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502화 (502/529)

502화. 드림페이 (10)

박정국은 강하게 반박했다.

“근거 없는 모함입니다! 저희는 그 이후 리믹스를 매도하지 않고, 매도시에는 미리 공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흐음, 그런가요? 하지만 한동안 리믹스 매각은 없고, 매각시에는 미리 공시하겠다는 건 결국 언젠가는 리믹스를 매각한다는 거 아닙니까? 이 물량이 있는 한 리믹스 상승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 어쩌라는 겁니까!?”

그가 소리치자 강선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해답을 제시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은 물량을 전부 소각하는 겁니다. 그게 힘들다면 회사가 보유한 물량은 놔두고, 적어도 생태계 물량이라도 무상증자하듯 기존 코인 보유자들에게 안분배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오버행 부담이 줄어들어 리믹스 가격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사실 이는 이전부터 리믹스 투자자들이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그리고 위너팩토리는 당연히 이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번 리믹스 전체 물량의 12퍼센트를 매도했음에도 위너팩토리는 여전히 전체 발행량의 72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원래는 매달 1만 개씩 매도해 현금화할 계획이었으나, 리믹스 폭락 사태 이후 올스톱됐다.

암호화폐는 재무제표 상 자산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주들은 이를 자산으로 인식했고, 리믹스의 가치는 현재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

만약 이를 소각하거나 코인 홀더들에게 분배한다면, 위너팩토리 주가는 또다시 폭락하게 될 것이다.

박정국은 대답 대신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위너팩토리는 리믹스 생태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리믹스를 매수해 소각했고, 올 상반기에도 추가로 매수해 소각할 계획입니다.”

강선우는 자료를 살펴보며 말했다.

“확인해보니 작년에 위너팩토리가 1천 개를 매수했네요. 투자자들 몰래 1천만 개가 넘는 리믹스를 매도해놓고 매수는 1천 개리니. 1만 분의 1도 안 되네요. 게다가 팔 때 가격은 평균 250달러쯤인데, 매수가는 잘 쳐줘 봐야 10달러 안팎. 금액으로 치면 25만 분의 1쯤 되겠네요. 다시 말해 리믹스 판매로 벌어들인 돈의 고작 20만 분의 1…… 즉, 0.0004퍼를 매수하는 건데, 이 정도로 리믹스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까요?”

그동안 위너팩토리 측은 리믹스 매수 사실을 열심히 홍보해왔다. 하지만 일부러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선우가 그 부분을 정확히 지적했다.

박정국은 욕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리믹스 가격 안정을 위해 추가로 매수하는 것을 검토하겠습니다. 이는 저와 임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홍상순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박정국 대표님께서는 현재 월급을 리믹스로 받고 계시죠?”

“예. 정확히는 매달 월급을 받는 즉시 전액 리믹스를 매수하고 있습니다. 회계상 회사가 리믹스로 월급을 지급할 수는 없으니까요. 11개월째 매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당한 리믹스를 매수하셨을 텐데, 나중에 매도하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그 질문에 박정국은 당당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현재로서는 매도할 생각이 전혀 없고, 혹시라도 매도하게 되더라도 30일 전에 반드시 공시하겠습니다.”

“매수는 언제까지 계속하실 생각이신가요?”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리믹스 가격이 30달러를 넘어설 때까지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정말입니까?”

“예. 전 리믹스 생태계의 발전과 성장 가능성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국은 말을 하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기야 월급 전액을 털어 리믹스를 산다는 것은 웬만큼 믿음이 없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강선우가 한마디 했다.

“아니요. 거짓말입니다.”

그 말에 박정국은 발끈했다.

“뭐라구요? 거짓말? 제가 지금 거짓말을 한다는 겁니까?”

“네. 말씀은 이렇게 하시지만 사실 대표님께서도 리믹스 가격 상승이 힘들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아니, 지금 저랑 싸우자는 겁니까? 당장 사과하세요!”

“박정국 대표님 월급이라고 해봐야 월 5천만 원, 연 6억 원입니다. 반면, 작년에 스톡옵션과 상여금으로 203억 원이나 수령하셨네요. 이걸 연봉 5천만 원인 직장인을 기준으로 보면 연간 150만 원, 월 12만 5천 원을 매수하는 것뿐입니다. 고작 연 수입의 3퍼센트를 매수하면서 리믹스 생태계가 성장할 거라고 믿으라고 하는 건 투자자들을 바보로 여기는 것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박정국은 당황했다.

“아, 아니, 그건…….”

”박정국 대표님의 주장 대로라면 리믹스는 30달러까지 오를 겁니다. 현재 가격에서 10배가 오르는 셈이네요. 그럼 상식적으로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매수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가지고 계신 자신을 전부 리믹스로 바꾸라고는 못 하겠지만, 적어도 매년 받는 스톡옵션과 상여금으로는 리믹스를 매수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스톡옵션과 상여금도 전부 리믹스 매수에 쓰실 생각이 있습니까?”

“…….”

박정국은 말문이 막혔다.

당연하게도 그럴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가 월급을 리믹스로 받겠다고 선언하자 리믹스 가격이 반짝 반등하긴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속적으로 폭락해 그 역시 엄청난 손실을 보는 중이다.

‘남의 스톡옵션과 상여금은 왜 건드려?’

더 이상 말려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흐름을 뒤집기 위해 반격을 하려는데, 강선우가 또다시 치부를 찔렀다.

“혹시 리테글로벌타워에 살고 계신가요?”

그 말에 박정국은 당황했다.

“아니…….”

잠실에는 리테그룹이 지은 초고층빌딩 리테글로벌타워가 있다.

지상 125층에 높이는 무려 560미터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이곳에는 오피스, 호텔, 전망대가 있고, 일부 층들은 오피스텔로 활용됐다.

“위너팩토리가 강남 한복판의 3200억 원짜리 빌딩으로 사옥으로 이전한 비슷한 시기에 리테글로벌타워 오피스텔에 아이피트리라는 회사가 150억 원의 전세권을 설정했네요. 아이피트리는 위너팩토리가 100퍼센트 지분을 가진 자회사입니다. 호수를 보니까 분양가 270억 원의 펜트하우스인데…… 여기 지금 누가 살고 있나요?”

“그, 그건…….”

“대표님께서 살고 계신 거 맞죠?”

“…….”

박정국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당연히 거기에 사는 사람은 그였다. 평소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곳이다. 너무 비싸 내 돈 내고 살기에는 아깝지만, 회사가 대신 내준다면 좋은 집에 안 살 이유가 없다.

‘대체 남의 집은 왜 걸고 넘어져?’

강선우는 놀랍다는 듯 말했다.

“이야! 회삿돈 150억 원으로 초호화 펜트하우스에 사시다니. 관리비만 해도 매달 500만 원씩, 1년이면 6천만 원입니다. 이 정도면 횡령 아닌가요?”

그 말에 박정국은 놀라 소리쳤다.

“회사가 대표에게 사택을 제공하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그건 강선우 대표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강선우는 당당하게 말했다.

“무슨 말씀을. 전 제 집에서 제 돈 내고 삽니다. 회삿돈으로 그런 비싼 집에 거주하는 건 상상도 해본 적 없습니다. 그건 배임 행위나 횡령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

사실 사는 집 가격을 놓고 보면 강선우가 사는 집이 더 비싸다.

하지만 그 집은 한미루가 그의 명의로 사준 거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50억 원이면 현재 리믹스 가격을 기준으로 500만 개를 매수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이 돈으로 회사가 리믹스를 사들여 소각하면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박정국은 분통을 터트렸다.

“대체 여기서 제가 사는 집 얘기가 왜 나옵니까? 이건 인신공격입니다!”

“그럼 차 얘기를 해볼까요? 법인차에 기사도 있으시죠? 벤츠 S클래스 마이바흐면 2억 좀 넘겠네요. 이 돈도 리믹스 생태계에 투자되면 좋을 텐데. 아! 참고로 전 제 차 타고 다닙니다.”

이것 역시 한미루가 그냥 사줬기 때문.

홍상순은 박정국을 진정시키며 진행을 이어갔다.

“토론이 좀 과열된 것 같은데요. 그럼 이쯤에서 숨을 돌릴 겸 방청객들의 질문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 * *

‘홍상무의 게임라이프’ 채널에서 열린 ‘홍상무의 무상토론’은 주요 언어로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제공했고, 덕분에 생방송 시청자수는 500만 명을 넘겼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진 주제지만, 가장 열성적으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위너팩토리와 리믹스 투자자들이다.

위너팩토리는 리믹스를 게임을 매개로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글로벌 코인이라 홍보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체 발행량의 90퍼센트는 한국에 있고, 유통 물량의 95퍼센트는 한국 거래소에서만 거래됐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거의 전부 한국인이었다.

그들은 토론이 진행되는 내내 열성적으로 박정국을 응원했다.

원래 사람은 자기 돈이 걸려있으면 없던 열정도 샘솟을 수밖에 없다.

-박정국 대표님 힘내세요!

-리믹스 생태계의 미래를 믿습니다!

-게임계의 기축통화는 리믹스다!

-P2E 게임으로 모든 게이머들에게 이팝에 고깃국을!

-기왓집에서 비단옷 입고 게임 할 날은 반드시 온다!

-그때 되면 1반트코인=1리믹스임.

-리믹스 생태계는 이미 NFT, DAO, 리믹스달러, 리믹스파이로 확장 중입니다. 그 중심에 리믹스가 있습니다!

-올해까지 리믹스 생태계에서 100개의 게임이 출시됩니다.

-풀매수 들어간다!

-리믹스에 내 인생을 건다.

-리믹스 가즈아!!!

다들 이번 토론이 반등의 계기가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러한 기대감 덕분인지 떨어지기만 하던 위너팩토리와 리믹스 가격은 소폭 반등했다.

그런데…….

토론이 이어질수록 분위기가 점점 안 좋아졌다.

-강남 한복판에 3200억 원짜리 사옥???

-ㅎㄷㄷ 코인 판 돈으로 빌딩 산 것 같은 킹리적갓심이 든다~

-응? 월급 전액을 리믹스로 받는다고 홍보하더니, 알고 보니 고작 3퍼센트에 불과했어?

-ㅅㅂ 나도 그거보다는 많이 사는데.

-스톡옵션과 상여금으로 매수하라고 하니, 아무 말도 안 하네ㅜㅜ

-아, 리믹스 안 산다고ㅎㅎ 현금이 최고라고ㅎㅎ

-응? 회삿돈으로 리테글로벌타워 펜트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다고?

-회사 건물에 3200억 원씩 지르는 판에 150억 원 전세면 싼 거지.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리믹스 생태계에 투자됐어야 해. 니가 일하는 그 사옥. 그 사옥도 리믹스 생태계에 투자됐어야 해.

-진짜 리믹스 생태계를 키울 생각이 있긴 한 거야?

-투자자들은 지금 폭락으로 전재산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이제 보니 혼자 코인 판 돈으로 기왓집에 비단옷, 이팝에 고깃국을 즐기고 계셨네.

-사회주의 락원은 최고존엄 혼자 즐기듯, P2E 게임으로 돈 버는 건 박정국밖에 없는 듯.

-토론 망했네…….

다들 망했다고 생각하고 절망했다.

하지만 절망하기는 아직 일렀다.

더욱 절망할 만한 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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