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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10화 (109/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10화

복수의 시작(2)

장운은 환호성을 내지를 뻔한 것을 억지로 참으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상대는 전장의 주인인 만큼 밀고 당기기에 능할 터.

요지는 협상을 통해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에 달려 있었다.

“물자 이동에 있어 걸리는 기간과 발생 비용은 대략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장운은 치열한 눈치 싸움과 흥정이 뒤따를 것을 예측하고 조심스레 물었으나.

“기간은 일 년이 넘어도 좋고 발생 비용은 장운 소협과 귀 표국 측에서 제시하는 표준에 따르도록 하겠소이다.”

놀랍게도 보옥전장주의 대답은 장운과 황금표국 측에 매우 유리한 방향으로 말을 하였다.

이는 단순히 듣기 좋으라는 소리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장운에게 일임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흠칫!

이 대목에서는 장운조차도 놀라 호위 무인들 사이로 얌전히 앉아 있는 보옥전장 은둔의 장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관상은 참으로 묘했다.

상인보다는 낭인에 더 가까운 느낌이랄까?

바로 그때였다.

‘……!!’

돌연 장운의 뇌리에서 낙뢰에 내리꽂는 것처럼 퍼뜩하고 드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만나자마자 어디엔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리한 무인과 비슷한 저 눈빛.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얼굴은 낯선데 보옥전장의 주인의 눈빛은 너무나도 익숙했던 것이다.

“좋은 조건이군요. 그런데…… 장주님의 함자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장운이 정중히 물었다.

“아차, 내 정신 좀 보게. 한시라도 빨리 금령공자께 의뢰를 맡기고 싶은 마음이 커서 내 소개가 늦었습니다.”

그는 과도하게 보호하려는 호위 무인들을 잠시 물린 다음 한 차례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저는 보옥전장의 삼대 장주인 금초고라 합니다.”

장운은 그의 이름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금초고, 확실히 흔한 이름은 아니다.’

장운은 현생의 모든 기억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이름에 어디선가 본 눈빛이라면 답은 하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현생이 아니라 전생에서 본 인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장운은 다시 한번 번뜩하고 기억나는 것이 있었다.

“……!!”

어찌나 놀랐던지 좀처럼 심기를 드러내는 일이 없는 장운이 흔들릴 정도였다.

“아아, 말로만 듣던 은둔의 장주이신 금초고 님을 뵙게 되어 그만 놀라 버렸지 뭡니까?”

다행히도 특유의 너스레를 떨어 별 의심을 사지 않고 분위기 좋게 넘어갈 수 있었다.

장운은 환하게 웃었고.

“으허허헛! 장운 소협께서 아부에도 일가견이 있는 줄은 몰랐구려.”

금초고도 기분이 좋았는지 무서운 얼굴답지 않게 화사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아 겉으로 볼 때는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나는 분명 전생에서 이자를 안다!’

장운은 각고의 노력 끝에 그를 간신히 기억했다.

다른 것은 어떻게 분장으로 감출 수 있을지 몰라도 특유의 분위기나 눈빛은 감출 수 없는 법이니까.

더군다나 저 금초고란 자는 외형의 변화를 많이 일으키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금초고는 현생의 장운과 단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자, 일단 머리 아픈 계약 이야기는 우리 보옥전장으로 와서 나누지 않으시겠습니까? 마침 새로 대형 창고를 지었으니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금초고는 애써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제안을 했다.

장운은 그의 의도를 알 것 같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대답하였다.

“좋지요. 그럼 우리 금옥관의 일행들을 모두 꾸려서…….”

동시에 슬쩍 찔러보려고 했다.

“안타깝게도 명색이 은둔의 장주인지라 장운 소협을 제외한 다른 외부인에게는 노출하고 싶지 않군요. 장운 소협과 몇몇 시중을 들 자만을 대동하는 것은 허락하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금초고는 온화하게 장운 혼자만을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전혀 해가 될 것이 없는 이야기였으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장운 입장에서는 가증스러울 따름이었다.

“지금 당장은 좀 그렇고…… 제가 따로 기별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금초고는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얼굴로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연락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장운은 금초고와 그 호위 무인들이 금옥관을 빠져나갈 때까지 배웅을 하며 연신 아쉽다는 척 연기를 하였다.

마침내 보옥전장의 이들이 모두 빠져나가자마자 감우량 표두를 비롯하여 장운과 절친한 이들이 펄쩍 뛰었다.

“도련님!”

“어째서 당장 가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딱 봐도 도련님을 좋아하는 게 보였는데…….”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실상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장운의 행동을 나무라고 있었다.

어찌하여 그의 초대에 당장 응하지 않았냐는 뜻이다.

지금은 간이고 쓸개고 다 줄 것처럼 굴다가도 냉정한 것이 금붙이를 만지는 전장의 사람들이니 언제 바뀔지 몰랐던 것이다.

“지난번, 사천 당문의 당호륜을 꾀어냈을 때 유지이리의 책략을 취한 적이 있습니다. 다들 기억나십니까?”

장운이 잔뜩 몸이 달아오른 일행들을 향해 차분히 진언하였다.

“그 이야기를 왜 여기서…….”

장운의 의도는 다름이 아니었다.

“저 보옥전장의 주인인 금초고의 말을 잘 들어보십시오. 흡사 유지이리의 책략과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허어억!”

허를 찌르는 장운의 말에 상수 노관을 비롯하여 천세은까지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금초고 장주의 행동은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동네 상단도 아니고 보옥전장 은둔의 장주씩이나 되는 양반이 주먹구구식으로 협상도 하지 않은 채 초대를 하는 게 석연찮아 보였다.

물론 금령공자 장운이 연신 상한가를 치고 있어서 존경하는 마음이야 이해는 한다만 조심해서 나쁠 구석이 없었다.

“저희들이 다 뒷조사를 하였습니다. 저자는 가짜가 아닙니다.”

“맞습니다. 틀림없이 보옥전장 소속이 맞고 전장 장주의 명패도 진품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금옥관의 표사들도 절대 허술하지 않았다.

그 명패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 위하여 공야월의 제자인 동곽까지 불러서 재차 확인할 정도였다.

그들 역시 너무나도 달콤한 제안에 몇 번이고 거듭 확인하였다.

“보옥전장은 여러 해 전에 후계 문제를 두고 큰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장운은 전생의 기억을 상기하며 차분히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상인과 전혀 연관이 없는 자가 주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장운은 그렇게 말한 다음, 달콤한 덫에 낚이려는 일행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였다.

“이 문제는 전적으로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니 금옥관 여러분들께서는 평상시 그대로 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가 혼자서 처리하겠다고 결심을 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장운은 이제 확신이 들었다.

‘보옥전장의 주인으로 자신을 금초고라 소개한 그 자의 진정한 정체는…… 사흑천 소속의 절정 고수인 탈명냉안(奪命冷眼) 좌규다!’

장운은 뒤늦게나마 그를 정확히 기억해내었다.

사흑천에서 손꼽히는 고수이며 대주들 중의 대주라 불리는 사나이.

특유의 무시무시하고 싸늘한 눈빛으로 능히 타인의 수명을 거두어 간다는 뜻에서 붙여진 탈명냉안의 별호와 숨겨진 그의 마공(魔功)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장운이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생 검신 장인랑이 천운학검 남일산과 광혈흑마 태상천의 손에 의해 죽기 직전, 천라지망을 펼쳐 나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꽁꽁 묶은 이들이 있었다.’

남일산과 태상천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겨우 두 사람으로 검신을 막을 수는 없는 법.

그 밑의 수하들이 나서서 장인랑의 힘과 체력, 내공을 소모하게 만들었다.

그 주범이 무림맹에는 천재 군사 경천지낭(驚天智囊) 제갈성천이 있었고 사흑천에는 탈명냉안 좌규와 더불어 부천주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특히 좌규는 사흑천 특유의 사악한 마공을 이용하여 내 눈을 현혹하였고 내 힘을 빼놓는 데 절대적 공헌을 하였다.’

그러니 현재의 장운이 그 싸늘한 눈빛을 기억하는 이유는 각별했다.

그의 얼굴은 잊어도 눈빛을 있을 리 만무하였다.

‘좌규는 필시 태상천의 명을 받고 나를 죽이기 위해 함정을 꾸몄을 것이다.’

장운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 백정 같은 놈이 어째서 보옥전장 은둔의 장주로 나타났는지 간극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사흑천의 수단이라면 능히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사흑천은 회검문이라는 정사 중간의 문파를 만들어 정파 침략의 교두보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던가?

전장 하나 구워삶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흥, 감히 나를 죽이기 위해 덫을 놔?”

장운은 어이가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특기인데 어디다 대고 감히 시도를 하는지 우습지도 않았다.

따라서 완벽한 계획을 세워 반격할 요량이었다.

‘덫에는 덫으로 응수를 해야지.’

장운은 금초고, 즉 좌규의 민낯을 아는 반면 그는 장운의 민낯인 검신 장인랑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장운은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 * *

“이상한 일이군.”

사흑천의 대주이자 뛰어난 마공의 고수인 탈명냉안 좌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중이었다.

‘설마…… 내 정체를 알아차렸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지만 수하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맞습니다. 원래 금령공자 놈이 머리가 영특하고 나이답지 않게 조심성이 많다고 합니다.”

이에 좌규의 수하이자 사흑천에서도 선공 역할을 맡고 있는 탈명대(奪命隊)의 대원들이 도열을 하며 외쳤다.

보옥전장의 호위 무인들이 바로 이 탈명대원들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좌규는 수하들의 말에 동의를 했다.

연기는 완벽했고 사흑천 숨겨진 자금줄 중 하나인 보옥전장의 장주 직위도 의심받을 여지가 없었다.

실제로 좌규는 태상천의 명을 받아 난장판이 된 보옥전장 후계 전쟁에 끼어들어 독식을 하여 그의 차지가 되었다.

“아마 까다롭게 굴지 않고 모든 조건을 맞추겠다고 한 것과 홀로 초대하겠다고 한 점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 같습니다.”

“그놈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작자입니다.”

여기저기서 황금표국 금령공자의 명성을 들은 수하들이 한마디씩 보태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한담?’

좌규가 고민에 빠진 바로 그때였다.

“대주, 아니, 장주님! 황금표국에서 서신이 도착하였습니다! 금령공자 장운의 서신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좌규는 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조심하는 척을 했지만 상단, 표국과 관련된 이들은 이윤과 금자가 엮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법이다.

적어도 좌규의 생각은 그러했다.

“어디 보자.”

좌규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장운의 서신을 살폈다.

그의 서신은 간단한 편이었다.

[……(중략)……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제가 워낙 조심성이 많은 편이라 부득불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일주일 후, 다시 본 표국 앞의 금강(金江)을 방문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요즘 들어 날씨가 화창하니 같이 뱃놀이를 나가 여흥을 즐겼으면 합니다.

동시에 지난번의 무례에 사과를 드리며 다시 한번 그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미사여구를 제외하면 뜻은 하나였다.

다시 초대를 할 테니 일단 황금표국 앞이자 유려한 강물로 유명한 금강에서 다시 보자.

“으하하핫! 이런 겁쟁이 같으니.”

끝까지 보옥전장을 방문하지 않고 황금표국 인근을 고수하는 모습에 좌규는 우스울 따름이었다.

‘하도 금령공자 금령공자 떠들어 대길래 대단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소인배였군.’

좌규는 장운을 내심 비웃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좋아, 내가 직접 가주지. 가서 은밀히 죽이고 오면 되는 것 아니겠어?”

과연 좌규는 자신의 뜻을 온전히 이룰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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