잘 팔릴 글을 쓰고 싶었다.

잠깐 동안 고민이 됐다.

하지만 결정하는 건 쉬웠다.

내가 연재할 플랫폼은 문토피아가 아니라 조아유였던 덕이다.

‘이세계물이 낫겠어.’

이유는 문토피아와 다른 조아유의 특성 때문이다.

19금 신이 섞인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

의무는 아니었지만, 19금 신이 섞인 작품이 그렇지 않은 작품에 비해 더 잘 팔린다.

앞서 언급했던 메모라이제이션 또한 그런 신들이 여럿 섞여 있다.

게다가 19금이면서 하렘(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수의 히로인이 꼬이는 작품)이면 더욱 인기가 좋다.

그럼 점들을 고려하면 역시 레이드물이나 헌터물 보다는 이세계물이 낫다.

아무래도 현실을 기반으로 한 레이드물과 헌터물과는 달리, 그래도 이세계라는 배경을 통해 여러 히로인을 만나는 주인공의 정당성을 더욱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19금 장면을 써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써 보지만 않았지, 보기는 많이 봤으니까.

뭐, 일단 써 보면 알겠지.

탁. 타다닥.

장르를 정했으니 그다음은 제목이다.

이미 정해 놓은 제목이 있다.

내가 원래 준비했다던 작품의 가제인 ‘회귀자가 너무 강함’.

이걸 그대로 쓸 생각이다.

회귀하기 전이었다면 촌스러워도 너무 촌스러운 탓에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2012년이다.

아직 독자들은 이런 어그로성 제목에 익숙하지도 않고, 질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런 제목을 통해 새롭고 신박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은 간단한 플롯이다.

사실 장르를 정하자마자 떠오른 플롯이 있다.

결국 멸망하게 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회귀를 준비해 온 회귀자가 회귀 후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이야기.

미래였다면 이미 여러 작품에서 뜯어먹을 대로 뜯어먹은 탓에 독자들도 질려 할 스토리지만, 지금의 독자들에게는 꽤나 신박하게 보일 거다.

“…아.”

하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잘 쓰여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쓰고 싶지가 않다.

이미 1화를 완성하기는 했다.

하지만 거기서 손가락이 멈춰 버리고 말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에 5화까지도 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키보드를 누를 마음이 들지 않는다.

“환생자.”

그건 환생자라는 작품 때문이다.

환생자는 지금 기준 2년 후에 문토피아에서 연재되는 작품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몇 년 동안 문토피아 누적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환생자는 메모라이제이션 이후 한국식 이세계물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내가 쓰려는 이세계 회귀물의 시초와도 같은 작품.

사실 내가 떠올린 회넘강의 스토리도 그런 환생자의 스토리를 상당 부분 참고한 거다.

즉, 내가 회넘강을 쓰게 된다면 그건 내가 원래라면 환생자에게 갔을 인기와 영예를 빼앗는 게 될 수 있다는 거다.

“…그래도 되나?”

물론 나는 지금의 내 고민이 멍청한 고민임을 알고 있다.

나에게는 수많은 미래 정보가 있다.

100만 원을 백 배로, 아니 천 배, 만 배로 늘려 줄 수 있을 만한 미래 정보.

즉, 내가 지금 100만 원을 번다면 그건 사실상 10년 후의 몇십 억을 번 거나 다름없다는 거다.

심지어 비트코인이 1차적으로 치솟는 4월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조금이라도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이 시드를 늘려야 한다.

여기서 내가 눈 딱 감고 회넘강을 쓴다면 회넘강의 수익은 1년 만에 몇십 배로 불어날 거다.

그리고 그건 몇 년 후에는 몇천 배, 몇만 배로 돌아올 거고.

하지만 그런 선택이 계속 주저되는 건…….

“시발. 그래도 되나가 아니라, 그게 맞나?”

그건 내가 작가이기 때문이다.

작가(作家).

사전적 정의는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그래 시발.

베끼는 사람이 아니라 창작하는 사람이다, 창작.

웹 소설계가 아무리 참고와 모티브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작품을 쓰는 것에 관대하다지만.

그리고 나만 괜찮다면 내가 환생자를 참고했다는 걸 아무도 모를 거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내가 용납이 되지 않는다.

내가.

웹 소설 작가.

내가 그런 직업으로 살았던 건 고작 몇 년뿐이었고, 스스로가 엄청난 대작가가 아닌 흔한 상업 작가였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직업을 사랑했다.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한때 내가 꿈꿨던 배우라는 직업보다 몇 배는 더.

돈도 돈이지만 내가 상상한 이야기가 글로 쓰이고, 그걸 읽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

그것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거다.

아무튼, 그런 작가로서의 자존심.

평상시에는 쥐뿔도 보이지 않던 그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굳이 남의 걸 참고해서 써야 하나?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됐나?

지금 내 자존심이 그렇게 외치고 있다.

물론 내가 미래에 최고의 작가였던 것도, 흔히 말하는 1티어 작가였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스스로 믿고 있었다.

내가 언젠가 이 업계의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남들이 듣는다면 웃을지 몰라도 난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에이. 그래. 접자, 접어.”

결국 난 써 내려가던 회넘강의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

Shift + Del.

이 파일을 완전히 삭제하시겠습니까?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예를 눌렀다.

물론 나도 안다.

이게 소설이었다면 주인공이 갑자기 고구마를 퍼먹이는 병신 같은 상황이란걸.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쓴 다음에 그 돈을 불리고 또 불려서 개꿀 라이프를 사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걸.

하지만 시발.

이건 내 삶 아닌가.

그것도 두 번째 사는 삶.

이왕이면 두 번째의 인생에서 다른 사람에게 고구마를 먹이면 먹였지, 나 스스로에게 고구마를 먹이고 싶지 않다.

남들은 몰라도 나한테는 떳떳해야 하지 않겠나?

뭐…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해도 본심은 사실 그거다.

남이 썼던 걸 따라하기에는 속된 말로 쫀심이 상한다.

막말로 지금만 해도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지 않은가.

웹 소설에서 독자들이 찾는 게 뭔지, 그들이 원하는 내용이 뭔지 등.

그런 걸 지금의 작가들보다 자그마치 8년이나 더 접한 나다.

심지어 다른 작가들보다 더 다양한 장르를 접했고, 더 많은 히트작들을 봐 왔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나 혼자만 만렙업, 작품 속 엑스트라 등등.

남들은 아직 접하지도 못한 웹 소설의 바이블과도 같은 작품을 이미 접한 나다.

어떻게 보면 이미 반칙을 쓴 상태나 다름 없다는 거다.

그런데 굳이 남이 썼던 걸 베끼다시피 참고해서 글을 써야 하나?

그건 자존심이 상해도 너무 상한다.

게다가 나는 굳이 웹소로 성공하지 않아도 앞으로 돈을 많이 벌 거다.

그냥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겁나 많이 번 슈퍼 리치가 될 거다.

내가 아는 미래의 정보 하나하나가 적어도 수십, 수백 억의 잠재 가치를 지닌 것들이니 말이다.

즉, 어차피 내가 슈퍼 리치가 되는 건 확정적인 미래인 거다.

그렇다면 적어도 웹 소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던 이 분야에서는 최대한 반칙을 쓰고 싶지 않다.

“…….”

새로운 마음으로 워드 창을 켰다.

지금까지의 고민들이 모두 쓸모없어진 거지만, 오히려 기분은 더 상쾌하다.

어떻게 쓰면 더 잘 팔릴지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 두려고 한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거.

내가 그리고 싶은 이야기.

그걸 쓰려고 한다.

타닥. 타다닥.

마음을 고쳐먹은 덕일까.

왠지 모르게 아까보다 글이 더 잘 나오는 느낌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탁-

깜짝이야.

언제 들어오셨대.

엄마였다.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젊어진 엄마.

어… 젊어진 엄마를 봤다고 막 눈물이 나올 것 같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당장 그저께도 봤던 엄마다.

잔병 하나 없이 건강하셨고.

그냥, 젊어진 엄마의 모습에서 ‘8년이란 세월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구나’ 하고 실감이 날 뿐이다.

아까 거울로 내 얼굴을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말이다.

“아들, 이것 좀 먹으면서 해.”

엄마가 과일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으셨다.

제철 과일인 복숭아다.

“그럼 공부 열심히 하고~”

음.

방학인데도 어디 안 나가고 노트북만 투덕이고 있으니, 공부를 하는 줄 아셨던 건가.

하긴.

이맘때의 나도 연기력이 쒯이었던 지라 연극영화과를 수시로 들어가는 건 꿈도 못 꾸고 실기 비율이 그나마 적은 정시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복숭아 한 조각을 집어먹으며 노트북 화면을 다시 바라봤다.

집중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오후 7시 반.

2시 조금 넘어서부터 글을 새로 쓰기 시작했으니 5시간 남짓 지난 거다.

…뭐지?

손가락을 엄청 투닥인 것 같은데.

겨우 5시간이라고?

단축키를 눌러 문서 정보 창을 켰다.

그리고 확인한 글자 수.

[글자(공백 포함): 108,351자]

보통 웹 소설의 1화 분량은 5,500자 내외.

10만 8천자면 대략 19화에서 20화 남짓.

그러니까 나는 5시간 만에 20화 분량을 써 버린 거다.

아무래도 나…….

회귀했더니 웹소 천재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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