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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519화 (519/529)

519화. K-팝 페스티벌 (1)

난 선우와 대화했다.

“에런 베이커 회장님은 잘 가셨어?”

“응.”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기 위해 내가 공항까지 바래다주었고, 다음번에는 와킨스빌로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렸다.

난 선우를 보며 짐짓 생색을 냈다.

“내 덕에 에런 베이커 회장 만난 줄 알아. 나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었어.”

에런 베이커는 SW게임즈에도 잠깐 들렀고, 선우와도 인사를 나눴다.

내 말에 선우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미야모토 시타로가 나를 만나러 오면 너에게 소개해줄게.”

미야모토 시타로는 슈퍼 마르코 시리즈를 만든 게임계의 전설.

난 잠시 생각한 다음 물었다.

“그런데 미야모토 시타로가 과연 널 만나러 올까?”

“……열심히 해볼게.”

난 선우가 타준 믹스커피를 마셨다.

“요즘 게임계는 무슨 뉴스 없어?”

“왜 없겠니? 매일 같이 사건 사고가 넘쳐나는데.”

“LD스튜디오 신작 반응은 어때?”

“폭망이지.”

판타지아 테일즈R의 흥행에 놀란 LD스튜디오는 부랴부랴 브라더후드U를 출시했다.

유니버스(Universe)가 붙은 만큼 나름 세계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게임이다. 그리고 흥행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래도 1회차 때는 이 정도로 망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때와 지금이 다른 건 판타지아 테일즈R의 유무.

진태경 사장이 직접 쇼케이스까지 진행한 브라더후드U가 폭망하자, LD스튜디오는 부랴부랴 또 신작 게임 출시를 예고했다.

“TB 프로젝트라고 4년 전부터 개발하던 게임이 있거든.”

“TB 프로젝트?”

“더 브라더후드(The Brotherhood)의 약자지.”

“아…….”

그놈의 브라더후드.

“그런데 여론이 안 좋아서인지 썬더 앤 블리자드(Thunder and Blizzard)라는 이름으로 내놓으려나 봐.”

“그래봐야 내용물은 브라더후드 아니야?”

“그렇지.”

“한결같네.”

“이 정도로 한결같은 게임사도 흔치 않지.”

아무리 욕을 먹어도 똑같은 게임을 찍어내다니.

이쯤 되면 존경스러울 정도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매출과 주가는 나락으로 가는 중이지만.

LD스튜디오의 직원은 대략 4500명.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을 8천만 원으로 계산해도 1년에 약 3600억 원이 빠져나간다. 잘나갈 때야 상관없지만 순이익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이 정도 인건비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슬슬 구조조정 얘기가 흘러나왔다.

선우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뭐, 대량 해고는 게임 업계의 숙명이나 다름없지.”

그나마 한국은 희망퇴직 신청이라도 받지만, 미국은 그딴 거 없이 그냥 하루아침에 싹 다 잘라버린다.

커피를 다 마신 나는 종이컵을 버리며 말했다.

“며칠 부산 좀 다녀올 테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

“응? 부산은 왜?”

* * *

차는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난 운전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물었다.

“운전 바꿔줄까?”

그러자 세나는 고개를 저었다.

“노노. 괜찮아.”

“안 피곤해?”

“그럼. 티슬라 자율주행 덕분에 하나도 안 피곤해.”

“…….”

알렌 에버하트가 들으면 뿌듯해하겠는데.

실제로 그저 운전대에 손만 얹고 있을 뿐인데도, 차는 알아서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고 차선을 변경하며 잘만 달렸다.

확실히 잘 만들긴 잘 만들었단 말이지.

원래는 따로 갈 생각이었는데, 운전해서 간다는 얘기를 듣고 왠지 불안한 마음에 함께 가기로 했다.

다행히 옆에서 운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걱정 안 해도 될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나는 좋겠다.”

“오빠가 차도 사주고.”

“티슬라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뒷좌석에는 정소진, 조유경, 박예진…… 일명 ‘세나 프렌즈‘ 셋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었다.

차가 크니 셋이 앉아도 넉넉하다.

참고로 뒷자리에 의자를 펼치면 7명까지도 앉을 수 있다.

조유경이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바로 사신 거예요? 대기가 최소 6개월이라던데. 그래서 중고차가 새 차보다 비싸다면서요?”

“티슬라에 아는 사람이 좀 있어서.”

“아, 정말요? 저희 집도 이번에 티슬라로 바꾸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혹시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음…….”

알렌 에버하트를 소개해줘야 하나?

어쨌거나 이렇게 다 같이 부산을 가는 이유는 K-팝 페스티벌 때문.

세나 프렌즈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너무 기대돼요.”

“뮤키즈 콘서트 예매 완전 전쟁이었다는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

“그것 때문에 다들 숙박공유 신청했다던데.”

난 적당히 대답했다.

“아는 사람이 좀 있어서.”

숙박공유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원하는 공연을 마음껏 예매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주최 측이니까.

애들이 가고 싶어 하는 콘서트 싹 다 예매해주다 보니, 사흘간 거의 풀 스케줄이다.

“귤 드세요, 오빠.”

소진이는 예쁘게 깐 귤을 나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다들 각자 가져온 과자를 나눠먹었다.

이러고 있으니 애들 인솔해서 피크닉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들 신났지만 가장 신난 건 역시나 한세나.

벌써부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중이다.

한창 운전을 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대형 모니터에 뜬 이름을 보니 ‘지유 언니’다.

세나는 핸들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언니.”

스피커를 통해 지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응, 세나야. 출발했어?]

“네! 지금 애들이랑 함께 가고 있어요.”

그러자 뒤에서 세나 프렌즈가 합창하듯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너무 팬이에요!”

“언니, 너무 예뻐요!”

[응, 다들 안녕.]

“저희 오빠도 옆에 있어요.”

[앗! 정말?]

난 지유에게 말했다.

“어, 지유야.”

[안녕하세요, 선배님.]

“콘서트 준비는 잘하고 있어?”

[네. 열심히 준비는 했는데 좀 떨려요.]

“잘할 거야. 나도 응원할게.”

[감사합니다, 선배님.]

“가서 또 연락할게.”

[알겠습니다. 조심히 오세요.]

통화가 끝나자, 애들이 한마디씩 했다.

“우와! 지유 언니랑 진짜 친하신가 보네요.”

“부럽다.”

“너무 멋져요.”

뒤통수에서 존경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니, 왠지 어깨가 으쓱하군.

* * *

차는 거의 6시간을 달려 부산에 도착했다.

“배고파, 오빠. 밥부터 먹자.”

“…….”

여기 오는 내내 계속 먹으면서 오지 않았나?

아까 휴게소에서는 핫도그에 핫바에 통감자까지 먹어놓고.

“뭐 먹을래?”

“부산 왔으면 회부터 먹어야지.”

“그래. 먹고 들어가자.”

우리는 근처에 보이는 횟집으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잘 먹는 걸 보니 사주는 보람이 있다.

이어서 숙소로 이동.

숙소는 마린시티에 있는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계열 호텔의 펜트하우스를 잡아주었다.

거실창 너머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우와! 바다 예쁘다.”

세나는 캐리어를 열더니, 비키니를 꺼내들었다.

“짜잔! 나 이번에 비키니도 새로 샀다.”

난 황당해서 말했다.

“이 날씨에 바다에 들어가려고? 너 제정신이야?”

그러자 세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뭐래? 겨울에 바다에 왜 들어가?”

“비키니 가져왔다며?”

“당연히 호텔 수영장에서 입으려고 가져온 거지. 오빠 바보야?”

“아…….”

그런 깊은 뜻이?

다행히 내 동생이 한겨울에 바다에 뛰어들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구나.

하긴, 조금만 추워도 엄살 부리는 애가 얼음물에 뛰어들 리 없지.

난 괜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래시가드 입도록.”

“네네.”

애들 숙소까지 잡아줬으니, 내 할 일은 끝났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그러자 소진이가 물었다.

“어! 저희랑 같이 계시는 거 아니었어요?”

“할 일이 좀 있어서.”

세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일? 무슨 일? 오빠도 놀러온 거 아니었어?”

“아니야.”

나름 바쁜 몸이다.

난 세나에게 말했다.

“늦게까지 놀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응응. 걱정 마, 오빠.”

* * *

난 택시를 타고 부산 신세기 호텔로 이동했다.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는 이 호텔을 거의 통째로 빌리다시피 해서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연예인들과 스태프들의 숙소로 제공했다.

때문에 호텔 앞에는 수많은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사진을 찍으려는 팬들이 몰려있었다.

난 호텔 2층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동호 선배가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테이블에는 김범석, 민아름, 성윤아가 함께 모여 있었다.

이렇게 다들 부산까지 온 것은 콘서트를 보며 놀기 위함……이 아니라 일 때문이다.

먼저 MFW는 페스티벌 기간 동안 시 소유의 부지를 빌려 팝업 스토어를 열기로 했다.

이를 위해 180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3층 규모의 건물을 만들었다. 일정 기간만 운영하고 철거할 계획이다.

동호 선배는 아깝다는 듯 말했다.

“부산시 쪽에서는 오히려 길게 해주기를 바라던데.”

“이런 건 짧아야 더 임팩트가 있어요.”

컨테이너는 폐기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또 활용할 예정.

그렇다 해도 한번 옮기고 설치하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민아름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본격적인 매출은 온라인에서 나올 테니까요.”

매장을 철거해도 온라인 판매로 이어질 거라는 자신감이다.

“드림페이 이벤트 준비는 잘되고 있어요?”

성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홍보관도 다섯 곳 설치했고, 지역 상인단체와 연계해 앱으로 할인쿠폰을 뿌리기로 했어요.”

애니버스는 공연 예매에 있어서 드림페이 결제를 적극적으로 밀었다.

페스티벌 때문에 오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드림페이에 가입해 있는 만큼, 지역 상인들은 매출 증대를 위해 드림페이 결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김범석이 온 것은 그 역시 K-팝 페스티벌에 참석하는 가수이기 때문.

동호 선배는 김범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 범석이 콘서트도 전부 매진이라니. 내가 다 뿌듯하네.”

그러면서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김범석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내 콘서트가 매진됐는데, 니가 왜 뿌듯해해?”

“왜긴. 내가 업어 키운 거나 다름없잖아.”

옆에서 듣는 나도 황당한데 본인은 얼마나 황당할까?

김범석은 이를 갈며 말했다.

“니가 나한테 뭘 해줬다고? 옆에서 초치기나 했지.”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였어.”

“…….”

* * *

동호 선배는 부산시장 시의원들을 만나러 갔고, 김범석은 콘서트 준비로 바빴다.

민아름은 MFW 매장을 둘러보러 갔고, 성윤아 역시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기서 한가한 사람은 나 하나뿐.

난 느긋하게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잠시 후, 아는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청바지에 티셔츠. 안경을 쓰고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손에는 종이백을 즐고 있었다.

포니테일로 묶은 붉은색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 그리고 콧등에 살짝 남아있는 주근깨.

난 손을 흔들었다.

“트리시.”

그녀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말했다.

“헤이, 미루! 잘 지냈어요?”

우리는 앉아서 밀린 얘기를 나눴다.

“에런 베이커와의 만남은 어땠어요?”

“인생에 좋은 교훈을 얻었어요.”

그가 살아있을 때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이번에 나름 친해졌으니,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찾아봬야지.

“부산에 놀러온 건 처음이죠?”

내 말에 트리시는 손을 휘휘 저었다.

“놀러오다 무슨 말이에요. 어디까지나 취재에요, 취재.”

난 그녀의 옆에 놓인 쇼핑백을 가리켰다.

“그럼 그건 뭐예요? 뮤키즈 굿즈 같은데.”

“아, 이건 친구들에게 부탁을 좀 받아서요.”

“…….”

아무리 봐도 놀러온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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