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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27화 (126/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7화

또 다른 천재(2)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요?”

무당파의 최고 장로이자 장문인인 태극자 자운 도인과 같은 항렬인 송학검객(松鶴劍客) 자견은 당황하며 수뇌부 소집을 하였다.

혹자는 반문할 것이다.

구파일방의 명문인 대 무당파가 어찌 금령검제 장운 하나를 겁내느냐고.

일리 있는 말이다.

문제는 무당파 내부에 숨어 있었다.

장문인이자 무당제일의 고수인 태극자 자운 도인이 극비리에 은둔하여 지금 우화등선(羽化登仙)을 준비 중이었다.

다시 말해 자운 도인은 부재중이었고 송학검객 자견이 대리 장문인의 자격으로 무당파를 이끌고 있었다.

‘정녕 안타깝구나.’

자견을 비롯하여 무당의 수뇌부들은 일제히 혀를 찼다.

하필이면 왜 이 시점에 자운 도인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입적을 준비하였을까, 하는 원망마저 들었다.

그러나 사람의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모름지기 제 소관이 아닌지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금령검제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비무를 거절하는 게 어떨까요?”

수뇌부 중 누군가가 말했다.

“그런 방법은 옳지 않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 무당의 위엄이 떨어지는 처사입니다.”

자견이 곧장 대답하였다.

비록 대리 장문인일지언정 언제나 한 문파의 수장이 되기만을 바랐기에 예법에 대해서는 통달하였다.

“외부에서 볼 때 우리 무당이 금령검제가 두려워 대결을 회피했노라 소문이 퍼질 공산이 큽니다.”

자견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구파일방의 명성이 대단하다고 해도 결국 검과 무공이 오가는 무인 집단이었다.

걸어오는 승부에 응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그 무명(武名)은 수직 하락 할 수밖에.

“그렇다면 문파 내부 사정으로 당분간 비무를 미루거나 훗날을 도모하자고 하는 게 어떨까요?”

이번에는 무당파 일대제자 중에서 머리가 가장 똑똑하다는 반원유권(半圓流拳) 여광이 의견을 제시했다.

오오오!

그의 기발한 제안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듣고 보니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아니, 현 상황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처사였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렇게 대처한다면 무서워 비무를 회피했다는 말도 안 나올 테고 표국의 인물이라 갈 길이 바쁜 금령검제도 비무를 포기하고 그냥 넘어갈 테니까요.”

여광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던지 장로진마저도 무게를 실어주었다.

바로 그때였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여광 옆에 있던 눈썹이 진하고 무척이나 튼튼해 보이는 한 도사가 손을 들었다.

그 역시 무당 일대제자 여광과 마찬가지로 여(予)자 배의 인물이었는데 이렇게 의견을 당당히 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투검자(鬪劍子) 여송!”

그의 개입에 자견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술렁이고 말았다.

반원유권 여광은 무당파의 지낭(智囊)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장로진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대제자가 감히 의견을 피력하기 힘든데, 이 여송은 독특한 위치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투검자 여송은 태극자 자운 도인의 유일한 직전제자이자 그가 최후를 준비하기 전, 모든 무공을 물려받은 장본인이었다.

즉,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언제고 대 무당파의 장문인이 될 인물이었다.

그런 만큼 장로들 앞에서도 당당히 의견을 제안하였다.

“내부 사정 핑계를 대더라도 눈치가 빠른 자들은, 아니,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아는 자들은 결국 우리 무당이 대결을 피했다고 인식할 겁니다.”

여송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본래 얌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그 누구보다 불타며 무공에도 욕심이 많은 도사가 바로 이 여송이었다.

흔히들 무당의 무공을 부드럽고 유순하며 다소 방어적이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이 여송은 달랐다.

오죽했으면 사부인 태극자 자운 도인이 여송을 보고는.

-허허허, 네놈은 도사가 아니라 꼭 투견(鬪犬)처럼 싸우는구나.

이렇게 평하였을까?

그래도 도사에게 견(犬)이라는 글자를 붙일 수 없으니 결국 여송의 별호는 투검자가 되고 말았다.

투검자 여송은 그렇게 한 번 불이 붙으면 활활 타올랐고,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뭣이라?”

다소 투쟁적이고 공격적인 여송의 발언에 자견이 살짝 위축이 된 채로 반문하였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여송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 전 남궁세가의 창천검제께서 패배하였습니다. 한데 우리가 내부 사정을 핑계로 비무를 미룬다면 뒤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나올 겁니다.”

여송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대 무당파는 앞에서도 뒤에서도 조롱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걸어오는 비무는 응당 무당파의 무공으로 응해준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럼 누가 상대할 거란 말이냐? 이미 사형은 은퇴를 하였고 우리 사형제들 중에서 창천검제 남궁도를 이길 만한 자는 없지 않느냐?”

자견이 흡사 불만을 토로하듯 외쳤다.

언뜻 듣기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무당제일고수는 등선까지 오늘내일하는 입장이고 그와 준하는 고수는 무당에 없었다.

즉, 금령검제의 앞길에 제동을 걸 만한 무인이 없다는 뜻이었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여송은 씨익 웃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 앞에는 대리 장문인인 자견을 비롯하여 장로진들이 즐비하였으나 여송은 굴함이 없었다.

오오!

그러자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일대제자인 여송이 나선다고 할 줄이야.

“아직 이르다. 시기상조야.”

자견이 딱 잘라 말했다.

다른 장로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 무당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지금 자운 사형도 물러난 판국에 차기 장문인이 될 여송이 금령검제와 맞선다? 너무나도 잃을 것이 많다!’

이것이 바로 자견의 생각이었다.

여송이 세간에 알려진 것 그 이상으로 강하다는 걸 자견과 무당의 수뇌부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령검제 장운과 비무를 격렬히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제 막 시작하는 무당의 기대주이자 차기 장문인 재목이 혹여라도 패배를 하거나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자견 대리 장문인의 말씀이 옳다.”

“지고 이기고를 떠나서 여송, 너의 미래를 생각해야 돼.”

나이가 지긋하며 인생 경험이 많은 장로들은 진심으로 조언을 하였다.

하지만 예로부터 젊은이들은 도전적이고 경험 많은 자들의 조언을 흘려듣게 마련이었다.

“제게 미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녕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지요.”

여송은 패기 넘치는 말을 하며 이글거리는 눈빛을 발산하였다.

그 눈빛이 어찌나 뜨겁던지 자견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금령검제와 황금표국 인원들이 이제 막 본 파 영역에 도달하였다고 합니다!”

바로 그 순간, 시기적절하게도 장운 일행이 무당의 영역인 무당산 인근에 출몰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야흐로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었다.

‘금령검제와 비무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절할 것인가?’

만약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투검자 여송을 내세워야 한다.

그의 실력은 지금 여기 장로들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하며 현 무당 제일 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반면 거절해야 하면 지금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장운 일행이 무당산 끝까지 올라와 비무 준비를 하는데 다짜고짜 갑자기 안 된다고 하기도 예의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거절을 한다면 무서워서 거절했다는 호사가들의 소문이 돌 게 뻔했다.

“자견 대리 장문인님. 저를 믿어주십시오.”

자견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포착한 여송이 다시 한번 승부를 걸었다.

“흐으으음.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네가 패배를 하여 검을 꺾거나 잘못된다면 우리 무당의 미래는…….”

젊은이들이 노인들의 조언을 흘려듣듯, 노인들 역시 경험이라는 이름 아래 보다 더 안전한 선택만 하게 마련이었다.

자견 역시 안전한 길을 선택하려던 찰나!

“설령 제가 진다고 해도 저는 꺾이지 않습니다. 제가 패배한다고 해서 본 무당파의 명예가 초라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송은 투쟁심뿐만 아니라 현명하기까지 했다.

여기 자견을 포함하여 여러 장로진들의 걱정을 잘 알았다.

겉으로는 자신의 걱정을 하지만 속으로는 자기가 패배하여 무당의 명예가 실추될까 봐 마음이 무거운 것을 간파했다.

“예를 들어…… 남궁세가를 보십시오.”

여송은 자기주장을 열심히 피력하였다.

“남궁세가의 가주이신 창천검제 남궁도 대협께서는 격전을 치른 끝에 패배하셨지만 그분의 명예가 추락하셨습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후계자인 창천폭뢰 남궁벽 소협과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으며 예전보다 현명한 눈을 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타당한 말에 자견은 더 이상 반박하거나 반대할 수 없었다.

여송의 마음은 이미 결단 내렸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

“알겠다, 알았어.”

자견은 이제 모든 것을 달관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럴 때마다 자운 사형이 떠올랐다.

‘사형 같았으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돌아오는 대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 좋으며 인자한 자운의 미소가 떠올랐을 뿐이었다.

“여송, 너를 믿는다.”

자견은 용단을 내렸다.

사실 여송을 믿고 모든 진전을 물려준 태극자 자운 사형을 믿었다.

아직 무당의 차기 장문인이 확실시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들은 도전을 내밀었다.

“황금표국 일행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

자견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 * *

“안녕하십니까? 먼저 본 무당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장운과 그 일행의 무당산 안내는 앞서 재치 있는 의견을 제시하였던 무당파의 지낭, 반원유권 여광의 몫이었다.

그는 정중히 포권을 하며 황금표국 일행을 맞이하였다.

‘정말로 깍듯하고 예의가 있구나.’

‘그러면서도 저 사람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야.’

두길준과 응운곤은 여광의 면면을 훑어보며 그 역시 결코 자신보다 하수가 아님을 깨달았다.

실제로 반원유권 여광은 검종으로 유명한 무당파에서 태극권(太極拳)을 제대로 익힌 고수였다.

그런 만큼 금령검제를 모시는 데 있어 최선을 다했다는 방증이었다.

“이렇게 환대를 해주니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장운도 기뻐하며 말했다.

물론 남궁세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지만 그때는 남궁도가 각성하기 전이라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나운 본성을 감추기 급급하였는데 이들은 달랐다.

‘조금은 허둥지둥대고 혼란스러울지언정……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생의 경험으로 인해 노련한 장운은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무당파에 필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했고 흔들리는 모습을 느꼈다.

“먼저 무당산 위로 입산(入山)하기 전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여광도 대 무당의 뛰어난 인재였다.

무당파에는 인재가 너무나 많았으며 용봉지회 같은 대회에 잘 보내지 않기로 유명하였다.

“무엇입니까?”

장운의 질문에 여광은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장운 소협께서 찾으시는 본 파의 전대 장문인이신 태극자 자운 도인께서는 등선을 위해 자리를 비웠으며 무림에 완전히 은퇴를 하신 상황입니다.”

“……!!”

전혀 예기치 못한 소식에 장운은 물론, 금옥관 일행마저도 큰 충격을 받은 채 놀라고 있던 그때였다.

“그 대신…… 자운 도인의 진전을 이은 제자이자 후인인 투검자 여송 사형이 장운 소협을 상대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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