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503화 (503/529)

503화. 드림페이 (10)

‘홍상무의 무상토론’은 공중파에서 하는 토론이 아닌 에이튜브의 콘텐츠인 만큼, 방청객들은 신청 메일을 통해 무작위로 선발했다.

30대 중반의 남성은 일어나 마이크를 잡고 강선우에게 물었다.

“아까 하신 말씀을 들어보니 P2E 게임에 부정적이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SW게임즈에서 출시한 판타지아 테일즈R의 경우, 현재 아이템 거래소에서 현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판타지아 테일즈R의 게임 내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거래야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게임사가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카지노가 바카라를 열심히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누군가는 운 좋게 돈을 벌 수 있겠지만, 모두가 돈을 벌 수는 없습니다. 카지노에서 누군가 돈을 잃어야 누군가 돈을 딸 수 있듯, P2E 게임을 플레이해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누군가 게임 내 재화를 돈을 주고 사야 하니까요.”

이번에는 안경을 쓴 40대 초반 남성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정국 대표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전 게임과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것을 시대적 흐름이라 생각하고, 이 부분에 있어서 리믹스가 가장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는 리믹스 코인 홀더였다.

“일전에 발표하신 리믹스 3.0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그러자 박정국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먼저 좋은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웹 3.0 시대에는 블록체인 기술과 스마트 콘트랙트가 더해져 관리자의 개입 없이 이용자들이 연결됩니다. 이러한 연결을 바탕으로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 대체 불가능 토큰으로 데이터의 소유와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저희는 리믹스 생태계를 처음 만들 때부터 웹 3.0이 거부할 수 없는 미래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촉한의 명재상 제갈공명은 천하삼분지계를 얘기하며 솥을 지탱하는 세 다리에 비유했습니다. 리믹스 3.0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 기둥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 리믹스 디파이, 리믹스 DAO입니다. 이 셋은 각각 독립된 것이 아니라 리믹스 3.0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저 리믹스 게임은 세계 최대 블록체인 게이밍 플랫폼으로서 이용자들은 리믹스 생태계에서 출시된 게임을 통해 얻은 재화를 리믹스로 바꿀 수 있습니다. 리믹스 디파이 서비스는 리믹스 3.0 지갑과 통합돼 접근성과 사용성이 뛰어나며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 다양한 곳에서 스테이킹, 브릿지, 채권 프로토콜, 가상자산 경매, 페이먼트, 온체인 스왑, 대출, 결제, 투자 등에 활용됩니다. 이렇듯 리믹스 디파이는 생태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한편,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간 결제 프로토콜과 결합해 디지털 커런시의 결제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리믹스 DAO의 경우 중앙화된 기관 없이 스마트 콘트텍트 기술을 통해 펀딩과 투자 등을 진행하고, 공통의 목적으로 모인 게이머와 개발자들이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토큰 발행을 통해 구성원에게 의결권이 배부되는 만큼 모든 과정은 익명성과 투명성을 띠고, 기여 부분에 대한 인센티브를 토큰의 가치 상승으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질문자와 방청객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DAO는 뭐고 디파이는 뭐야?’

‘스마트 콘트렉트? 디지털 커런시? 결제 프로토콜?’

‘그냥 게임 아이템을 팔아 리믹스를 받는 거 아니었어?’

‘혹시 나만 이해를 못 하는 건가?’

사람들이 알아듣든 말든 박정국은 계속해서 말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리믹스 생태계에서는 게임뿐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 스테이킹, NFT, 도네이션 등 모든 디지털 거래 행위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너팩토리는 향후에도 리믹스 생태계를 확장하고, 자체 메인넷과 리믹스, 그리고 리믹스 달러를 기반으로 웹 3.0 서비스를 구축해나가겠습니다.”

홍상순은 질문자에게 물었다.

“이 말씀을 다 이해하셨나요?”

그러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질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리믹스 파이팅!”

* * *

방청객들의 질문이 끝나고 나자 다시 토론이 이어졌다.

“미국 거대 게임사 AE의 CEO가 직접 나서서 ‘NFT가 게임 업계의 미래다’라고 말하고, 자사의 게임을 NFT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P2E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과 NFT를 게임에 결합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습니다. P2E 게임 허용은 한국 게임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제도적인 장치들이 빨리 보완되고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강선우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캐릭터 카드와 아이템에 NFT를 붙여서 판매하는 행위가 게임사에게 이익이 된다는 건 확실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게이머에게 대체 무슨 이익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을 한번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AE의 스포츠 게임을 예로 들면…….”

“설마 랜덤박스에서 NFT가 붙어있는 유니크 카드를 잘 뽑아서 팔면 돈이 된다는 말씀은 안 하실 거라 믿겠습니다.”

“…….”

박정국은 속으로 후회했다.

‘토론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설마 이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해왔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떻게든 토론을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강선우가 뜬금없는 얘기를 꺼냈다.

“투자자들 몰래 2,900억 원어치 리믹스를 매도해 리믹스가 폭락한 사건 이후, 박정국 대표님께서는 시장 안정화 이전까지는 리믹스를 매도하지 않고, 매도 전에는 반드시 공시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몰래 리믹스를 또 현금화하셨네요.”

박정국은 눈을 껌뻑였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모른 척하세요? 투자자들 몰래 리믹스를 현금화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홍상순은 깜짝 놀랐다.

“정말입니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사건이다.

놀라기는 방청객들 역시 마찬가지.

박정국은 두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까?”

박정국은 카메라와 방청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강선우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엄청난 검증의 쓰나미가 몰아닥칠 텐데요. 쓰나미가 몰아치면 아무리 깊이 감춰둔 것도 다 드러납니다. 그때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하시죠.”

“대체 무슨 말입니까? 저희는 그 사태 이후 단 한 개의 리믹스도 매도하지 않았고, 이는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정말요?”

“그러는 강선우 대표님이야말로 지금 발언에 대해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투자자들을 대신해 이번 일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흠, 그렇다면야…….”

강선우는 한미루가 건네준 자료를 훑어보며 말했다.

“작년 말에 위너팩토리가 토토파이낸스라는 디파이 플랫폼에 리믹스 700만 개를 담보로 맡기고, SKUD 코인을 대출받았네요. 이건 사실이죠?”

그러자 큰소리를 치던 박정국은 당황했다.

“아, 아니…….”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디파이는 일종의 담보대출 프로그램이고, SKUD 코인은 달러와 1대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다시 말해 위너팩토리는 리믹스를 담보로 맡기고, 그 금액만큼의 달러를 대출받은 겁니다. 이래도 현금화가 아닙니까?”

“자, 잠깐. 그건 어디까지나 담보로 맡긴 겁니다.”

“리믹스를 담보로 맡기고 현금을 받았다면, 대체 이게 리믹스를 매도한 거랑 뭐가 다릅니까?”

“전혀 다릅니다. 리믹스를 디파이에 담보로 맡긴 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강선우는 코웃음을 쳤다.

“아무 문제가 없다구요? 그럼 위너팩토리는 앞으로도 언제든 생태계 물량의 리믹스를 디파이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을 수 있겠네요.”

“그건…….”

“위너팩토리가 또다시 리믹스로 현금을 챙기는 동안, 투자자들은 가격 하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건 아무 상관없습니다!”

“상관이 없긴요. 그로 인해 리믹스 유통량이 30퍼센트나 증가했는데요.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요?”

홍상순이 물었다.

“잠깐만요. 어쨌거나 일단 리믹스를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 코인을 대출받은 건 인정하시는 거죠? 대체 뭐 때문입니까?”

박정국은 변명처럼 말했다.

“전부 리믹스 생태계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해당 SKUD 코인은 리믹스달러의 발행과 디파이 프로토콜의 안정, 그리고 리믹스파이 출범을 위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용되었고.”

“어쨌거나 그만큼의 리믹스가 회사에서 빠져나갔다는 건데…… 이걸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렸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매도시 30일 전에 투자자들에게 알려준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리믹스를 담보로 맡긴 행위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숨기고 있었는데…… 대체 이걸 어떻게 알았지?’

박정국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걸린 이상 뻔뻔하게 나가는 수밖에.’

괜히 고개를 숙였다가는 정말로 잘못을 저지른 게 될 것이다.

때문에 박정국은 더욱 당당하게 말했다.

“이건 매도가 아니니까요. 리믹스 매도시 공시한다고 했을 뿐, 담보로 맡길 때도 공시한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법적으로도 공시 의무가 없는 일입니다.”

“…….”

홍상순은 기가 막혀 입을 쩍 벌렸다.

‘아니, 법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당연히 알려야 하는 거 아니야?’

이게 주식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한 건 역시나 암호화폐는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 법이 없기에 뭔 짓을 해도 불법이 되지 않는다.

강선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투자자들에게만 알리지 않은 게 아니라, 거래소에도 알리지 않았네요. 이해합니다. 거래소에 알렸으면 투자자들에게도 알려졌을 테니까요. 그래서 제가 대신 관련 자료를 수집해 DAXA에 고발 조치했습니다.”

그 말에 박정국은 깜짝 놀랐다.

“뭐, 뭐? 이게 무슨…….”

리믹스 투자자들의 반발이야 한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니,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DAXA에 고발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DAXA란 한국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로 한국의 5대 가상 자산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및 거래지원 종목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출범한 단체다.

이곳에서는 주기적으로 상장된 암호화폐의 공시와 투명성을 심사해 적격 여부를 판단한다.

“DAXA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통량을 속이고, 투자자들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신뢰성을 해치는 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리믹스가 정확히 여기에 해당하네요.”

그 말에 박정국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야, 이 새꺄! 그게 무슨 말이야?”

말을 하고 아차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러나 박정국이 뭐라 하기도 전에 여러 방청객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게 진짜야?”

“리믹스 유통량을 속였다고?”

“그럼 이거 사기 아니야?”

“상장폐지될 수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내 리믹스 어떡할 거야?”

“변명이라도 좀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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