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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23화 (23/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23화

호위 표사가 되다(3)

흠칫!

장운의 질문에 공야월은 움찔거렸으나 이내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없네. 그저…… 내가 이 근방에서 오래 떠돌다 보니 자잘한 원한 관계가 조금 있을 뿐이야.”

장운은 공야월의 부정에 순간적으로 살수의 목적이 자신이었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니다. 큰형과 둘째 형은 살수를 보낼 인물까진 아니다.’

녹림의 손을 이용해서 명성을 떨구는 정도면 몰라도 목숨을 잃게까지 살수를 고용하는 작자들은 아니었다.

까놓고 말해 인생 대부분을 조그마한 방에서 지낸 장운이 원한이 있어 봐야 누구에게 있단 말인가?

결국 답은 하나였다.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제게 고할 것이 있다면 부담 가지지 마시고 알려주십시오.”

장운은 이번 일이 공야월을 노린 것임을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깊은 생각에 잠겼을 뿐이다.

‘도대체 누가, 왜 공야월을 노릴까?’

사파나 사악한 악인들이 때때로 공야월을 붙잡거나 협박하여 무기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있었다.

하지만 살수를 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일반 무인을 고용하는 것도 아니고 살수를 보냈다는 것은 하나를 의미했으니까.

그것은 상대의 목숨을 노린다는 뜻!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갔다.

* * *

지난번 객잔에서 살수 사건이 있은 뒤, 장운은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만을 통해 이동하였다.

다년간의 경험상 살수들이 잠입하기 가장 좋은 곳은 객잔이나 사람이 다니는 길가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적이 드물고 사람이 없는 곳이 살수를 방지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상책이었다.

살수는 정체를 가장하고 기습을 하는 데 의의를 두는 자들이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대면하여 상대를 노린다?

그렇다면 그것은 살수가 아니라 일반 무인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이 산만 넘어가면 드디어 사천성이군요.”

몇 날 며칠을 험한 길로 가고 있었기에 장운과 공야월의 차림새는 말도 아니게 험해졌지만, 그 때문에 이동속도는 빨라지고 있었다.

“흥! 숙박비가 아까워서 이런 길로 가놓고는 무슨.”

공야월은 그렇게 말은 했지만 따라오는 내내 생각보다 별말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걸음을 멈춰라.”

사천성 내부로 들어가는 대로변에서 또 일이 생겼다.

이번에는 살수가 아니라 깔끔한 복장의 무리들이 장운과 공야월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장운은 공야월의 앞을 가리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저들은 총 다섯 명의 무인들로 하나같이 똑같은 흑색의 무복을 걸치고 있었다.

장운은 저들의 행색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보아하니 녹림도는 당연히 아니고…….’

그런데 굳이 길을 가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사천 흑의방(黑衣房)의 무인들이다.”

사천 흑의방이라는 말에 장운의 눈썹이 움찔거리고 말았다.

흑의방은 살수가 아니라 사파, 그것도 사흑천 소속의 무인들이었다.

‘흑의방 놈들이 왜…….’

장운은 저들이 껄렁대는 것을 느끼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하였다.

“이곳은 본 흑의방의 영역이다.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되돌아가도록 하라.”

흑의방의 무인들로 보이는 자들은 장운과 공야월에게 엄포를 놓았다.

사실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사파가 아무리 자유분방하다고 하나 길을 점거하여 시비를 거는 것은 오로지 녹림도만이 행할 뿐이었다.

게다가 지금 사천성 입구에 들어오는 지점이었는데 되돌아가라는 것은 다시 섬서 방향으로 밀려나는 것을 뜻했다.

“나는 섬서 황금표국의 금령공자 장운이오.”

금령공자라는 말에 흑의방의 무인들은 여기저기서 놀란 듯 함성을 터뜨렸지만 그것도 잠시.

“황금표국 소속의 무인이라면 더 잘 알겠군. 이곳은 우리 흑의방의 영역으로서 우리 방도들이 직접 길을 닦으며 치안을 다스려온 곳이지. 그러니 썩 물러가도록 하라.”

장운은 이들의 노골적인 협박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흑의방이 언제 녹림의 산적들이 되었소이까?”

장운의 말은 핵심을 찌르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자면 이곳은 흑의방에서 가깝지만 그들의 영역도 아니었고 길을 닦은 것도 사천성 관리가 한 것이지 흑의방이 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통행료를 뜯는 행위도 하지 않았었다.

“됐고, 더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흑의방의 무인들이 여전히 엄포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그자들 중 대장 격이자 제법 뛰어난 실력을 지닌 흑폭검(黑暴劍) 진충이 슬쩍 나왔다.

“그래도 협상의 여지는 있지. 저 노인이 가진 것을 내놓는다면 말이지.”

진충은 음흉하게 웃으며 공야월을 지목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 그렇구나.’

장운은 이 일련의 상황을 바라보며 이제야 의심에 쐐기를 가할 수 있었다.

지난번 살수 사건부터 이번에는 사파의 인물마저 달려드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은 자신의 목숨도 공야월의 목숨도 아니라 공야월이 지닌 ‘무언가’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내가 가진 것? 이 늙은 촌부가 무엇을 가졌겠나?”

저들의 말에 겁을 먹을 법도 한데 공야월은 무공에 대해 문외한이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는 그의 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보여주는 일례였다.

“우리 다 알고 왔수다. 서로 피를 보지 말고 그냥 조용히 넘기시지. 그럼 오히려 목적지까지 본 흑의방이 안전히 모셔다드릴 수 있는데.”

진충은 보다 더 노골적으로 나섰다.

공야월이 뭐라고 대답하려는 찰나!

“의뢰인을 안전하게 호위하는 임무는 오로지 나, 황금표국의 표사 장운의 몫이다. 그러니 그 일을 방해한다면…….”

생각보다 일이 험해졌지만 장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채앵!

그는 마침내 이번 보표행에서 처음으로 진검을 빼어 들었다.

진검을 꺼내 들자 장운이 날카로운 한 자루의 검이 되어 흑의방 무인들을 노렸다.

“내 검에는 눈이 없지. 그러니 적으로 간주하고 베도록 하겠다.”

공야월이 가진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몰라도 지금 중요한 것은 오로지 의뢰인의 목숨과 그가 가진 재산을 지키는 일이었다.

사천성 타지에서 제법 큰 성세를 누리고 있는 흑의방과 척을 지는 것은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어야 할 때는 거침없이 벤다.’

이것이 장운이 강호 무림에서 깨달은 진리 중 하나였다.

“푸하하핫!”

“요즘 들어 섬서성에서 제법 잘나간다지?”

“그래 봤자 과거에 폐인으로 지내며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 주제에.”

금령공자 장운의 소문이 어느새 사천성까지 퍼진 모양이었다.

이런 자잘한 무인들도 알고 있을 정도면 말이다.

본래 망나니의 개과천선(改過遷善)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는 다섯이고 네놈은 하나다. 감당할 수 있겠어?”

흑폭검 진충이 으르렁대며 말하였다.

실제로 장운이 쓰러뜨린 적엽검 구양모가 오더라도 이 흑의방의 다섯 무인은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장운을 상대로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일식(一式) : 전진검(前進劍)!

장운은 진충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검기를 발출하였다.

이미 초일류의 벽을 깨뜨린 장운의 검기는 너무나도 날카로웠으며, 내공이 충만하여 어찌 보면 절정 이상의 고수만이 사용한다는 검강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서걱, 서걱!

장운이 오랜만에 선보인 혼원무극검법의 제일식은 순식간에 기류를 타고 거칠게 나아가 흑의방 무인 둘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리고 말았다.

이는 저들이 방심한 데다가 검신의 무공을 사용한 장운의 기지가 발휘됐기 때문이었다.

“허억!”

“허어어억!”

“이, 이보게!”

흑의방의 무인들은 개개인이 일류 안팎의 고수들이었다.

그런데 제대로 손을 써보지도 못한 채 장운의 기습에 목을 잃어버리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소름이 끼치는 것은…….

‘이런 검법이 있다고?’

흑의방은 여러 무공을 배우고 익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단연 검법이었다.

하나 방주의 검법조차 이렇게 매섭진 못할 것이다.

반면 장운은 고삐가 풀린 망아지나 다름없었다.

‘지금 이곳에서 내 전생의 무공을 알아차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흑의방의 무인들은 물론, 공야월도 대장장이 일에만 통달하였지 무공에는 완전히 까막눈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굳이 혼원무극검법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이곳에는 황금표국 소속의 인물들이 없어 지켜보는 눈이 없었기에 장운은 자유로웠다.

그 말인즉슨 마음껏 날뛸 수 있는 기회라는 말씀.

“네까짓 놈들이 감히 나를 막는다고?”

장운은 웃었다.

그것도 아주 싸늘하게.

‘내 오늘 크게 살계를 어기리라.’

어지간해서는 살생을 저지르지 않는 장운이었다.

하나 시비를 걸어온 자에 대해서는 예외였다.

저들이 먼저 병장기를 앞세우며 목숨과 재산을 위협하지 않았던가?

-금령선풍(金靈旋風)!

장운은 혼원무극검법에 이어 아버지인 장천호로부터 익힌 검법도 사용하였다.

이미 지난번 전투에서도 선보인 바가 있는 금령풍운검법이었다.

파아아앗!

장운의 검이 순식간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바람을 일으켰다.

“이, 이것은…….”

“금령검객 장천호의 무공!”

“섬서 삼대검법이다!”

제아무리 허접한 흑의방의 무인들이라 할지라도 금령풍운검법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황금빛 바람과 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보자 큰 혼돈을 겪었고 장운은 차례차례 한 명씩 목을 베었다.

“이런 젠장!”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장운의 압도적인 무위에 수하들을 앞세웠던 흑폭검 진충이 놀라 그대로 도주를 시행하였다.

파바바밧!

어찌나 빨리 도망가던지 검법보다 경공이 더 뛰어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의 갑작스러운 도주에 장운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웃었다.

그동안 갈고 닦은 무공을 펼칠 기회였으니까.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이것을 알아보는 고수들도, 사람들도 없겠다, 장운은 전력을 다해 혼령운행공을 펼쳤다.

아직 다리를 절기에 완벽하지는 못해도 진충과 같은 부류를 따라잡기에는 충분히 차고 넘쳤다.

콰직!

결국 장운은 진충마저도 확인 사살을 한 뒤에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허억, 헉!”

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가진 장운이라고 해도, 일각이라는 시간 동안 무인 다섯을 쓰러뜨렸기에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호흡을 헐떡이던 장운은 놀라움과 미안한 감정이 뒤섞인 공야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월 노야. 이쯤 되면 슬슬 감춰왔던 사실을 밝혀주셔야 하는 게 아닙니까?”

장운은 따지지도 서운해하지도 않았다.

그저 부드럽게 요청했을 뿐이다.

오히려 그의 덤덤한 말투가 공야월을 수십 배로 더 미안하게 만들었다.

“끄응, 어쩔 수 없지.”

결국 공야월은 장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하였다.

스윽!

그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공야월은 천하제일의 대장장이였으니 그가 꺼내놓은 것은 당연히 무기였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고 세련된 한 자루의 검!

‘아니, 저것은……!’

장운은 검에 돌돌 말아놓은 천을 벗기기도 전부터 그 검의 정체에 대해 간파하였다.

어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초령검(超靈劍)……!”

그것은 바로 천하제일검 검신 장인랑이 사용하던 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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