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59화 (159/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59화

무림맹(武林盟)으로 가다(5)

장운 역시 이 좋은 호적수와 실컷 즐기고 싶었지만 무림에 발을 들인 이상, 그리고 원하는 목적인 무림맹주 직위를 따내야 하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다시금 깨달았다.

무공은 놀이가 아니라 결국 치열한 대결임을.

“하아아압!”

“하앗!”

장운과 예천관은 사력을 다해 한 번 더 마주쳤다.

자하천명신검과 혼원무극검법은 서로 기세를 전혀 죽이지 않았고 각기 다른 개성의 검강은 또 한 번 충돌하였다.

쿠우우우웅!

정녕 이 소리가 두 사람의 검에서 나는 소리가 맞는 것인가?

투석기가 문을 부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폭풍을 만들어버렸다.

특히나 이 무림맹 내부에는 자그마한 폭포가 있었는데.

콰아아앗!

그 폭포가 일순 역류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크윽!”

“억!”

심지어 제삼자인 구경꾼들마저도 뒤로 거세게 밀려나 버렸다.

그래도 명색이 정파 무림을 주름잡는 무림 명숙인데 방심한 자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였다.

중인들이 불어닥치는 거센 검강의 폭풍에 잠시 시선을 돌리는 사이!

채재쟁!

두 사람의 치열한 대결은 눈으로 좇기가 힘들었다.

금령검제와 일검매향의 개성은 뛰어났고 또 극명히 갈렸다.

장운의 혼원무극검법이 패도적이고 강력하여 어찌 보면 사파의 검법처럼 보인 반면, 예천관의 자하천명신검은 정파 특유의 웅혼함과 화려함이 배어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래도 두 검법 모두 정상에 도달한 검법이자 일세를 지배하기 충분한 절기들이었다.

“허억!”

“헉헉!”

두 사람은 무려 일각이라는 시간 동안 숨조차 제대로 쉬지 않은 채 맞붙었고 슬슬 지친 기색을 보였다.

한창때인 두 사람의 체력이 저질일 리는 없고 문제는 당연히 엄청난 내공 소모와 더불어 검강을 폭사했기에 오는 피로감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밀려나는 사람이 패배할 것임을 알아차려서였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지고 말 것이다.’

예천관은 이를 꽉 깨물었다.

상대는 자신보다 노련하고 많은 경험이 있다.

검을 나누어 보니 여실히 느껴졌다.

정사대전의 경험으로 메운다고 메웠는데 아무래도 부족한 모양이었다.

실은 장운의 전생이 검신 장인랑인 것을 모르는 예천관 입장에서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내 마지막 초식을 준비하겠소.”

한 차례 숨을 고른 예천관이 검세를 가다듬었다.

“이 초식을 이긴다면…… 나는 패배를 순순히 시인하겠소이다.”

예천관의 말에 장운 역시 존중의 빛을 담아 답하였다.

“저도 준비하지요.”

어차피 장운이 이즘에서 슬슬 마무리를 준비하려고 했기에 자신이 있었다.

흐름은 마치 사흑천주 광혈흑마 태상천을 꺾었을 때와 동일하게 흘러갔다.

이미 한 차례 거센 격돌을 경험한 바 있는 장운 입장에서는 자신이 더 유리하다 여겼다.

“하아아압.”

예천관은 지금 승부수를 걸기로 마음먹었다.

장운은 분명히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여유가 느껴졌기에 더 시간을 끌었다가 필히 패배하리라 판단하였다.

‘사부님. 아버님. 설아야. 그리고 모든 문도들이여! 내게 힘을 주소서.’

예천관은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소요자와 더불어 화산파의 식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더 이상 남이 아니었다.

식구(食口), 말 그대로 식구였다.

적어도 예천관은 그리 생각했다.

그들을 생각하면 없던 힘도 날 것이며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리라 믿었다.

“으그그극!”

자하신공을 최대치로 출력한 예천관은 여인보다 아름답다는 절세의 미남자답지 않게 괴음을 흘렸는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보다 더 추한 모습을 보여도 털끝 하나만큼 더 강한 초식을 연성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추해질 자신이 있었다.

-자하천명귀명검합(紫霞天鳴歸命劍合)!

일검에 자하신공과 더불어 자하천명신검의 모든 검리와 오의를 담아내었다.

단언컨대 이것은 화산파 최강의 초식이자 최고의 공격이 확실하였다.

모든 매화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며 동시에 현재 일검매향 예천관이라는 무인이 펼칠 수 있는 최대치였다.

주르륵!

아니, 코에는 피마저 흘렀는데 이는 최대치 이상으로 뽑아내었다는 방증이었다.

콰지지지지직!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자색의 검강이 장운에게로 휘몰아쳤다.

“안 돼!”

“장 가가!”

“부국주님. 조심하십시오!”

흡사 거센 격랑에 삼켜지는 조각배를 바라보는 것처럼 황금표국의 인물들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실 누가 보더라도 장운의 위기이자 예천관의 승리처럼 보였던 것이다.

“되었어!”

“이 초식은 완벽해!”

“본 파의 완성된 검로이다!”

그 일례로 화산파의 무인들은 벌써부터 축배를 들고 있었다.

심지어 좀처럼 경거망동하지 않는 소요자조차 무릎을 탁 내려치며 즐거워했다.

‘정말로 완벽하도다! 해냈구나, 관아야!’

왜냐하면 연습 때보다 훨씬 더 상회하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자하천명귀명검합 초식이었기에 소요자는 굉장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일찍이 예천관에게 이 초식을 가르치길.

-관아야, 이 자하천명귀명검합을 완성시킨다면 단언컨대…… 검신 장인랑을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까지 설파한 바가 있었다.

한데 오늘 이 자리에서 검신 장인랑의 후계자와 격돌할 줄은 소요자조차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상관없었다.

소요자를 비롯하여 화산파 장문인인 예정천조차 자신의 아들이 이겼다고 보았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훌륭하구나.’

장운은 자신의 눈앞에 쏟아지는 자색 검강의 절정을 바라보며 감동했고 감격했다.

또한 자신의 또래에서 이런 호적수가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하지만…….

‘내가 더 강하다!’

상대가 좋지 않았다.

장운은 일검매향 예천관을 이길 자신이 있었고 그럴 실력이 있었다.

-육식(六式) : 무궁무형검(無窮無形劍)!

비록 혼원무극검법 최종 오의인 칠식(七式)은 아닐지언정 육식 정도로 이길 수 있다 판단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쿠궁, 쿠구구구구구!

장운이 빚어낸 무한의 검강은 눈부신 속도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예천관이 만들어낸 보랏빛 자색의 세상이 장운의 무궁무형검의 검강이 쏟아져 내리자 흡사 잠시 비추는 무지개처럼 아름다움만 남긴 채 그대로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아, 안 돼. 그럴 리 없어!”

그 모습에 예천관은 이례적으로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 부정하려 할수록 마음의 균열은 심해졌고 장운의 무궁무형검도 그 절정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콰지지지지직!

급기야 장운의 초식이 자하천명신검 최후의 초식마저 깎아버리고 무너뜨리는 기세에 예천관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안 된다. 나는, 나는 이겨야만 해!’

예천관은 그에 굴복하지 않고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은 더 이상 아름답거나 우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패배만은 막아야 했다.

패배한다면 내공을 물려준 소요자를 비롯하여 여러 화산파 식구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냉혹했고 무림은 현실적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장운의 말도 안 되는 노련미와 내공에 한 번 더 무궁무형검은 폭발하였으며 그 위력 때문에 예천관은 뒤로 미친 듯이 주르륵 밀려 나가고 말았다.

“일검매향 예천관 소협. 당신은 충분히 잘 싸웠소.”

장운이 여유를 점하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는 여느 때 거친 싸움과 달리 상대를 존중하기에 나오는 진심이었다.

동시에 경고이기도 했다.

더 항전한다면 장운조차 봐줄 수 없으며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

“으으으윽!”

이에 예천관은 숨이 넘어갈 듯한 신음을 내면서 재차 검을 휘둘렀다.

패배는 죽기보다 싫었다.

아니, 자신이 혼자라면 패배를 겸허히 감내할 수 있다.

금령검제 장운은 충분히 강하고 존경스러운 대상이니까.

하지만 패배에 뒤따른 후폭풍을 맞을 화산파 식구들을 생각하니 차마 지고 싶지가 않았다.

그의 판단에 장운은 존중하며 어쩔 수 없이 살초를 써야 싶은 찰나였다.

“관아야! 그만하거라!”

바로 그 순간, 소요자의 노쇠한 음성이 예천관의 귓가를 때렸다.

친부보다 더 잘 따르며 존경하는 소요자의 외침 때문이었을까?

투욱!

예천관은 자기도 모르게 죽기 직전까지는 절대로 놓지 않으리라 맹세한 검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실 이는 절세의 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자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만큼 예천관이 놀라고 충격받았다는 방증이리라.

“사, 사부님.”

예천관은 모든 행동을 멈추며 멍하니 소요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소요자 뒤로 예정천과 예진설, 화산파 무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는, 저는…….”

그 모습에 예천관은 울컥하여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장운은 그를 존중하여 검을 떨어뜨린 순간, 자신 역시 초령검을 거두고 슬쩍 반보 물러난 상황이었다.

소요자가 개입하는 순간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극명히 갈려졌다.

따라서 지금은 승자가 패자를 존중할 순간이었다.

“괜찮다. 충분히 잘 싸웠다.”

소요자는 내공의 팔 할 이상을 물려주어 기력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예천관에게 다가갔다.

스윽!

장운은 그에게 존경의 포권을 하며 비무가 끝났음을 시사하였다.

“져버리고 말았어요. 사부님께서, 대장로님께서 목숨보다 귀한 내공을 나누어 주셨는데…….”

주르륵!

예천관은 어찌나 서러웠던지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본래 그는 타인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는데 만인이 보는 앞에서 울어버렸으니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관아야. 너답지 않게 멍청한 소리를 하는구나.”

“예?”

예천관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소요자를 바라보았다.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어. 무인에게도 가장 귀한 것은 내공이 아니라 목숨이다.”

소요자는 처참하게 바닥에 쓰러진 예천관을 일으키며 말했다.

“너는 충분히 잘 싸웠다. 아니, 초반에 금령검제와 비무를 즐기던 네 모습에서 나는 가능성과 동시에 전율을 느꼈다.”

소요자는 진심이었다.

그저 달래주기 위한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장운과 예천관이 서로를 존중하며 즐거워하는 검을 나누었을 때 두 사람에게서 안정된 무림의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예천관이야 말로 화산파의 역대급 장문인이 될 재목이라 믿었다.

“패배해도 괜찮다. 무림맹주 직위를 놓쳐도 괜찮다. 네 마음과 육신이 꺾이지 않는다면…… 우리 화산은 일어날 수 있느니라.”

소요자는 그렇게 말하며 이제는 당당히 손자이자 후인이라 할 수 있는 일검매향 예천관을 껴안으며 말했다.

“패배는 너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부모보다 더 따르는 소요자의 격려 때문이었을까.

예천관은 눈물을 닦고 의젓하게 일어났다.

크게 깨닫는 바가 있어서였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예천관은 그렇게 말하고는 타의에 의해 끝나 버려 멈춰진 비무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물론 승패가 결정되었고 그것을 바꾸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장운이 승자로서 패자를 존중해 주었듯이, 예천관은 패자로서 승자를 인정해 주고 싶었다.

“장운 소협.”

예천관이 떨리는 음성으로 그를 호명했다.

“네. 예 소협.”

그리고 돌아오는 말은 무척이나 의외였다.

“우리…… 친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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