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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39화 (139/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39화

외가(外家)의 부탁(3)

장운의 수는 실로 과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뭐, 뭐라구요?”

당돌한 기질을 자랑하던 서강 상단의 후계자, 강여월조차도 주춤하며 놀랄 정도였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에…….”

“우리 서강 상단이 황금표국과?”

“그렇게 되면 우리로선 나쁠 것이 없긴 한데…….”

강여월을 호위하며 서강 상단의 수뇌부이자 제법 고수인 그들조차 술렁거렸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오늘내일하는 말이 도는 판국에 황금표국 내부에 들어와 자립심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편이었다.

“우리 서강 상단을 통째로 차지할 속셈인가요?”

하지만 강여월은 생각이 달랐던지 제법 날을 세우며 언성을 높였다.

“조금 실례된 말이지만 금자라면 썩어 넘치는 본 표국이 서강 상단을 차지할 이유가 있소? 이렇게 귀찮은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장운은 가벼운 역질문으로 그녀의 입을 잠재우고 말았다.

그의 말이 옳았다.

황금표국과 장운 입장에서 서강 상단은 그저 평범한, 아니, 껴안는다면 손실을 일으킬지 모르는 그런 패였다.

“설령 공짜로 가지라고 해도 가질 사람이 있을 것 같소이까?”

장운은 냉정하리만큼 정확하게 말하였다.

심지어 서강 상단에 사흑천주의 후계자이자 악인인 소광마 태원평까지 들러붙은 서강 상단을 차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강 상단의 재산도 그저 그런데 사흑천과 척을 지면서까지 감수할 집단이 어디 있겠는가?

“그, 그건…….”

이쯤 되니 강여월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내가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지.”

그에 반해 장운은 여전히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며 차근차근 설명하였다.

“첫 번째, 서강 상단은 어찌 됐건 내 외가라는 사실이오. 동시에 내 어머니께서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지. 그런 곳이 사흑천 그 개백정 집단에게 찢겨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소.”

사실 이 이유가 가장 크긴 했다.

“두 번째, 난 당신에게서 서강 상단이 발전할 여지를 보았소. 이른바…… 키워주고 싶다고나 할까?”

두 번째 이유도 매우 파격적이었다.

“정말인가요?”

그 파격 발언에 강여월이 흠칫 놀라 물었다.

오히려 자신을 싫어하고 낮추어 볼 줄 알았는데 웬걸?

그 어느 누구보다 고평가를 하고 있었다.

“난 허튼 말은 하지 않는 편이오. 상황만 따라준다면 서강 상단은 제법 훌륭한 상단주 아래 발전의 여지가 보이오. 때마침 우리 황금표국의 덩치가 불어나며 함께 동거동락(同居同樂)하며 믿을 만한 상단의 인력이 필요하니…… 서로 필요한 부분을 충족하자는 뜻이라고나 할까?”

이것이 장운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서강 상단은 지금 당장 고전하고 있을지언정 섬서 서안 토박이이자 신뢰와 온정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상단 가업을 운영해 왔다.’

그런 관계로 조금만 키워준다면 금방 커져 나갈 싹수가 보였다.

그리고 현재 황금표국은 전례 없는 전성기를 누리며 덩치가 커지는 중이었다.

특히 금옥관은 무영문까지 흡수하며 확장을 하느라 상단 부분에서 매우 믿을 만한 인력이 필요로 했다.

그 자리를 강여월과 서강 상단이 채워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탁월하신 혜안이야! 그렇게만 된다면 장운 부국주님 입장으로서는 대외적으로 외가를 챙긴다는 명분도 얻고 표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로구나.’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감우량 표두는 장운이 그리는 크고도 넓은 그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자는 저렇게 당돌한 여자를 왜 도와주냐며 반문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강여월과 서강 상단이 얻어가는 것이 있는 만큼 장운도 충분히 뽑아낼 재간이 있었다.

그는 손해 보는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뜻에 따르라고 강요하거나 억압하지 않겠소. 필요하다면 시간도 드릴 테니 차분히 한번 생각해 보시길.”

상단이 표국에 잠시 속한다.

그 쉽지 않은 결정에 시일이 걸리리라 짐작하고 장운과 일행이 발걸음을 돌리려는 그때였다.

“좋아요.”

믿을 수 없게도 강여월의 당돌한 음성이 다시 한번 귀빈실을 때렸다.

“뭐?”

이번에는 장운이 역공에 당한 듯 크게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요.”

강여월도 제법 대단한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상단의 역사가 흐트러지고 까딱하면 상단 전체를 거대 집단에 빼앗길 수 있는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이런 판단을 내린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를 외모가 아니라 능력만 보고 평가한 남자는 금령검제가 처음이다.’

강여월은 그 요점에 감동을 했던 것이다.

그녀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외모와 몸매에 찬사를 보낼지언정, 상단주로서의 능력을 칭찬하거나 올곧은 시선을 보내지도 않았다.

한데 금령검제는 어떻던가?

과거의 인연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냉정히 판단을 내렸다.

동시에 그동안 저평가 당하고 있던 강여월의 잠재력을 칭찬하며 이른바 동행을 제안하였으니 내심 뿌듯하였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소?”

장운이 물었다.

“후회할 거라면 애초에 이곳에 오지도 않았어요.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죠.”

강여월은 입술을 깨물며 결단력을 보여주었다.

“단! 사흑천의 사악한 찰거머리를 완벽하게 떼어주셔야 해요.”

그녀의 말에 장운은 이제야 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오. 악인 처치는 내가 또 전문이니까.”

그리하여 황금표국 금옥관에는 또 다른 인재와 집단이 모여들었다.

과연 이는 어떠한 결과를 낳을 것인가?

* * *

“여월, 여워어어얼!”

만마(萬魔)가 모여든다는 사흑천의 내부, 하나 같이 꽃처럼 아리따운 무희들 속에서 열정적으로 쾌락을 즐기는 젊은이가 있었다.

꽃밭에 홀로 노니는 벌이 이러할까?

열띤 즐거움에 만끽한 그는 쌩뚱 맞게도 무희들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여인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렇다.

탄탄한 체구에 그리 크지 않은 키, 대신 사흑천을 지배하는 최강의 사파지존 광혈흑마 태상천의 눈빛을 그대로 빼다 박은 이 젊은이가 바로 소광마 태원평이었다.

“아직도 거절을 하고 있단 말이냐?”

그는 여월을 생각하자 흥이 식었는지 헐벗은 무희들을 물리며 수하들에게 눈을 돌렸다.

“그것이…… 사흑천주님께서 직접 혼인을 추천하는 서신까지 보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라 합니다.”

사흑천에 기거하는 소광마의 수하들은 난색을 표하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평상시에도 매일매일 화를 내는 소광마 특성상 또 개처럼 부르짖을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흐흐흐, 그렇지. 그래야 매력이 있지.”

소광마 태원평은 다른 사람과 조금은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여인을 보는 눈이야 강여월에게 푹 빠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극히 정상적이었지만 자신을 밀어내는 여인을 정복하는 걸 즐기곤 했다.

사흑천의 후계자로 태어난 까닭에 워낙 많은 여흥을 즐기다 보니 그리될 것인지도 몰랐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도련님.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수하 중 하나가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조만간 사흑천주인 태상천이 나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설마 아버님 선까지 가겠느냐? 보나 마나 그년이 빳빳한 고개를 떨굴 것이 뻔하다.”

태원평이 자빠뜨린 여인만 해도 벌써 백여 명은 돌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만방자하게 입을 놀릴 그때였다.

“도련님! 드디어 서강 상단 측으로부터 서신이 도착하였습니다!”

바깥에서 태원평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날아들었다.

본래 여흥을 즐기는 중에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였지만 아버지, 태상천의 부름과 서강 상단과 관련된 정보만은 예외였다.

“이거 보라니까?”

태원평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잘난 척을 하였다.

서신을 받아들기도 전에 벌써부터 갖은 망상에 빠졌다.

‘크흐흐, 도도하기 그지없는 강여월도 별수 있나?’

스스로 만족하여 잔뜩 도취하기 시작한 소광마 태원평.

스윽!

마침내 서신을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중략)……하여 태 공자의 한결같은 정성스러운 태도에 감히 마음을 허락할까 합니다.

하나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하죠?

혼례를 올리기 직전에 단둘이서 뵈었으면 합니다.]

“크하하하하핫!”

서신을 읽자마자 태원평은 알몸인 것도 잊은 채 광오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요요 여우 같은 년을 봤나?’

태원평은 서신의 내용을 지극히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니까…… 식을 올리기 전에 한번 합을 맞춰보자, 이 이야기렷다?”

사실 강여월이 보낸 서신의 뜻은 한 번 스쳐 지나간 것이 전부이니 독대하여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자는 의미였는데 태원평은 상스럽기 그지없었다.

“가야지! 가고말고!”

그러나 무릇 남자를 움직이는 동력은 여인 아니겠는가?

그토록 갈망하던 강여월과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태원평은 뵈는 것이 없었다.

“도련님. 그래도 광마친위대(狂魔親衛隊)를 대동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지금 당장 맨발로 뛰어갈 기세를 보이자 수하들은 태원평을 말리며 진언을 하였다.

광마친위대는 태상천이 직접 키운 인재들이자 이 사흑천의 성을 호위하는 최고의 병력들이었다.

동시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무척이나 아끼는 통에 기꺼이 광마친위대를 내어주었던 것이다.

“어허! 여인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를 하는구나. 힘겹게 밤을 보내자는 뜻을 밝혔는데 수하들을 우르르 데리고 가보거라. 뜨거웠던 마음에 차게 식지 않겠느냐?”

태원평은 이미 눈에 강여월의 나신이 아른거렸다.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였다.

아니, 애초에 머릿속이 조금 글러 먹은 인물이었는데 이는 평생 호의호식을 하며 모든 것을 누려왔기에 실패를 몰라서 그러했다.

“아무리 그래도…….”

수하들이 강권하자 태원평은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이 수하들은 아버지인 태상천이 직접 붙였기 때문에 더 이상 거절은 어려웠다.

“좋다! 세 명! 딱 세 명을 데리고 가겠다!”

그는 중간의 합의점을 제시하였다.

‘세 명의 광마친위대 대원이라면 이동 간에 내 수발을 들면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거사를 치를 때는 잠시 밖을 지키라고 하면 되는 노릇이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수행 인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끄응, 알겠습니다.”

태원평이 어느 정도 기를 내리고 수락하자 수하도 그 이상은 더 강권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태원평은 광마친위대 병력 세 명을 대동한 채 부리나케 사흑천을 빠져나갔다.

목표는 당연히 서강 상단이었다.

호위 병력이 적어도 걱정은 없었다.

“아버님께 혼사가 성립되었다고 알리거라!”

태원평은 이동하면서 수하들에게 말하였다.

아무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라고 해도 아비는 무서웠던 것이다.

설령 자신이 납치되거나 잘못되더라도 아버지가 든든히 지켜주리라 믿었다.

“가자! 달리자꾸나!”

태원평은 수하들과 함께 무려 사두마차(四頭馬車)를 운용하여 신이 난 상태였다.

소광마 태원평.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연 아리따운 절세 미녀인 신부일까, 아니면 사흑천에 복수하기 위하여 안달이 난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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