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8화 (8/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8화

따라오는 보상(3)

“억! 으억!”

무영신투는 어찌나 놀랐던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를 정도였다.

너무 놀라면 말보다 비명이 앞서는 법이다.

지금 무영신투가 그러했다.

그리고 그가 놀라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마치……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다!’

물론 무영신투는 지금 장운처럼 훤칠하거나 발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짝다리에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자신이 무영문의 정통 후계자가 되었다.

그가 시작할 때도 그랬다.

다른 사형제들은 자신을 비웃었지만 결국 무영보법을 가장 먼저 그럴싸하게 펼친 것은 자신이었다.

“정녕! 정녕 다리를 저는 것이 맞는지…….”

무영신투는 오죽했으면 장운의 다리를 의심할 정도였다.

약간의 부자연스러운 티는 나지만 은밀하고도 재빠른 무영신법의 조화가 오묘하게 더해진 결과,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쉬이 알기 힘든 수준인 것이다.

“삼공자 님은 실로 뛰어난 무골이시군요!”

급기야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허헛, 그런가요?”

장운은 자신의 재능을 다 알고 있으면서 겸양을 부렸다.

‘과거 경공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나는 한 분야에서 극의를 맛본 사람이다.’

설령 결이 다른 무공이라고 해도 결국 통하는 법.

처음에는 헤매었으나 어렵지 않게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기본 보법을 빨리 깨우친 사람은 처음이옵니다!”

오죽했으면 무영신투가 언성을 높일 정도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결국 그는 판단을 내리고 말았다.

무영신투는 신중히 다시 한번 좌우를 살피더니 근엄한 얼굴로 장운을 바라보았다.

“장운 도련님. 지금부터 보다 더 심화된 무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장운은 그의 굳은 얼굴을 보자마자 내심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무영신투의 마음이 열렸구나 감이 온 것이다.

“조건?”

“그렇습니다. 숨겨진 저의 절기를 알려드리지요. 그 대신…… 어느 누구에게도 이 경공의 존재를 알려서는 안 됩니다. 심지어 국주님에게조차! 저와 약속하실 수 있으십니까?”

솔직히 말해 무영신투는 맨 처음에 대충 무영보법 정도를 알려주어 장운의 근성에 보답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의 성취를 바라보니 이 재능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맨 천하의 재능이 아니던가?

무영문의 차기 후계자로 낙점받기는 일렀으나 다시 한번 시험을 해볼 심산이었다.

자신의 절기 하나를 가르쳐 그때도 이렇게 뛰어난 성취를 보인다면…….

‘그때는 능히 내 정체를 밝히고 무영문의 후계자로 삼을 것이다.’

무영신투는 결단을 내렸다.

물론 그 전에 장운의 동의가 필요했다.

“약속하겠습니다!”

장운은 그의 정체를 진즉 알아차리고 있었기에 한 치의 주저 없이 곧바로 대답하였다.

장운의 대답에 무영신투는 기뻤는지 이제야 조금 풀어진 얼굴로 자신의 독문 무공 하나를 알려주었다.

“지금부터 제가 알려드릴 경공은 다름 아닌……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이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무영신투가 아니라 장운이 놀라고 말았다.

‘혼령운행공은 무영신투의 상징이자 장기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 혼령운행공을 일단 익히게 허락했다는 것은 그의 절반쯤은 무영문의 후계자로 낙점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혼령운행공을 잘 익힌다면 정식으로 무영문의 후계자가 될 것이고, 만약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그저 재주 하나를 알려준 사이로만 끝날 것이다.

“이 혼령운행공은 말 그대로 죽은 영혼이 구름을 걷는 것처럼 매우 은밀하고 신출귀몰한 경공으로, 천하에서 최고라고 불릴 만한 경공입니다. 신묘하고 빠른 묘용을 가진 대신 배우기가 극히 어렵고 난해합니다. 이 묘리를 다 깨우치는 데 적게 잡아도 일 년이 넘는 기한이 걸릴 테지요. 한번 도전하시겠습니까?”

이 혼령운행공을 알려주겠다는 것은 무영신투에게도 커다란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본 움직임과 구결, 행로만 알려주는 데 일 년이 걸린다.

물론 이 일 년이라는 기한도 조금 전 장운이 보여준 재능을 대입하여 적게 잡은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장운의 두 눈에 빛이 났다.

마치 천하제일검 검신 장인랑처럼!

“도전하겠습니다.”

* * *

무영문을 대표하는 절기이자 무영신투의 상징, 혼령운행공은 과연 난해하고 지극히 어려워 장운조차 고전하는 나날을 보내었다.

하나 장운 또한 그것을 단기간에 익히리라 판단하지 않았기에 기일을 두고 차분히 전념하는 중이었다.

그리하여 밤에는 아무도 몰래 은밀히 혼령운행공을 공부하고 낮에는 틈틈이 쟁자수로서 경험을 쌓는 나날을 보내었다.

특히 근면 성실하면서도 삼공자 신분으로 표국 최말단의 쟁자수 역할을 해내는 장운의 모습은 다른 쟁자수들로 하여금 존경을 불러일으켰으며 그의 지지는 크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장운 도련님. 도련님께서도 이제 밀어내기 표행을 졸업하고…… 녹림과 엮이는 진짜 표행을 나가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상수 노관이 장운을 부르며 말했다.

그동안은 쟁자수로서 밀어내기 표행이나 가벼운 잡일만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기나긴 표행을 가본 적도 없었고 말로만 듣던 녹림의 산적과 대면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 노관의 수업에서 듣던 녹림을 실제로 보진 못했던 것이다.

“이급 표사나 표두 없이 떠나는 표행이 아니라 정식 표행이며, 감숙성으로 떠나는 여정입니다.”

노관의 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만약 이번 표행을 잘 수행하신다면…… 표사로 진급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장운은 쟁자수가 된 지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한 달도 안 된 쟁자수가 바로 표사가 되는 것은 황금표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하나 장운은 국주의 아들이며 지난번에 세운 공도 있기에 이번 표행에서 유능함을 다시 입증한다면 표사 진급도 요원한 일은 아니었다.

“어떤 표행입니까?”

장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동안 밀어내기 표행과 엇비슷한 일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대로 된 표행 기회가 주어졌다?

그것은 노관의 뜻이 아니라 이급 표사를 관리하는 장본인, 즉 둘째 형인 장건의 입김이 닿았으리라 여기고 있었다.

‘둘째 형인 장건은 내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 일부러 기타 잡무만 시켰었다.’

혹여나 다시 공을 덜컥 세워 더 돋보이면 안 되니 말이다.

또한 장건은 지난번 일로 인해 큰 망신을 당했을뿐더러 이를 뻑뻑 갈며 원한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감숙성으로 떠나는 표행 제의를 받게 되다니 의아함을 느끼던 차였다.

“감숙성의 요지, 난주(蘭州)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그곳에 대설산(大雪山)이라는 명산(名山)이 있고 대설산채도 존재하나, 우리 황금표국과는 예로부터 잘 아는 곳입니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긴 여정일지언정 어려울 것은 없으니 표두의 말을 잘 들으면 될 일입니다.”

노관은 장건의 입김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기에 오히려 이번 표행은 장운에게 큰 기회라고 여기며 피력하는 중이었다.

“표행을 떠나는 구성원은 어떻게 됩니까?”

“표두는 전뢰창(戰雷槍) 감우량 대협이시며 표사들은 일급 표사가 셋, 이급 표사가 다섯이고 쟁자수들은 대략 열 명 정도로 예측됩니다.”

노관은 노련한 쟁자수답게 줄줄이 꿰고 있었다.

‘전뢰창 감우량이라면 둘째 형님이 아니라 첫째 형님 소관의 사람이다.’

장운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표두가 첫째 형의 사람이니 장건의 속셈이 뭐가 되었든 어렵지 않으리라 여겼다.

“알겠습니다. 표행에 참가하도록 하지요.”

사실 이번 표행이 어렵든 그렇지 않든 장운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표사가 되어야 하고 표두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 황금표국에서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쟁자수인 신분으로는 갈 길이 한참 멀었다.

하여, 설령 둘째 형 장건의 계략이 있을지라도 자신은 상관없었다.

어떤 창피나 수모가 있다고 해도 능히 이겨낼 실력을 지녔기에 참가를 원했다.

“출발은 내일입니다. 준비는 저도 돕도록 하죠.”

거기에 다른 파벌에 휘말리지 않고 깐깐하지만 정이 많은 노인, 노관이 옆에서 보좌하니 겁날 것이 없었다.

* * *

“다들 모였느냐?”

이번 표행을 맡은 표두 전뢰창 감우량이 내공을 담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황금표국의 표두들 중에서도 상당히 젊은 편으로 무공을 초일류 수준에 육박하고 있었다.

초일류 수준이란 오로지 선택받은 천재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 절정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하였으나 그렇다고 일반 일류 고수보다 더 강한 자들을 초일류의 고수라고 불렀다.

이른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라 할 수 있었으나, 표두치고도 초일류의 고수는 흔한 것이 아니기에 황금표국 내부에서 각광받는 인재였다.

“네!”

표두인 감우량의 부름에 표사들은 물론이오, 쟁자수들조차 잔뜩 기합이 든 채 일제히 소리쳤다.

물론 쟁자수 사이에 장운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저자가 바로 국주님의 셋째 아들인 장운…….’

표두 감우량은 인원과 표물을 다시 한번 점검하며 지나가는 눈으로 한 인물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장운의 위치에서 잠시 멈춰 있었다.

아무리 표두라고 해도 황금표국주의 아들은 신경이 쓰일 터였다.

‘하지만 특별 대우는 없다.’

감우량은 굳이 따지자면 첫째 아들의 파벌이었지만 장운에게 품은 악감정은 없었다.

악감정도 장건처럼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져야 생기지, 장운은 감우량에게 있어 아직도 소심한 절름발이 수준이었기에 그랬던 것이다.

“이번 감숙성 난주 표행은 구파일방의 명문, 공동파의 영역에 가는 만큼 행동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하고 경거망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따라서 튀는 행동을 하는 자는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감우량은 자신 밑의 표사들 중 장건 파벌이 있다는 걸 알고 장운을 포함하여 겨냥하는 말을 날렸다.

이것은 실제로 그의 진심이었다.

파벌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표행 완수만을 위하리라 마음먹었다.

“넵!”

호기로운 대답이 들리자 감우량은 이제야 마음에 들었다는 듯 씨익 웃었다.

“그럼 표행을 시작하겠다!”

섬서성에서 감숙성으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표행이 시작되자마자 화두는 당연히 황금표국 삼공자 장운을 향한 관심이었다.

“저자가 바로 그 셋째 도련님?”

“소문으로는 발을 심하게 전다고 그러던데…….”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군. 저 모습이 어딜 봐서 다리가 불편한 모습이야?”

이급 표사들은 물론 일급 표사들마저도 장운의 움직임을 보며 약간은 놀라고 말았다.

실제로 본래의 장운은 다리를 심하게 절었지만, 무공에 입문하여 무영신투의 비학을 익히기 시작한 이후로 그리 티가 나지 않았다.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걸음걸이가 독특한 일반인 정도로 보였던 것이다.

“그래도 나름 귀하게 자랐는데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응석이나 부리지 않으면 다행이지.”

이번 표행은 장운에게 있어 첫 표행이나 마찬가지였다.

밀어내기 표행이나 잡무와는 달리 제대로 된 표행이었으며, 장운을 가까이서 보지 않은 자들도 대거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장운에 대하여 소문으로만 접한 자들은 그를 향해 의구심 어린 눈빛을 보내었다.

“날씨가 쌀쌀하거늘 어째서 짧은 옷을 입었지?”

“면도 얇은 걸 입었잖아?”

“푸하핫! 바보 같기는!”

특히 장건 휘하의 이급 표사들은 노골적으로 장운을 향하여 시비를 걸 듯 외쳤다.

그들은 장운의 복장을 보며 비웃었지만 비웃음을 던진 이들은 오히려 감숙성의 기후를 잘 모르는 자들로 미흡한 초보임을 인증하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바보 같은 것은 너희들이다. 감숙성의 난주 지역은 황하(黃河) 상류의 지역이라 습하면서도 덥기 때문에 옷이 금방 젖어 긴 옷은 표행에 적합하지 않다. 나 또한 표국을 지나가면 갈아입으려고 하였거늘…… 어찌 표사가 되어 입을 함부로 놀린단 말인가?”

표두 감우량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말았다.

바보는 오히려 이급 표사들이었으며 표행에 있어 완벽히 준비를 한 인물은 장운이었다.

이급 표사들은 대부분 섬서성과 가까운 인근에서만 활동을 했기에 몰랐던 것이다.

또 하나 더 장운이 유리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과거 검신 시절, 공동파의 전대 장문인이자 공동제일검 복마진검(伏魔眞劍) 진가후와 대결하러 들린 적이 있다.’

그런 만큼 감숙 난주 지역을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덧붙이자면 해가 떨어지는 밤에는 몹시도 쌀쌀합니다. 그러니 모포와 외투도 두꺼운 것으로 챙겨야 하지요.”

장운은 자신을 비웃던 자들에게 말투는 정중히, 그러나 눈빛은 내려다보며 뼈있는 말을 남겼다.

씨익!

출발부터 장운의 미소가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