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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60화 (60/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60화

화산파의 의뢰(2)

‘어, 어지러워!’

대유곤은 눈앞이 핑핑 돌다 못해 코끝이 찡해 코피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사실 절정 고수를 앞에 두고 이 정도 버티는 것만으로도 용했다.

장운과 대유곤, 겉으로 볼 때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실상은 장운의 기운에 의해 대유곤이 폭살되기 일보 직전이었던 그때!

짜악!

누군가의 손뼉 소리가 절묘하게 둘을 갈라놓았다.

가벼운 손뼉으로 장운과 대유곤이라는 뛰어난 후기지수들을 물러나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금령검객 장천호였다.

그의 선택은 현명했다.

알력 다툼, 주도권 싸움은 이 정도면 충분하였다.

“자, 그쯤하고 예 대협에게로 안내를 좀 해주지.”

장천호가 말했다.

무공의 길을 걷는 자라면 조금 전 장천호가 선보인 장면이 결코 쉬운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대유곤도 마찬가지였다.

‘나보다 어린 저놈에 이어 금령검객까지…….’

평소 명문 정파나 구파일방이 아니면 제대로 된 취급조차 하지 않았던 낙화검협 대유곤.

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이제야 뒤늦게 장천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인물인지 깨달았다.

적어도 화산파의 대장로급 고수란 걸 알아차린 것이다.

“알겠습니다.”

마침 장운의 기운에 의해 힘겹던 차였는데 잘되었다 싶어 대유곤은 슬쩍 물러나 길 안내를 하였다.

“아버님까지 계신데 사고를 치려 하다니.”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두 사람을 말리던 장천호의 모습을 상기하며 장룡과 장건이 한마디 던졌다.

그들이 생각하기론 분명 장천호가 언짢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운아, 잘했다.”

장천호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장운에게 슬쩍 다가가 그를 치하하기까지 하였다.

그 모습에 장룡과 장건의 동공이 커지고 말았다.

“아닙니다. 거사를 앞에 두고 무례를 범한 게 아닌지 모르겠군요.”

“필시 저 대유곤이란 아이는 우리의 실력이나 기세를 살피고자 파견되었을 것이다. 만약 네가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 황금표국의 자존심에 먹칠을 할 뻔했어. 잘했다.”

장천호의 말이 옳았다.

화산파라는 명문 정파가 대유곤의 성정과 고고한 자존심을 몰랐겠는가?

그들은 일부러 대유곤을 보내 황금표국을 슬쩍 건드려 본 것이다.

대유곤은 한참 후배이니 장천호나 수뇌부들이 나설 리는 없고 세 아들이 나설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일대제자 중에서 고강한 대유곤이라면 황금표국 세 아들 중 어느 누가 나선다고 해도 밀리지 않으리라 믿었다.

한데 장운이 나서서 화산파의 기를 꺾어버리고 황금표국의 자존심을 화산에서 드높였다.

“…….”

“끄응.”

장운만을 불러 따로 칭찬하는 모습에 두 형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울러 자신들은 왜 저런 눈치가 없을까 한탄하기까지 했다.

“황금표국 분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대유곤은 언제 으스댔냐는 듯 장문인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극도로 예의를 차리며 입을 열었다.

끼익!

이윽고 문이 열리고 섬서 삼대고수이자 과거 장운과도 몇 차례 격돌한 바 있는 초절정 검객, 매화신검 예정천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

하나 두 눈에 깃든 강단과 눈빛은 그가 무척이나 대범한 사나이란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화산의 겨울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좋더군요.”

섬서의 패권을 가른다는 매화신검과 금령검객.

두 사람의 시작은 의외로 제법 화기애애하였다.

“장 대협께서는 여전히 신수가 훤하십니다. 뒤에 헌앙한 세 청년은 누구입니까?”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부족한 제 아들놈들이지요.”

아무래도 명문 정파인 만큼 예법이 존재하기에 그들은 모두 인사를 마쳤다.

몇 차례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허례허식을 꺼리는 장천호가 본론을 파고들었다.

“그럼 이제…… 의뢰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귀 화산파에서 맡기려는 표행이 어떤 것입니까?”

장천호가 물었다.

올 초 서신에 따르면 여러 물자를 동반한, 규모는 제법 크지만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표물이었다.

화산파치고는 뭔가 평이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기에 그 내막을 알고 싶었다.

“네, 본 파에서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화산무학(華山武學) 소요자(逍遙子) 선배님께 한 권의 무공 비급서를 전달하는 일입니다.”

화산파가 맡기려는 표물이 다른 것도 아닌 무공 비급서라는 말에 장천호를 포함하여 모든 인물들이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표물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것은 죄송합니다. 본 파의 무공 비급서라고 밝히면 혹시라도 유출이 될까 봐…… 올해 보내드린 서신에는 평범한 물품을 보낸다고 했던 겁니다. 물론 그 물품들도 표행을 부탁드릴 거고 비급서는 그 사이에 숨겨 놓으면 되겠지요.”

화산파가 황금표국에 의뢰한 표행은 바로 화산파에서 은퇴한 소요자에게 비급서를 보내는 일이었다.

이 소요자는 다른 화산의 고수들과 달리 말년에 은퇴를 하여 천하 오대 명산이라는 오악(五岳) 중 하나인 태산(太山)에 기거하고 있는 인물로 화산파 무학에 가장 정통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으음, 이해합니다. 무엇보다 보안이 우선이니까요.”

장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화산파의 표행치고 너무 평범하다 싶었다.

알고 보니 무공 비급서를 전달하는 일일 줄이야.

“이건 극비입니다만 최근에 본 파에서 입수한 비급서가 있습니다. 이 비급서가 본 파의 진본이 확실한지 소요자 선배님께 보여드려 확인하고자 귀 표국에 의뢰를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표행을 믿고 맡길 만한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황금표국밖에 없어서 말이죠.”

예정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표국은 화산파의 견제 대상이긴 하나 천하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표국이었다.

어쭙잖은 표국에 맡기느니 차라리 황금표국에게 맡기는 게 나았다.

“표행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표물 중 평범한 다른 물품은 위장이니 어떻게 돼도 좋습니다만…… 이 무공 비급서만큼은 반드시 소요자 선배님께 전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스윽!

급기야 예정천은 표물을 덮어 놓은 천을 들고는 한 권의 무공 비급서가 싸인 보따리를 들었다.

붉은 비단으로 잘 감아놓은 보따리였다.

“이제 우리는 의뢰 내용을 모두 밝혔습니다. 의뢰를 수락해 주시겠습니까?”

예정천이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잠시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본래는 평범한 표행인 줄 알고 왔으니 의논의 절차가 필요했다.

“물론이죠. 편하게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그것을 예정천도 알기에 슬쩍 물러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그사이 장천호와 황금표국의 수뇌부들은 많은 의견을 나누었으나 결국 하나로 귀결되었다.

“아직 화산파에서 무공 비급서가 이동한다는 소문이 퍼지지 않았으니 표행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이번 표행을 완수하여 화산파와 친분을 쌓고 거래를 튼다면 막대한 이익을 가져올 것입니다.”

모든 이들이 찬성에 표를 던지며 서둘러 의뢰를 수락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오직 단 두 사람, 장운과 신묘수사 아정은 어찌 된 일인지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생각이 깊고 두뇌가 뛰어난 아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장운은 왜 그러는 것일까?

‘나는 매화신검의 성정을 잘 안다.’

과거 그와 두 차례 비무를 나누었고 두 번 다 이긴 바 있다.

그는 겉으로 볼 때 성인군자이며 대인배처럼 행동하지만, 패배를 하였을 때 보여주었던 그 모습은 차마 잊을 수 없었다.

그 말인즉슨 겉과 속이 조금은 다른 자라는 뜻.

따라서 장운은 분명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장운아, 그만해라.”

“맞아, 공을 세우겠다고 이게 무슨 무례냐?”

장운이 필요 이상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자 두 형이 눈치를 주었다.

그것은 다른 수뇌부들도 마찬가지였다.

화산파와의 첫 거래이자 의뢰인데 이렇게 예민하게 굴 게 있냐는 의미였다.

바로 그때!

‘그렇군!’

장운은 무언가 감이 오기 시작했다.

“흐으음,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단 말이죠.”

“무엇이 그러하냐? 예 대협께서 전부 설명을 해주시지 않았더냐.”

다른 사람이 장운에게 그만하라고 눈치를 더 주려고 할 때 장천호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편하게 얘기해 보거라. 예 대협과 화산파의 명숙들께서도 허심탄회(虛心坦懷)한 말을 듣고 싶어 하실 것이니.”

그는 장운의 말을 들어 나쁠 것이 없다고 믿었다.

동시에 노련한 언변으로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 장운이 무례를 범하는 것이 아님을 구축하였다.

“네, 국주님. 제 생각을 말하자면…… 말씀대로 예 대협의 설명은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무공 유출에 있어서 극단적으로 폐쇄적인 구파일방의 화산파 측에서 이리도 쉽게 무공 비급서를 타인의 손에 맡긴다? 그것도 섬서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본 표국의 손에? 쉬이 납득하기 힘듭니다.”

“……!!”

장운의 말은 황금표국 측뿐만 아니라 예정천과 화산파 장로들마저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장천호도 애써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막내아들에게 계속 이야기하라고 했다.

사실 이 대화를 유도하는 것은 화산파 일행에게 들으라고 종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우리 황금표국의 손을 빌릴 필요 없이 귀 파 측에서 아주 은밀히 그 비급서를 운송하면 되는 일입니다. 아직 정식 비급서인지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만약 화산파 인물인 것을 들킬까 겁나서 그런 거라면 속가제자를 시키거나 화산파의 빈객을 이용하면 되고요. 그런데 구태여 본 표국에게 맡기고 정보 유출의 위험마저 감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장운의 말은 옳았다.

그 비급서가 정말로 소중하고 귀한 것이라면 섬서의 패권을 나누어 먹는 황금표국을 불러 알려줄 이유가 없었다.

“장운 도련님의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한데…… 그렇게 된다면 화산파에도 아무런 이득이 없지 않습니까?(왜냐하면…… 그렇게 했을 때 화산파에는 아무런 이득도 없기 때문입니다.)/”

황금표국 둘째 집사인 아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장운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정 역시 화산파의 저의를 의심하였고 도대체 무슨 이득을 얻고자 그런 건지 열심히 추측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정보다도 장운이 한 발 더 빨랐다.

“그래서…… 자네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예정천이 흥미롭다는 듯이 장운과 눈을 마주쳤다.

어쩌다 보니 장운과 화산파 장문인인 예정천 간의 대화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혹자는 무례하다 할지 몰라도 표두로서 표행을 수락받기 전, 의뢰인과 상세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흠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불문 표행이 아닌 이상, 오히려 표물에 대해 숙지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일은 없어야만 했다.

“하나 발칙한 상상을 좀 해보겠습니다.”

대 화산파의 장문인과 장로들의 시선이 모였으나 그들을 앞에 두고도 장운은 위축되는 법이 없었다.

“본 표국에게 맡긴 이 무공 비급서. 이 비급이 만약 진짜가 아닌 가짜이며…… 이 가짜 무공 비급서를 이용하여 다른 이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이른바 미끼를 원했던 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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