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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521화 (521/529)

521화. K-팝 페스티벌 (3)

소진이의 연락을 받은 나는 바로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늦은 시간임에도 거리는 차로 넘쳐났다. 마음은 급한데 차는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택시기사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평소에는 이 정도로 막하지 않는데, 오늘이 K-팝 페스티벌 전야제라 사람들이 많네요. 이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한참 걸릴 것 같은데.”

“여기서 내릴게요. 감사합니다.”

난 계산을 한 다음 택시에서 내려서 뛰었다.

도착한 곳은 서면 근처의 지구대.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에는 세나와 소진이가 있고, 다른 쪽에는 남자 셋이 앉아있었다. 나이는 대충 20대 후반 정도.

그리고 그 옆에는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옷에 달린 뱃지를 보니 변호사인 모양이다.

나를 본 소진이가 반색했다.

“오빠!”

“대체 무슨 일이야?”

씩씩대는 세나를 대신해 소진이가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오랜만에 부산에 놀러 온 넷은 저녁을 먹고 돌아다니다가, 이대로 들어가기 아쉬워서 포차로 향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곳은 부산의 유명한 헌팅포차.

넷이서 술을 마시는데, 세 명의 남자들이 접근해왔다.

첫인상은 멀쩡하고 젠틀해 보였다고 한다.

어차피 금방 일어날 생각으로 잠깐 같이 마셨는데, 조유경이 술에 취한 듯 쓰러졌다.

눈치 빠른 박예진이 남자들이 술을 따르며 뭔가 약 같은 걸 넣었다는 것을 알아챘고, 세나는 도망치려는 남자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테이블이 엎어지는 등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그렇게 사태가 커지는 바람에 이렇게 지구대까지 오게 된 거고.

한 놈이 이죽거리듯 말했다.

“지가 술 쳐마시고 쓰러진 걸 왜 우리 탓을 하고 있어?”

그러자 세나는 소리쳤다.

“유경이가 술을 얼마나 잘 마시는데! 니들이 이상한 약을 탄 거잖아!”

난 신경 쓰지 않고 소진이에게 물었다.

“유경이 지금 어디 있어?”

“예진이가 병원에 데려갔어요.”

“피검사 받아보라고 해.”

“네. 이미 얘기했어요.”

약을 탔다면 피검사에서 뭔가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별로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어차피 자기들이 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건가?

난 세나의 얼굴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너 얼굴이 왜 이래?”

다름 아니라 왼쪽 뺨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그러자 소진이가 셋 중 장발의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이 때렸어요.”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녀석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너가 때린 거 맞아?”

그러자 녀석은 피식 웃었다.

“저년이 먼저 달려들었는데.”

난 바로 녀석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녀석은 의자와 함께 바닥으로 뒹굴었다.

“오빠!”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세나와 소진이, 그리고 경찰과 변호사는 깜짝 놀라 동시에 소리쳤다.

“에이, 씨발! 이 개새끼가!”

녀석은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변호사가 그를 끌어안듯 말했다.

“진정하세요.”

“이거 놔! 아이씨!”

경찰들 역시 사이를 가로막으며 우리를 떨어트려 놓았다.

녀석은 입 안이 찢어졌는지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다들 똑똑히 봤지? 이거 폭행죄로 고소할게요. 합의 없으니 그렇게 알고.”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놈들이 말했다.

“이야! 깡도 좋네. 호중건설 아들을 때리다니.”

“집에 돈 좀 있나 봐.”

난 그놈들에게 물었다.

“호중건설?”

“부산 재벌 호중건설을 몰라?”

“쯧쯧! 이래서 서울 촌놈들은.”

장발의 남자는 짙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때? 이제 좆됐다는 게 좀 실감이 나?”

이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쥐뿔도 없는 놈이 아니라, 재벌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재벌은 재벌로 얼마든지 상대해 줄 수 있으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실감 나.”

니가 좆됐다는 게.

* * *

누구에게 연락할지 고민하다가, 허민웅에게 연락했다.

통화를 누르기가 무섭게 전화가 바로 연결됐다.

[헤이, 브로!]

“안 자고 있었어요?”

[안 그래도 부산 도착했다고 연락하려고 했는데.]

허민웅이 부산에 온 것은 화안에너지가 K-팝 페스티벌 스폰서로 참여하기 때문.

이번 기회에 부산시와 협약 맺을 것도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직접 오기로 했다고 한다. 그보다는 왠지 나 때문에 오는 것 같지만.

[이번에 K-팝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불꽃축제 우리가 개최하는 거 알지? 거기 들어가는 돈만 수십억 원이야. 이게 형이 다 너 잘되라고…….]

“지금 와줄 수 있어요?”

[오! 형한테 술 한잔 사게? 어딘데?]

“경찰서요.”

[응? 경찰서? 거기는 왜? 무슨 사고라도 쳤어?]

“저 말고 동생이요.”

[그때 그 귀여운 여동생?]

“맞아요.”

귀엽진 않지만.

난 대충 상황을 정리해서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허민웅은 길길이 날뛰었다.

[뭐!? 그게 정말이야?]

“예. 그래서 호중건설이라는 곳 알아요?”

[이름은 들어봤어. 부산 건설사 중에서는 제법 규모가 될걸.]

“화안그룹에 비하면요?”

[농담하는 거야? 우리 비상장 계열사 하나만 떼어도 거기보다는 크지.]

“잘됐네요.”

[응. 내가 바로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 * *

부산의 3대 건설사 중 하나인 호중건설 셋째 아들 변기범.

어린 시절부터 회사는 형이 물려받기로 정해진만큼, 그는 자유롭게 살았다.

‘회사 경영이니 뭐니 골치 아프게 살 필요 뭐 있어? 노는 게 최고지.’

변기범은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며 환락을 즐겼다. 하지만 업소에서 노는 것도 지겨웠고, 그럴 때는 헌팅포차나 클럽 등을 다녔다.

그들은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약을 술에 타는 수법을 즐겨 썼다. 약효가 술에 취한 것과 비슷하니 걸릴 일도 없었다.

그러니 이번 일은 아주 재수가 없는 경우다.

“아씨! 졸라 짜증나네.”

“별일 없겠지?”

“그럼. 우리가 넣었는지 아닌지 알 게 뭐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러 몇 개 테이블을 뒤엎었다. 잔은 깨졌고, 술은 바닥에 엎어졌다.

설사 조사해서 약이 검출된다고 한들 자신들이 넣었다는 증거는 없다. 손바닥 안에 숨겨서 넣었으니 CCTV를 돌려봐도 소용없을 테고.

경찰서에 왔을 때만 해도 그저 일이 귀찮게 됐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오빠라는 놈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감히 내 얼굴을 때려?’

고개 쳐들고 있는 것도 지금 뿐이다.

처벌을 받을 상황이 되면 무릎 꿇고 싹싹 빌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이, 브로! 괜찮아?”

“네.”

“이제 형이 왔으니 걱정 마. 형이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동생은 편하게 앉아있어.”

변기범은 그 모습을 보며 빈정거렸다.

“아는 형이라도 불렀나 보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자꾸만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디서 봤더라?’

그 남자는 다짜고짜 경찰들에게 물었다.

“쟤들 마약 검사는 해보셨어요?”

“마약 검사요?”

“예. 보통 물뽕 쓰는 놈들은 약도 하기 마련이거든요. 애초에 물뽕 유통하는 놈들이 마약 유통하는 놈들이라서.”

그러자 경찰은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물뽕이라는 게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누구세요? 변호사라도 되시나 보죠?”

그러자 허민웅은 넉살 좋게 웃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아! 전 화안에너지 사장 허민웅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경찰관은 잠시 눈을 껌뻑거리며 허민웅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놀란 듯 소리쳤다.

“허, 허민웅!”

놀라기는 다른 경찰관들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역시나 가장 놀란 건 변기범과 친구들.

“헉! 화안그룹 망나니!”

“이게 진짜야?”

“마, 말도 안 돼!”

상대의 정체를 확인한 경찰은 한결 공손해진 태도로 물었다.

“여, 여기는 어쩐 일로……?”

“K-팝 페스티벌 때문이죠. 부산시랑 업무협약 때문에 부산시장님을 만나 뵙기로 한 것도 있고.”

“헉! 시장님!”

“아! 그리고 불꽃축제 교통 통제랑 안전 문제 때문에 부산경찰청장님을 만나 뵙기로 해서 이렇게 부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헉! 청장님!”

“그런데 친동생 같은 동생이 이런 큰일을 다했을 줄이야. 물뽕 사건은 강제 마약 투약에 성범죄 미수를 적용할 수 있지 않나요? 일단 쟤들 마약검사부터 하죠.”

“하, 하지만 마약검사를 하려면 당사자들이 동의해야…….”

“에이, 당사자들이야 당연히 동의하겠죠. 잠시 전화 한 통만 할게요.”

허민웅은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김 실장님. 아까 제가 말씀드렸죠. 호중건설인지 뭔지 하는 곳의 아들이라는 놈이 제 여동생을 때렸다고. 예? 저 여동생 없지 않냐구요? 아, 그러니까 제 의동생의 여동생인데…… 아무튼 저랑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거기 사장이 누군지 모르지만, 30분 안에 여기로 튀어오라고 해주세요.”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친구들은 몸을 덜덜 떨었다.

“기, 기범아.”

“이제 어떡해?”

“…….”

변기범은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화안그룹 망나니가 여기서 왜 나와?’

나름 동네 재벌이라고 그동안 어깨에 힘주고 다닌 만큼, 대한민국에서 재벌이 가진 파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역 재벌만 돼도 동네에서 무서울 게 없다.

하지만 화안그룹은 10대 그룹에 속해 있는 재벌 중의 재벌.

그런 사람을 전화 한 통으로 바로 달려오게 만들다니.

변기범은 상대를 보며 말했다.

“너, 너 대체 정체가 뭐야?”

그러자 상대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때? 이제 좆됐다는 게 좀 실감이 나?”

“…….”

* * *

허민웅은 웃으며 경찰들과 상대 측 변호사와 얘기를 나눴다.

소진이는 내 옷깃을 당기며 물었다.

“오, 오빠. 저분 진짜로 허민웅 사장이에요?”

“왜? 가짜 같아?”

“그, 그게 아니라. 대체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그냥 일하다 보니 뭐…….”

처음에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는데, 설마 이 정도로 친해질 줄은 나도 몰랐다.

호중건설 변중환 사장은 정말로 30분 안에 지구대로 달려왔다.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몰라도 그는 오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무조건 제 아들놈이 잘못했습니다.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처벌을 받겠습니다.”

“아, 아버지. 그게 무슨…….”

변중환은 아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닥쳐, 이 새끼야! 넌 대체 뭔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너 같은 아들 둔 적 없으니,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마!”

“…….”

그 말에 변기범은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결국 세 놈은 모든 잘못을 인정했고,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두들겨 패고 싶지만, 법치국가에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

범죄 사실을 전부 인정한 만큼 최대한 처벌받게 해달라고 말해 놓고 나왔다.

난 허민웅에게 말했다.

“와줘서 고마워요.”

“고맙긴.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신세를 졌다.

세나와 소진이도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별일 없이 끝나서 천만다행이지.”

허민웅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지갑에 있는 5만 원짜리를 꺼내 들었다.

“다들 고생했어. 이걸로 맛있는 거 사 먹어. 불꽃놀이 우리 회사가 하는 거니까 꼭 보고.”

세나는 바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돈을 받았다.

“네, 오빠. 감사히 쓰겠습니다.”

“…….

이 와중에 용돈 주니 바로 받아 챙기는 내 여동생은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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