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511화 (511/529)

511화. 에런 베이커 (1)

숙박 공유 자원봉사에 대한 반응은 엄청났다.

예상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이 신청하는 바람에 심사로 인해 다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이렇게 자원봉사자가 몰린 것은 원하는 콘서트를 선예매할 수 있다는 혜택도 혜택이지만, 바가지 숙박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역시 컸기 때문.

숙박 공유만으로 그 엄청난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목표는 며칠 동안 발생한 일시적인 초과 수요를 흡수하는 것.

역시나 초과수요를 흡수하자 숙박비는 자연히 내려갔다.

여전히 비수기 요금보다는 비쌌지만, 그래도 정상가격으로 돌아간 셈이다.

난 지유와 통화했다.

“박정웅 사장에게 들으니, 이번 일로 K-팝 페스티벌에 대한 주목도 커졌고, 팬들도 긍정적이라고 하던데. 전부 네 덕분이라고.”

지유는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팬들에게 감사 메시지도 많이 받았어요.]

“흠, 그런데 바가지 상인들은 악플 다는 거 아닌가?”

그러자 지유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악플 달면 고소하면 되죠.]

지유가 선처 없이 악플러들을 처벌한 뒤로 연예인에 대한 악플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로 인해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우려했으나…… 오히려 더욱 인기가 올라갔다.

“좋은 자세야.”

* * *

애니버스는 시스템을 구축해 향후 다른 도시에서 행사를 개최할 때도 숙박 공유 자원봉사자를 받기로 했다.

또한 부산시 쪽에 노점 바가지요금에 대한 대책을 요청했다.

여론 악화를 인식한 만큼 부산시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시는 페스티벌 기간 허가하는 노점에 대해서는 미리 판매 품목과 가격, 중량을 제출받아 심사하고, 반드시 가격표를 걸어놓도록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음료나 일부 동일 품목에 대해서는 아예 모든 노점에서 단일가에 판매하도록 가격통제까지 하기로 했다.

또한 합동단속반을 구성해 불법노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위생과 가격, 서비스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노점상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비싸다고 팔지 말라는 게 무슨 소리냐?”

“서울 명동에 있는 노점들은 꼬치 하나에 1만 원씩 받고 있는데, 우리도 그만큼은 받아야 장사가 되죠!”

“관광객들 상대로 비싸게 파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지자체가 가격을 통제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노점 생존권 보장하라!”

“시장 나오라 그래!”

이에 대해 부산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관광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바가지요금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뿌리 뽑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오히려 공무원들에게 단속 강화를 주문했다.

바가지 상인은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거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일시적 독점 상태를 이용한 기만에 가깝다.

그로 인한 이익은 판매한 상인 혼자 가져가지만, 피해는 주위의 모든 상인이 같이 받는다.

때문에 일부 노점상들의 반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상인들은 강한 지지를 보냈다.

이번 일이 이슈가 되며, 과거 지역 축제 바가지요금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번 일본인 여행 에이튜버가 지역 축제 갔다가 어묵 한 그릇에 1만 원인 거 듣고 기절함.

-돼지고기 다섯 점에 5만 원도 있었음 ㅎㅎ

-예능에서 전통시장 갔는데 과자 한 봉다리에 7만 원 ㅅㅂ

-이제 보니 계곡에 평상 놓고 닭백숙 7만 원에 팔던 상인들이 양심적이었음. 재평가가 시급함.

-대체 뭔 시골 물가가 스위스 뺨을 후려치냐?

-안 가는 게 답이다.

-그 돈이면 해외여행 가지 누가 국내 여행 가냐?

-지역 축제 가지 않습니다. 지역 축제 가서 먹지 않습니다.

-불법노점이나 바가지요금 보면 바로 신고 때립시다~

* * *

난 유성그룹 회장실에서 유재호 회장을 만났다.

“미국은 잘 다녀오셨나요?”

“예. 사티아 샤말란 CEO가 안부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유성전자는 원래 NS의 파트너사.

그도 그럴 것이 유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든 노트북에는 엔도어즈가 탑재되니까. 때문에 두 사람은 전에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이번 만남의 이유는 일전에 발표한 검색엔진 변경 문제.

다급해진 구블은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유성전자는 NS의 밍으로 검색엔진을 변경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유성TV와 코스믹워치 등에는 향후 스노우 크래시에서 제작한 포크 OS를 탑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유재호 회장은 사티아 샤말란 CEO뿐 아니라, 미국의 유명 IT기업 인사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그중에는 스노우 크래시 CEO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드는 잘 지내던가요?”

“한 대표님이 같이 오지 않은 걸 서운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안 그래도 연락할 때마다 미국에는 언제 오냐고 재촉당하는 중이다.

어쨌거나 유성전자와 구블의 결별은 가속화되는 중. 구블은 독점 문제를 우려해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했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잘못된 선택이라면 큰 피해를 입게 될 테니까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세요.”

일전에 자체 OS 오션을 만들었을 때처럼 나중에 결국 구블에게 백기투항하지 않겠냐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주가는 순항 중이었다.

유재호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노우 크래시와의 협력으로 밍의 검색 성능이 개선된 걸 보니,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일 얘기가 어느 정도 끝난 뒤.

유재호 회장은 나에게 말했다.

“나중에 강선우 대표님을 만나면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군요. 딸 아이가 엄청 좋아했습니다.”

“뭐, 별일 아닙니다. 오히려 본인도 좋아하던데요.”

딸 챙기는 거 보면 여느 아빠랑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나도 딸 있으면 잘해줄 자신 있는데…….

대체 언제 결혼해서 언제 딸 낳을지 걱정이다.

“그나저나 남궁석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회보험 개혁은 국회에서 부결될 것 같더군요.”

“기사 봤습니다.”

남궁석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사회보험 개혁을 추진했다.

각계의 전문가들을 모아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가 사회보험 개혁에 나선 이유는 현재의 구조가 지속 불가능하기 때문.

한국의 국민연금의 경우 전세계에서 가장 보험료를 적게 내고,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구조다.

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

사실은 불가능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연금을 적게 내고 많이 받을 방법 역시 없다. 앞으로 3~40년 뒤면 적립된 연금은 고갈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진작 고갈돼 매년 수조 원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런데 국민연금에서 똑같은 문제가 생긴다면?

이때는 세금으로 수십조, 수백조 원을 지원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납입액은 늘리고 수급액과 시기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기료와 가스료를 조금만 올려도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기 마련. 그런데 월급에서 강제적으로 빠져나가는 연금과 보험료는 어떻겠는가?

남궁석 대통령은 반대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까지 내걸었고, 덕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낼 수 있었다.

사회보험 개혁은 여야 합의 사안.

때문에 반대는 있어도 어찌저찌 통과는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론이 악화하자 임창식 대표가 슬쩍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일인 만큼 보험료율 조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재논의를 주장했다.

여당인 우리국민당이 먼저 발을 빼자, 눈치를 살피던 새정치당도 바로 물러났다.

‘다른 시급한 현안들이 우선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지금 꼭 해야 하나?’

‘국민 부담이 너무 크다.’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등등.

국회의원들은 온갖 핑계를 가져다 붙였다.

애초에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정책에 대해 ‘국민 부담이 커질 우려가 크니 좀 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냥 안 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난 원래 지금쯤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었던 사람을 떠올렸다.

임창식 이 새끼는 진짜 끝까지 발목을 붙잡는구나.

어쨌거나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사는 만큼,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은 실행하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이는 민주주의의 큰 단점이기도 하다.

다수가 반대하는 건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 재정고갈 문제를 보여주며 설문을 해보면 70퍼센트 넘는 국민이 개혁을 해야 한다고 답한다.

그런데 막상 개혁을 하겠다고 하면, 역시나 70퍼센트 넘는 국민이 반대한다.

마치 식당에서 눈치게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누군가 밥값을 계산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내 지갑에서 돈 꺼내기는 싫은.

“이번에 부결되면 어떻게 될까요?”

“원점으로 돌아가서 재논의를 해야겠죠. 하지만 한번 추진력이 상실된 만큼 남궁석 대통령에게는 다시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그가 아니라도 마찬가지겠지.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도 사회보험 개혁은 손도 대지 못했고, 언젠가 터질 폭탄을 뒤로 돌리고만 있었다.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유재호 회장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내가 왜 그런 눈으로 보냐고 눈으로 묻자, 그가 말했다.

“뭔가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예?”

“이럴 땐 보통 좋은 방법이 있다며 슬쩍 풀어놓지 않습니까?”

“…….”

내가 그랬나?

이게 미래에도 벌어진 일이라면 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만약 방법이 있다면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진작 내놓았겠지.

“회장님은 어떠신가요?”

내 아이큐 150, 유재호 회장의 아이큐 150.

총 300의 머리로 어떻게 안 되나?

내 물음에 유재호 회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마음 같아서는 공개 지지라도 해주고 싶지만, 제가 지지한다고 해봐야 여론이 더 안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하기야 재벌이나 지지하는 정책이라며 오히려 반감이나 사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 * *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는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

때문에 난 출근해서 기사를 검색해보았다.

[남궁석 정부의 사회보험 개혁, 정말로 국민을 위한 개혁 맞나?]

[세금폭탄이나 다름없는 사회보험비 폭탄!]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시 양대노총 총파업 결의!]

[건강보험 보장률 축소시 국민 건강 악화…….]

눈을 씻고 봐도 좋은 기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하기야 지지율은 바닥에, 언론도 돌아선 지 오래니.

그렇게 기사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데이비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난 전화를 받았다.

“뉴욕은 별일 없죠?”

[그렇습니다.]

컨티뉴 캐피탈 본사 역시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

난 데이비드에게서 그동안의 일을 보고 받았다.

[다음번에는 어떤 투자를 할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좀 기대가 됩니다.]

“에이, 기대하지 마세요.”

언제나 그렇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그보다 한 가지 전해드릴 얘기가 있습니다.]

“뭔가요? 중요한 일인가요?”

[별로 중요한 건 아닙니다. 다만 에런 베이커 회장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군요……. 잠깐. 뭐라구요? 누구요?”

[에런 베이커 회장이요. 혹시 누군지 모르십니까?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아니, 당연히 알죠. 세상에 에런 베이커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특히 투자자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다.

투자자가 에런 베이커를 모른다는 것은 수학자가 피타고라스를 모르고, 의사가 히포크라테스를 모른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에런 베이커 회장이 무슨 일로 연락을 해왔나요?”

[보스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시간을 내준다고 하면 직접 한국으로 가겠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난 펄쩍 뛰었다.

“갑자기요? 어째서요?”

[투자에 대한 도움을 좀 얻고 싶다고 합니다.]

“……예?”

이게 대체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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