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526화 (526/529)

526화. 수니르 모터스 (3)

[(WST) 수니르 모터스 부채 상환 실패. 법정관리 절차!]

(전략)

수니르 모터스는 수니르 그룹이 만든 인도 최대 전기차 회사다.

수니르 그룹은 지난 3년 동안 약 130억 달러(1조 루피)라는 거액을 투자했고, 독일과 일본 등 글로벌 기업과 함께 차량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인도 전기차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로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수니르 모터스의 평가 가치는 한때 약 1500억 달러(14조 5천억 루피)까지 치솟았다.

아누팜 수니르 회장은 3년 안에 연간 100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신차 개발이 지연되며 투자금은 빠르게 소진됐고, 어렵게 신차를 출시했지만 성능은 기대 이하에 가격은 너무 비쌌다.

(중략)

그사이 기존 전기차 회사들은 규모를 키워 생산량을 늘리며 가격을 낮췄고, 인도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현재 티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회사들은 인도에 공장 설립 문제를 놓고 인도 정부와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결국 수니르 모터스는 판매량 부진으로 신차 개발을 중단했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자들 역시 손실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곳으로 알려진…….

(후략)

수니르 모터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시장을 뒤흔들었다.

-수니르 그룹이면 인도 최대 재벌그룹 아닌가?

-볼펜부터 탱크까지 만드는 걸로 유명함.

-그런데 전기차는 제대로 못 만들었나 보네.

-ㅋㅋㅋ 저딴 차가 5만 달러라니. 저 돈이면 티슬라 사지, 누가 저걸 삼?

-대체 투자비는 다 어따 썼나?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줄줄이 망하고, 인도 전기차 업체도 망하고.

-결국 전기차 시장은 티슬라가 다 먹는 건가?

-근데 상용차 쪽에서는 수소트럭이 존나 치고 올라오는 중.

-그래서 지금이라도 티슬라 주식 사, 말아?

-에버하트 형!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 * *

전용기가 하네다 공항에 착륙했다.

일본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왠지 좀 으슬으슬하다.

멀리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기분 탓인가?

뭐, 일본은 안전한 나라니 괜찮겠지.

설마 일본 같은 선진국이 다른 나라 경영자를 체포해서 재판도 없이 몇 개월씩 구금하거나, 하는 미개한 짓을 할 리가 있겠는가?

공항 밖에는 경호원과 차가 대기 중이었다.

준비된 차에 올라타자, 기사가 물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소프트박스 본사로 가주세요.”

* * *

소프트박스는 포털사이트,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유통, 게임, 핀테크, 인터넷 콘텐츠 등을 망라하는 일본의 종합 IT기업.

이 기업의 창업자는 한국계 일본인인 송 가즈키.

그는 경영자로서도 뛰어났지만,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투자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 지니바바 초창기에 2,000만 달러로 지분 30퍼센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후 지니바바는 중국 이커머스를 장악했고, 소프트박스는 1,50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투자의 성공을 맛본 송 가즈키 회장은 아예 인사이트 펀드를 만들어, 전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승승장구했고, 다른 기업들 역시 그를 따라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1, 2년 사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려 170억 달러를 쏟아부었던 워크스페이스는 상장 직전 거액의 부실이 발견되는 바람에 나스닥 상장이 취소됐고, 중국 승차공유앱 다다추싱은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기업 가치가 폭락했다.

그리고 250억 달러를 투자했던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렉스마저 파산.

투자 비중이 큰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자, 수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전부 날아간 것은 물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리고 바로 직전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

바로 수니르 모터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인사이트 펀드는 세 차례에 걸쳐 수니르 모터스에 투자했고, 투자금액은 20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현재 시점에서는 이대로 파산할지, 지원을 받아 회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힘들 거라는 예상에 소프트박스의 주가는 또다시 폭락했다.

송 가즈키 회장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니르 그룹과 연락을 취했다.

아누팜 수니르 회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대신 사이프 싱 부회장과 통화할 수 있었다.

송 가즈키 회장은 따지듯 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없을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투자 유치가 실패할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도 지금 난감한 상황입니다.]

“그룹에서 지원금을 투입하는 건 어떻게 됐습니까?”

[이사회와 주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핑계나 다름없었다.

대체 언제부터 수니르 그룹이 이사회와 주주들을 신경 썼단 말인가?

송 가즈키 회장은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으며 말했다.

“솔직하게 말씀해주십시오. 회생 가능성이 있습니까?”

[아직은 무엇도 확신하기 힘듭니다. 일단 최대한 노력 중이니,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통화를 끝낸 송 가즈키 회장은 털썩 주저앉았다.

“제길…….”

까딱 잘못하면 인사이트 펀드 전체를 청산해야 할지도 모를 심각한 위기였다.

‘대체 왜 이렇게 됐지?’

원래 그는 60세의 생일에 깜짝 은퇴를 발표할 생각이었다.

일할 만큼 일했고, 벌 만큼 벌었다.

뒷일은 젊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그 모습을 즐겁게 지켜볼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후계자까지 정해놓았다.

그러나 은퇴 직전 마음을 바꿨다.

엄청난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의 운명이 갈리게 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가슴이 뛰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은퇴를 미루고, 전보다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미래는 분명 그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미래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송 가즈키는 한 남자를 떠올렸다.

그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고, 모든 투자를 성공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인수한 기업이 미래로 향하는 키였다는 것을.

‘만약 내가 스노우 크래시를 가졌다면……?’

그랬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첫 만남에서부터 느꼈다.

그는 자신에게는 없는 뭔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뭔지를 알 수 없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라면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 * *

미나토구의 고층빌딩에 도착하자,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나를 안내해주었다.

난 잠시 창밖을 내다보며 도쿄의 마천루를 감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벗겨지고 양복을 입은 60대 남성이 들어왔다.

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그의 이름은 송 가즈키.

다름 아닌 소프트박스 회장이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뭘요. 도쿄는 지척인데요.”

오죽하면 도쿄에 테마파크가 생기자 일부 언론에서는 ‘서울에서 3시간 거리에 테마파크 개장’이라고 기사를 쓰기도 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번 만남은 두 번째.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좀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에런 베이커 회장님과의 만남은 어땠습니까?”

난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베이커 회장님이 한국까지 갈 이유는 한 대표님밖에 없으니까요. 한 대표님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실제로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그럼에도 내 존재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데이비드 록허트 때문.

그는 원래부터 유명 투자자였고, CEO로서 대외 활동을 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컨티뉴 캐피탈의 1인자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원래 2인자에는 별 관심이 없다.

화이트로드의 회장이 에런 베이커라는 건 모두가 알아도, 찰스 뱅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엔플 CEO, 티슬라 CEO, 페이스노트 CEO, 유성그룹 회장이 누군지는 모두가 알아도, 그 기업의 2인자가 누군지는 잘 모른다.

만약 데이비드가 없었다면 모든 이목이 나에게 쏠렸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송 가즈키 회장이 나에게 말했다.

“지난번 통화할 때 물었지만, 한 번 더 묻고 싶습니다. 요코하마 일렉트론이 그렇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그럴 리가요.”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세계 3위 반도체 장비회사.

모회사는 소프트박스였으나, 자금난으로 회사 매각에 나섰고, 여기에 컨티뉴 캐피탈, 유성전자 연합과 엔플, PSMC 연합이 뛰어들었다.

결국 엔플, PSMC 연합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그런데 요코하마 일렉트론 중국법인의 루퍼트 리우 대표가 매각에 반대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용역깡패를 동원해 본사에서 온 일본 직원들을 전부 내쫓고 회사와 공장을 장악한 것이다!

21세기에 무력으로 기업을 강탈하는 황당한 사태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중국이라 해도 이런 상황이 오래 갈 리는 없다.

루퍼트 리우가 제기한 해임 무효 소송은 기각됐고, 그는 결국 중국법인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사이 요코하마 일렉트론의 핵심 기술을 전부 빼돌린 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얻을 걸 다 얻은 셈이다.

핵심 기술은 유출됐고, 중국 매출이 전부 날아간 만큼 요코하마 일렉트론의 가치는 10분의 1로 폭락했다.

이런 기업을 누가 갖고 싶겠는가?

때문에 엔플과 PSMC 연합은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하며,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이에 소프트박스 측은 계약이 이미 성사된 만큼 계약금을 돌려줄 수는 없다며 어서 잔금을 납부하라고 맞섰다.

“그래도 계약금을 많이 받은 덕분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요?”

매각 대금은 600억 달러에 계약금은 무려 300억 달러.

계약금이 50퍼센트로 책정된 건 우리 쪽에서 먼저 그렇게 제안했기 때문이다.

아직 소송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계약금을 포기하는 선에서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엔플과 PSMC 입장에서는 300억 달러라는 생돈을 날린 셈이지만, 소프트박스 입장에서는 절반이라도 건진 셈이다.

송 가즈키 회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은 부인할 수 없군요.”

그는 21세기 가장 뛰어난 투자자로 손꼽히고 있었다.

유니콘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전세계 스타트업을 집어삼켰고, 수익률은 폭발적이었다.

반면, 에런 베이커의 수익률은 뒤처지며 이제 그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둘의 평가는 다시 바뀌었다.

인사이트 펀드가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내는 동안, 화이트로드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꾸준한 수익을 냈다.

이 둘의 차이는 뭐였을까?

그건 바로 리스크 관리.

에런 베이커는 시장이 폭등할 때도 항상 침체를 대비했다. 하지만 송 가즈키는 다가올 찬란한 미래만 생각했다.

오죽하면 본인도 ‘크게 벌던 시절 정신이 혼미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겠는가?

송 가즈키 회장은 나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온 겁니까?”

난 본론을 꺼냈다.

“수니르 모터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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