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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37화 (137/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37화

외가(外家)의 부탁(1)

황금표국이 무영문을 품은 지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바야흐로 황금표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으며 전 중원 각지에서 의뢰가 물밀 듯이 밀려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줄을 서시오!”

그 바쁘다는 황금표국 중에서도 가장 바쁜 곳을 꼽으라면 당연히 금옥관이었다.

이 금옥관은 이미 본체인 황금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니까.

심지어 금옥관에는 무영문도 있고 만철당도 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라 할 수 있었다.

상수 노관은 은퇴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신이 났는지 연신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의뢰인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노관 어르신 되십니까?”

누군가가 노관의 소매를 붙잡고 말을 걸었다.

구름 같이 몰려든 사람들 중 가장 뒷줄에 서 있었는데 대개 이런 경우 빨리 의뢰를 맡길 수 있도록 청탁을 하게 마련이다.

‘흥, 누가 뇌물에 굴할 줄 알고?’

노관은 자신의 소매를 붙잡은 자의 손을 냉정히 뿌리치며 노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노관이긴 한데…… 무슨 일이신가? 만약 앞으로 보내 달라는 청탁은 미리 거절하겠소이다.”

노관은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사람을 잘못 보아도 한참 잘못 보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금옥관에서 가장 대쪽 같은 인물이자 청렴한 인물이 바로 이 상수 노관이었다.

그가 지금 이런 허드렛일을 하는 것도 자신이 좋아서 그러는 것이지, 금자의 이득을 취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따라서 뇌물을 싸 들고 다가오는 청탁꾼들은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은 물론, 황금표국 바깥으로 쫓아내곤 했다.

“끄으응.”

그러자 노관의 소매를 잡은 이는 당황하며 신음을 내고 말았다.

속마음을 정확히 읽혔기 때문이다.

“뇌물을 주거나 뒷돈을 바치는 자들은 모두 다 쫓겨나고 말았소. 당신들도 그렇게 되고 싶소?”

노관이 정도를 지키라는 당부의 마음을 전하며 말하였다.

그러면서 슬쩍 그 무리를 봤는데 지체 높은 신분의 여인이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친인척으로 보이는 무인 몇몇이 발을 동동 구르는 참이었다.

“그것이…….”

노관의 서슬 퍼런 말에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우물쭈물하려던 찰나!

“저기, 잠시만요!”

이들 무리 중 단연 신분이 높은 자로 보이는 얼굴을 가린 여인이 다급한 음성으로 찾았다.

“장운 소협에게 한마디만 전해주세요.”

그녀의 음성은 황홀한 음악 가락처럼 몹시도 듣기 좋았지만 노관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들도 다 장운에게 무슨 말을 전해 달라, 흠모하는 무인인데 선물을 전해달라 등등 매우 귀찮게 했던 것이다.

따라서 노관은 그녀 역시 그런 부류일 것이라 선입견을 가진 그 순간이었다.

“서안(西安)에 있는 서강 상단의 후계자 강여월이 찾는다고 말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어떤 뇌물이나 거대한 금자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노관이 흔들리고 말았다.

어찌나 놀랐던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서강 상단은 다름이 아니라…….

“자, 장운 도련님의 외가(外家)……!”

금령검제 장운의 외가였기 때문이었다.

* * *

“뭐? 서강 상단의 후계자가 나를 찾아요?”

그 소식을 곧바로 접한 장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운의 친모가 바로 서강 상단의 외동딸이었던 강씨 부인이었는데 그녀는 장운을 낳고 얼마 안 있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버렸다.

‘그 이후, 서강 상단은 깊은 시름에 빠졌고…… 본래의 장운 역시 삐딱선을 타기 시작하여 자연스레 연이 끊어졌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서강 상단이 장운을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장운이 금옥관의 일행을 불러 놓고 물었다.

그러자 응운곤이 말하길.

“뻔하지 않겠습니까? 부국주님께서 일이 잘 풀리니 어떻게 편승하려는 게 아닐지요?”

반골이라고 불린 작자답게 다소 삐딱한 의견을 내어놓았다.

사실 그 말이 정답일 것이라 모든 일행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서강 상단은 장운이 고전할 때나 힘겨워할 때는 전혀 돕지 않았으며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장운이 본래 운명대로 허망하게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조차 아무 기별이 없었다.

한데 뒤늦게 장운을 찾는 이유는 뻔하지 않겠나?

“현재 부국주님과 우리 황금표국은 연일 상승 곡선을 타고 있어요. 그러니 무언가 부탁을 하려고 그런 것이 분명해요.”

비옥수 천세은도 경계심을 품는 눈치였다.

더욱이 노관의 말을 듣자 하니 굉장히 예쁜 미모의 여인이 직접 왔다 들었으니 장운의 정인이나 다름없는 천세은으로선 달가울 리 없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부국주님께서 갈 길이 바쁜데 그들을 만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되리라 사료됩니다.”

금옥관에서 무서운 실력을 자랑하는 무인이자 장운에게 열정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사나이, 일검일섬 두길준도 의견을 밝혔다.

그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으으음.”

수하들이 모두 반대하자 장운은 고심에 빠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게 신체를 물려주고 떠난 진짜 장운이라면 어땠을까?’

지금 전생이 검신 장인랑이었던 장운은 그들과의 재회가 불편하고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면 진짜 장운이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장운의 모든 기억과 감정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이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을 한번 만나 보지.”

결단을 내린 금령검제 장운의 외침.

“네에?”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의 용단에 많은 이들이 놀랐지만 장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장운이 원하는 진정한 답이었다.

‘장운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다. 동시에 외가가 도움을 주기를 너무나 간절히 바라고 원하였다.’

이는 장운의 두 형들 때문이기도 했다.

장룡과 장건 모두 외가가 빵빵하였으며 어머니들의 치마폭 위력이 장난 아니었기에 아무런 일행도 없는 어린 장운은 그들이 사무치게 부러웠다.

한데 뒤늦게나마 왔으니 한번 만나 보려고 마음먹었다.

“설령 그들이 나를 이용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지금의 장운은 충분히 강하고 완전한 성장을 이루었다.

만약 그들이 장운을 이용한다고 해도 장운 역시 어린 시절 갖지 못한 것을 충족했다는 마음의 만족을 얻을 것이니 하등 상관이 없었다.

“서강 상단 일행을 들라고 하지.”

장운의 명이 떨어지자 반대 의견을 개진하던 다른 금옥관의 표두들은 모두 즉각 복종을 하며 재빠르게 움직였다.

자신들의 뜻과 다를지언정 존경하는 부국주의 명이었기에 지옥불이라고 해도 뛰어들 자신이 있었다.

‘역시 그렇게 되었군.’

상수 노관은 위로부터 들여보내라는 부탁을 받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십시오.”

장운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노관은 맨 뒷줄에 있는 서강 상단 일행을 데리고 특별 접객실로 이동하였다.

“도대체 저자들은 누군데 특별 대우래?”

“황제와 관련이 있는 자들인가?”

“아니면 고관대작 무리들이야?”

그 모습을 보고는 앞줄에 서 있던 많은 자들이 수군거리면서 시기와 질투의 시선을 보내었다.

“흠흠!”

그들이 내뱉은 말에 서강 상단의 일행들은 저절로 어깨가 으쓱거리는 것을 느꼈다.

질투의 본질은 부러움이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우러러보며 부러워하자 그들 무리 중 대장인 서강 상단의 후계자, 강여월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꼈다.

‘확실히 장운 오라버니가 달라졌구나.’

강여월은 아직도 그를 기억했다.

서강 상단이자 서안 강씨의 직계 혈통인 그녀는 장운과도 제법 가까운 친척이었는데 장운의 친모, 강씨가 살아 있을 무렵 여러 차례 만나곤 했다.

-으응? 나는 괜찮아…….

강여월이 말을 걸 때마다 몹시도 수줍어하며 숫기 없는 모습을 보였던, 그리고 성장이 느렸던 그 아이.

그런데 지금 그 아이가 무럭무럭 대성하여 이제는 강호무림을 뒤흔들고 있다.

심지어 그를 곧바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시기하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도대체 장운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강여월은 현재의 장운이 몹시도 궁금했다.

금령검객이었던 그가, 금령검제가 되어 장안의 화제라는 소문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끼이익!

노관이 직접 금옥관의 문을 열어 그들을 들여보내 주었다.

마침내 십여 년 만에 재회하는 장운과 강여월.

스윽!

강여월은 입장하자마자 눈만 드러낸 면사포를 이용하여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자, 즉 장운을 바라보았는데 이럴 수가!

“……!!”

강여월은 그 순간 호흡이 멎는 기묘한 경험을 하였다.

상대의 내공이 강하거나 잘생겨서 그렇다, 따위의 진부한 이유는 아니었다.

강여월은 무공을 거의 모르기에 내공을 알아차릴 식견도 되지 않으며 친척 관계인데 잘생겨 봐야 무슨 감흥이 있겠는가?

그녀가 진짜 놀란 이유는 바로…….

‘어마어마한 기운과 담대한 기상이 느껴진다!’

어릴 때 보았던 장운과 완벽히 달라진 기도와 모습 때문이었다.

외모야 원체 미녀였던 강씨 부인을 쏙 빼닮아 그렇다 치더라도 건장해진 체구는 강여월을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장운의 두 눈이었다.

‘태양과 달을 그대로 떼어다 박은 것만 같구나.’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냉철함을 모두 지닌 그의 눈은 강여월이 그랬듯, 장운 역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살피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소이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장운의 몫이었다.

장운 역시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때때로 기억은 서로 다르게 각인되곤 한다.

강여월이 장운을 소심하고 보잘것없는 아이로 보았듯이 장운도 그녀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어머니가 죽고 난 후, 서강 상단의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그녀.’

그 당시 장운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을 꼽자면 바로 그녀, 강여월이었다.

그때부터 두 형들에게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던 장운은 황금표국보다 서강 상단에 머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곳에 장운의 자리는 없었다.

친모인 강씨 부인이 죽은 이후, 더 이상 장운을 초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앞으로 너를 안 부르실 거래.

강여월이 뭣 모르고 뱉었던 그 말은 어린 장운에게 크나큰 상처가 되었다.

장운은 그날 이후로 서강 상단에 대한 선망을 완전히 접게 된 것이다.

그와 더불어 서강 상단의 수뇌부는 강여월을 후계자로 고른 다음, 장운을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하였다.

왜 그런가 하니 서강 상단 일각에서는 혈통 순으로 따지자면 강씨 부인의 아들인 장운이 서강 상단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던 것이다.

후계 싸움이라는 것이 거대 방파는 물론이오, 상단에게 있어서도 매우 무서운 것이었기에 장운은 그런 어른들의 논리 속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말았다.

“저를…… 기억하시나요?”

강여월은 예상외로 장운이 자신을 기억하는 눈치이자 안색이 밝아졌다.

금령검제가 자신을 기억하다니 이 얼마나 영광이란 말인가?

동시에 현재 서강 상단은 가세가 많이 기울어 섬서 전체로 따지자면 의미가 없었고 서안 내부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까 말까 하였다.

“나는 바쁜 사람이오. 기억이라기보다 그냥…… 아는 이름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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