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28화
호위 표사가 되다(8)
-황금표국의 셋째, 금령공자 장운이 위선자 백룡군자 장월상의 진상을 파헤쳤다!
-장운은 첫 보표행을 성공리에 마쳤을뿐더러 금룡린갑을 되찾는 쾌거를 이루었다!
-자신보다 뛰어난 고수인 장월상을 꺾다니!
장운이 만철야장 공야월과의 보표행을 끝내고 황금표국에 귀환하자 소문은 섬서성을 넘어 사천성까지 퍼졌다.
이는 장운이 표국으로 귀환하면서 사천 분타에 들러 장월상의 죄를 고한 다음, 본국으로 압송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장운이 모든 여정을 마치고 황금표국 본국으로 입국하자,
“장운아! 왔느냐?”
“장운 도련님!”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지금 황금표국에는 무척이나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표국주인 금령검객 장천호를 위시로 하여 모든 수뇌부들은 물론이오, 장운의 두 형조차 화들짝 놀라 부리나케 모여든 것이다.
표국 본국 귀환행을 하던 표사 중 이렇게 환대를 받은 자가 있었던가?
“그래, 금룡린갑을 회수하였다지?”
장천호는 본래 내색을 하지 않는 성격이었으나 금룡린갑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장씨 가문의 가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네, 천운이 닿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장운은 고이 접어놓은 금룡린갑을 모든 표국 수뇌부들이 보는 앞에서 내어놓았다.
번쩍!
금룡린갑은 명성에 걸맞게 태양의 빛을 받아 더욱 반짝거렸다.
오오오오!
그것을 본 좌중은 완전히 난리가 나고 말았다.
“저것이 바로 금룡린갑!”
“일정 수준의 내공을 지닌 자가 착용하면 어마어마한 방어력을 자랑한다지?”
“절정 고수 미만은 아예 뚫을 수도 없다더군.”
솔직히 말해 금룡린갑을 회수하였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장천호가 그것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기울였던가?
무엇보다도 그것을 훔쳐낸 흉수가 흑의방과 더불어 백룡군자 장월상임이 밝혀지자 의혹을 품었다.
그 청렴한 백룡군자가 그럴 리가 없다, 혹시 장운이 잘못 안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저는 이 장월상의 단전을 폐하고 압송하며 그로부터 많은 여죄를 추궁하였습니다. 그는 금룡린갑을 훔쳐낸 것부터 시작하여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이라면 정파의 인물은 물론, 사파의 인물마저 죽여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백룡군자 장월상의 모든 죄가 밝혀지자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
장천호는 기쁨에 겨워 손을 부르르 떨 지경이었다.
단순히 금룡린갑을 회수해서만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고 소박한 보표행을 나선 자신의 셋째 아들이 어마어마한 공을 세우자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이 대견한 아이에게 내 마음을 표할 수 있을까?’
지금 장운이 세운 공은 장룡과 장건이 여태껏 세운 공을 더하거나 곱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따라서 그에 대응하는 상도 크게 주어야 했다.
지금 심경 같았으면 감정에 격한 나머지 장운을 정식 후계자라고 선포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아직 시기상조(時機尙早)였다.
그러다가 문뜩 금룡린갑이 눈에 들어왔다.
“이 엄청난 공을 세운 장운에게는…… 금룡린갑을 수여하도록 하겠다!”
급기야 장천호는 엄청난 선포를 하고 말았다.
“네에?”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 말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이는 당연히 장룡과 장건이었다.
황금표국의 삼대 보물은 사실 다음 세대 국주들의 소유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장운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해석하기에 따라 장운이 정식 후계자가 되리란 것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장주님, 다시 재고해 주십시오.”
“맞습니다. 너무 과한 것이 아닙니까?”
장천호의 말에 장룡, 장건 형제에 이어 다섯째 대표두 폭풍권 철대종과 다른 집사들이 만류했지만, 장천호는 순간의 감정으로 정한 것이 아니었다.
“본래대로라면 이 금룡린갑은 저 사악한 악적 장월상의 것으로, 절대로 되찾을 수 없는 물건이었소. 하지만 장운이의 번뜩이는 기지와 혜안, 그리고 탁월한 무공으로 그것을 회수했지. 오롯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말이오.”
장천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진중한 눈이었다.
“심지어 장운은 자신보다 강한 장월상과 대적하면서까지 본 표국의 보물을 되찾고 표사로서 자존심마저 완벽하게 지켰소. 그런 장운이보다 금룡린갑이 더 잘 어울리는 자가 이 표국에 있소이까?”
그의 말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장천호의 의견대로 본래대로라면 영영 찾지 못해 미궁에 남겨질 물건이었다.
그리고 장운은 이것을 되찾기 위해 말 그대로 목숨을 걸었으며, 금룡린갑뿐만 아니라 보표행을 의뢰한 공야월을 완벽히 지켜내었다.
물론 공야월의 정체는 추후에 밝혀진 것으로 그 보잘것없던 늙은이가 만철야장이라는 소식에 표두 감우량을 비롯하여 황금표국 전체가 뒤흔들렸었다.
“그래도 금룡린갑은 본 표국의 주인임을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그러니 조금 마음이 진정된 이후에 결정하는 것이 어떠신지요?”
장룡과 장건 파벌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장천호에게 전언을 하고 또 하였다.
그 때문일까?
“으음.”
장천호는 정말로 자신의 감정이 격하여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
“저는 금룡린갑이 본 표국으로 와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장운마저 겸허한 마음을 보여주니 장천호는 보다 심사숙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좋소. 아직 장운이의 여독도 채 풀리지 않았으니…… 이틀 뒤에 다시 치하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지.”
장천호의 선언에 장운은 좌절할 법도 한데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다.
‘초령검을 되찾은 것만 해도 어딘가?’
그는 그저 매사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나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틀이 지난 다음이었다.
자리는 다시 만들어져 재차 장운에게 금룡린갑을 주어야 하나 토론의 장이 열리려는 순간!
“국주님, 국주님!”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표국 입구를 지키는 표사들이 한 무리의 인원들을 대동하고 들어왔는데 이럴 수가!
“엇?! 공 노야님!”
장운은 아버지를 비롯하여 많은 수뇌부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조차 잊은 채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경악스럽게도 며칠 만에 다시 보는 인물은 바로 만철야장 공야월과 더불어 그의 제자들이자, 뛰어난 장인들이 모조리 이 황금표국에 돌아온 것이다.
“흐흐, 내가 뭐라고 했나? 다시 보게 될 거라고 그랬지.”
장운은 그런 공야월의 말을 듣는 순간, 문뜩 표행이 끝날 무렵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언젠가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그 장면이 떠올랐다.
공야월은 장운과 헤어지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볼품없는 대장장이 공 모가 금령검객 장 대협을 뵙습니다.”
공야월은 특유의 까칠한 자세는 어디로 가고 장운과 인사가 끝나자 곧바로 손님으로서 주인에 대한 예우를 차렸다.
“오오, 아닙니다. 만철야장 공 대협에 대한 소문은 저도 익히 들었고 존경하는 바입니다.”
공야월의 예의에 장천호 또한 극진한 대접을 하며 서로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장천호는 공야월의 명성을 익히 들어 그의 검을 써보는 것이 소원일 정도였다.
“먼저 진즉 제대로 정체를 밝히고 표행을 의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그리고 귀하디귀한 아드님을 본의 아니게 위기에 빠뜨린 점에 대해 사죄를 하러 왔습니다.”
공야월은 심지어 먼저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전뢰창 감우량은 물론이고 많은 수뇌부들이 경악했다.
‘정말로 만철야장 공야월이 맞나?’
공야월은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대면해도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먼저 숙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이렇게 유하게 나오는 것은 실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아닙니다. 표행을 의뢰하는 데 있어 뜻하지 않게 정체를 숨기는 것은 드문 일도 아니니…… 또한 표사에게 위험이 따르는 것은 표행을 하는 한 어쩔 수 없는 법입니다. 다 자신의 팔자소관인 것이지요.”
물론 장천호의 마음은 이와 달랐지만, 그 유명한 공야월이 먼저 부드럽게 나오는데 척을 질 이유는 없었다.
“셋째 아드님이신 장운 소협께서는 이 공 모의 목숨을 여러 차례 구하였습니다. 반면 저는 의뢰 대금을 선금으로 치러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고 말았지요.”
공야월은 그렇게 말하며 슬쩍 장운을 바라보았다.
황금표국의 표행은 반드시 선불이라는 장운의 말을 짓궂게 놀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의뢰 대금은 초령검을 내어주는 것으로 과분하게 지불하였다.
그런데 그러질 못했다니 이게 무슨 까닭일까?
“하여, 여러모로 황금표국에 큰 빚을 지었다고 판단하여 볼품없고 조잡하나…… 제 제자들이 직접 만든 여러 무기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와아아아!
공야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황금표국은 완전히 환희의 도가니가 되고 말았다.
비록 공야월의 무기는 아니지만 그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기라성과 같은 장인들이었다.
스승만 못해서 그렇지, 그들의 무기들은 하나같이 천하에서 손꼽히는 것이었다.
“너, 너무 많은 지불입니다. 우리 표국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장천호가 아주 제대로 임자를 만나고 말았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장룡, 장건, 장운 삼형제가 보며 눈과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찔러서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아버지가 이리 놀라는 게 진짜 맞는 것일까 하고.
“걱정 마십시오. 저 또한 조건이 있으니까요.”
공야월은 또 한 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저 제자들의 무기만 보낼 것이었으면 직접 올 것도 없이 제자들을 시키거나 아니면 인편을 통하여 보내도 충분했다.
그런데도 직접 왔다는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였다.
“저와 저의 제자들이…… 이곳, 황금표국에 거주해도 될까요?”
공야월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태연한 말을 하였으나 이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말이었다.
실제로 구파일방의 명문 정파를 비롯하여 무림맹과 사흑천마저도 애걸복걸하며 공야월과 그 제자들을 모시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요청을 모두 거부한 채 잘나가도 한계점이 분명한 한낱 표국을 선택하다니, 이것은 객잔에 떠돌 법한 썰렁한 농담에 가까웠다.
“…….”
오죽했으면 모든 좌중들조차 말문을 잃은 채 얼어버리고 말았다.
믿기지 않는 수준을 넘어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 황금표국의 셋째 도련님이신 금령공자 장운 소협 휘하에 가담하여 몸을 의탁하고 싶습니다.”
공야월이 모든 제자와 더불어 그간 만들어 온 무구, 쇳물까지 모조리 끌고 온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나는 그날, 장운의 뒷모습에서 분명 천하제일검 검신의 후광을 목도하였다.’
공야월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하여 하나의 답을 내어놓았다.
‘또 한 번 검신과 같은 인재를 놓칠 수는 없다.’
완성된 최강의 무인이었던 검신조차도 누군가에 의해 죽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런 검신에 비하면 아직 새파랗다 못해 덜 여문 장운을 자신이 직접 가까이서 지켜보고 또 지켜주고 싶었다.
공야월은 무공을 모르는 촌부일지언정, 그의 제자들 중에서는 적긴 하나 일류 고수부터 절정 고수까지 다양했던 것이다.
실제로 제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 황금표국에 당도하였으니 그 실력은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 말할 것도 없겠군. 금룡린갑은 오늘부터 장운의 것이다.”
“네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뒤에서 듣고 있던 장운이 자신의 뒷목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