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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88화 (87/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88화

소탕하다(1)

“서, 선배님!”

그 행동에 장운조차 놀라 만류를 할 정도였다.

실제로 천종도의 행동은 무척이나 정중하여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아닐세. 대련에서도 내가 패배를 하였고 또 그간 우리 종남의 아해들이 무례를 저질렀으니 사과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지.”

그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장운도 더 따질 수 없었다.

아니, 따지기 이전에 천종도에 대한 존경에 뭐라 할 수조차 없던 것이다.

“선배님이 나서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그간 서운했던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장운은 포권하는 그의 양손을 마주 잡으며 활짝 웃었다.

그와의 대련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런 화합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보다 먼저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선배와 대련한 결과, 큰 깨달음을 얻었다!’

더 고무적인 것은 천종도와 대련을 하며 보다 더 효율적으로 검을 쓰는 방법과 내공 운용의 묘를 터득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검신 장인랑 시절에도 몰랐던 것이기도 했다.

“이해해 주니 고맙네.”

천종도는 다시 한번 장운을 토닥인 다음.

“장문인께서는 여기서 약조하시게. 다시는 황금표국과 여기 금령공자 장운 소협을 상대로 우습게 보거나 먼저 시비를 걸지 않겠다고 말일세.”

종남파의 장문인, 태을검군 유진종을 불렀다.

‘정말로…… 대단한 고수였어.’

유진종 역시 장운의 실력에 반쯤 넋이 나가 있었기에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비교해도 거의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아니, 실전에 들어서면 오히려 자신이 뒤처질지도 모르지 않을까?

“약속하겠습니다. 그간 황금표국을 뜻하지 않게 간과하였던 점을 사과하며…… 앞으로 변치 않은 우정을 지키겠습니다.”

장문인인 유진종마저도 장운에게 화해를 요청하니 이보다 더 후련한 마무리는 존재하지 않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본 종남은 섬서에서 정식으로 황금표국을 지지하겠습니다.”

드디어 종남파는 노선을 밝혔다.

자신들과 가는 길이 비슷한 화산파가 아니라 황금표국과 동조함으로써 섬서성의 거대 세력인 화산파를 견제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래, 좋은 판단이다.’

그 모습을 보며 천종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보다 반 배분 정도 낮은 소요자를 비롯하여 일대 천재인 일검매향 예천관까지 화산파는 지금 소림과 무당을 위협할 정도로 구파일방에서 가장 잘 나가는 문파 중 하나였다.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만큼 종남의 입장에서는 황금표국과 손을 맞을 필요가 있던 것이다.

과거에는 표국이라고 하여 무시했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황금표국의 국주이신 금령검객 장천호 대협께는 따로 서신을 보내도록 하지요.”

종남파 장문인이 인정을 했다.

장운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 아니라 완벽히 초과 달성을 하며 완벽한 대련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 * *

-금령공자 장운이 종남무객 천종도 대협과 멋진 대련을 하였다!

-종남파와 황금표국이 본격적으로 친분을 맺었다!

이 소식은 다시 한번 섬서성 전역을 뒤덮었고 소림과 무당의 눈치마저도 보지 않는다는 화산파가 긴장하는 순간이었다.

“장운아! 종남파의 태을검군 유 장문인께서 종남산에서만 나는 진귀한 약초와 더불어 귀하디귀한 용정차(龍井茶)도 보내셨더구나.”

유진종의 말은 결코 허언이나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나쁘게 말하면 이기적이고 좋게 말하면 문파만을 생각하는 인물이었는데 천종도의 가르침으로 인해 뉘우치게 되었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용정차를 선물로 황금표국에 보낸 것이다.

“그렇습니까?”

장운이 애써 미소를 감추며 물었다.

장천호 역시 다도(茶道)를 무척이나 즐기는 인물이었기에 황금이나 진귀한 보물보다 오히려 귀하기 힘든 차를 더 선호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장천호는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자신이 수십 년 동안 못 해냈던 일, 거대 문파인 종남파가 화친을 제의해 왔으니 그저 놀랄 따름이다.

“다행히 천종도 대협께서 저를 어여삐 여기시어 일이 잘 풀린 모양입니다.”

장운은 자신의 능력 때문인 것을 알면서도 너스레를 떨었다.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해져 황금표국은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만 같은 그때였다.

“국주님!”

삶은 희극과 비극이 같이 존재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장운이 웃고 있을 때 울고 있는 이도 존재했다.

공교롭게도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장운의 둘째 형이자 장천호에게는 둘째 아들인 장건이었다.

“그래, 무슨 일이냐?”

장건을 대하는 장천호의 태도가 아주 볼 만하였다.

장운을 바라볼 때와는 달리 장건을 볼 때는 노심초사하며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큰일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 제 휘하의 표두와 표사들이 표행을 나섰다가 연락이 끊겼는데…….”

장건은 차마 말을 잊지 못한 채 주저하며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어허! 빨리 고하지 못할까?”

장천호의 엄격한 말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아, 아직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장천호와 장운은 서로를 한 차례 바라보았다.

무언가 일이 틀렸다는 직감을 받은 것이다.

“아이고, 머리야.”

장천호는 급기야 이마를 짚으며 한탄의 말을 중얼거릴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장운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너무 즐거운 반면 장건은 거듭 사고만 치고 있었으니 너무나도 답답했던 것이다.

“얼마 전 표행이라 함은 사천성으로 갔던 그 표행 말이더냐?”

장천호는 그 표행을 상기하며 물었다.

보통 표행도 아니고 사천성에서 구하기 힘든 귀한 재료들을 잔뜩 이끌고 갔기에 그 가치만 하더라도 자그마치 금자 삼백 개 가량의 수준이었다.

만약 이를 손실하게 된다면 황금표국은 한 달 동안의 이득이 증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습니다.”

“그 표행은 네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맡겨 달라고 하지 않았더냐?”

장천호는 무척이나 화를 내며 추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장운이 종남파와 대련을 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사천성으로 향하는 대형 표행이 존재했다.

장천호는 정식 후계자이자 가장 믿을 만한 장운에게 이를 맡기려고 하였으나.

-아버님, 저도 제 앞가림은 제가 할 줄 압니다. 후계자 자리는 동생에게 주셨으니 적어도 이번 표행의 공은 제가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장건이 직접 나서서 이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후계자 자리를 동생에게 밀린 장건의 처지가 안 되어 보였기에 안타까움은 컸다.

그래서 내키지 않지만 믿고 맡긴 터인데 그만 사단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게…….”

장건은 차마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가 무리하여 대형 표행을 자처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어떻게든 황금표국에서 다리를 뻗고 살 자리를 만들려고 했던 것.

그런데 그것이 과욕이 되어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방해가 될까 봐 자신을 제외한 다음, 총력을 기울였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대표두인 폭풍권 철대종은 어떻게 되었느냐?”

장천호는 빠르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장건은 표행에 동행하지 않았고 그 표행을 이끈 것은 아마도 장건을 따르는 철대종이리라.

“철 대표두께서도 소식이 없으십니다.”

그 말에 황금표국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말았다.

황금표국 다섯 대표두들이 어떤 사람들이던가?

개개인이 무척이나 뛰어난 고수들이자 몇몇은 강호무림에서도 보기 드문 실력자였다.

특히 철대종 정도면 어딜 가더라도 지지 않고 맞서 싸울 수 있는 강한 무인이었다.

‘그런데 철 대표두가 실종될 정도라면…… 무척이나 강한 상대를 만났다는 의미일 터.’

장운은 불길한 예감에 먼저 손을 들어 자처하였다.

“아버님. 제가 직접 형님과 함께 사라진 본 표국의 인원들과 더불어 표물도 모두 찾아오겠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것이 낫겠구나. 집사들이나 대표두들 중 몇몇을 대동하고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장천호가 제안을 했다.

그의 예감에 따르면 이번 일의 배후에는 장운조차도 힘겨워할 만한 인물이 숨어 있을지도 몰랐다.

장천호의 제안에 장운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아정 집사님과 영사춘 집사님을 대동하고 가겠습니다.”

장운이 말하자 장건은 울컥하며 외쳤다.

“왜 하필 그 두 분이지? 이왕이면 무공이 강한 벽유삼 대표두님이나 인천수 집사님이 나을 텐데?”

장운이 정식 후계자가 된 이후, 좀처럼 대드는 법이 없던 장건이었지만 오늘은 서러움이 커서 자신도 모르게 반발하였다.

장건의 말을 언뜻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일은 실종된 일행들과 표물을 찾는 일입니다. 따라서 총명하신 아정 집사님과 의문의 상대를 추적할 수 있도록 신법의 전문가인 영사춘 집사님이 제격이지요.”

장운의 논리정연한 말에 장건은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심지어 장운은 한술 더 뜨기까지 했다.

“무력으로는 저와 금옥관 형제들이면 부족할 일이 없을 겁니다.”

장운 특유의 압도적인 자신감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 * *

실종된 인원들과 표물을 찾는 일인 만큼 곧바로 인원들이 소집이 되었다.

앞서 장운이 지원 요청을 한 아정과 영사춘은 물론이고 금옥관에서 절정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들은 표두와 표사를 막론하고 모두 모였다.

그 일행 중에는 장건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장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모인 인원들을 모두 합하니 열다섯 가량이 되었다.

“철대종 대표두 일행들은 섬서성에서 순조롭게 출발하여 무탈하게 사천성 내부로 진입하였다. 한데 사천성 진입 이후부터 연락이 두절된 것입니까?”

아정이 예리한 눈매로 장건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사천성에 도착하였다는 기별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는 깜깜무소식이었습니다.”

“한데 왜 미리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폐부를 찌르는 듯한 질문에 장건은 한 차례 몸을 떨었다.

그는 슬쩍 동생인 장운의 눈치를 바라보다가 이내 솔직하게 토로하였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거나 표행에 차질을 빚는다는 말이 돌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동생에게 더 이상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장건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불쌍했던지 장운조차도 동정이 갈 정도였다.

그도 살고자 한 행동이니 지금은 원망보다도 사건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했다.

“그렇다면 사천성 내부의 인원들이 한 것일 텐데…… 설마 녹림이나 장강수로채가 한 것일까요?”

그 말에 장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짓은 아닐 겁니다.”

장운의 의견이 옳았다.

녹림은 얼마 전 큰 사고를 치고 장운에게 혼쭐이 난 이후, 황금표국의 표물이라 하면 깨갱 하며 죽는 시늉까지도 하였다.

수중밀검 광표로부터 옥라를 받은 이후, 장강수로채와 절친한 사이가 되었으니 당연히 수적들의 짓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제삼의 세력이 한 짓일 겁니다. 그것도 사천성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세력.”

장운의 두 눈이 반짝였다.

과연 겁도 없이 황금표국의 표물을 건드린 이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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