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화
일류의 경지를 달성하다(1)
“뭐? 뭣?!”
감숙성의 표행을 훌륭히 마치고 귀환한 장운과 일행들.
그들의 소식에 기뻐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설산채에게 금자를 먹여 못난 짓을 하려던 황금표국의 둘째 공자, 장건은 모든 전말을 전해 듣고는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대설산채로부터 깜깜무소식이더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여 잠자코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번만큼은 장운이 제대로 밟혀서 꿈틀대리라 믿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황금표국의 셋째 공자인 장운 도련님께서 달라지셨다!
그동안 쟁자수 사이에서 불던 이 소문은 점차 더 커져 황금표국 내부의 모든 표사들과 표두들이 알게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인정하기 싫지만…… 장운 도련님께서는 유능했습니다.”
“시비를 걸고 꼬투리를 잡으려고 해도 건덕지가 없었어요.”
장운과 함께 감숙성에 갔던 장건 파벌들, 이급 표사들은 일제히 입을 모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렇게 빈틈이 없는 자는 처음이었다.
“끄응, 젠장!”
장건은 머리가 아파왔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커진 것이다.
그래도 장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첫째 형에게는 도저히 비빌 수 없고 그렇다면 상재 쪽에서 재능을 키우겠다고 목표를 잡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장운이 치고 올라오니 다급하였다.
“지금…… 아버님과 수뇌부들의 동태는 어떠한가?”
장건은 다급히 자신 휘하의 사람들을 소집하여 의견을 물었다.
“현재 장운 도련님께서 이번 표행에 미미한 부상을 입었다고 하여…… 그것이 완치되는 대로 상을 내린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국주님께서 외부의 일로 출타 중이신지라 복귀하셔야 황금 총회가 열릴 겁니다.”
수하들의 말에 장건은 이마를 짚고 말았다.
보나마나 아버지와 수뇌부들은 큰 상을 내릴 것이 뻔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주가 부재중이라는 점이었다.
“형님이라면 모를까. 나는 절대로…… 장운이 놈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장건은 이를 뻑뻑 갈았지만 과연 동생인 장운을 넘을 수 있을까?
그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불타는 순간이었다.
* * *
“귀하디귀한 백사를 구해왔으니 탕약을 제조해 주십시오.”
한편 장운은 귀환하자마자 곧바로 황금표국 내부의 의원을 찾았다.
때마침 상부에서는 장운의 몸이 완치되는 대로 신상필벌을 위한 자리가 열린다고 하였으니 걱정은 없었다.
“세, 세상에! 이런 귀한 것을……!”
표국의 의원은 장운이 구하기 힘들다는 대설산의 백사 다섯 마리를 내어놓자 크게 놀라며 기립하고 말았다.
황금표국 본국의 의원인 이상 귀하고 값진 약재와 영약은 많이 봐왔다.
그런 의원조차 이렇게 많은 백사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약재를 아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팍팍 넣고 달여주세요.”
장운의 말에 의원은 놀라면서도 당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많이 넣는다면…… 약성과 함께 독성도 강해질 텐데?”
의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모름지기 약이든 독이든 적당한 것이 최고였다.
백사를 한꺼번에 많이 넣고 탕약을 제조한다면 독성이 강해지는 부작용이 존재하였다.
하나 장운은 오히려 그 독성이 필요했다.
‘독성은 나의 천허심법으로 다스리면 된다.’
천허심법으로 독성을 이용하여 체내에 쌓인 영약의 기운을 녹인다면, 오히려 독성은 그에게 이득으로 작용할 것이다.
“상관없습니다. 이대로 해주십시오.”
그렇게 의원과 단판을 지어 백사가 무려 다섯 마리나 들어간 탕약을 받아온 장운.
‘시작하자!’
자신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그것을 주저 없이 들이켰다.
쭈우욱!
입을 대자마자 약간은 역한 냄새와 더불어 혀를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처럼 씁쓸한 맛에 눈이 부릅떠질 정도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과연 백사의 탕약이다.’
장운은 감탄을 하면서도 탕약을 한 방울 남기는 것 없이 모조리 삼켰다.
아니나 다를까?
백사의 효과는 과연 대단했다.
화르르륵!
흡사 아랫배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것처럼 강력한 백사의 독효가 들끓어 올랐다.
그것이 어찌나 강했던지 기력이 약한 일반인이었다면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으리라.
“어디 해보자!”
하지만 장운이 누구던가?
전생에서 참혹한 기억을 가진 천하제일검 검신이 아니던가?
그의 인내심과 굳은 심지는 이미 무영신투가 인정한 바 있었다.
‘으으윽!’
마치 백사 다섯 마리가 아랫배에서 살아나 오장육부를 이리저리 들쑤시는 고통에 장운은 전신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된다.’
지금 이렇게 고통스럽고 땀이 많이 나는 것은 백사의 독효가 체내에 쌓여 굳어 버린 영약의 기운을 깨내 녹이는 작용을 하고 있었다.
‘고통을 즐겨야 된다. 이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고통이다.’
장운은 진정 독한 사람이었다.
아프면 아플수록 그는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독효가 너무나 강해 신체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려고 할 때는.
-천허심법(天許心法)!
위기의 순간 때마다 천허심법을 사용하였다.
이 천허심법은 너무나도 정순하고 대단한 내공심법인지라 장운이 기절하거나 죽기 일보 직전에 백사의 독을 어느 정도 순환시켜 고통을 가라앉혔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천허심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장운의 기질과 재능, 그리고 타고난 판단력이었다.
주륵, 주르륵!
지금 장운은 모든 모공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 새까만 국물 같은 것이 흐르는 게 백사의 독마저 일부분 배출되고 있던 것이다.
만약 제삼자가 보았더라면 장운이 죽어간다며 동네방네 떠들 일이었다.
하나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곧 완주만이 남았으니까.
“후우우우.”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적게 잡아도 반나절 그 이상 흘렀을 무렵, 장운은 마침내 백사 다섯 마리가 들어간 탕약을 모조리 소화할 수 있었다.
그 백사 탕약을 소화했다는 것은 곧…….
“하하하하핫!”
장운은 일어나자마자 벌써부터 상을 받은 사람처럼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그는 충분히 기뻐할 만했다.
‘마침내 일류 고수 반열에 도달했다!’
장운이 무공에 제대로 입문한 지 불과 두 달도 채 흐르지 않아 드디어 일류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놀라운 일이로다. 내공은…… 이미 절정의 수준이라니.”
더 놀라운 사실은 장운의 내공이었다.
백사의 귀하고 지독한 독효로 인하여 체내에 쌓인 영약의 기운을 녹여낸 결과는 그야말로 탁월했다.
이류 수준에 불과하던 장운의 내공을 순식간에 어지간한 절정 고수 수준의 양처럼 늘어난 것이다.
이는 백사의 쓸개를 취한 까닭이기도 했다.
백사의 효능은 독효뿐만 아니라 내공을 증진시켜주는 것에도 있었으니까.
‘믿기지 않는군. 벌써부터 일류 고수라니.’
장운은 아직도 얼떨떨한지 자신의 전신을 쓸어보며 생각했다.
혹자들은 일류 수준을 우습게 보겠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지역에서 날고 긴다 하는 무가의 재능들, 명문가의 아이들 중에서도 일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류 수준도 천재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재밌군, 재밌어.”
장운은 몸을 일으켜 자신의 피부에 말라붙은 백사의 독과 자신의 땀을 닦아내며 씨익 웃었다.
무공을 익히는 것이 이토록 빠르고 신명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대로만 간다면…… 어쩌면 나는 전생보다 더 강해질지도 모르겠군.’
장운이 기뻐할 일은 또 있었다.
마침내 일류 수준에 도달한 그날 밤, 무영신투로부터 뜻하지 않는 선물마저 받았다.
“혼령운행공의 수련은 잘 이루어지고 있군요.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그냥 경공만 가르치기는 좀 그러니…….”
무영신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눈앞의 장운이 마음에 들었다.
가르치면 그대로 흡수하는 것은 물론이오, 강호 고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심력(心力)마저 출중하였다.
“제가 지닌 몇 가지 공격 무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놀랍게도 무영신투는 혼령운행공에 그치지 않고 과거 신출귀몰한 대도행을 하며 적과 대면했을 때 사용했던 무공들, 무영진퇴각(無影進退脚)이라는 각법(脚法)과 더불어 무염지(無炎指)라는 지법(指法)도 알려주었다.
“먼저 이 무영진퇴각은 무영보법을 연상하면 매우 익히기 쉽고 간단합니다. 무영보법의 결을 그대로 따르며 거대한 들소가 머리로 들이받는 것처럼 호쾌하게 발차기를 하는 무공입니다.”
무영신투는 흡사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신의 귀한 무공들을 모조리 알려주었다.
무영진퇴각은 제대로 걸렸다 하면 뛰어난 고수조차 단 한 방에 절명시켜 버리는 발차기 기술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무염지는 무공의 이름 그대로 손가락으로 보이지 않는 불꽃을 일으켜 상대의 혈을 누르고 지공을 튕기는 기술이지요.”
무영신투의 무공들은 하나같이 이동 간에 사용하기 간편하고 기습을 날리기 적절한 무공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약 상대가 접근한다면 무영진퇴각을, 멀리 떨어져 있다면 지공을 불러일으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을 지녔다.
“저의 신법과는 달리 이 공격의 무공들은 매우 뛰어난 절기까진 아니더라도…… 활동하는 데 있어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영신투는 자부심이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전투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그가 많은 대도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뛰어난 신법과 더불어 이 무공들로 적을 제압하고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나에게 호재다!’
장운은 무영신투로부터 두 무공을 전수받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검신의 무공이 출중하다고 하나 표행을 하다 보면 검이 없는 상황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혼령운행공뿐만 아니라…… 이 두 무공 또한 완벽하게 익혀보겠습니다.”
때마침 국주인 금령검객 장천호가 외부의 일로 출타 중이라 장운에게는 도리어 좋은 일이 되었다.
장운은 장천호가 귀환하여 황금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부단히도 무영진퇴각과 무염지를 익혔으며, 검신의 무공을 다시 익히는 일에도 주력한 결과!
‘순식간에 일류 초입에서 끄트머리까지 도달하였다.’
장운은 더 이상 갓 일류에 도달한 애송이가 아니었다.
내공은 벌써 절정 수준이오, 무공은 검신의 검술과 더불어 다양한 실전용 무공을 익혀 다재다능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장운이 무공을 수련하는 데 있어 좋은 지표를 그리고 있을 무렵 시기적절하게도 국주인 장천호가 황금표국으로 복귀하였다.
[본 표국의 삼남, 장운 공자께서는 이번 달부터 황금 총회에 참가하도록 하십시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신이 날아들었다.
장천호가 복귀하자마자 밀리고 있던 황금 총회가 열리며 보상의 시작을 알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컸다.
“나는 황금 총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정식 표행 건과 관련하여 큰 상을 받을 것이다.”
이제 한 몸 건사할 수 있는 무공 실력을 갖추었다.
장운의 승승장구는 바로 지금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