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504화 (504/529)

504화. 드림페이 (12)

당황한 박정국은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전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은 무슨! 담보로 맡겼다며?”

“그건 리믹스 생태계에 활력이 생기면 바로 상환할 예정입니다. 리믹스는 안전합니다. 믿어주십시오.”

“믿긴 뭘 믿어?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는데.”

“대체 리믹스로 얼마나 더 뽑아먹을 생각이야?”

방청객 중 몇몇은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고, 몇몇은 울음을 터트렸다.

토론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고 이 장면은 그대로 카메라에 잡혀 모니터로 송출됐다.

박정국은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며 소리쳤다.

“당장 카메라 꺼! 끄라고!”

어차피 더 이상의 토론은 불가능하다.

홍상순은 다급하게 말했다.

“홍상무의 무상토론은 여기서 종료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 좋아요, 댓글 부탁드립니다!”

* * *

난 동호 선배와 함께 치킨을 먹으며 모니터로 토론 장면을 지켜보았다.

동호 선배는 혀를 내둘렀다.

“니 친구 말 잘하네.”

“그럼요. 말빨로 어디 가서 질 놈이 아니에요.”

그 이유는 나랑 중학생 때부터 쓸데없는 주제로 하루 종일 떠들어댔기 때문. 월드 오브 워로드를 할 때는 어떤 종족이 가장 세냐를 두고 결론이 날 때까지 몇 날 며칠을 핏대 올리며 싸운 적도 있다.

따라서 강선우를 키운 건 8할이 나라고 할 수 있다!

뭐, 아니면 말고.

토론은 시종일관 강선우가 우세였다.

이건 선우의 말빨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박정국 대표와 위너팩토리가 지은 죄가 많기 때문.

동호 선배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뭔, 회사는 코인 판 돈으로 3,200억 원짜리 빌딩을 사질 않나, 대표는 회삿돈 150억 원으로 리테글로벌타워 펜트하우스에 살질 않나. 월급 전액을 리믹스 매수에 쓴다고 홍보하더니, 알고 보니 고작 수입의 3퍼센트였어?”

여기까지만 해도 위너팩토리 투자자와 리믹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복장이 뒤집힐 노릇이다.

하지만 토론회 막판에 나온 폭로가 모든 걸 뒤덮었다.

에이튜브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잠깐만. 그러니까 리믹스를 못 팔게 되자, 리믹스를 토토파이낸셜이란 디파이에 담보로 넘기고 스테이블 코인을 대출받았다고?

-아니, 그럼 그게 리믹스를 판 거랑 뭐가 다른데?

-같음. 원화를 예치해 달러 대출을 받아 써놓고, 1원 하나 쓴 적 없다고 우기는 셈.

-ㅋㅋㅋ 미치겠다.

-이거 진짜 사기 아니야?

-아, 매도는 안 했다고 ㅎㅎ 담보로 맡겼을 뿐이라고 ㅎㅎ

-(속보) 리믹스 1달러로 폭락~

-조만간 1000도 깨질 듯~

-ㅋㅋㅋ 진짜 상폐하겠네.

-지금이라도 팔아라~ 상폐 되면 100원도 못 건진다.

-내일 장 열리면 위너팩토리 주가 볼만하겠네.

-토론 전 미리 판 사람이 승자!

동호 선배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을 보며 말했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가장 손쉽게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리믹스 생태계 확장이라는 명분으로 온갖 사업을 벌이려면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회삿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회사는 72퍼센트의 리믹스를 보유하고 있다.

리믹스가 최고점 대비 10분의 1로 폭락했다고 해도 시총은 약 4천억 원.

사실상 공돈이나 다름없는 만큼, 당연히 이를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번 리믹스를 몰래 매도해 대폭락 사태를 겪은 이후 박정국 대표는 리믹스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는 더 이상 매도하지 않고, 매도하더라도 30일 전 공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약속을 어기지 않고 현금화할 방법을 찾아냈고, 그게 바로 디파이를 활용한 담보 대출이다

동호 선배는 혀를 찼다.

“오우! 리믹스 투자자들은 어떡하냐?”

“어떡하긴요. 지금이라도 팔아야죠.”

* * *

한때 36,000원까지 올랐던 리믹스는 현재는 3,500원으로 무려 90퍼센트가 폭락했다.

설마 여기서 더 떨어질 게 있나 싶었는데, 토론 직후 또다시 70퍼센트 넘게 폭락했다.

리믹스 투자자들은 실시간으로 폭락하는 리믹스를 보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는 남서국 역시 마찬가지.

그는 일과 약속도 내팽개친 채 토론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가 10억이 넘는 돈을 리믹스에 투자했기 때문.

운용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다른 코인들과는 달리, 리믹스는 명확한 운용주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큰 믿음이 갔다.

그런데……

[(속보) 위너팩토리, 리믹스 디파이에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 코인 대출!]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의도적으로 리믹스 유통량 속였나?]

[리믹스 코인 상폐 가능성은?]

‘이게 현실인가?’

토론 시작 전까지만 해도 3천 원 선에 머물던 리믹스 가격이 1천 원으로 하락한 걸 본 남서국은 입을 벌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그는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야, 이 개새끼들아!”

* * *

난 돌아온 선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 많았어.”

“고생은 무슨. 설마 이 정도로 막장일 줄이야.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자료들은 어떻게 다 수집한 거야?”

“찾아보면 다 나와.”

모르니까 못 찾아보는 거지, 알고 찾아보면 쉽다.

“그나저나 시청률이 엄청나네.”

강선우는 그동안 내놓은 게임들을 줄줄이 성공시킨 덕분에 스타 개발자 반열에 올라섰다.

게이머들은 누가 이런 게임을 만들었는지, 누가 아이스스톰의 새 주인이 되어있는지를 궁금해했다.

저작권 허락 없이 가져다 써도 된다고 한 만큼, 토론 영상은 이곳저곳으로 퍼 날라졌고, 전세계에서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중이다.

선우는 나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리믹스가 상폐될 것 같아?”

“뭐, DAXA에 고발했으니 알아서 하겠지.”

참고로 1회차 때도 리믹스는 같은 이유로 상장폐지됐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떨까?

* * *

토론의 여파는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박정국 대표가 욕을 하고 카메라를 끄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뉴스에도 나갔고, 현재는 전세계 게임과 암호화폐 관련 커뮤니티에 떠돌아다녔다.

상장폐지 우려로 이해 리믹스는 1달러 이하로 폭락했고, 다른 게임 관련 코인들 역시 줄줄이 폭락했다.

위너팩토리는 2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시총 절반이 날아갔고, 회사로는 주주와 리믹스 코인 홀더들의 항의와 문의가 빗발쳤다.

“소액주주들이 임시주총을 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펜트하우스에 사는 게 배임이 아니냐고 항의하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월급만이 아니라 스톡옵션과 상여금으로도 리믹스를 매수하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모든 임직원들 월급도 리믹스로 받으라고…….”

“…….”

투자자들 요구야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DAXA 측에서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정확한 유통량과 사용처에 대해 소명해달라고 합니다.”

박정국 대표는 버럭 소리쳤다.

“이미 소명했잖아!”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직원을 상대로 소리쳐봐야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회의를 끝낸 박정국 대표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내가 토론을 왜 나갔지?’

괜히 나갔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차라리 모른 척 무시했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을 것이다.

위너팩토리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리믹스 코인을 발행하고, 리믹스 생태계를 만든 덕분이다.

현재 출시한 게임은 물론, 개발하는 게임들 역시 전부 리믹스를 기반으로 한 P2E 게임.

그런데 리믹스가 거래소에서 상폐된다면?

그때는 회사까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박정국 대표는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

“상폐만은 막아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상폐만은…….”

* * *

위너팩토리 박정국 대표는 3200억 원을 주고 매수한 신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간담회는 온라인에서 생중계됐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듯 말했다.

“자꾸 리믹스 유통량을 속였다고 하는데, 대체 유통량의 정의는 뭡니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유통량입니까?”

기자들은 다들 눈을 끔뻑였다.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

박정국 대표는 계속해서 말했다.

“유통량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유통량을 속였다고 하면 어쩌라는 겁니까? DAXA에서는 상장폐지를 언급하면서도 위너팩토리의 소명은 받아들이지 않고, 소명에서 어떤 점이 불충분했는지 소통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거래소의 갑질이나 다름없습니다.”

한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리믹스를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 코인을 대출했다면, 담보로 맡긴 리믹스 역시 유통 물량에 포함시키는 게 맞지 않습니까?”

“그건 케이스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유통 물량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거래소의 유통량 정의가 다르다면 이를 거래소 측에 맞게 정정하고, 즉각적인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커뮤니티와 거래소의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거래소에서는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

“먼저 대출을 조기에 상환해 담보로 맡긴 리믹스를 회수하겠습니다. 또한 법원에 상장폐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갑자기 상장폐지가 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할 계획입니다.”

박정국 대표는 말하던 도중 감정이 복받쳐 올랐는지 눈물을 흘렸다.

“저와 위너팩토리는 이런 부당한 압력에 결코…… 결코 굴하지 않고 리믹스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켜나가겠습니다. 정상적인 거래가 지원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와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리믹스가 상장폐지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 * *

[위너팩토리, 리믹스 담보 상환할 것!]

[조기 담보 상환으로 리믹스 유통량에 대한 오해 불식! 리믹스 상장폐지는 결코 없을 것!]

[박정국 대표 기자 간담회 도중 뜨거운 눈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박정국 대표가 눈물까지 흘리며 호소했지만, 안타깝게도 여론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진실성이 느껴지네요……는 ㅅㅂ. 니가 뭘 잘했다고 울어?

-거, 우는 사람에게 너무한 거 아니요?

-너무하긴. 지금 위너팩토리 주주들과 리믹스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는 중인데.

-토론회 나가서 눈물의 똥꼬쇼라도 하랬더니, 여기 와서 눈물의 똥꼬쇼를 하고 자빠졌네.

-울어서 순수를 증명하는 중인가?

-제 눈물이 곧 결백의 증거입니다!

-절대 상폐 안 될 거라고 말하는 걸 보니, 상폐각 날카롭다.

-ㅋㅋㅋ 눈물 흘리며 투자자들에게 호소하지만, 절대 본인은 추가매수 안 함.

-그렇게 자신 있으면 전재산 털어서 리믹스 사든가.

-유통량이 문제라며? 그럼 위너팩토리가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리믹스를 매수해 유통량을 줄이면 되는 거 아니야? 빌딩도 팔고.

-뭔 소리야? 위너팩토리 주주로서 말하는데 절대 안 돼! 단 한 개의 리믹스도 사지 마!

-ㅋㅋㅋ 이것만 봐도 리믹스 투자자도 위너팩토리 투자자와 리믹스 투자자 간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알겠네.

-형이 조언하는데 지금이라도 탈출해라.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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