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22화 (121/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2화

금령검제(金靈劍帝)의 탄생(2)

마침내 안휘성의 남궁세가 인근에 접어든 금령공자 장운.

그가 굳이 남궁세가를 찾은 까닭은 따로 있었다.

‘정파 무림에서 검법으로 가장 강한 성세를 이룬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화산과 무당, 남궁세가가 될 것이다.’

약간의 찬반 논란이 있겠지만 굳이 꼽자면 저 세 곳이 해당되었다.

물론 구파일방의 화산파와 무당파는 검법 말고도 다른 신묘한 절기들이 많지만 대표적인 무공이 검법들이니 그렇게 분류하였다.

그리하여 장운은 일행을 이끌면서 호쾌하게 말했다.

“화산파의 장문인은 너무 연로하고 무당파의 장문인은 아무나 만나주질 않습니다. 그러니 비교적 접촉하기 쉬운 남궁세가의 가주, 창천검제 남궁도부터 만나러 가죠!”

장운이 이 세 곳 중에서도 남궁세가를 찾은 까닭은 두 가지였다.

위의 이유와 더불어.

“그리고…… 남궁세가는 우리들과 악연이 얽힌 곳이 아닙니까?”

장운은 자신과 동행하는 무리들 중 두길준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씨익!

두길준도 말을 하지 않았으나 예전의 추억이 생각났는지 씨익 웃고 말았다.

창천폭뢰 남궁벽의 우려와 달리 두길준을 포함하여 장운은 앙심을 품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껏 내가 꺾은 무인들은 다들 쟁쟁한 고수였으나 현 무림에 있어 주류에 선 자들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말은 옳았다.

은검문주를 비롯하여 그가 1년의 비무행 동안 꺾어온 자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절세 고수들이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활약하는 고수는 없었다.

사실 무당파 장문인이 금령공자 장운을 만나주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 또한 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 비로소 오대세가 가주의 일인을 꺾고…… 내 진가를 증명하겠습니다.”

장운은 그간 잘 따라와 준 동료들을 향하여 맹세를 하였다.

그간 1년 동안의 비무행은 서막에 불과했다.

오늘 그 비무행의 정점을 찍는 것이 바로 이 창천검제 남궁도와 대결이 될 것이며 비로소 무림 최강을 논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도련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십니다!”

“당연히 이길 겁니다!”

금옥관의 무인들은 여기저기서 함성을 터뜨렸다.

그들은 정말로 장운이 이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상대가 정파 무림에서 검법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창천검제라 하더라도!

‘드디어 왔다.’

힘찬 포부를 안고 장운은 일행들과 함께 마침내 남궁세가에 도착하였다.

대남궁세가라는 현판과 함께 그 위로 푸른색의 깃발들이 휘몰아쳤다.

깃발에는 남궁세가를 뜻하는 창천(蒼天)이라는 단어가 쓰여져 있었다.

창천남궁(蒼天南宮)은 곧 정파 검종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었고 그들의 최고 절기인 제왕검형(帝王劍形)은 역대 검종 무학을 통틀어도 손꼽힐 만한 최상급의 절기였다.

그런 만큼 남궁세가 무인들은 언제나 본가에 대하여, 그리고 검에 대하여 굳건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황금표국의 이들이 도착했습니다.”

이번 비무행의 주인공, 금령공자 장운이 도착했다고 알리는 대목에서도 말이 곱지 않았다.

장운이 왔다고 한 것이 아니라 굳이 황금표국의 이들이라고 한 것은 하나를 의미했다.

표국 무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더불어 무시.

“저것들이……!”

입구를 지키는 말단 무인들조차도 무시하는 통에 응운곤이 분개하려는 순간이었다.

“가만히 있으세요.”

장운이 화난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비무가 끝난 뒤에도 저리 말할 수 있는지 두고 보면 되니까요.”

장운은 짧은 말로 응운곤과 일행의 사기를 단번에 부활시키고 말았다.

사실 금옥관의 이들은 그 유명하다는 남궁세가의 영역에 도착하는 그때부터 기가 살짝 죽어 있었다.

아무래도 오대세가 정도 되는 거대한 집단에 오니 분위기가 달랐던 것이다.

자그마한 중소 문파를 돌 때와는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였다.

그런데 장운의 재기발랄한 말로 용기를 북돋아 주니 기쁠 따름이었다.

“본 세가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오.”

그사이, 이 거대한 남궁세가의 주인이자 질서를 주도하는 장본인 창천검제 남궁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자가 바로 그…….’

의외로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는 남궁도의 모습에 장운은 눈에 이채를 발하였다.

솔직히 말해 장운은 약간 놀라고 말았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잘 벼려진 한 자루의 검과 같았다.

창천검제의 아들인 창천폭뢰 남궁벽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금은 허술하거나 편협한 구석이 있겠지 싶었는데 웬걸?

‘이자는 성격의 예민함마저도 검에 담았다.’

무공에는 개인의 개성이 녹아드는 법이다.

무공을 익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성격이 급한 자는 무공을 펼치는 속도가 빠르고 위력이 강하다.

대신 오래가지 못하며 금방 지치고 만다.

남궁도 역시 다소 날카롭고 강퍅한 성격을 검에 녹여냈다.

그 결과 매우 날카로우면서도 위협적인 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환대를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자마자 검을 들이내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반겨주자 장운도 포권을 취하며 예의를 표했다.

“아닐세. 요즘 들어 강호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자 검객이 방문했으니 이 정도는 기본이지.”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장운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나저나…… 남궁 소협은 잘 있는지요?”

그렇게 말하며 남궁도의 뒤를 슬쩍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허업!’

남궁도의 뒤에서 미친 듯이 몸을 숨기고 있었던 창천폭뢰 남궁벽이 기겁을 하며 움찔거리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음? 내 아들과 인연이 있었나?”

남궁도는 장운과 관련하여 살수까지 보낸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시치미를 떼며 말하였다.

“네. 여기, 본 표국에서 일하는 두길준 표사가 용봉지회에 출전했을 당시 조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윽!

장운의 말에 남궁도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흠흠!”

남궁벽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저 장운의 모습을 보자니 미칠 지경이었다.

‘제발, 제발 나를 쳐다보지 마!’

그간 못 본 사이에 부쩍 성장한 금령공자를 보고 있자니 개과천선 글자를 지우느라 상처를 낸 곳이 콕콕 쑤셔 올 지경이었다.

‘멍청한 녀석.’

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남궁도는 자세히 몰라도 어느 정도 사정을 눈치채었다.

보나마나 개수작을 부렸을 것이고 그것이 장운에게 걸려 혼쭐이 났으리라 예상했다.

살수를 보낸 것도 물거품으로 돌아갔을 테고 결국 이런 저런 결과물로 장운이 가장 먼저 남궁세가를 찾았으니 남궁도는 한 번 더 아들을 노려보았다.

“내 못난 아들 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군.”

남궁도는 언제 무서운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다시 웃으며 장운을 대하였다.

아들을 노려볼 때와 달리 매우 온화한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그럴 겁니다. 당시 저는 무명소졸(無名小卒)에 한낱 표사에 불과했으니까요.”

장운은 겸손을 떨었다.

그 당시에도 제법 유명했지만 남궁도가 아들과 관련하여 대화를 원하지 않는 기류를 읽은 탓이었다.

“자자, 서로 이런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은 아닐 테고…… 슬슬 준비를 해볼까?”

남궁도는 여러 차례 더 대화를 나누다가 장운과 황금표국의 이들을 비무대 위로 안내하였다.

남궁세가 내부에 있는 이 비무대는 본래 용봉지회 개최를 위해 지어진 곳이니만큼 매우 광활하였으며 앉을 자리도 많아 남궁세가 주요 무인들이 전부 착석할 수 있을 정도였다.

“기다리던 말이었습니다.”

장운도 천천히 몸을 풀며 따라나섰다.

남궁도와 장운은 함께 비무대 위를 올라서 치열한 비무를 준비하였다.

“무림의 후배라고 해도 세가에 도전장을 보낸 이상 봐줄 명분은 없네.”

점점 더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는 까닭일까?

제법 강한 성격과 달리 온화한 모습을 보였던 남궁도가 서서히 본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슬슬 까칠한 성격을 발현한 것이다.

“봐주는 것은 저 또한 원치 않습니다.”

장운은 은광세검 벽소월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애써 꾹 참았다.

“우리 창천남궁의 검은 날카롭고 빠르네. 죽거나 다칠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지.”

남궁도는 점점 더 노골적이었다.

비무를 하는 것은 좋은데 그러다 죽어도 괜찮냐고 기를 죽이고 있었다.

“굳이 남궁의 검이 아니더라도 검은 모두 날카롭고 아픈 법입니다. 그것이 겁났으면 애초에 검을 잡지도 않았을 겁니다.”

장운은 그렇게 말하며 슬쩍 남궁벽을 바라보았다.

남궁도가 본색을 보이자 기 싸움을 걸어오자 그 역시 특유의 입담을 발휘하였다.

동시에 남궁벽을 바라본 것은 검이 겁나 검을 내던진 아들 관리나 잘하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으으음, 과연 소문이 사실이구나.’

금령공자 장운은 그저 무공이 뛰어난 것뿐만 아니라 심계가 깊고 언변도 뛰어나 그 어떤 어려운 표행이라 해도 성공시킨다더니 소문이 사실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대화했다간 화를 입을 것 같아도 불쑥 떠오른 궁금증을 참지 못하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아비로서 궁금해서 말인데…….]

남궁도의 오랜 궁금증이자 남궁벽이 오랫동안 감춰왔던 것을 전음으로 묻고자 했다.

끄덕!

장운은 이 질문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 하는 남궁도의 의중을 읽었다.

답이 밝혀지면 덩달아 질문의 유추도 가능해지기에 그 역시 전음으로 답을 해줄 요량이었다.

[우리 벽아와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남궁도는 원래 싸우기 전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궁금했다.

잘나가던 아들이, 무공에 관심이 많던 아들이 어느날 계집애가 되어 두문불출하는 그 이유가 무엇인가?

모르긴 몰라도 분명 이 금령공자 장운과 악연이 얽혀 있다고 믿었다.

“으으음.”

전음을 받은 장운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살짝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모든 사실을 알려주었다.

[지난 용봉지회에서 두길준 표사를 급습하는 비겁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장운은 일부러 남궁도의 얼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개과천선하라는 뜻에서 약간 손봐주었을 뿐입니다. 등에도 개과천선 글자도 좀 새겨주었구요.]

장운의 발언은 보통이 아니었다.

본래 몸에 글자를 새기는 것은 천한 노예나 기생만 그랬던 것이다.

“뭐, 뭐야?!”

역시 예상했던 대로 남궁도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부들부들!

그는 어찌나 화가 났던지 전신을 떨었으며 게다가 은밀히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도 잊은 채 육성을 내뱉어 버렸다.

“그게 정말이냐?!”

남궁도는 수염마저 떨리는 얼굴로 장운을 질책하듯 물었다.

“네, 정말입니다.”

장운이 대답했다.

전음에는 전음으로 대답해 주었듯이, 그가 먼저 육성으로 물었으니 육성으로 대답해 줄 뿐이었다.

“이노오오옴!”

그 말에 남궁도는 마침내 분을 참지 못하고 본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에 비해 장운은 여전히 침착했다.

이런 초절정 고수끼리 격전에 있어 먼저 흥분하고 흔들리는 쪽이 불리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말해봤자 입이 아프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못 믿겠으면 아드님의 등을 확인하셔도 됩니다.”

그래서 확인 사살까지 박아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