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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7화 (17/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7화

금령풍운검법(金靈風雲劍法)(1)

‘이곳이 바로 국주님의 연무장!’

장운은 표국 본국 내부에서도 가장 거대하고 은밀한 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잘 닦여진 연무장은 전생의 경험을 미루어도 흔치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왔느냐?”

장운이 기분 좋은 떨림을 느끼고 있을 무렵, 마침내 그는 섬서를 대표하는 검객이자 황금표국 최강자인 금령검객 장천호와 단둘이서 대면을 하였다.

“네, 아버님.”

단둘이니만큼 국주라고 부르지 않고 아버지라 부르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바로 금령풍운검법에 대해 알려주도록 하겠다.”

장천호는 진중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장천호 역시 감격스러운 마음이었다.

‘설마 장룡에 이어 장운이에게 이 무공을 전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일이 지나면 끽해야 둘째 장건에게 전수를 하고 끝날 줄 알았지, 셋째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범상치 않은 재능을 뽐내더니 기어코 둘째를 이기고 금령풍운검법 전수 자격을 획득하고 말았다.

“넵!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허히 경청하겠습니다.”

장운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장천호는 감격은 잠시 미루어두고 먼저 금령풍운검법의 역사와 시작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 검법의 시작은 바로 나의 아버지이자 네 할아버지 대(代)부터 시작이었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강한 금(金)의 기운이 담긴 이 날카로운 검법은 이미 검으로 유명한 화산과 종남의 영역을 비집고 황금표국을 이룩하는 주춧돌이 되었다.”

장천호는 두 눈을 지긋이 감으며 이야기하였다.

예상보다 금령풍운검의 역사는 짧은 편이었다.

본래는 섬서 장씨 가전 무공이었던 금화검법(金和劍法)을 장천호의 아버지이자 장운에게는 할아버지가 되는 천지금검(天地金劍) 장인룡이 금령검법(金靈劍法)으로 재정립시켰고, 이것을 장천호의 대에서는 금령풍운검법으로 한층 더 위력과 격을 높인 것이다.

“……따라서 본 금령풍운검법은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완성이 되지 않은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 검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여, 네 할아버지께서 시초를 만들고 내가 중간의 길을 개척하였으니 내 아들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담아 이 금령풍운검법을 완성하길 바란다.”

장천호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본래 명문 정파의 그 어떤 검법이든 대를 거치고 세월을 거쳐 좀 더 보완되고 완성되는 법이다.

황금표국은 그런 점에 있어 역사가 짧기에 불리하였으나 장천호는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다.

‘본디 무공의 완성은 기나긴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몇몇 천재의 손에 해결되는 법이니…….’

역사가 짧다고 해도 언제 무림을 뒤흔들 천재가 나타나 이 금령풍운검법을 완성시킬지 모르지 않은가?

“먼저 네 큰형에게 이를 전수하였고 그다음은 네 차례구나. 현재 장룡은 기대에 부응하며 금령풍운검법을 오성에 달하는 성취를 이루었다.”

장룡은 타고난 무골로 알려진 만큼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벌써 금령풍운검법을 제법 많이 익혔다.

장천호가 십성 수준이며 금령풍운검법에 자신의 개성을 불어넣는 것이 칠성부터임을 감안하였을 때 이는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었다.

“장운, 너는 어디로 튈지 모르며 변수의 가능을 지닌 아이다. 따라서 네게 거는 기대가 크다.”

“황송합니다, 아버님.”

장운은 아버지의 기대에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윽고 장천호는 차분히 금령풍운검법의 구결을 알려주며 검로를 세세히 설명해 주었다.

장운은 그것을 차분히 배우며 내심 경악하는 중이었다.

‘과연 중원은 넓고 고수들은 장강의 모래알처럼 많다!’

전생에서 검으로는 모르는 것이 없으며 자신의 검이 곧 이 세상을 대표하는 모든 검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지금 장천호가 알려주는 금령풍운검법은 전생의 검신 장인랑이 접하지 않은 종류의 검이었다.

장운은 장천호가 어째서 금령풍운검법이 미완성이며 대를 거쳐 변화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 내가 익힌 혼원무극검법에 부족한 것은 유연함과 변화였다.’

혼원무극검법은 강호에서 가장 강하고 완벽한 검법이었지만 아쉬운 점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유연함과 변화.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라고 하였는데, 결국 혼원무극검법을 익힌 검신 장인랑은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금령풍운검법은 어떠한가?

능히 바람과 구름을 일으키는 변화의 특성을 지니고 있을뿐더러 금의 기운을 지닌 탓에 부드럽고 유려하면서도 웅장한 깊이가 있었다.

‘만약 혼원무극검법에 이 금령풍운검법의 장점을 심을 수만 있다면…….’

그 생각을 하니 장운은 눈앞에 불꽃이 번쩍하고 튀는 기분마저 들었다.

전생의 검법이 완벽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 보니 약점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길마저 열리자 그 환희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었다.

만약 장운의 뜻대로만 된다면 그는 전생보다 더 강한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어렵지? 걱정 말거라. 기본 구결을 외우고 동작과 기초 초식을 익히는 데만 적어도 두 달을 예상하고 있으니.”

장천호는 놀라고 있는 셋째 아들의 표정을 읽으며 무공이 너무 어렵고 난해함에 난색을 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비록 익숙하지 않은 생경한 검에 놀랐으나 장운은 전생에 검신이었다.

다른 무공은 몰라도 검과 관련된 무공은 그 어느 누구보다 빨리 익힐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일단 서두르지 말고…….”

장천호는 일단 구결과 검로, 기초 초식만을 알려준 채 이것을 두 달 내내 외우는 것을 생각했다.

황금표국 역사상 가장 좋은 근골을 타고났다는 첫째 아들 장룡조차도 이 기초를 완벽히 외우고 숙지하는 데만 자그마치 한 달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달도 아주 짧게 잡은 것이라 생각하는 그때!

“분명 이렇게…….”

장운은 무공의 천재였지만 특히나 검을 잡으면 최강이 되는 인물이었다.

그것은 육신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파바밧!

장운은 날이 없는 목검을 쥐자마자 그대로 금령풍운검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 금색의 기운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다양한 변화를 선보였다.

그것은 비록 짧은 찰나의 순간이더라도 황금빛의 영롱함은 더할 나위 없이 반짝였다.

“……!!!”

장천호는 자신의 눈앞에서 번쩍이던 황금빛을 바라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매우 짧은 순간에 사라져 흡사 반딧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나…….

‘분명히 금령풍운검법의 조화다!’

장천호의 눈은 예리했다.

아무리 서투르고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전에 장운이 보여준 것은 금령풍운검법의 핵심을 관통하는 시범인 것이다.

“맙소사…….”

너무 놀란 나머지 한참 동안 망부석처럼 굳어 버린 금령검객 장천호.

그는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이후, 타인의 무공을 보고 이렇게 놀란 것은 손꼽힐 정도였다.

그러다가 간신히 입을 움직여 장운을 바라보았다.

“제가 서툴렀습니까?”

장운은 애써 연기를 하며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펼치면 괜히 주목을 받을까 봐 최대한 어설프게 펼친다고 펼쳤는데 오랜만에 검을 잡은 까닭일까?

‘검만 잡으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다시 한번 해보자꾸나.”

장천호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장룡이의 기록을 깨고 한 달보다 더 짧은 기간에 금령풍운검법을 숙지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일대의 사건이며 황금표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장천호는 갑자기 의욕이 넘치는 얼굴이 되었고 본래는 오늘 오후 대략 한 시진 정도 잡혀 있던 무공 전수 시간은 다음 날 새벽이 밝도록 진행되어 버렸다.

꼬끼오오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연무장 바깥에서 닭의 계명(鷄鳴) 소리가 울려 퍼질 때쯤!

“너어…… 타고난 무공 천재였구나?”

장천호는 잠이 오는 것조차 잊은 채 새삼 셋째 아들의 재능에 감탄하고 말았다.

다시 일주일이 넘어갈 무렵에는 드디어 장운이 사고를 쳐도 단단히 쳐 버렸다.

“드디어…… 금령풍운검법의 모든 구결과 기본 자세, 검로를 숙지하였습니다!”

이건 정녕 놀라운 일이었다.

타고난 무골이라는 첫째 장룡은 이것을 해내기 위해 밤잠조차 잊고 심지어 표행까지 나가지 않으며 한 달 만에 이것을 달성하였다.

심지어 다 숙지하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기절할 정도로 무리를 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장운을 좀 보라.

그는 일주일 동안 모든 표행에 나서고 일상을 준수하면서 오후 시간에 틈틈이 아버지 장천호에게 가르침을 받은 결과!

‘마침내 금령풍운검법의 기초를 완성하였다!’

모름지기 시작과 기초가 중요한 법이다.

장운은 금령풍운검법을 시작하는 데 있어 그야말로 완벽한 기초를 이루고 말았다.

“허헛! 허허허헛!”

장천호 또한 뜬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돌연 헛웃음이 터져 버렸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고, 가장 잘 알면서도 가장 모르는 사이가 아비와 자식 사이라지만…… 이건 몰랐구나.’

장천호는 새삼 장운을 다시 바라보았다.

한때는 어째서 자신의 핏줄에 이런 아이가 나왔나 혀를 차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리가 불편하게 나온 데다, 그것을 비관하여 스스로를 좀먹고 있는 모습에 처음에는 연민이 들었던 감정이 나중에는 분노로 변질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그 분노는 혐오까지 번지려고 있는 순간에 장운은 알을 깨고 나왔다.

현재 장운의 나이는 열여섯.

신체의 변화와 감정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더불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나이이자 이제 막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내가…… 너를 너무 몰랐구나.”

장천호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솔직히 장운이 반폐인이 되어 두문불출한 순간, 없는 자식이라 치부하고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머리도 나쁘지 않고 외모도 준수한 것이…… 다리만 멀쩡하면 무공을 잘 익힐 체질인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셋째를 보며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였으나 그것은 기약 없는 희망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포기하고 정을 떼려는 순간, 아픈 손가락인 셋째 아들은 드디어 날개를 활짝 펼쳤다.

“아닙니다. 저도 저를 너무 몰랐으니까요.”

장운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하나 그도 속으로 장운의 체질에 대해 놀라는 중이었다.

‘내 전생이 천하제일검 검신이어도 그것을 잘 풀어 표현하는 것은 장운 자체의 공이 크다.’

제아무리 전생의 무공이 뛰어나고 기억이 완벽하다고 해도 그것을 펼칠 바탕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 점에 있어 장운의 체질과 오성은 절대로 나쁘지 않았다.

물론 아직까지도 다리를 약간 절고 있어 장천호는 그게 걱정되었으나,

“다리는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추영객 영사춘 집사에게 외발의 경공을 만들어 달라고 할 터이니 일단 이 금령풍운검법에 매진하도록 해라.”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불편한 다리로도 이런 검법의 재능을 보이고 있다니.

이것은 기적과도 같았다.

“이제 기초는 끝났다.”

장천호는 또다시 웃었다.

요즘 들어 셋째 아들의 얼굴만 보면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내일부터는 심화 단계에 들어가 진정한 금령풍운검법을 알려주도록 하마.”

장운도 웃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의원이나 약방에 같이 들려 몸에 좋다는 것을 찾는 기억 정도?

그런 그들에게 있어 지금의 상황은 같이 욕탕에 들려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네, 자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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