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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525화 (525/529)

525화. 수니르 모터스 (2)

수니르 그룹의 시작은 고빈다 수니르가 설립한 작은 섬유공장이다.

그는 정부 관료와 친했고 덕분에 공장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섬유산업으로 시작해 석유화학과 에너지로 손을 뻗쳤고, 이후 에너지, 방산, IT, 통신, 부동산, 자동차 등 온갖 분야로 확장하며 인도 최대 재벌 그룹으로 성장했다

오죽하면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수니르 그룹은 볼펜부터 탱크까지 안 만드는 게 없다고 할 정도다.

수니르 그룹 성장 배경에는 인도 경제의 성장이 있었다.

한때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서 중국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중국 토종 기업들의 성장과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해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이 되었고, 기업들은 짐을 싸서 중국을 떠났다.

그 대안으로 급부상한 곳이 바로 인도다.

인도는 GDP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인구는 약 14억 3천만 명으로 얼마 전 중국을 넘어섰다.

저렴한 노동력과 거대한 시장을 갖추고 있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수백만 명의 IT 인력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

개혁개방 초창기의 중국이 그러했듯 인도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고, 수니르 그룹의 주가는 폭등했다.

덕분에 아누팜 수니르 회장의 자산은 1,300억 달러로 늘어나, 그는 아시아 최고의 부자이자 세계 3위 부자로 올라섰다.

수니르 그룹의 성장은 한국 재벌그룹의 성장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다.

정권과의 유착, 그로 인한 각종 특혜, 기간산업의 독점 등등.

뭐, 원래 신흥국 재벌은 대체로 비슷하기 마련이지.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문어발 확장.

일반적으로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기업들과는 달리, 재벌그룹들은 별 상관없는 온갖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

수니르 그룹은 기존에 하던 사업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전기차까지 진출했다.

다행히 기존 사업과 아예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니르 그룹은 인도 최대 IT, 통신 재벌.

전기차는 자동차라기보다는 전자제품에 가깝다. 따라서 IT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흔한 일이다.

아누팜 수니르 회장은 수니르 모터스를 티슬라와 맞서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3년 안에 연간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고, 높은 무역장벽으로 인해 외국 자동차의 진입이 힘들다.

인도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약 450만 대로 세계 3위 규모.

이중 단 10퍼센트만 전기차로 바뀌어도 45만 대다.

전기차는 시대의 흐름.

이미 전세계가 그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인도라는 거대한 시장을 장악할 거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수니르 모터스는 실리콘밸리에 R&D센터를 설립하고, 거액의 연봉을 주고 전기차 관련 인재들을 끌어들였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기술적 난이도가 낮아 마음만 먹으면 스타트업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잘 만들고, 싸게 만들기가 어려울 뿐이지.

수니르 모터스는 야심차게 첫 차를 내놓았지만, 품질은 조악했고 가격은 너무 비쌌다.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음에도 결과는 폭망이었다.

그사이 티슬라와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폭발적인 성장했고,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림과 동시에 가격을 낮췄다.

수니르 모터스는 그동안 투자한 돈을 전부 까먹었고, 생산 차질이 빚어지며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렇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자료를 마지막 장까지 다 읽은 나는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역시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이 만든 리포트답게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자료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런 건 역시나 전문가에게 물어봐야겠지?

다행히 주변에 인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한 명 있다.

* * *

난 유재호 회장을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부산은 잘 다녀오셨나요?”

“예. 그동안 잘 지내셨죠?”

“저야 늘 똑같습니다.”

우리는 마주앉아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대한민국에서 유재호 회장과 이렇게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신 겁니까?”

난 본론을 꺼냈다.

“혹시 수니르 그룹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내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인도 시장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니까요.”

그 이유는 수니르 그룹은 인도 최대의 이동통신사 수니르 인포컴을 가지고 있기 때문.

보통 스마트폰 제조사는 각 지역의 이동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단말기를 판매한다.

현재 유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점유율은 무려 20퍼센트로 1위.

대부분 300달러 이하의 저가폰이다 보니 수익률이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인도 GDP의 성장세를 생각하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아누팜 수니르 회장도 만나보셨죠?”

“예. 인도에 갈 때마다 만납니다. 집에도 초대 받았구요.”

인도 재벌의 사치는 한국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아누팜 수니르는 뭄바이 한복판에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살 28층 규모의 집을 짓고 앤틸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말이 좋아 28층이지 층고가 높아 60층 빌딩과 비슷한 높이다.

17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에 옥상에는 헬기 이착륙장이 설치되어 있고, 방이 6천 개에 엘리베이터만 10개다.

영화관, 헬스장, 수영장 등은 물론 눈이 내리는 방도 있다고 한다.

앤틸리스의 가격은 약 25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작년에는 딸 결혼식에 초대받아 다녀왔었습니다.”

“기사 봤어요.”

인도 최대 재벌 장녀의 결혼식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미국 최고의 팝스타가 축가를 불렀고,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과 기업인, 정치인들이 참석해 축하해주었다.

전 유엔사무총장, 전 영국 총리, 전 미국 국무장관, NS CEO 사티아 샤말란, 구블 창업자 등등.

그리고 그 사이에는 유재호 회장도 있었다.

그야말로 전세계 유명인들이 총출동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석자 면면만 봐도 아누팜 수니르 회장이 가진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결혼식에만 1억 달러를 썼고, 전용기가 150대가 날아왔다고 한다.

유재호 회장은 아누팜 수니르 회장과 수니르 그룹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인도는 어떤 나라인가요?”

유재호 회장은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음, 그건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들군요. 인도는 거대한 대륙입니다. 각 지역마다 인종, 언어, 종교가 다르고, 소득 수준 역시 천차만별이죠. 중국처럼 한 나라로 보기보다는 연방국에 가까운 형태라고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그렇군요.”

유재호 회장은 나를 보며 물었다.

“어째서 그걸 궁금해하는 겁니까?”

난 솔직하게 말했다.

“수니르 모터스 때문에요.”

유재호 회장은 바로 무슨 얘기인지 눈치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운명은 둘 중 하나입니다. 망하거나 살아나거나. 어느 쪽에 투자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조언을 하나 하자면 인도 시장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상식 밖의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 * *

난 계속해서 수니르 그룹과 인도 자동차 시장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동호 선배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갑자기 왜 그렇게 인도 관련 자료를 보고 있어? 설마 인도에 투자하게?”

“안 될 거 있나요?”

“안 될 거야 없지. 거기도 엄청나게 큰 시장이니까.”

한때 인도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그런데 현재는 GDP로 영국을 제쳤다. 이는 14억이라는 엄청난 인구 덕분.

“거기 공과대가 유명하지 않나?”

“유명하죠.”

인도 공과대학교(IIT)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이곳을 졸업한 인재들은 대부분 글로벌 IT기업에서 일한다.

실리콘밸리에 가보면 인도인들이 넘쳐나고, 인도인 CEO도 다수다.

NS CEO 사티아 샤말란, 구블 CEO 아미트 굽타 등등.

워낙 이공계 인력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최근에는 인도 IT기업들 역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그래서 어디에 투자하려고?”

난 보고 있던 자료를 내밀었고, 동호 선배는 그걸 살펴보았다.

“수니르 모터스에 투자한다고? 이거 법정관리 들어간다며?”

“위기는 기회인 법이죠.”

“살아나야 기회인 거지. 못 살아나면 그냥 끝인 거고.”

“그렇긴 하죠.”

“그래서 어떻게 될 것 같은데?”

“뭐…….”

회귀를 한 만큼 난 수니르 모터스의 운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 그냥 투자하면 되지, 굳이 힘들게 자료를 검토하며 고심할 필요가 뭐 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컨티뉴 캐피탈은 화이트로드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글로벌 투자회사.

전세계 자본들이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내가 투자해 개입하는 순간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수들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난 며칠 동안 자료를 보며 고심한 끝에 데이비드에게 연락했다.

“수니르 모터스에 투자할 겁니다.”

[진심이십니까?]

“예. 자동차는 국가 기간산업이고, 전기차는 친환경 미래 산업이죠. 파산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커요. 인도 정부가 절대 무너지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데이비드는 내 말에 동의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어떻게 투자하실 생각입니까?]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주식이고, 하나는 채권이다.

수니르 모터스는 비상장 기업.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주식을 매수해봐야 별 실익이 없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벌고 나오는 것이다.

“채권을 매수하죠.”

[알겠습니다.]

현재 수니르 모터스가 발행한 회사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어딜까?

* * *

난 세나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설에 꼭 오래.]

“못 간다고 전해드려.”

[응? 왜?]

“출장 가야 돼.”

[어디로 가는데?]

“도쿄.”

굳이 직접 갈 필요가 있나 싶지만, 설날 잔소리를 건너뛰기 위해 가기로 했다.

내 말에 세나는 기뻐하며 말했다.

[우와! 진짜? 나도 데려가주는 거야?]

“아니.”

[와! 치사해. 혼자만 놀러 다니고.]

“……출장이라니까.”

얘는 외국 나가면 다 놀러가는 줄 아나?

그리고 바로 직전에 부산 데려가 준 건 벌써 까먹은 모양이다.

난 부산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데리고 가봐야 사고나 치겠지.”

[아, 아니야. 오빠한테 혼나고 나서 엄청 반성했어.]

참고로 그놈들은 역시나 마약검사를 해보니 역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 압수한 스마트폰에서도 각종 범죄정황이 발견된 만큼, 구속 수사로 전환된 상태다.

허민웅이 계속 지켜보겠다고 하니, 실형을 피하기는 힘들겠지.

[그래서 나도 데려가 줄 거야?]

“아니, 넌 설인데 집에 있어야지. 너까지 가면 세배는 누가 해?”

[싫어싫어. 나도 갈래.]

하도 징징거리기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나중에 미국 데려가줄게.”

[앗! 미국! 진짜? 약속한 거다.]

“효도 잘하고 있으면.”

[나야 항상 열심히 효도하지. 그럼 집은 나한테 맡기고 출장 잘 다녀와,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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