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6화
따라오는 보상(1)
-소심한 절름발이였던 황금표국 삼공자께서 자금을 외부 반출하던 표사 대력도 호준을 쓰러뜨렸다!
이 소식은 곧 어마어마한 광풍이 되어 황금표국을 강타하였다.
오랫동안 장운을 알고 있던 자들은 처음에 믿지 않았으나 신의가 넘치는 상수 노관의 증언 때문에 신빙성을 가지게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국주님. 이것은 셋째 공자님을 따로 불러 치하해야 합니다.”
모든 사정을 들은 첫째 집사이자 뛰어난 절정 고수인 다정검 인천수가 국주인 장천호에게 주장했다.
마침 대력도 호준 사건으로 인하여 징벌 위원회가 열렸기에 황금 총회 때와 똑같이 모든 인원이 모여 있었다.
“치하를 해야 된다고?”
장천호는 매우 생경하다는 듯이 말했다.
첫째 아들이나 둘째 아들에게 상을 내린 적은 많았지만 셋째 아들은 처음이었다.
아니, 이런 모임에서조차 나올 자격이 없던 인물이 바로 장운인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본 표국은 예로부터 공(功)과 과(過)를 따지어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엄격히 구분 지어 왔습니다. 그 전통을 셋째 공자님에게만 예외로 둘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천수의 의견에 동감했다.
움찔!
상과 벌이라는 말에 둘째인 장건이 움찔하며 놀라고 말았다.
상을 받아야 할 인물이 장운이라면 벌을 받아야 할 인물은 다름 아닌 아랫사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인 까닭 때문이었다.
“그래, 장운이를 불러오라.”
인천수의 의견에 장천호는 기대 반 실망 반을 미리 품은 채로 말했다.
‘예전의 녀석 같으면 이런 자리에는 불러도 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의 시선을 감당하기 부족했던 소심한 아이였기에 오라고 난리를 부려도 자리를 비운 것이다.
그렇기에 설마설마했는데 이게 웬걸?
“아버님. 부르셨습니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좀처럼 제 방에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며 홀로 단절된 세계를 즐기던 장운이 모습을 선보였다.
‘장운이가 이토록…… 위풍당당하고 훤칠했던가?’
특히 장운이를 거의 이 년 만에 보는 장천호는 놀랄 노자였다.
오랜만에 보는 아들은 부쩍 달려져 있었다.
성장하여 키가 커졌다는 말은 아니었다.
정확히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이 없어지고 성숙해 보였다.
“이급 표사 대력도 호준과 관련하여 일련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사실이더냐?”
장천호의 질문에 애먼 인물인 장건이 더 떨려 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표행을 따라가던 중 부정(不正)을 적발하였고, 표법과 관례에 따라 처리를 하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장운의 딱 부러지는 대답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아비의 눈빛과 위엄을 감당하지 못해 우물쭈물 횡설수설해야 정상일 터인데,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강단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오!
본인의 입에서 활약이 맞다는 소리를 듣자 황금표국 수뇌부는 다시 한번 놀라움으로 일렁거렸다.
소문이 정말로 사실이었던 것이다.
“달라졌구나, 달라졌어. 하긴. 남자 나이 열여섯이면 이제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준비를 해야 하는 법. 잘했다.”
장천호는 이례적으로 씨익 웃으며 장운을 칭찬했다.
남들이 볼 때는 무뚝뚝하고 별 것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
장운의 심장은 거칠게 요동치며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것은 검신의 반응이 아니라 신체 본래의 주인인 장운의 육신이 반응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아비에게 제대로 된 칭찬을 들은 것이다.
“감사합니다.”
놀라움도 잠시.
장운은 정중히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버님이 장운이에게 칭찬을……?’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다른 의미로 놀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전혀 신경도 쓰지 않던 장운을 경계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장운아, 언제 무공을 익히고 있었느냐?”
갑작스러운 장천호의 질문에 당황할 법도 한데 장운은 주저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틈틈이 익히고 있었습니다. 큰 성취는 없었으나…… 얼마 전 뜻하지 않게 한 번 죽었다 깨어난 이후,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습니다. 또한 대력도 호준은 제가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으로 방심하였고 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이것으로 많은 부분이 다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그러려니 했다.
세간은 장운이 무공을 배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고 대력도 호준이 방심하다가 코가 꿰인 것으로 여겼다.
또 여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정 이상의 수준을 지녔기에 이류 수준은 거기서 거기로 얕잡아 본 것이다.
“그래, 혹시 상으로 원하는 것이 있더냐?”
장천호의 치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저 말 몇 마디로만 끝난다면 수하들이 진정 기뻐하겠는가?
보다 더 명확한 상이 필요했다.
“무공을…… 제대로 익히고 싶습니다.”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힘을 주어 말했다.
검신의 무공을 모조리 꿰고 있는 그가 굳이 무공을 배우고 싶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 내 활약에 따라 무공을 어디서 배웠는지 더 집요한 추궁이 들어올 것이다.’
대력도 호준 정도의 상대는 이류 수준이기도 하고 황금표국 수뇌부들이 그의 진정한 실력을 모르고 있었기에 어찌어찌 넘어갔다.
하나 앞으로는 이렇게 두리뭉술하게 넘어갈 리 없었다.
그렇기에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무공을 익혔다는 명분이 필요했다.
그리고 하나 더.
‘또한 내 무공은 천하십대고수 정도의 고수들이 보면 들킬지도 모른다.’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무공을 배우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무공을?”
“그렇습니다.”
장운의 부탁이 다소 의외였던지 장천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금자나 금괴를 바라거나 아니면 여태껏 그랬듯 다리 치료를 위하여 영약을 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무공이라니.
“허허허, 그거 좋구나. 그래, 내친김에 여기 다섯 명의 집사 분들과 다섯 명의 대표두들 중에서 장운, 네가 한번 골라 보거라.”
장천호는 셋째 아들의 부탁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호쾌하게 열 명의 수뇌부를 가리켰다.
다섯의 집사와 다섯의 대표두들이 바로 황금표국의 진정한 힘이자 전력이었다.
누구를 골라도 절정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저마다 각자 장기가 있었다.
“집사 분들과 대표두들께서도 장운이가 선택을 하면 흔쾌히 승낙하길 바라겠소이다.”
국주의 말에 모두가 다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누구를 고르지?’
반면 장운은 누구를 골라야 할지 그들의 면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명분이 필요했던 것만큼 어느 누구를 골라주어도 뜻을 따르리라 생각하고 있다가…….
“……!!”
장운은 총 열 명의 뛰어난 절정 고수들 중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바라보자 크게 놀라고 말았다.
경악스럽게도 그자는 전생인 검신 장인랑 시절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인물이자,
‘저렇게 대단한 위인이 왜 황금표국에서 일을 한단 말인가?’
황금표국에서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인물이었다.
추측하건대 모종의 이유가 있어 정체를 숨기고 황금표국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눈치를 보아하니 장천호도 모르는 것 같아 보였고, 아무래도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분으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장운은 한 치의 주저도 없이 한 명을 골랐다.
“으음? 저를요?”
자신이 지목당하자 그 장본인은 의외라는 듯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는 다름 아닌 다섯 명의 집사 중 넷째 집사이자 오늘 모인 수뇌부들 사이에서 나이는 많은데 무공은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흐흐, 멍청한 놈. 하필 골라도 추영객(追影客) 영사춘 집사를 고르다니.’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안목에 둘째 공자인 장건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의 생각대로 오늘 모인 열 명의 수뇌부들 중 간신히 절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알려졌으며 재주도 검법이나 도법이 아니라 경공과 보법이 장기였다.
이래저래 좋지 않은 판단이라고 여긴 것이다.
“추영객, 영 집사라……. 영 집사. 내 셋째 아들 녀석에게 재주를 전수해 줄 수 있겠소?”
장운의 선택을 비웃는 장건과는 달리 장천호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넷째 집사 영사춘과의 인연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심기가 깊고 생각이 진중하여 무공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리라 여긴 탓이었다.
“셋째 도련님께서 실망하실지도 모르겠는데…….”
그에 반해 영사춘은 영 내키지 않는지 약간은 주저하다가 주변의 분위기를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수락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장운의 보상이 끝나나 싶은 그때였다.
“모처럼 장운이가 큰 공을 세웠는데 스승 하나를 붙여주는 것은 부족하지.”
장천호가 돌연 제안을 더했다.
사실 그의 말마따나 아들들에게 집사 혹은 대표두를 붙이는 것은 보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이미 첫째와 둘째는 그들로부터 무공이나 표국에 관하여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였다.
다른 집사들과 대표두들은 저마다 첫째와 둘째를 가르친 전력이 있지만 넷째 집사인 추영객 영사춘은 처음이었다.
“앞으로 장운이에게 달마다 금자 열 개씩을 하사하도록 하겠다.”
장천호는 통이 적은 인물이 아니었다.
오오오오!
그의 놀라운 제의에 다시 한번 장내는 술렁이고 말았다.
그동안은 장운에게 기본적인 의식주와 약간의 은자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았었다.
특히 금자 열 개라면 뛰어난 표두 이상의 봉급인 것이다.
“감사합니다!”
장운은 속으로 환호성을 외치며 짜릿함을 느꼈다.
반대로 파격적인 제안에 첫째와 둘째의 안색이 굳어질 지경이었다.
그들은 그 이상으로 벌고 있지만 금자 하나라도 표국의 녹을 받는다는 것은 장운이 더 이상 겉돌지 않고 표국 사람임을 인정받았다는 뜻이었다.
“아차, 내 잊을 뻔했군.”
신상필벌 중 상을 주는 자리는 끝났다.
남은 것은 벌을 주는 일이었다.
“이급 표사 대력도 호준을 관리하는 표두 장건.”
“네, 네엡!”
장건은 마침내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잔뜩 굳은 채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장건 표두는 수하 관리 소홀로 일주일의 근신과 더불어 한 달 동안 봉급 수령 정지를 명한다.”
이것으로 보상에 관한 회의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 * *
회의가 끝나자마자 장운에게는 곧바로 금자 열 개가 주어졌다.
사실 그동안은 품위 유지에 필요한 비용 말고는 장운 개인에게 주어지는 금자는 거의 없었는데, 한 달마다 열 개의 양은 차고 넘치다 못해 과분할 정도였다.
“오오, 도련님! 이게 웬 떡이랍니까?”
금자 열 개를 들고 장운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가장 기뻐한 인물은 당연히 하인 갑호였다.
그는 순박한 눈을 끔뻑이며 진짜로 금자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기까지 했다.
“후후, 그러게 말이다.”
장운은 갑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은지 따라 웃고 있다가 불현듯 드는 생각이 있었다.
“갑호야, 포목점에 가서 비단 옷과 질 좋은 신을 사오거라.”
장운은 오늘 수뇌부 회의에서 느꼈던 것이 있었다.
표국의 주인인 아버지, 장천호는 말할 것도 없고 두 형의 복장은 호화롭고 하나같이 멋들어진 것이었다.
그에 반해 장운의 복장은 집사나 대표두들보다 떨어지고 남루하였는데, 이는 경제적으로 궁핍해서가 아니라 불구의 몸을 지녀 자신을 꾸미는 것을 포기한 예전의 장운 덕분이었다.
“네? 옷을요?”
자신을 꾸미기는커녕 좋은 허우대를 방치하다 못해 썩히기까지 했던 도련님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이자 갑호는 크게 놀라며 펄쩍 뛰었다.
“그래. 자고로 외관이 깔끔해야 어디서든 대우받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