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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3화 (3/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3화

다시 태어난 장운(1)

‘한번 검을 뽑았으면 철저히 짓밟아줘야 한다.’

그것은 검신 장인랑이 오랜 세월 강호를 유랑하며 깨달은 진리이기도 했다.

특히 이렇게 주제 모르고 기어오르는 자들은 더더욱 철저히 밟아 격차를 알려줘야 했다.

부웅!

장운의 목검이 다시 한번 직선을 꿰뚫었다.

지금 그가 펼치는 것은 제대로 된 검법은 아니었지만 그의 독문무공이자 검신을 대표하는 무공, 혼원무극검법(混元武極劍法)의 근간이 되는 기초 자세이기도 했다.

‘아직 나는 감히 혼원무극검법을 시도할 수 없지만 그래도 무공을 모르는 자를 상대하기 충분하다!’

장운은 아직 무공에 제대로 입문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전생에는 무려 검신이었다.

하던 가락이 있으니 무공을 모르는 쟁자수들 여럿 따위는 눈 감고도 상대할 수 있었다.

따악!

장운의 목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상대의 피가 튀고 뼈가 부서졌다.

“으아악!”

“내 손목!”

또한 장운이 진정 영악한 것이 건방진 쟁자수를 교육시키기 위하여 손목이나 어깨 부근을 부러뜨렸을 뿐, 절대로 선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분명 둘째 형이나 첫째 형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것일 터.’

그렇기에 쟁자수를 죽이는 순간 큰 사달이 날 거였다.

더욱이 쟁자수들은 표국 소속으로 곧 황금표국의 재산이 아니던가?

그런 만큼 죽이는 것보다 교육에 초점을 두었다.

그 결과!

“끄으으으.”

“자, 잘못했습니다.”

“제발 그만, 살려주십시오.”

다섯이 넘는 건방진 쟁자수들은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져 저마다 손목과 어깨를 부여잡고는 울부짖고 있었다.

그들은 자그마한 단도나 단검을 쥐고 있었지만 그래도 셋째 도련님인 장운에게 차마 들이밀 수 없었고, 또 그것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었다.

“세상에…….”

이 모든 장면을 빠짐없이 모두 바라보고 있던 쟁자수들의 상수, 노관이 크게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정말로 그 순하다 못해 착해 빠진 미련퉁이, 장운 도련님이 맞는 것인가?’

쟁자수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말단 하인들에게조차 무시를 받던 호구 중의 상 호구.

장운은 놀랍게도 빼어난 무공 실력으로 쟁자수들을 압도하였다.

특히 노관은 오랜 경험으로 인해 대충 삼류 정도의 무공 수준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이 나서도 장운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도, 도련님. 설마…… 다리가 완치되신 겁니까?”

노관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제까지만 해도 떠돌던 소문을 상기하며 물었다.

그 소문은 바로 황금표국 셋째 공자인 장운이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영약을 과다 복용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사경을 헤맨다고 들었는데 그 약이 잘 들어 마침내 다리가 고쳐졌나 싶은 것이다.

“아직입니다.”

그 질문에 장운은 매우 묘하게 대답했다.

듣기에 따라선 이제 곧 치료가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였다.

실제로 아직 다리가 치료되진 않았으나 천허심법으로 인하여 운신할 수 있는 내기가 생겼다.

그 말인즉슨 내기의 힘으로 다리를 저는 방향은 물론, 거리까지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조금 전에 쟁자수들을 번개 같이 때려눕힌 것도 모두 천허심법과 더불어 혼원무극검법의 기초 자세가 혼합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으윽.”

장운은 예의를 아는 노관에게는 정중히 대답한 반면, 고통스러워하며 신음을 내는 건방진 쟁자수들에게는 검신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앞으로 또 분수를 모르고 경거망동한다면…… 그때는 목검이 아니라 진검으로 네놈들을 벨 것이다.”

장운은 말했다.

이것은 결코 허풍이나 과장이 아니었다.

‘내 권리와 자격은 내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장운의 기억을 더듬은 결과, 안타깝게도 이 육체의 전 주인은 자신을 갉아먹고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한심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장인랑은 그런 것 따위는 질색이었다.

어딜 가더라도 반짝반짝 빛이 나길 원했다.

“노관 상수님.”

바닥을 기는 쟁자수들에게 호령을 한 장운.

“네, 네에?”

소심하고 바보 같던 셋째 공자의 모습에서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무인의 모습으로 변모한 장운을 놀라서 쳐다보는 노관이 얼떨결에 대답했다.

“저에게 쟁자수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십시오.”

검법이든 표행이든 아니, 세상 사는 것은 다 똑같았다.

뭐든지 기초부터 철저히 해야 하는 법.

검신은 기초의 중요함을 잘 알았다.

그래서 표사보다 쟁자수부터 파고들었다.

‘두고 봐라. 이 황금표국을 내 거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는 더 이상 남의 손에 죽는 끔찍한 경험만은 사절이었다.

이보다 더 절박할 수 있을까?

장운의 두 눈이 총기로 빛이 났다.

* * *

“이번 달 황금 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황금표국의 막내 집사가 외쳤다.

한 달에 한 번씩 황금표국의 다섯 집사들과 다섯의 총 대표두, 그리고 황금표국의 국주인 금령검객(金靈劍客) 장천호를 비롯하여 그의 두 아들은 모두 모여 회의를 하곤 했다.

그것을 표국 사람들은 황금 총회라고 불렀다.

“그래, 특이 사항이 있던가?”

섬서성에서 손꼽히는 고수이자 동시에 뛰어난 상인이며 표국의 주인인 장천호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황금표국을 일으켜 세운 대단한 인물이자 화산파와 종남파 다음으로 큰 세력을 구축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그는 황금표국은 물론이고 외부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올해 있을 화산파로 향하는 대형 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둘째 집사가 의견을 밝혔다.

그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화산파 측에서 맡긴 많은 재화를 운송하는 표행이 한창 준비 중이었다.

반년도 채 남지 않았기에 황금표국 내부는 떠들썩했으며 날이 곤두선 상황이었다.

“그래, 화산파와 처음으로 거래를 트는 귀한 날이니만큼…… 그 어떠한 차질도 없어야 한다. 알겠느냐?”

장천호의 말에 아들들은 물론이고 표두들의 표두라는 대표두 다섯 명까지 모두 고개를 숙여 외쳤다.

“네, 알겠습니다!”

그밖에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이나 손익 계산, 재무 계획과 관련된 보고를 하며 이번 달 황금 총회도 별 탈 없이 끝나려던 그때였다.

“저어…….”

순조롭게 총회가 종료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둘째 집사, 아정이 손을 들었다.

그는 쟁자수들을 총 관리하는 집사이기도 했다.

“아정 집사. 말하게.”

표국주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정은 잠시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그…… 셋째 공자님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셋째 공자라는 말에 장천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에게 있어 장운이란 존재는 아픈 손가락이자 동시에 치부와 다름이 없었다.

자존심에 강하고 도도한 성격의 장천호는 불구의 장운이 태어났을 때, 무척이나 미안해했고,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었다.

장운의 신체에 어마어마한 양의 영약이 쌓인 것도 그러한 관심의 반증이었다.

부모로서 온전치 못한 몸을 물려주었다는 죄책감에 몸에 좋다는 것은 다 구해다 준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장운의 나이가 열여섯에 달할 무렵까지 무공도 익히지 않고 불구의 몸에 자격지심의 화신이 되어 점점 엇나가자 그를 없는 자식 취급하였다.

“그 머저리 같은 놈이 각종 영약과 탕약을 집어삼켰다지. 멍청한 녀석 같으니.”

불구의 몸을 지닌 아들에게 말하는 것치고 과격한 발언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장운의 현 위치였다.

“크큭.”

“흡.”

아버지가 장운을 욕하자 두 아들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장운은 후계자 다툼에도 끼지 못하는 반푼이였으나 그의 외가는 달랐다.

섬서성에서 황금표국이 자리할 수 있도록 재력으로 큰 힘을 써주었으니 경계해야 할 가치가 있던 것이다.

“아니, 그 소식이 아니라…… 장운 도련님께서 상수 노관에게 쟁자수에 관하여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둘째 집사 아정은 장천호를 비롯하여 두 형이 모르는 사실마저 알려주었다.

“뭐어?”

“쟁자수 교육?”

“그게 사실인가?”

아니나 다를까?

총회에 참가한 모든 인원들이 크게 놀라며 되묻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장운이 하는 일이란 부지런히 의원이나 약방을 들락날락하며 되지도 않은 치료에 매진하며 무시 받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쟁자수 교육을 받는다니.

“네, 정말입니다. 장운 도련님께서는 표행에 관심을 보이며 쟁자수 자격으로나마 참가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아정의 말에 두 형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고 말았고,

“흐으으음.”

표국주인 장천호의 얼굴은 복잡하면서도 미묘해졌다.

‘도대체 어떤 바람이 불어서일까?’

돌이켜 보니 셋째 아들 녀석에게 관심을 끊어 대면하지 않은 것도 벌써 이 년이 흐른 뒤였다.

“장난이더냐, 진심이더냐?”

장천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인해 세상으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진심이 아니라 한순간의 관심이거나 장난이라면 재정적인 지원도 끊을 요량이었다.

“진심…… 으로 보입니다.”

진심이라는 아정의 말에 이번에는 두 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던 것이다.

“심지어 다소 무례한 언행을 한 쟁자수들 몇몇에게 목검을 휘둘러 예의를 바로잡았다고 합니다.”

황금표국에는 절대로 비밀이 없다는 말이 있다.

장운의 행동은 곧바로 장천호 국주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뭐? 예의를 바로잡았다고요?”

“흠씬 두들겨 맞은 게 아니라?”

장운의 두 형은 크게 놀라며 되물었다.

자신들은 셋째의 실력을 뻔히 알고 있다.

건강을 위해 도수체조나 호흡법은 익혔지만 천성적으로 끈기가 없어 도중에 그만두곤 했다.

두 형의 실력이 일류를 돌파하고 있을 때 여전히 다리에만 매달려 세상을 비관한 결과물이었다.

“그렇습니다. 노관 상수의 말에 의하면 다리가 멀쩡해 보일 정도로 몸놀림이 재빨랐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표행에 참가하는 것도 무리가 없어 보인답니다.”

둘째 집사 아정의 말에 장천호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설마 장운, 그 녀석이 뒤늦게 철이라도 들었단 말인가?’

장천호는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도 잠시.

“흠, 표행은 이상과는 달리 몹시 고되고 힘든 여정이다. 특히 가장 말단의 쟁자수라면 그 차가운 현실을 더 잘 알 테지. 어떠한 지원이나 관심은 물론, 방해도 하지 말고 그저 지켜보도록 하라.”

장운의 아비, 금령검객 장천호는 냉정한 두 눈으로 말했다.

‘표행은 절대로 만만치 않다. 그러다 제 풀에 지쳐 쓰러지고 말겠지.’

이것이 바로 그의 생각이었다.

“국주님. 만약, 만에 하나 셋째 도련님께서…… 표행에 잘 적응하시고 무공도 배운다고 하면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첫째 집사이자 장천호에 이어 황금표국 내부에서 이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절정 고수, 다정검(多情劍) 인천수가 물었다.

그는 별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정이 많고 의리를 위해 능히 목숨마저 던지는 호협 중의 호협이었다.

그런 까닭에 몸이 불편한 장운을 언제나 안타까워하는 정이 많은 인물이기도 했다.

“만약 본 표국에 도움이 된다면…….”

장천호는 이례적으로 셋째 아들을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표국 내부에 놈의 자리가 생기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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