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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44화 (44/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44화

표두(鏢頭) 선발전(1)

“드디어…… 날이 다가왔군.”

장운은 표두 선발전이 열린다는 서신을 읽으며 기쁨에 몸부림쳤다.

때마침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불문 표행으로 인해 일주일간 휴식을 받았으며 천세은과 공생하여 그녀를 치료하고 내공을 발전시켜 이미 초일류 수준에서도 극한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제 절정까지 말 그대로 한 발자국 남았으며 돈오(頓悟), 깨달음의 계기가 있다면 언제든지 절정 고수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었다.

절정 고수는 하늘이 허락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기에 초일류의 극한까지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절정의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장운과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한편, 장운을 견제하는 자들도 존재했다.

“형님은 누구를 표두 선발전에 내보낼 계획이십니까?”

이곳은 금천관, 장룡의 거처에서 장운의 배다른 두 형이 머리를 맞대는 중이었다.

“나는 내 휘하의 일급 표사, 맹풍휘검(猛風揮劍) 전인표를 대표로 내보낼 계획이다.”

장룡이 평소 과묵한 모습과는 달리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맹풍휘검 전인표!”

그 위명에 장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 전인표라는 인물은 황금표국의 표사라기보다 강호에 더 널리 알려진 고수였다.

섬서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후기지수이자 신진 고수인 그가 황금표국, 그것도 장룡 휘하에서 일급 표사로 잠시 신분을 위탁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 나는 이번 표두 선발전에서 외가의 힘을 빌릴 것이다.”

장룡이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맹풍휘검 전인표는 본인의 외가인 풍검문의 고수였다.

풍검문은 장룡이 명실상부 확고하게 차기 국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전인표의 황금표국 전출도 그 일환이었다.

“내 정보에 의하면 이번 표두 선발전의 시험 중 일대일 지목 대결이 있다고 들었다.”

장룡의 힘은 비단 풍검문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장건은 물론이요, 장운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전 누가 뭐라고 해도 금령검객 장천호를 따라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은 바로 이 장룡이었다.

따라서 열 명의 집사와 대표두로 대변되는 수뇌부들 중 알게 모르게 장룡을 지지하는 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미리 어느 정도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지.’

본래 표두 선발전은 매해 선발 관문의 내용이 달라 비밀을 엄수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대공자 신분을 이용하여 약간은 알 수 있었다.

“대단하군요. 맹풍휘검이라면 초일류 경지 중에서도 단연코 손꼽히는 고수! 그라면 반드시 장운 놈을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장건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차피 그는 국주의 자리를 원치 않았다.

자신의 깜냥은 장룡만 못하다는 것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리를 저는 반푼이 배다른 동생에게 내 자리마저 뺏길 수는 없다.’

장건이 이토록 독하게 구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잘났다고 인정하는 장룡에게 후계 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괜찮다.

어느 정도 인지했던 사실이기도 했고, 장룡 역시 장건에게 후한 자리를 약속했으니까.

그런데 그 와중 장운이 갑자기 도약하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꼴이 된 것이다.

장운의 성장과 개입은 모든 것이 어느 정도 확정된 두 사람의 계획을 완전히 헝클어버리고 말았다.

“건아, 너는 어떻게 훼방을 놓을 것이냐?”

이번에는 장룡이 물었다.

이에 장건은 특유의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형님께서 사전에 정보를 아셨다시피, 저 또한 들은 바가 있지요.”

장건의 정보통에 의하면 일대일 지목 대결에 이어 일행을 이루어 표행을 떠나는 시험도 있다고 들었다.

‘어차피 내 수중에 장운이를 이길 만한 신진 고수는 없다.’

이미 장운의 실력은 장건을 돌파하여 장룡과 맞먹을 정도니 말이다.

또한 중견의 고수라면 모를까, 장건을 건드릴 만한 젊은 고수는 장건 휘하에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방법을 달리해야 했다.

장건의 장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저 역시 외가의 힘을 빌려올 계획입니다. 표두 선발전 특별 표행과 관련하여…… 제 외가인 만광전장의 외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장건이 모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두 형제의 음흉한 미소가 깊어지는 가운데 그들은 과연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이 두 사람이 헛된 희망을 꿈꾸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장운은 최상의 몸 상태로 표두 선발전에 임할 준비를 마쳤다.

* * *

“모두 모였는가?”

바야흐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마침내 황금표국 하반기 정식 표두 선발전이 그 서막을 올렸다.

표국의 주인인 금령검객 장천호의 발언 아래 모든 수뇌부들을 비롯하여 표두들, 표사들이 모였다.

“네에!”

장천호의 물음에 이번 표두 선발전에 참가하는 일급 표사 아홉 명이 일제히 소리를 내질렀다.

혹자는 표두 선발전에 임하는 숫자가 너무 작지 않으냐고 반문하겠지만, 예로부터 섬서에서 떠도는 말이 있었으니 황금표국의 표두는 곧 일류 고수 이상의 실력을 가진 뛰어난 실력자라는 소리였다.

그 말인즉 섬서 삼대 세력 중 하나인 황금표국이 명실공히 인정하는 고수라는 뜻이었다.

따라서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표두 선발전에 참가한 아홉 명의 사람은 섬서의 본국과 더불어 각지 다른 분타에서 추가되어 온 인원들이었다.

“그래, 하나같이 면면들이 참 보기가 좋군. 이번 표두 선발전에 참가하는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연령대가 어리며…….”

장천호는 본격적으로 선발전이 열리기 전, 국주로서 덕담을 건네고 있었다.

그는 말을 하는 도중 슬쩍 자신의 막내아들인 장운에게 시선을 주었다.

장운은 최연소 참가자로 만약 이번 선발전에서 표두 직위에 오르게 된다면 황금표국 역사상 최연소 표두가 될 수 있었다.

“또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나고 표행 성공률이 높았다. 따라서 기대하는 바가 몹시도 크다.”

장천호의 말에 구경을 하고 있던 황금표국 모든 인원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질렀다.

표두 선발전은 표사들에게는 자신도 저 자리에 참가하겠다는 자극을, 표두들에게는 아래에서 치고 올라온다는 위기의식을 주었다.

동시에 일반 쟁자수나 여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귀한 볼거리였기에 반응은 각별했다.

“이번 하반기 표두 선발전은 총 두 번의 시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선발전에 임하는 모든 표사들은 이 시험에 참가하여 여기 열 명의 수뇌부들에게 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번 표두 선발전의 채점은 그 어느 때보다 엄격했다.

일대일 대결에서 진다고 해서 선발전에 탈락하거나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시험도 끝까지 임해야 한다.

선발전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다섯 명의 집사들과 다섯 명의 대표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채점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표국 내부에 여러 파벌과 부류들이 존재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오.

-하나 만약에 파벌과 본인의 이득에 따라 부득이 한 채점을 내릴 경우…… 이 금령검객의 명예를 걸고 직접 벌하도록 하겠소.

장천호는 신신당부를 하였다.

채점에 있어 팔이 안으로 굽는 행위나 부정이 적발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일러둔 것이다.

다른 때보다 더 엄격한 장천호의 공언에 장건 파벌은 물론, 장룡 파벌조차 채점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공정을 기하리라 다짐했다.

“그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으니 곧바로 진행을 시작하도록 하지.”

장천호는 이제야 뒤로 물러서며 오대 대표두 중 둘째인 갈천궁수(喝天弓手) 배진필이 나섰다.

“표두 선발전, 그 첫 번째 시험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선발전에서 진행을 맡은 작자였다.

대표두들 가운데서 나이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하며 동시에 가장 괄괄하고도 다혈질의 성격을 가졌다.

오죽했으면 그의 별호가 갈천궁수, 즉 하늘을 향해 꾸짖는 궁수라고 불렸을까.

특이하게도 배진필은 진중하고도 침착한 다른 궁수와는 달리 난사에 특화된 궁술 무공이 특기인 자였다.

“첫 번째 시험은…… 일대일 대결입니다.”

오오오!

시작부터 일대일 대결이 펼쳐진다는 말에 좌중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일대일 비무는 언제 봐도 단순하고 재미난 것이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결이기도 했다.

“한데 평범한 일대일 대결은 아니고 자신이 상대할 자를 직접 지목하는 지목 일대일 대결이지요. 지목을 받은 사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대결에 임해야 하며 거부권은 없습니다. 동시에 대결에서 진 사람이 계속 비무대 위에 남아 대결할 사람을 지목하면 됩니다.”

이 지목 일대일 대결은 평범한 비무와는 달랐다.

상대를 정하여 붙는다는 것에서 피를 들끓게 만들었으며, 이기지 못한 자는 계속해서 비무대 위에 남겨지게 된다는 것에 특이점이 있었다.

‘이 방식은 보다 노골적으로 실력 행사를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장운은 한눈에 그 의도를 파악하였다.

당연히 강한 자는 지목되지 않을 테고 약한 자들부터 지목을 당할 것이다.

그렇게 추려지다 보면 누가 가장 강하고 누가 가장 약한지 잘 드러나게 마련이다.

즉, 열 명의 수뇌부들이 채점을 하는 데 있어 용이하다는 뜻이었다.

씨익!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일대일 대결이 아닌 것에 놀라는 사이, 장룡과 장건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사전에 유출된 정보는 틀림없이 정확하였고 두 사람은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이제 맹풍휘검 전인표가 장운을 지목하면 된다!’

이 지목 일대일 대결의 또 다른 묘미는 원수나 견제하고 싶은 상대가 있을 경우 노골적으로 지정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럼 추첨을 통해 먼저 지목할 사람을 뽑도록 하겠습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전인표가 장운을 지목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장운을 지목하면 어쩌나 하는 변수가 있다는 것인데, 장룡은 걱정하지 않았다.

‘장운의 무공 수준은 일급 표사들 사이에서도 특출난 편이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싶은 자가 아니라면 장운을 꼽을 리가 없었다.

장운을 선제 지목할 인물은 전인표를 포함하여 기껏해야 장건이 심어놓은 그럭저럭 뛰어난 실력을 가진 다른 표사 정도?

따라서 추첨에서 다른 속임수를 쓰거나 공작을 펼치지 않았다.

“표사들의 이름이 적힌 명패 중 임의대로 하나를 뽑겠습니다.”

배진필은 지금의 상황이 퍽 재미있다는 듯이 눈을 감고는 표두 선발전에 참가하는 아홉 명 표사들의 명패 다발을 향해 손을 뻗었다.

명패 다발은 조그마한 항아리에 뒤섞여 있었기에 구분을 할 수 없었다.

스윽!

배진필은 거침없이 한 명의 표사 명패를 꺼내 들었는데 이럴 수가!

“첫 번째로 비무대에 올라 상대를 지목할 일급 표사는…… 금령공자 장운!”

뜻밖에도 장운이 먼저 비무대 위를 선점하여 지목권을 얻고 말았다.

“……!!”

“으음.”

설마 장운이 처음으로 올라 지목권을 얻을 줄 몰랐던 장룡과 장건은 다시 한번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고 말았다.

이건 예상외였다.

장운이 고득점을 위해 자신을 제외한 여덟 명의 표사 중 가장 약한 자를 꼽아 일승을 가장 먼저 챙기고 떠나게 된다면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이런 확률을 방지하고자 전인표 외에도 장건 파벌 휘하의 표사도 넣었는데 낮은 확률로 장운이 차지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나,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혹시 나와 싸우고 싶은 표사가 있소?”

장룡과 장건,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장운은 굳이 가장 약한 상대를 고를 필요가 없었다.

‘그놈이 그놈이다.’

여덟 명 중 아무나 골라도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어서였다.

“아무나 나와도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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