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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9화 (19/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9화

정식 비무(1)

장운이 초일류의 수준에 도달하고 일급 표사로서 표행에 무리 없이 참여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누구십니까?”

황금표국 정문을 지키는 이급 표사 청강권(淸强拳) 여악이 방랑객 차림의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정중히 물었다.

옷차림이 남루함에도 불구하고 하대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분명 무공을 일류 이상으로 익힌 인물이다!’

명문 정파 특유의 옷차림과 더불어 무공을 일정 수준 이상 익힌 고수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태양혈이 불뚝 솟아 있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대 종남파의 이십이대 속가제자인 적엽검(赤葉劍) 구양모라고 하오. 다름이 아니라…… 섬서 삼대 세력으로 꼽히는 황금표국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왔소이다.”

그는 놀랍게도 종남파의 속가제자이자 섬서 인근에서 일류 고수로 이름이 자자한 적엽검이라는 인물이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도전장에 당황할 법도 한데 이급 표사 여악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이런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여악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적엽검 구양모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파와 종남파는 때때로 이런 속가제자를 보내며 황금표국을 견제하곤 했다.

물론 속가제자 정도로 황금표국 도장 깨기를 성공할 수는 없겠으나 그들이 의도한 것은 다른 쪽에 있었다.

황금표국에게 지속적으로 속가제자나 하위의 제자들을 보내 도전함으로써 결국 황금표국은 아무리 잘나가 봐야 구파일방 아래라는 것을 세간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였다.

‘또 첫째 도련님이 고생하겠군.’

여악은 수뇌부들이 있는 본국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화산과 종남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속가제자가 황금표국의 십대 고수들 즉, 다섯 명의 집사와 다섯 명의 대표두들을 이기는 그림이었다.

영악한 것이 절대로 본파의 정식 제자가 아닌 속가제자 중에서도 뛰어난 몇 명만을 골라 가끔씩 황금표국에 도전장을 던지곤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합당한 사람이 나올 겁니다.”

* * *

“이번에는 종남파 측에서 속가제자를 보내?”

여악의 보고는 대표두의 입을 통하여 표국의 주인인 장천호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또 귀찮게 하는군.’

그나마 화산파는 곧 있을 대형 표행 때문에 이런 짓을 하지 않는 반면, 종남은 속가제자를 보내어 표국 따위가 아무리 잘나가 봤자 구파일방 아래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어디 그뿐인가?

섬서성에서 명성을 떨치고 싶은 자들은 황금표국에 도전장을 들이밀곤 하였다.

구파일방인 화산과 종남은 조금 부담스럽고 세 번째인 황금표국은 표국이니 만만하게 보았던 것이다.

“아버님. 저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자들을 금령검객이 나서거나 아니면 다섯 명의 대표두, 혹은 집사들이 나서곤 했다.

그러다가 그것도 못마땅하여 첫째 아들인 장룡을 내세웠다.

차라리 저런 작자들을 타고난 무골인 장룡의 경험치 먹잇감으로 지정하고자 했다.

따라서 장룡은 이번에도 자기가 나설 차례라며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였다.

“아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천호는 잠시 멈칫하더니 장룡을 보고 다시 앉으라고 손짓하는 것이 아닌가?

‘음?’

이에 장룡은 크게 당황하였다.

이런 일은 언제나 그의 몫이었고 황금표국에서 자신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황금표국도 바보들의 집단은 아니니 당연히 이런 도전자들을 눈요깃거리로 삼아 많은 표국 내부 사람들 앞에서 이겨 선전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장룡은 그러한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오는 상황은 장룡에게 있어 매우 낯설고 의외인 것이었다.

“이번에는 장룡이 아니라…… 장운! 장운이가 한번 상대해 보거라.”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장룡을 제지하던 장천호는 돌연 셋째 아들인 장운을 지목하는 것이 아닌가?

웅성웅성!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긴급히 소집된 황금표국 수뇌부들은 모두 당황하며 서로 시선만 보낼 뿐이었다.

제대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장운이 다른 곳의 고수도 아니고 무려 종남파의 속가제자를 이길 수 있겠냐는 뜻이었다.

“아버님. 장운이가 요즘 금령풍운검법을 익히고 강해진 것은 알겠지만…… 상대는 일류 상급의 고수일 겁니다. 아직 장운이 상대하긴 벅찹니다.”

장룡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들어 장운의 빛나는 활약에 쫓기는 기분이 들던 차였다.

그런데 많은 표국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속가제자와 싸우는 대표로 장운이 나선다?

그건 안 될 말이었다.

‘또한 내가 장운을 견제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표국의 위상이 걸린 일이다.’

장운의 실력이 일류에 도달한 것은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었으나 상대는 종남파의 속가제자다.

특히 적엽검 구양모는 속가제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무공 실력을 가져, 정식 제자들과 실력 차이가 아예 없다고 알려진 작자인 것이다.

“큰형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장운이가 그에게 패배한다면…… 종남파에서는 속가제자가 황금표국의 아들들을 이겼다며 대대적으로 떠들고 다닐 겁니다.”

오죽했으면 장건이 나서서 장룡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것은 중립 입장에 있는 다른 수뇌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직 장운의 실력이 초일류에 도달하였음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장천호는 달랐다.

“조용, 조용!”

오히려 떠들썩거리는 좌중을 조용히 시킨 다음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장운이가 나설 것이오. 만약 장운이가 패배한다면…….”

심지어 강수까지 두었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겠소!”

장천호의 당당한 말에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렀다.

여태껏 장천호가 아들을 대신하여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적이나 있었나?

이것은 아예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단호한 장천호가 엄포를 내리자 감히 반기를 들 수 있는 자들은 없었다.

결국 이번 정식 비무에 응하기로 한 사람은 장운이 되었다.

“그러니 장운이는 서둘러 비무를 준비하도록 해라.”

이것으로 회의는 종료되었다.

이미 표국 내부에서 종남의 속가제자 적엽검 구양모가 기다리고 있음에 따라 장운은 서둘러 표국 대형 연무장으로 이동하며 차분히 몸을 풀었다.

“장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장천호를 비롯하여 다른 수뇌부들이 구경을 위해 모두 단상으로 이동하였을 때 장운의 곁에 남은 장룡과 장건이 시선을 보냈다.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평소에 전혀 말을 걸지 않던 첫째 형 장룡이 말을 걸자 장운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적엽검 구양모는 소속만 속가제자일 뿐이지, 이미 다른 일대 제자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더군. 네가 감당하기 벅찬 상대다.”

장룡은 섬서 무림에 대한 정보 및 이야기들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자신의 외가인 풍검문에서 어느 정도 알려주기 때문이었다.

“큰형님의 말이 맞다. 공을 세우려고 혈안이 된 것은 알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황금표국의 체면이 우선이라고.”

장건도 모처럼 목소리를 높이며 압박을 하였다.

장운에 대한 앙심과는 별개로 진정 황금표국을 위한 길이라 믿은 것이다.

피식!

장운은 두 형의 말을 경청하기는커녕 오히려 코웃음을 내쉬고 말았다.

“난 또 뭐라고…….”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형들에게 시선을 거두고 차분히 몸을 풀었다.

이런 머저리들과 대화를 더 나눌 시간에 차라리 몸을 푸는 것이 더 나았다.

“뭐?”

“이런 건방진!”

장운이 전혀 뜻밖의 행동을 취하자 두 형제는 펄쩍 뛰며 도끼눈을 떴다.

예전 같았으면 감히 겸상조차 하지 못하며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런 장운이 코웃음을 내쉬며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다니.

“제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형님들.”

장운은 이들의 관심이 한 핏줄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기와 질투, 견제라는 것을 잘 알았다.

“정말 이렇게 나갈 것이냐?”

“척을 지겠다고?”

그 말에 장룡과 장건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발산하였으나,

“언제부터 형님들이 제 걱정을 하였습니까?”

그에 굴복할 장운이 아니었다.

장운은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 떠진 그들을 향하여 그간 참아왔던 이야기를 풀었다.

“제가 열등감의 화신이 되어 초라한 방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을 때 두 형님께서는 단 한 번이라도 방문하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 잘 지내느냐 괜찮느냐고 서신이라도 보낸 적이 있냐고요.”

장운은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물론 진짜 장운의 혼백은 사라지고 장인랑의 혼백이 있었지만 이미 둘은 하나로 동화되었기에 과거 장운의 기억은 곧 장인랑의 기억이나 마찬가지였다.

“험험!”

“그, 그것은…….”

장운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그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니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제게 관심을 좀 꺼주십시오. 그리고…….”

장운은 마침내 모두 몸을 풀고는 연무장 바깥으로 가나며 말하였다.

“저는 절대로 지지 않습니다.”

* * *

“뭐, 뭐야?”

“에엥? 장룡 도련님이 아니라 셋째 장운 도련님이 나온다고?”

“끄응, 물론 장운 도련님도 제법 강해졌다는 건 알겠는데…… 이건 좀…….”

“그러게. 상대는 최근 도전장을 보낸 작자들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적엽검 구양모라고.”

연무장 위로 오른 인물이 장룡이 아닌 장운임이 밝혀지자 황금표국 내부에서도 찬반 여론이 갈리었다.

위처럼 화들짝 놀란 인물도 있는 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장운 도련님은 과거의 장운 도련님이 아니다.”

“맞아. 그분께서는 기적을 만드시는 분이니까.”

비록 소수이긴 해도 장운을 지지하는 자들도 존재했다.

그들은 물론 무영신투와 전뢰창 감우량, 상수 노관을 비롯하여 쟁자수들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놀란 가운데 가장 놀란 사람을 꼽자면 단연 이 사람.

“……세상에.”

적엽검 구양모였다.

그는 상부로부터 지명을 받고 황금표국의 수뇌부를 이기기 위해 키워진 속가제자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황금표국 내부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는데 그중 삼공자의 소문도 잘 알았다.

‘타고난 절름발이에다가 열등감과 소심함에 잡아먹혀 버려 황금표국에서도 내놓은 자식이라는 그 팔푼이 말이지?’

구양모는 지금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운이 나쁘면 첫째인 장룡을 상대할 것이고 운이 좋으면 황금표국 열 명의 절정 고수 중 한 사람과 조우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장룡도 아니고 절름발이 장운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모욕을 줄 생각이라면…….”

구양모는 오죽했으면 이것을 황금표국의 계략이라 생각하고 화를 내려던 그때였다.

“나는 장난할 생각이 전혀 없소.”

장운은 구양모보다 먼저 연무장 위로 올라가 천천히 검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그가 환생한 이후, 처음으로 실전에서 제대로 쥐어보는 진검이기도 했다.

반짝!

장운이 반짝이는 날카로운 진검을 꺼내 들자 그 압도적인 위용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에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하물며 장천호를 비롯하여 열 명의 절정 고수들조차도!

그들이 모두 하나같이 이렇게 느낀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검과 함께한 검귀(劍鬼)의 모습과도 같구나!

과거 천하제일검 검신의 손에 마침내 진검이 쥐어졌다.

그 말인즉슨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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