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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91화 (90/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91화

소탕하다(4)

적마방은 여러 무림 방파와 깊은 연이 있고 떠도는 풍문으로는 사파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알려졌을지언정 공식적으로는 말 전문의 상단에 불과했다.

무인이라고 해봐야 고작해야 일, 이류 무인 몇몇을 보유한 그들이 감히 천하제일의 표국인 황금표국을 건드릴 수는 없는 법이다.

‘적마방 뒤에 반드시 배후가 숨어있다!’

장운은 적마방을 점찍은 순간부터 그 뒤에 누가 있음을 직감하였다.

사천성의 말과 금자를 움켜쥔 적마방주를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는 인물.

그 인물이 누구인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단비군은 장운의 질문에 고개를 떨구며 회피하였다.

서걱!

하나 장운에게 자비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대로 수도(手刀)를 들어 단비군의 오른쪽 귀를 싹둑 잘라 버린 것이다.

무시무시한 내공을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으어…….”

단비군은 순식간에 귀가 떨어져 나가자 그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그것조차 허락이 되지 않았다.

장운이 순식간에 아혈을 막아 소리를 차단했다.

“쉿,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장운은 오늘 살계를 크게 어기리라 다짐했다.

‘우리 황금표국은 가족과 같은 표사와 표두들, 쟁자수들을 잃었다.’

대표두였던 폭풍권 철대종만이 천운이 닿은 관계로 생존했을 뿐, 그 외에는 모조리 죽었다.

시신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만큼 장운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으며 그것은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표사들과 사이가 좋은 감우량과 다른 표사들은 눈이 새빨개진 채로 반쯤 악귀가 되어 있었다.

“말하지 않겠다면 나는 맨손으로 네놈의 이목구비(耳目口鼻)를 모두 썰어버리고, 그다음은 팔과 다리를 자르겠다. 아, 물론 명줄은 붙어 있을 거야. 내가 혈도를 눌러서 출혈을 막을 테니까. 지옥의 고통을 천천히, 그리고 깊숙하게 느끼게 해줄 것이다.”

장운은 그 어느 때보다 비정했다.

사람의 목숨은 목숨으로만 갚을 수 있기에 이번에 단단히 결심을 내렸다.

“말하라. 그들은 누구며 어디에 있는가?”

아혈을 제압하였으니 장운은 단비군에게 지필묵(紙筆墨)을 가져다주었다.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비군은 고개를 돌렸다.

사실 이는 그들과 관련하여 의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난 오히려 그들이 두렵다!’

눈앞에서 활개를 치는 장운과 황금표국의 무인들보다도 그자들이 더 두려운 까닭이었다.

심지어는 차라리 자신이 죽는 게 더 낫다고 여겼다.

콰직!

장운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이번에는 왼쪽 눈을 찔렀다.

“……!!”

순식간에 세상이 희미해지는 절망감과 몸을 압도하는 고통에 단비군은 바닥에 뒹굴며 소리 없는 괴성을 내질렀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면 조금은 덜하였을 것이다.

장운은 냉정한 얼굴로 다시 지필묵을 건네었다.

스륵, 스르륵!

단비군은 마침내 붓을 들어 무언가를 썼는데.

-차라리 나를 죽여주시오.

그 내용은 장운이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부르르!

거듭되는 저항에 장운의 화가 폭발하려는 찰나였다.

스윽!

돌연 적마방 일행 중에서 누군가가 슬쩍 손을 드는 것이 아닌가?

그는 단비군에게 장운의 소식을 물고 온 수하였는데 아혈과 혈도를 제압당한 상태였다.

장운이 신호를 내리자 두길준이 다가가 그의 혈도를 해제하였다.

동시에 소리를 내지르거나 돌발행동을 할 경우, 눈보다 더 빠른 극쾌검문의 검격이 그의 목을 꿰뚫으리라.

“소, 소인이 알고 있습니다.”

그 수하는 단비군의 눈치를 슬쩍 보며 말했다.

“……!!!”

수하의 입이 열리려 하자 단비군은 거센 발버둥을 쳤으나 장운은 발을 들어 그를 억눌렀다.

퍼억, 퍽!

흡사 벌레를 다루듯이.

“소상히 말해보거라.”

장운의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된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였다.

“며칠 전 본 적마방을 찾아온 사람들은 다름이 아니오라…… 혈월문(血月門)의 문주와 그 수하들이었습니다.”

“혈월문?”

진정한 배후의 이름이 등장하자 장운을 비롯하여 모든 일행이 놀라 눈이 크게 떠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혈월문이라 하면 사파의 거대한 방파이자 무엇보다도 유명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사파 최강이라는 사흑천의 주인, 사흑천주 광혈흑마 태상천의 의동생인 혈월극마(血月戟魔) 용진산 말인가?”

그것은 바로 혈월문주가 태상천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며 사흑천과 운명을 같이하는 혈맹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엄청난 의미를 내포하였다.

사파제일인의 의동생이 문주로 있는 곳이며 명실상부 사파에서 손꼽히는 명문이니 누가 감히 대항할 수 있단 말인가?

“그, 그렇습니다. 그 혈월극마님을 비롯하여…… 혈월비악대(血月飛惡隊)들이 모두 본 방 은밀한 곳에 잠시 머무른 상태입니다.”

혈월비악대라는 말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혈월비악대는 혈월문 내부 중에서도 전원 초일류로 구성이 되어있다는 정예 중의 정예였다.

배후에 누구인지 모두 듣게 되자 장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혈월극마와 혈월비악대가 나섰으니 철 대표두가 질 수밖에…….’

사파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인 혈월극마였으니 가능한 이야기였다.

이제 모든 의문점이 해소된 장운.

“굳이 명복을 빌진 않겠다.”

본래 장운은 그 어떤 적을 죽이더라도 명복을 빌어주곤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일말의 동정도 가지지 않으리라.

콰직!

주저 없이 그대로 수도를 들어 단비군의 목을 쳐버린 그는 손에 묻은 피를 털며 맹세했다.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 놈들을 모조리 죽이도록 합시다.”

적이 누군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조리 알아내었으니 남은 것은 광기 어린 복수뿐이었다.

* * *

“뭐? 연회를 벌인다고?”

모든 일을 벌인 장본인이자 단비군을 벌벌 기게 만든 장본인, 혈월극마 용진산은 뜻밖이라는 듯 눈썹을 꿈틀대었다.

“네, 방주님께서 곧 물건이 정리될 것 같다며…… 떠나기 전 귀한 명주(名酒)와 더불어 여러 별미를 대접하고 싶으시답니다.”

단비군의 수하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사실 용진산과 혈월비악대들이 머무는 동안 단비군이 그들을 무척이나 어려워하고 또 가까이하지 않았던 탓에 답답함을 느끼던 차였다.

“흐으음,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게다가 이 혈월극마 용진산은 애주가였기에 기껏 사천성까지 내려왔으니 화끈하고 진한 사천의 명주를 탐하고 싶었던 것이다.

“넵. 술과 음식만을 대접할 뿐, 다른 자들의 접근을 허락지 않을 것이니 심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적마방의 완벽한 준비에 용진산은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차였다.

“한데…… 적마방주는 어디로 가고 네가 보고를 한단 말이냐?”

보름이 넘도록 거주를 하며 적마방주 단비군이 아니라 수하가 직접 보고를 하는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었기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 방주님께서는 흥정의 마무리 단계를 하시느라…….”

“거참, 적당히 팔아 치우라니까. 오냐, 알았다.”

완벽한 대답에 용진산은 납득을 하였다.

사실 황금표국의 대형 표물을 노리며 모든 계획을 짠 것은 다름 아닌 이 혈월문 측이었다.

혈월문은 하오문의 잔당으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전대 하오문주였던 천악귀오 엽공천이 황금표국의 국주인 금령검객 장천호에게 죽었기에 원한이 있었다.

계략을 짜는 것 절반은 하오문의 입김이 닿았고, 적마방을 연결해 준 것도 그들이었다.

‘좀 귀찮은 일이었지만 이로써 또 몇 년은 풍족하게 보내겠군.’

혈월문은 사실 이런 방식을 여러 차례 하면서 재산과 부를 키워 나갔다.

무림에는 가끔 소리 소문 없이 표사가 죽고 표물이 약탈당하며 상단이 갑자기 멸문지화를 당하는 일이 존재했는데 대개는 이런 자들의 짓이었다.

“수하들을 모두 데리고 별관으로 가겠다.”

이에 장운에게서 계획을 전달받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그의 역할과 임무는 모두 끝이 났다.

남은 것은 장운과 황금표국 일행들의 몫이었다.

“모두 준비하십시오.”

장운은 커다란 부엌에서 일행들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연회에 필요한 요리와 커다란 술독을 들고 가며 그 속에 병장기를 숨기면 되는 일이니까.

저벅저벅!

마침내 혈월극마과 혈월비악대원들이 별관 한자리에 모두 모이자 신호를 받은 장운과 일행들이 저마다 커다란 냄비, 술독을 들고 갔다.

실제로도 요리가 섞여 있고 술이 들어있어 완벽하게 숨길 수 있었다.

“오오, 오!”

“드디어 제대로 된 술과 음식을 먹어보겠군.”

“그러게 말이야.”

“그동안 좀이 쑤셔 죽을 뻔했다니까.”

제아무리 잘 훈련된 정예 병력이라고 해도 사람은 사람이었다.

용진산 또한 평소 같았으면 궁시렁거리는 혈월비악대원을 나무랐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큰 건이 마무리되는 좋은 날이자 곧 손을 털고 먼 길을 가야 하니 말이다.

“자아, 오늘 밤은 축배를 들고 내일은 다시 본 문의 훌륭하고도 사악한 문도로 되돌아가자꾸나.”

이례적으로 흥이 오른 용진산이 짐짓 호쾌하게 외쳤다.

와아아아!

혈월비악대는 곧 닥쳐올 자신들의 운명도 모른 채 연신 희희낙락거리며 웃고 떠들었다.

황금표국의 일행들은 원수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최후까지 완벽하고도 치밀하게 연기를 했다.

“사천성의 명주, 명홍주(明紅酒)를 대령하겠습니다.”

용진산에게는 당연히 장운이 접근하였다.

장운은 그가 명주를 유독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거대한 술독을 직접 들며 이동을 하였다.

“그래, 그 독하고도 오묘히 떫은맛의 극치라는 명홍주 맛 좀 보고 싶구나.”

용진산은 잔이 아니라 바가지로 술을 직접 퍼서 마실 기세였다.

이는 장운에게 있어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직접 다가가지 않아도 먼저 다가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장운은 용진산이 다가오자마자 곧바로 술독에서 자신의 초령검을 건져 올리며 번개와 같은 기습을 날렸다.

-금령선풍(金靈旋風)!

장운의 기습은 그 서막에 불과하였다.

콰강, 콰가가가강!

각자 요리와 술을 옮기며 위장을 하던 황금표국 일원들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은 동료들을 죽인 자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며 울분을 참고 있다가 드디어 울분을 터뜨렸다.

그 공격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적마방 밀실의 내부 공간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콰지직!

초절정 고수이며 사파에서 한 손가락 내로 꼽힌다는 괴물, 혈월극마 용진산은 완전히 방심하였고 무방비 상태로 허리에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혈월문의 뛰어난 호신강기인.

-혈월음천신(血月陰天身)!

혈월문주만이 익힐 수 있다는 비기가 자동으로 발동된 탓에 최악의 상황만은 면할 수 있었다.

주르륵!

그래도 치명상은 치명상이었다.

초절정 고수들끼리 대결에 있어 자그마한 부상에도 큰 손해인데 허리에 커다란 검상을 입었으니 장운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노오오옴!”

장운의 기습에 당한 용진산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허리에 불꽃이 튀자마자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렀으니 그의 무공이 얼마나 고강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부우웅!

반격의 시기나 속도는 매우 탁월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용진산은 권각술의 고수가 아니라 하필이면 이 좁은 실내에서 빛을 볼 수 없는 병장기, 창극(槍戟)의 고수라는 점이었다.

그 말은 곧 장운에게 커다란 이점이 되었다.

-무영보법(無影步法)!

장운은 바로 뒤에서 든든하게 도움을 주고 있는 무영신투의 보법을 훌륭히 선보이며 전문적이지 않은 용진산의 주먹을 피해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영진퇴각(無影進退脚)!

몸을 움직이며 피하자마자 그 반동을 이용하여 무영진퇴각으로 용진산을 거세게 걷어차 버렸다.

쿠우웅!

거대한 태산과 같은 용진산은 별관 구석에서 형편없이 엎어졌고 장운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흉흉한 안광을 불태웠다.

“오늘 나에게 자비를 바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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