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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53화 (53/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53화

엄청난 공을 세우다(3)

콰아아앙!

갑자기 불어 닥치는 엄청난 장풍에 잔뜩 방심하고 있던 혈건방의 일행은 완전히 초토화되고 말았다.

“끄아아악!”

“조심해라! 절정 고수다!”

그들은 이제야 표물 바로 옆에 엄청난 고수가 있음을 직감하고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핏빛 두건을 쓴 무뢰배들에게 공격을 가한 것은 사람 좋아 보이는 중년인이자 만철야장 공야월의 수제자인 동곽이었다.

그의 진정한 정체는 장운의 말 그대로 광룡쌍장(狂龍雙掌)이었으며 조금 전 보여준 것은 그의 성명절기인 광룡격렬장(狂龍激烈掌)의 초식인 것이다.

“세, 세상에!”

“동곽 장인께서 이렇게 뛰어난 고수일 줄이야.”

“전혀…… 몰랐어!”

동곽의 손속에 의해 피해를 입은 혈건방은 물론이고 아군들마저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대장장이라고 생각했던 동곽이 오늘 모인 일행 중 가장 뛰어난 고수일 줄이야.

“그렇군! 장운 도련님께서는 동곽 대협을 믿고 표두를 추가하지 않았던 거야.”

응운곤은 이제 알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옳았다.

장운이 표두를 추가하지 않았던 것은 다 광룡쌍장 동곽을 믿었던 것이다.

실제로 동곽은 미쳐 날뛰고 있었다.

“본래 나는…… 무림을 떠난 몸이지만 사부님과 장운 도련님의 부탁이라면 다르지.”

장운이 표행을 떠나기 이틀 전, 그는 만철당을 찾아갔었다.

-공 노야님. 혹시 무공 실력이 뛰어난 제자 한 분을 데리고 가도 될까요?

장운의 정보에 의하면 공야월의 제자 중에서는 드물게 무공이 뛰어난 몇 명이 있다고 들었다.

표두가 된 이후 처음으로 떠나는 표행이니만큼 확실한 실력자가 필요했고 그 적임자가 바로 동곽이었다.

-광룡비격(狂龍飛擊)!

한 번 불이 붙은 동곽은 그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절정 고수 중에서도 상급으로 꼽히는 그는 별호에 걸맞게 미친 듯이 쌍장을 내질렀다.

“자, 자. 우리도 질 수 없다. 동곽 대협을 도와 핏빛 두건을 쓴 혈건방을 소탕한다!”

장운은 적의 허를 찌른 그 틈을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동곽이 표물 바깥으로 적을 몰아넣자 장운은 왼쪽에 응운곤, 오른쪽에 천세은을 대동한 채 진두지휘에 나섰다.

‘감히 섬서 땅에서 우리를 노려?’

특히 장운은 꽤나 열이 받은 상황이었다.

혈건방이 손을 써오리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섬서의 땅에서, 그것도 장운 일행이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노릴 줄은 몰랐었다.

“퇴각! 전원 뒤로 물러난다!”

혈건방의 무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목 놓아 소리를 질렀다.

애초에 적들을 모두 소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저 가볍게 한번 흔들러 왔다가 된통 당해버린 것이다.

혈건방은 위풍당당하게 등장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전멸만 면해도 좋을 상황이었다.

“헛소리를 하는군.”

장운은 퇴각 명령을 하는 놈을 보고는 살심 가득한 눈빛을 발사했다.

그러고는 천세은에게 손짓했다.

끄덕!

장운의 신호를 받은 천세은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특기인 호접개화천수공(胡蝶開花千手功)을 시전 하였다.

-호접춘몽(胡蝶春夢)!

이미 불문 표행 건에서 놀라운 암기 실력을 자랑한 바 있는 그녀, 천세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번 두 번의 변화를 일으킨 초식과는 달리 이 호접춘몽이라는 초식은 암기 끝 붉은 수실에 여인이 사용하는 사향(麝香)이 묻어 있었다.

물론 이는 평범한 사향이 아니라 마비와 수면을 유발하는 독이 발라져 있었다.

예로부터 암기와 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천세은은 그것을 매우 잘 이용하였다.

파바밧!

천세은의 의도 아래 혈건방의 무리를 향해 독이 퍼졌으며.

콰직!

그녀의 날카로운 암기는 그대로 적의 우두머리를 명중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으억!”

혈건방의 고수이자 무리의 지휘를 맡은 잔악혈견(殘惡血犬) 장기태는 어깨가 관통당하는 고통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평소였다면 일류 고수인 그는 부상을 참아내고 어떻게든 경공을 발휘했겠지만 고통에 이어 몽롱함이 발을 저지하였다.

암기에 발려진 독이 작용한 것이다.

“잘하셨습니다!”

장운은 적의 우두머리를 죽이지 않고 생포하는 데 성공하자 크게 기뻐하고는 응운곤과 함께 적의 후미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들은 살려두면 추후 우리를 죽이려 들 자들입니다.”

장운의 용맹한 목소리와 함께 혈건방 선발대 무리는 그 자리에서 전멸당하고 말았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 * *

“장운 도련님. 정말 놀랐습니다. 설마 동곽 장인님께서 엄청난 고수셨다니.”

모든 전투가 끝나자 감우량이 장운에게 다가왔다.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본래는 최후의 보루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적의 기습이 빨랐네요.”

장운이 짐짓 미안한 듯 감우량뿐만 아니라 표행에 나선 모든 일행에게 말했다.

본래는 별다른 일이 없으면 비밀로 하거나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초반부터 공개가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나아졌다.’

장운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으나 광룡쌍장 동곽의 실력이 공개되자 때 이른 기습에 기가 죽었던 표사들, 쟁자수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던 것이다.

“광룡쌍장의 위명이라면 나도 많이 들어봤지.”

“그런 유명한 절정 고수가 옆에 있다니, 너무나도 든든하군.”

어디 그뿐인가?

보통 표행 초반부터 기습을 당하게 되면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불길하다고 여기는 자들이 많은데 지금 절망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혈건방이 기습을 해주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었다.

“장운 도련님. 곧 있으면 장기태가 깨어날 겁니다.”

상수 노관이 말했다.

그는 표행에 있어 노련할 뿐만 아니라 장운 일행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다.

과거 혈건방과 여러 번 접촉했던 기억을 토대로 오늘 기습을 가한 우두머리가 혈건방의 고수인 잔악혈견 장기태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으음, 으으으.”

얼마 지나지 않아 장기태는 눈을 뜨며 의식을 차렸다.

“헛? 허어억!”

그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을 향해 모여 있는 장운 무리를 보고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그렇구나. 분명 암기를 맞고…….’

뒤늦게 제정신이 든 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단할 수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잔악혈견 장기태는 혈건방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수이자 사파와 흑방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자였다.

적들이 자신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여 살려둔 의미를 잘 알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고문하여 정보를 캐내겠다는 뜻이었다.

“잔악혈견 장기태. 나는 네놈과 협상을 하고자 살려둔 게 아니야.”

스르릉!

장운은 강력한 살기를 발산하며 자신의 초령검을 꺼내 들었다.

비록 검은 천으로 감겨 있었지만 장운의 날카로운 기세와 맞물려 엄청난 예기를 자랑하였다.

“네가 아는 모든 정보를 말하라. 만약 말하지 않는다면 네놈의 단전을 폐하고 우리 표물과 함께 그대로 철기맹에 보낼 것이다.”

장운은 으름장을 놓았다.

이 잔악혈견 장기태는 철기맹의 맹원을 많이 사살하였기에 그들이 벼르고 있었다.

표물과 함께 생포된 장기태를 철기맹에게 선물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

“철기맹주께서는 몹시 기뻐하시며 네놈의 사지를 손수 찢을 거다.”

응운곤도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로 장기태를 바라보며 흔들고 있었다.

“…….”

단전을 폐하고 철기맹에 보내진다는 말에 기세 좋던 장기태는 이내 움찔하고 말았다.

무인으로서 죽음보다 더 끔찍한 것이 무공을 잃는 것이고, 무공을 잃은 상태에서 원수와 만나는 것만큼 치욕적인 건 없었다.

장운과 응운곤의 말에 장기태는 흔들렸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크크큭, 표물과 나를 함께 보내? 웃기는 소리. 네놈들이 감숙성 내부에 오자마자 우리 혈건방 형제들이 나를 구할 것이다.”

장기태는 혈건방에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철기맹과 만나기 전에 먼저 자신이 구출되리라는 희망을 품는 중이었다.

실제로 혈건방은 이번 표행을 저지하는 일에 사활을 걸었다.

표행이 순조롭게 풀려 무기와 마갑이 철기맹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패색이 짙어지니 화살의 끝을 장운 쪽으로 돌리고 말았다.

“아, 그러셔? 감숙성에 도착하자마자 혈건방이 기습한다는 말이지? 좋은 정보 고맙군.”

장운의 말에 한 방 얻어맞은 장기태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애써 웃었다.

“흐, 흥! 본 방이 있는 감숙성까지 이제 이틀도 채 남지 않았다. 어차피 네놈들은 본 방에 의해 전원 살해당하고 말 테지. 뭘 어찌할 수 있단 말인가?”

장기태의 말은 제법 일리가 있었다.

이틀, 아니, 하루하고 반나절이면 장운 일행은 감숙성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혈건방이 실로 영악한 것이 섬서성에서는 선발대를 보내 흔든 다음, 감숙성으로 몰고 와 표행을 끝내려고 하였다.

황금표국의 본진인 섬서성에서 전면 대결을 펼치는 것은 불리하니 이런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쓴 것이다.

“우리 혈건방을 보고 소수 정예라고 하지만 모두 모이면 자그마치 백 명이 넘는다. 과연 내가 먼저 죽을지 네놈들이 먼저 죽을지 내기를 할까?”

장기태는 자신만만한 표정과 함께 스스로 자처하여 포로가 되었다.

* * *

이틀이 지나가는 동안 장운 일행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처음의 기습 이후, 별다른 일은 없었으나 장기태의 말이 계속에서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동곽의 활약에 좋았던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모두 축 처졌으며 특히나 쟁자수들은 감숙성의 땅에 발을 들여놓길 겁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장운과 노관이 직접 뽑은 작자들답게 단 한 명의 이탈도 없이 전진했고, 드디어 감숙성 초입에 진입하였다.

“오, 드디어 내 고향 감숙성이군. 자, 과연 우리 형제들이 왔는지 안 왔는지 볼까?”

혈도가 찔려 무공이 막히고 완전히 제압당한 잔악혈견 장기태.

여전히 입은 살아 있었다.

그는 혈건방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믿음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자, 장운 도련님! 전방을 보십시오!”

“전방에 핏빛 두건을 쓴 자들이 쫙 깔렸습니다.”

“숫자가 백, 아니, 백오십에 족할 것 같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장기태의 말이 사실로 드러나자 감우량과 다른 표사들은 펄쩍 뛰며 당황하고 말았다.

몇몇 사람들은 서둘러 철기맹 측에 서신을 보내 지원 병력을 요구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장운은 고개를 저었다.

“철기맹은 굳이 관여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금자를 주고 표물 호송을 맡겼으니 이를 우리 황금표국의 몫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장운의 말은 옳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비싼 금자를 들여 그들에게 맡긴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럼…… 저 많은 인원을 상대로 우리끼리 싸워야 합니까?”

감우량이 초조해하며 입을 열자 장운이 중얼거렸다.

“지금쯤이면 곧 등장할 때가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감숙성 초입 부근 일대를 둘러싼 혈건방을 향해 그들보다 훨씬 더 고강하고 많은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깔끔한 청색 무복을 동일하게 맞춰 입은 그들은 기도나 자세로 보아 명문정파의 제자들이 분명했다.

“어엇? 엇?”

“누구지?”

혈건방에 이어 새로운 무리까지 나타나자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장운이 이제 다 되었다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

“저들은 다름 아닌 공동파(崆峒派)의 무인들입니다.”

그렇다.

혈건방을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 명문 정파의 일원들은 감숙성의 패자이자 구파일방에 속한 공동파의 무인들이었던 것이다.

과연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공동파는 어째서 지금 시기에 나타난 것이며 그들과 하등 상관이 없는 혈건방에게 검을 들이미는 것인가?

그것은 이틀 전, 장운이 공동파의 장문인 복마진검(伏魔眞劍) 진가후에게 보낸 짧은 서신 때문이었고 그 서신의 시작은 바로 이러했다.

[공동산에서 일검(一劍)의 빚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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