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63화
화산파의 의뢰(5)
지건악은 방심하고 있는 와중.
-광룡비격(狂龍飛擊)!
-호접쌍변(胡蝶雙變)!
자신의 등 뒤로 무시무시한 기세의 공격이 쏟아지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동곽의 장풍은 그조차 쉽사리 막아낼 수 없는 것이었고 천세은의 암기술은 절정의 영역에 도달한 이후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런 젠장!”
결국 지건악은 미친 듯이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거대한 도끼의 옆면을 이용하여 방어 일변도를 굳혔다.
따당, 따다다다당!
지건악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도끼로 방어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장운 일행도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장운의 조는 뭐 하는 거야?”
“지금 너희 조가 위험하다고!”
장운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룡과 장건이 다급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실제로 장운의 조는 무려 세 사람이 지건악을 상대하자 표두 감우량만 미친 듯이 쏘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저 두 사람을 오래 붙잡아 둘 수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장운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는 괜찮으니 일행을 도와주십시오.”
장운의 다급한 말에 그를 사랑하고 있는 천세은이 발을 동동 굴렀다.
“혼자서는 위험해요!”
천세은의 날카로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장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저 틈틈이 암기를 퍼부어 주세요. 동곽 대협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저 지건악부터 공격해 주십시오.”
두 사람을 지건악에게만 붙여놓을 수는 없으니 억지로 쥐어짜 낸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씨익!
그 대화를 모두 들은 지건악은 방어만을 하고 있으면서 웃음을 참지 않았다.
“으하하핫! 그래, 우리가 더 우세하다고! 네놈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시체가 될 것이다. 또한 오늘의 일은 여기 하오문 분들에 의해 은폐가 되겠지.”
지건악이 오랜 인연마저 깨부순 채 황금표국을 공격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하오문은 정보와 관련하여 거대 방파이며 그것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황금표국 일행이 명룡산 인근에서 실종되었다며 처리할 것이고 자천신공 비급서를 가로챘다는 사실도 은폐될 것이 뻔했다.
이는 모두 하오문주는 천악귀오 엽공천의 계략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거참, 말 많네.”
장운은 냉소적으로 말하며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아군을 등지며 지건악을 향해 보란 듯이 손가락으로 저 뒤편을 가리켰다.
“음?”
장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지건악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손가락을 바라보는 그때였다.
파아아아앗!
돌연 장운의 손가락 끝에서 어마어마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어찌나 거셌던지 장운 바로 앞에 있던 지건악의 두 눈이 타버릴 정도였다.
“끄아악!”
예기치 않은 기묘한 섬광 공격에 지건악은 크게 괴로워하며 자신의 두 눈을 비볐다.
두 눈에서는 이미 닭똥같이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빛은 만철야장 공야월이 장운의 표두 취임을 축하하며 선물해 준 굉광환의 효능이었다.
‘바로 이럴 때 사용하라고 주신 거겠죠?’
장운은 자신의 계획이 그대로 먹히자 크게 기뻐하였다.
굉광환의 빛은 시전자의 내공과 비례하기에 내공만큼은 초절정 고수 수준인 장운에게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그 결과, 지건악은 일시적으로 시각을 상실한 상태였다.
“바로 지금입니다!”
장운은 그 일생일대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장운의 조에 귀환하고 있는 천세은과 동곽에게 다시 한번 공격을 퍼부어달라는 신호를 보내었다.
그 신호에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전력을 쏟아내었다.
콰아아앙!
파바밧!
암기와 장풍이 뒤엉켜 재차 지건악을 노렸다.
그 공격은 어지간한 절정 고수조차 함부로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기민하였다.
하지만 지건악이 누구던가?
녹림에서도 손꼽히는 기대주이자 차기 녹림 간부라고 평가받는 인물이 아니던가?
-호왕보(虎王步)!
비록 시력은 상실했어도 감각이나 청각은 멀쩡했다.
경악스럽게도 지건악은 놀라운 신법 솜씨를 발휘하며 암기와 장풍의 공격을 간발의 차로 피해내었다.
“흐흐흐, 나는 명룡채의 주인이자 녹림의…….”
눈앞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공격을 피하자 지건악이 다시 기세를 회복하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려는 찰나였다.
-금령일운(金靈一雲)!
장운이 비로소 전력을 발휘하였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해볼 만하다!’
자신보다 더 강한 고수인 지건악.
그는 현재 시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하였고 장거리 공격에 의해 방해받으며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장운은 그 틈을 타 전력으로 검법을 펼쳤고.
서걱!
첫 공격을 피해 방심하고 있던 지건악의 어깨를 베어낼 수가 있었다.
“으아아악!”
거대한 상체를 자랑하던 지건악은 어깨에 피를 주르륵 흘리며 몹시도 괴로워했다.
부웅, 부우웅!
상처 입은 맹수는 그 어느 때보다 무섭다는 격언이 있다.
공교롭게도 지건악의 상태가 그러했다.
그는 실성한 사람처럼 도끼를 맹렬히 휘둘렀다.
“이놈! 이노오오옴!”
두 눈이 보이지 않아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미친 사람처럼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반면, 그사이 적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져 천세은과 동곽은 더 이상 장운을 지원하지 못하고 이대로 물러서야 했다.
다시 말해 장운과 지건악의 일대일 대결이 되어버린 것이다.
슬쩍!
장운은 지건악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면서 장천호를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허억, 헉!”
일대일이라면 장천호는 절대로 엽공천에게 지지 않는다.
오히려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엽공천이었다.
“젠장! 지 채주! 하오호위대!”
그는 미친 듯이 지건악과 하오문의 정예 고수들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장의 참혹한 신음 소리뿐이었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던 명룡산 일대는 이미 적군과 아군의 선혈로 피로 물들었으며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으어억!”
황금표국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한 것은 장건의 조, 만광전장으로부터 빌려온 호위무사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였다.
황금표국 일행 중 실력이 가장 처지는 장건을 보호하다가 그만 호위무사 하나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크으윽!”
고전하는 것은 장룡의 조도 마찬가지였다.
풍검문의 뛰어난 고수가 아니었더라면 전선은 그 조로부터 무너질 게 분명했다.
장운 일행인 감우량 표두도 무공이 약한 상수 노관을 보호하며 싸우느라 여기저기 상처로 가득했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장운이 지건악을 잡고 장천호가 엽공천을 잡는 것뿐.
‘초령검아, 나를 한 번만 더 도와다오.’
장운은 이를 꽉 깨물었다.
자신보다 강한 적과의 사투로 인해 정신이 없지만 이 전투를 종결시킬 수 있는 열쇠는 장운이 쥐고 있었다.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장운은 용맹하게 나아갔다.
아무리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상대는 도끼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부법(斧法)의 고수다.
즉, 한 방만 제대로 걸리면 목이 달아난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운은 거침없이 그의 인근 거리로 진입했다.
“요 쥐새끼 같은 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지건악도 어느 정도 시야가 회복되고 있었기에 장운이 희미하게 보이려 했다.
거기에 절정 고수로서 감을 더하여 정확한 공격을 하였다.
부우웅!
지건악의 거대한 도끼가 절묘하게 휘면서 속수무책으로 장운을 덮쳤다.
누가 보더라도 장운의 전신이 두 동강이 나는 절체절명의 위기!
하지만 장운은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방어를 포기한 채 그대로 초령검을 찔러넣었다.
그 결과!
콰아아아앙!
지건악의 도끼는 장운의 상반신을 강타하고 장운의 초령검은 지건악의 옆구리를 관통하였다.
결국 동귀어진을 해버린 꼴이 되었다.
그러나 장운에게는 희대의 보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한다는 황금표국 삼대 보물 중 하나, 금룡린갑이었다.
“크으윽.”
장운은 입가에서 핏물 한 줄기를 흘리며 고통을 꿀꺽 삼켰다.
금룡린갑이 아무리 보호를 해준다고 해도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지건악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콸콸콸!
지건악의 옆구리는 크게 관통이 되어 구멍이 날 정도였고, 그 구멍에서는 피가 철철 넘쳐 나오는 중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장운과의 전투가 끝날 때쯤이야 간신히 시력을 회복한 지건악이 장내 상황을 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내 도끼에 제대로 걸렸다.’
눈앞이 안 보였을 때는 분명 장운이 두 동강이 나서 죽은 줄로 알았다.
한데 눈을 회복하니 두 동강이 나려는 것은 장운이 아니라 자신이었다.
장운은 입가에 피를 흘리지만 멀쩡한데 비하여 자신은 죽어가고 있었다.
“본 표국의 금룡린갑에 대해 알고 있나?”
장운이 말하자 지건악은 무척이나 억울해하며 비틀거렸다.
“그런,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을…….”
장운은 쓰러지는 지건악을 향해 초령검을 휘둘렀다.
그에게는 지건악의 목이 필요했다.
콰직!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소리와 함께 지건악의 몸은 목을 잃고 말았다.
장운이 구태여 그의 목을 취한 까닭은 따로 있었다.
그는 산적들의 습성을 잘 알았다.
“명룡산채의 산적들이여! 여기 네놈들의 두목, 명룡부왕 지건악의 목이 여기 있다!”
그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이 되고 말았다.
황금표국 일행이 분전하여도 열세에 놓인 상태였다.
명룡채의 숫자는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다.
‘산적들을 뒤로 물리는 방법은 지건악의 목뿐이다.’
두목을 잃은 산적들은 절로 흩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잘 훈련된 산적들 같은 경우 부두목이 두목으로 곧바로 취임하곤 했는데 그 부두목은 현재 광룡쌍장 동곽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두, 두목!”
“지건악 두목!”
“두목이 죽었다!”
아무리 강해도 산적은 산적인 법.
산적 수칙 중 하나가 그 무엇보다 자신의 안위와 생존을 우선시하는 것이었다.
결코 죽을 것 같지 않았던 지건악의 목이 달아나자 무공이 가장 약하고 서열이 낮은 산적부터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무기를 던지고 도망을 가자 자연스레 황금표국 일행은 여유가 생겼다.
“허억, 헉!”
장운은 일행을 도와 적을 멸하기보다 지건악의 목을 들고 장천호 쪽으로 다가가기로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두 초절정 고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투에 몰입하여 주변은 잘 보이지 않는 지경일 것이었다.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기에 장운은 변수를 만들고자 했다.
“국주님! 지건악을 처치하였습니다. 뒤는 걱정하지 말고 전력을 다해주십시오!”
장운이 외쳤다.
노련한 장운은 현재 장천호가 십 할 전력 모두 다하지 않은 사실을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황금표국 일행이 많기에 전투에만 전념할 수 없던 것이다.
“장하다, 운아!”
장천호는 지건악의 죽음을 확인하자 크게 기뻐하였고, 반면 하오문주 엽공천은 절망하고 말았다.
장천호는 절망하는 엽공천을 상대로 진정한 무위를 선보였다.
-금령초월휘검(金靈超越揮劍)!
금령풍운검법 중 위력만 따지자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후반부 절초였다.
장천호의 검은 물론이요, 전신이 황금빛의 바람과 구름으로 화하여 휘몰아쳤다.
이에 질세라 엽공천 또한 자신의 비전 무공을 사용하였다.
-구악사묘옥(九惡邪墓獄)!
장천호의 전신이 황금빛이라면 엽공천의 전신은 이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어둠의 심연이라 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극과 극인 상황 속에서 두 미친 고수들의 격전이 연거푸 이루어졌다.
두 사람의 전투에 하늘이 빛났다가 어두워졌다가, 실로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다.
하나 그 대결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푸슉!
결국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는 법.
엽공천의 심연은 장천호의 황금빛을 삼키지 못한 채 그대로 가슴이 꿰뚫리고 말았다.
“어어억!”
엽공천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장천호는 거친 숨을 내쉬며 그를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두말할 것 없이 장천호의 완승이었다.
장천호는 엽공천을 쓰러뜨리자마자 기뻐하기는커녕 장운을 향해 다가갔다.
장운 또한 장천호를 마주 보았다.
와락!
아비와 아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