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34화 (34/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34화

불문(不問) 표행을 떠나다(6)

천하에서 가장 강한 인물은 누구일까?

그 질문을 받은 무림인 십중팔구는 천하제일검 검신 장인랑을 꼽을 것이다.

소수의 혹자는 무림맹주인 천운학검 남일산을, 다른 혹자는 사흑천주 광혈흑마 태상천을 꼽을지도 모른다.

하나 천하제일의 여인을 꼽으라면 모두가 한 사람을 선택했다.

천수관음 나화연!

일인전승(一人傳承)의 비전을 이은 전승자이자 사천당문을 제치고 천하제일의 암기술을 자랑하는 그녀!

하나 그녀는 천하제일검 검신과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천세은의 솜씨는 아직 투박하고 어설프지만 분명 나화연의 것이 분명하다!’

장운은 그날 천세은의 솜씨를 보며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전생 시절 나화연과 두 차례나 비무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견식하고 심지어 암기를 맞아봤기에 모르려고 해도 몰라볼 수 없었다.

천세은의 심상치 않은 부상부터 오로지 단 한 사람에게만 전승이 되는 나화연의 재주를 잇는 것까지.

필시 어떠한 사정이 있음을 깨달은 장운이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큰 부상을 입었으며, 정체를 감춘 채 본 표국에 의탁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녀의 암기술 하나만큼은 진짜배기다.’

본디 표국에는 각기 다른 많은 사연을 지닌 무인이 몸을 의탁하곤 했다.

신분을 감춘 채 편하게 돈을 버는 방법으로는 표사만 한 일이 없었기에.

물론 황금표국은 다른 표국과 달리 철저히 신분을 확인하고 뽑지만 예외는 존재했다.

천하제일의 여인 나화연의 제자인 그녀가 정체를 가리려고 작정한다면 표국의 이목 따윈 충분히 속였을 테니까.

장운은 그날 천세은의 모습을 기억하였고 표사를 뽑기 위해 우연찮게 그녀와 재회한 순간, 뽑기로 결심하였다.

“굳이 활이 아니라 암기를 사용해도 되고말고. 창을 던지거나 비검술(飛劍術)을 사용해도 좋네. 무공을 이용하여 과녁만 맞히면 되니까.”

장운의 말에 광표는 흔쾌히 수락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장운이 과녁 맞히기 대결에 응한 것이 기쁠 따름이었다.

“그럼 두 번째 대결에 임할 고수를 선정하게나. 기다리고 있지.”

광표와 수적들 또한 이번에는 신중을 기해야 하기에 나름의 작전 회의를 하려고 뒤로 빠졌다.

그사이, 황금표국 일행도 모두가 모였다.

“비옥수 천 표사께서 나설 수 있으십니까?”

과녁 맞히기에 적절한 무공을 가진 이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천세은밖에 없었다.

전뢰창 감우량이 투창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였다.

“제가……요?”

천세은은 자신이 선정될 줄은 몰랐던지 화상이 가득한 얼굴에 그나마 멀쩡한 한쪽 눈으로 장운을 응시했다.

본래라면 매우 아름다웠을 그녀의 얼굴은 화상과 진물로 인하여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을 연출하였다.

스윽!

천세은은 이윽고 산서수채를 바라보았는데 두 번째 대결 참가자로 지정된 궁사 하나가 몸을 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초일류의 수준에 도달한 뛰어난 고수이자 궁술의 달인처럼 보였다.

그에 비해 천세은은 무공의 경지도 부족할뿐더러 한쪽 눈이 없기까지 했다.

“저로 부족하지 않겠어요?”

천세은은 오히려 장운에게 반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철저하게 천수관음의 무공인 호접개화천수공(胡蝶開花千手功)을 감춰왔던 것이다.

천세은은 혹시라도 누군가 사부의 무공을 알아차릴까 봐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무공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표국 사람들조차 그녀를 평범한 암기술의 달인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번, 단 한 번이면 되오. 본연의 실력을 발휘해 주십시오.

장운은 시치미를 떼고 있는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전음을 전했다.

이에 천세은의 눈빛이 흔들리며 장운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이자는 어떻게 자신의 사연을 아는 건지, 아니, 알고 있나 모르고 있나 그마저도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

-두 번째 대결에서 승리를 한다면 화상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급기야 장운은 승부수를 띄웠다.

천세은은 내색하지 않았으나 그녀도 여인인 이상 얼굴의 화상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모종의 이유를 가지고도 표국에 몸을 의탁했다는 것은 금자가 필요하다는 방증이었다.

얼굴이 다친 여인이 금자를 모은다?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치료를 위한 것이리라.

-……알겠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표국으로 돌아가서 하도록 하죠.

결국 천세은은 승낙하고 말았다.

애초에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번 표행에 참가한 것도 특별 수당과 더불어 금자를 벌기 위함이었다.

“본 황금표국 측에서는 비옥수 천세은 표사가 대표로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극적으로 타결을 본 천세은이 두 번째 대결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얼굴에 화상 자국이 가득해 두 눈 뜨고 두고 볼 수 없는 천세은이 나서자 좌중은 다시 한번 술렁였다.

“저렇게 다치고도…… 과녁을 맞힐 수 있을까?”

“그러게 말이야.”

심지어 수적들조차도 조심스러운 관망을 내어놓았다.

이미 첫 번째 대결에서 쓰라린 패배를 경험하였기에 입은 함부로 털지 않을지언정 승리를 확신하는 눈빛이었다.

“으으음.”

“이거 걱정이로군.”

반응이 조심스러운 것은 황금표국도 마찬가지였다.

장운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는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좋군. 우리 산서수채는 일원인 전룡궁(戰龍弓) 제운천이 나설 것이네.”

천세은이 나서자 산서수채에서도 대표를 내세웠다.

그러자 반응은 너무나도 화끈하였다.

“전룡궁!”

“전장의 용이라는 그 명궁(名弓)?”

“북쪽의 오랑캐들의 악몽이라 불리는 그 전장의 영웅이 어째서 이곳에…….”

그 놀라운 위명에 황금표국은 뒤집힐 지경이었다.

전룡궁 제운천은 황제의 녹을 먹던 신하이자 북쪽 오랑캐를 토벌할 때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일신상의 무공, 특히나 궁술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후후후, 많이들 알아보는군. 여기 제운천은 나와 인연이 깊어 얼마 전 우리 수채의 가족으로 영입하였지.”

광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전룡궁 제운천은 자신의 사부인 수왕 사유혼이 직접 찾아가 장강수로채의 일원으로 만든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광표와 친해져 이곳까지 당도하였다.

씨익!

제운천은 시작하기 전에 승리를 다짐했던지 상대인 천세은과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웃고 있었다.

벌써부터 승리한 사람 같아 보일 정도였다.

“끄응, 전룡궁이라면 자신만만해도 되지.”

“그보다 섬서와 산서에서 제운천보다 뛰어난 궁수를 꼽자면 다섯이 채 되지 않을 터이니.”

그 자신만만한 모습에 황금표국의 사람들은 벌써부터 기가 죽었고 반면 산서수채의 수적들은 벌써부터 기력을 회복했다.

모든 대결에서 승리해야 하는 장운 일행과는 달리 수적들은 단 한 번이라도 이기면 승리를 거두게 되니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것이다.

“선수들은 정해졌고…… 과녁은 무엇으로 하겠는가?”

광표가 형식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황금표국의 상선과 만나기도 전에 대결 종목부터 참전할 인원까지 모두 정한 상태였다.

광표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천세은을 무시하고 있던 전룡궁 제운천이었다.

“평범한 과녁을 맞히는 건 재미가 없지요. 저건 어떻습니까?”

제운천은 손을 들어 저 멀리 떨어진 부표 하나를 가리켰다.

처음에는 모두 놀라고 말았다.

천하의 전룡궁이 부표를 맞히자고?

평범한 과녁은 재미없다고 했는데?

그의 손가락을 잘 따라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부표 위에는 한 쌍의 새가 정답게 서 있었다.

“한 쌍의 새…… 말인가요?”

천세은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소. 그대와 나, 동시에 무공을 시전하여 오른쪽의 새는 귀하가 맞히고 왼쪽의 새는 본인이 맞히도록 하겠소이다.”

제운천의 제안은 실로 탁월한 것이었다.

질질 끌 것도 없이 동시에 각자 활을 쏘고 암기를 던져 결과를 가리자는 것이었다.

때마침 한 쌍의 새는 서로 정답게 털을 고르며 떠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는 공정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암기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화살만은 못한 법.’

장운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제운천의 화살이 훨씬 빠르기에 왼쪽의 새를 정확히 관통할 테고 그 소음과 파동으로 인해 오른쪽의 새는 당연히 자리를 파하고 뜰 것이 분명했다.

그 말인즉 속도가 느린 천세은의 암기는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결국 허공을 가를 수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다시 말해 이 대결은 정확도뿐만 아니라 속도도 관건이었다.

‘화살보다 더 빠른 암기가 있을까?’

가까운 지근거리에서는 암기가 더 빠르고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하나 장거리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 쌍의 새가 자리한 부표는 무척이나 멀었으며 투창의 고수조차 닿기 힘들 장거리였던 것이다.

“알겠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졌다.

누가 봐도 암기술이 불리한 상황 속에서 천세은은 과녁을 바꾸지 않고 제운천의 제의를 승낙하고 말았다.

‘흐흐흐, 걸려들었다.’

제운천은 순진하게도 동의하는 천세은의 대답에 몹시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채주인 광표도 마찬가지였다.

“화살과 암기, 둘 다 오로지 단 한 발만을 사용해야 하네. 예외는 없지.”

시작도 전에 벌써부터 잔뜩 달아오른 상황 속에서 광표가 말했다.

이에 황금표국 일행은 벌써부터 허둥지둥대고 있었지만 장운은 천세은을 믿었다.

무공의 고하를 떠나 현명하고도 당차며 아름다웠던 천수관음 나화연의 제자라면 필시 기막힌 한 수를 펼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럼 공평하게 이 나뭇잎을 떨어뜨려 땅에 닿는 그 즉시 출수를 시작하도록 하겠네.”

광표는 배에 이리저리 떠도는 얇은 이파리 하나를 주워 들었다.

장운은 동의를 하였다.

그보다 더 공정한 개시 방법은 없어 보였다.

대결 시작을 외치면 혹여라도 새 한 쌍이 떠나거나 놀라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팔랑!

광표는 두 사람의 눈을 보고는 나뭇잎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뭇잎은 미친 듯이 팔랑대면서도 상선의 지면에 닿았고,

파앙!

그것이 닿기가 무섭게 제운천은 활시위를 당겼다.

그 자세와 시기가 어찌나 정교하고 대단하던지 제운천이 어찌하여 전룡궁으로 불리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파앗!

그에 반해 천세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너무나도 재빠르게 활시위를 당긴 제운천에 비하여 천세운의 출수는 누가 봐도 한 발짝 더 느렸던 것이다.

오히려 너무나도 느리게 출수하여 많은 이들이 천세은이 당황했으리라 유추하고 있었다.

푸슉!

제운천의 활 솜씨는 정말로 천재적이었다.

무척이나 멀리 떨어져 일반인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왼쪽 새 한 마리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하였다.

결국 제운천이 빨랐으며 그의 승리로 굳어져 보였다.

푸드득!

이미 자신이 맡은 새를 적중시킨 제운천과 달리 천세은의 암기는 너무나도 느릿느릿 날아와 그녀가 맞혀야 할 오른쪽의 새는 이미 자리를 떠 멀리 달아나려던 그때였다.

-호접쌍변(胡蝶雙變)!

휘이이이익!

평범하게 포물선을 그리고 있던 비옥수 천세은의 짧은 단검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점점 더 가속이 붙더니 이윽고 신묘한 변화를 일으킨 결과!

파앗! 팟!

경악스럽게도 천세은의 단검은 멀리 달아나던 오른쪽의 새를 관통한 것은 물론이오, 강렬하게 회전하여 제운천이 이미 맞혀서 죽어 버린 왼쪽의 새마저도 꿰어버리고 말았다.

단 일수로 새 두 마리를 모두 맞힌 형국이었다.

‘이는 분명 호접개화천수공의 초식이다!’

장운은 어마어마한 변화를 일으키는 천세은의 솜씨에 눈이 즐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감탄하였다.

평범하게 활을 쏘아 새 한 마리를 맞힌 제운천과는 달리 천세은은 놀라운 암기 솜씨와 현명한 기지를 발휘하여 두 마리를 모두 차지하였다.

두 사람 중 승자는 누가 봐도 명확한 상황이었다.

“크으윽!”

광표가 패배 선언을 하기도 전에 제운천은 고개를 떨구었다.

솜씨부터 지혜까지 완벽히 패배한 것은 물론, 과녁 하나를 맞힌 자신에 비해 천세은은 과녁 둘을 모두 맞히었으니 패배ㅁ는 자명한 일이었다.

부들부들!

제운천은 부끄러움과 치욕을 감당하지 못하고 전신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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