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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501화 (501/529)

501화. 드림페이 (9)

그동안 수 차례 토론 콘텐츠를 진행해온 만큼 홍상순은 차분하고 매끄럽게 진행을 시작했다.

“최근 P2E 게임 허용 여부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두 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먼저 박정국 대표님께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정국은 준비해온 대로 발언했다.

“P2E 게임이란 플레이하며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뜻합니다.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서 유저들끼리 아이템과 계정을 거래하는 행위는 과거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P2E 게임은 이를 좀 더 쉽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는 일입니다. 이미 수많은 국가가 이를 허용하고 있고, 수많은 유저들이 이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금지되어 있어서, 유저들은 거래 과정에서 여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게임사는 다양한 게임의 개발이 힘든 실정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과도한 규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상순은 강선우를 보며 물었다.

“강선우 대표님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박정국은 토론에 나오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강선우는 게임사 대표. 그의 발언은 SW게임즈뿐 아니라, 컨티뉴 캐피탈 산하의 다른 게임사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P2E 게임이 허용되는 편이 무조건 유리하다. 그리고 이 경우 가장 이익을 보게 될 곳이 바로 컨티뉴 캐피탈.

박정국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당장 P2E 게임을 출시할 생각이 없다고 해도, 나중을 생각한다면 절대 이를 강하게 반대할 수 없겠지.’

최소한 가능성은 열어두려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강선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전 P2E 게임을 강하게 반대합니다. 한국에서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되는 건 물론, 이미 허용하고 있는 나라들도 가능하다면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국은 당황해 입을 쩍 벌렸다.

‘아니. 대체 왜?’

홍상순이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대다수의 한국 모바일 게임들은 랜덤박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이중 가챠, 컴플리트 가챠, 극악한 확률, 확률 조작 등의 문제가 넘쳐나는 판에 이를 돈으로 바꾸는 걸 허용한다면, 게임을 가장한 온라인 도박판이 열리게 될 겁니다.”

사실 홍상순 역시 P2E 게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한국에서 절대 서비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는 속으로 반색하며 계속 질문했다.

“사행성 문제가 커질 거라는 거군요.”

“예. 애초에 랜덤박스가 허용된 것은 환금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걸 그대로 둔 채 P2E를 허용해달라는 건 양심도 없는 짓이죠. 전 정부에서는 P2E 게임을 허용할 게 아니라, 오히려 랜덤박스…… 즉,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아니…….”

박정국은 기가 막혔다.

그저 P2E 게임 규제를 철폐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인데, 아예 확률형 아이템 규제까지 주장할 줄이야!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 하는 그를 대신해 홍상순이 계속해서 질문했다.

“박정국 대표님께서 나이트라이트와 블록밸리도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으니 P2E 게임이 아니냐고 하셨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전혀 다릅니다.”

뭐가 다른지는 잘 알고 있지만, 토론 진행을 위해 일부러 모른 척 물었다.

“어떻게 다릅니까?”

“나이트라이트와 블록밸리는 게임 엔진입니다. 유저들은 이를 활용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이를 다른 유저들에게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인디 게임을 마켓에 올려 판매하는 행위를 두고 P2E라고 하지는 않죠.”

“아하! 다시 말해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이 아닌 크리에이트 투 언(Create To Earn)이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강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P2E, NFT, 게임 코인 등등. 게임사들은 이런 것들이 마치 미래의 신기술인 것처럼 홍보하지만, 그저 게임사들의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체 어느 게이머가 P2E 게임을 허용해 달라고 했습니까? 어느 게이머가 캐릭터와 아이템에 NFT를 붙여달라고 합니까? 게이머들이 바라는 건 그저 재밌는 게임입니다. 얼마든지 내 돈을 쓸 테니 그저 재밌는 게임이 쏟아져 나왔으면 하는 게, 게이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겁니다.”

그 말에 방청객들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홍상순은 계속해서 물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뭡니까?”

“애초에 P2E 게임은 폰지 사기의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끝없이 자금이 유입되어야만 게임이 유지가 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박정국은 소리치듯 말했다.

“P2E 게임이 사기가 아닙니다! 이미 수많은 성공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강선우는 비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P2E 게임의 성공 사례라던 그 게임들이 지금은 어떻게 됐습니까? P2E 게임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던 필리핀의 렉스 피니시는 한때 캐릭터 하나가 250만 달러에 거래됐다고 했는데, 지금은 1만 달러에도 사는 사람이 없습니다. 거래를 위해 회사가 발행한 RF 코인 역시 현재는 30분의 1로 폭락했죠. 동접자가 150만 명이 넘는다고 홍보했던 드래곤 레거시5는요? 위너팩토리는 드래곤 레거시W를 출시하며 드래곤 레거시5 업데이트를 연기했고, 게임 재화 가치는 폭락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캐릭터와 아이템을 사서 진입한 유저들은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날렸습니다.”

박정국은 바로 반박했다.

“그럼 블록밸리와 나이트라이트는요? 거기서 구매한 게임과 스킨의 가치를 회사가 보장해줄 수 있습니까? 게임이 망할 경우 재화 가치가 폭락하는 것은 두 게임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강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것 보세…… 예? 맞다구요?”

“예. 게임 내 재화라는 것은 해당 게임이 계속 운영되고 있을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블록게임즈와 레전드게임즈는 해당 게임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고, 게이머들은 이를 명확히 이해한 채 결제와 구매를 하시기 바랍니다.”

박정국은 당황했다.

‘이걸 이렇게 당당하게 인정한다고?’

강선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허상입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쓰는 게 당연합니다. 게임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플레이(Play)가 아닌, 제작(Create)을 해야 합니다.”

* * *

토론을 시작한 지 아직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박정국은 벌써 후회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사회 경험이 적고 컴퓨터 앞에서 게임 개발만 하던 어리숙한 개발자를 노련하게 어르고 달래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젠장. 외모는 페이크였나?’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완전히 잘못 판단했다.

그렇다고 토론 중간에 도망갈 수도 없는 노릇. 어떻게든 잘 마무리 지어야 한다.

홍상순이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암호화폐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최근 게임 업계에서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NFT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많고, 위너팩토리가 그중 가장 앞서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회사 측이 투자자들 몰래 리믹스 코인을 대량 매도한 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리믹스의 전체 발행량 중 9퍼센트는 개발자 물량, 75퍼센트는 생태계 물량으로 위너팩토리는 총 84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믹스 가격이 20달러를 넘을 때부터 수개월에 걸쳐 12퍼센트를 몰래 매도해 2,900억 원을 현금화했다.

박정국은 재빨리 홍상순의 말을 정정했다.

“생태계 물량은 처음부터 이를 매도해 리믹스 생태계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백서에 명시해놓았습니다. 때문에 투자자들 몰래 매도했다는 건 악의적 왜곡입니다.”

그러자 강선우가 바로 반론했다.

“아니요. 몰래 매도한 게 맞습니다. 당시 매도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본 투자자들은 몇 차례 위너팩토리 측에 문의했지만, 회사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매도 사실이 드러난 것은 분기 공시를 통해서였죠. 왜냐하면 매도 사실이 알려질 경우 리믹스 가격이 폭락할 테고, 그러면 목표로 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리믹스를 매도해야 했을 테고, 그럼 다시 리믹스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했을 테니까요.”

박정국은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투자자들께 몇 차례에 걸쳐 충분히 해명을 드렸습니다. 또한 매도한 금액은 한 푼도 남김없이 전부 리믹스 생태계에 투자되었습니다.”

“어떻게 말인가요?”

“먼데이투스와 로티루티 게임사를 인수하고, 마케팅과 신작 개발에 사용했습니다. 이는 이미 여러 차례 자료를 공개해 입증된 사안입니다.”

강선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위너팩토리는 강남 한복판에 3200억 원짜리 빌딩도 사지 않았습니까? 현재는 본사를 거기로 이전했던데?”

그러자 박정국은 펄쩍 뛰었다.

“그건 리믹스를 판 돈이 아닌, 위너팩토리의 수익으로 매수한 것뿐입니다.”

“그래요? 하지만 리믹스를 매도한 2,900억 원에 더해 빌딩에 투자한 3,200억 원을 게임사 인수, 마케팅, 신작 개발에 썼다면 리믹스 생태계가 더욱 성장했을 텐데. 설마 리믹스 생태계는 리믹스 코인을 판 돈으로 키우고, 회삿돈은 다른 데 쓰겠다는 겁니까?”

“회사 성장과 인수합병으로 인해 직원 숫자가 크게 늘어났지만, 업무공간이 협소하고 이곳저곳에 흩어져있어서 비효율성이 컸습니다. 사옥을 사들인 것은 회사의 장기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또한 매수 금액은 10년에 걸쳐 납부하기로 한 만큼, 매년 들어가는 비용은 300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뭐, 좋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리믹스 매도 금액은 리믹스 생태계 조성에 썼다고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리믹스 코인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었을까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위너팩토리는 리믹스 코인을 발행했고, 이를 매도해 게임사를 인수합병하고, 신작을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주가가 크게 오르고 배당도 늘어서 주주들은 많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반면, 리믹스 투자자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초기 물량을 받거나 ICO 이전에 매수한 이들을 제외하면 투자자들 대부분이 큰 손실을 봤습니다. 다시 말해 손해는 리믹스 코인 투자자가 떠안고, 이익은 전부 회사와 주주들이 가져간 것 아닌가요?”

경영자가 같다고 해도 A기업의 자산을 B기업으로 옮기는 것은 불법이다. 그럴 경우 A기업 주주들에 대한 횡령과 배임이 되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위너팩토리의 행위가 가능했던 건 리믹스가 암호화폐이기 때문이다.

“그건 리믹스 생태계가 확장되면…….”

“아니요. 리믹스 생태계가 아무리 커져도 대부분의 이익은 회사가 가져가지, 코인 투자자들이 가져가지는 못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정말로 리믹스 생태계가 활성화돼 리믹스의 가치가 오른다면, 이는 회사 측이 리믹스를 매도할 만한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지난번처럼 리믹스를 매도해 이익을 챙긴다면, 또다시 회사와 주주는 이익을, 리믹스 보유자들은 손실을 보는 일이 반복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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