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99화 (499/529)

499화. 드림페이 (7)

홍상순은 대기업과 인디 개발사, 미국과 일본의 유수의 게임사를 거쳐온 게임 개발자였다.

이후 5년 동안 게임픽스라는 게임잡지 기자로 활동했으나…… 잡지가 폐간하는 바람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어떻게든 게임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하고 싶었던 그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에이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잡지사에서 일할 당시 상무였던 그는 채널 이름을 ‘홍상무의 게임라이프’라고 지었다.

그리고 이는 신의 한 수였다.

알고 보니, 그는 글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것에 더 소질이 있었으니까.

개발자 출신인 만큼 게임에 대해 박학다식한 것은 물론 업계에 인맥이 두터웠고, 각종 현안을 알기 쉽고 재밌게 정리해 구독자들에게 전달했다.

덕분에 한국 게임 에이튜버로는 처음으로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구블에서 보내준 골드버튼 박스를 본 직원 오빛나는 싱글벙글이었다.

“이것 보세요, 상무님. 우리도 드디어 골드버튼을 받았어요!”

그녀는 게임픽스에서부터 함께 일한 직원이었다.

“뭐, 때 되면 받는 건데 호들갑은.”

말은 그렇게 해도 홍상순 역시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골드버튼이라니! 내가 골드버튼이라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박스를 뜯어 골드버튼을 사무실 중앙에 걸어놓고 싶지만, 언박싱 영상을 찍기 위해 참기로 했다.

“이 모든 게 다 구독자들 덕분이네요.”

홍상순은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컨티뉴 캐피탈 덕분이기도 하지.”

최근 구독자가 크게 늘어난 건 그만큼 게임계에 각종 이슈가 많았기 때문.

그리고 그 이슈의 진원지 중 상당수는 컨티뉴 캐피탈이다.

현재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회사는 어디일까?

NS? 소뉴? 린텐도? 엔플? 구블? 스트림?

예전이었다면 각자 대답이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백이면 백 한 곳을 꼽을 것이다.

바로 컨티뉴 캐피탈.

레전드게임즈, 블록게임즈를 인수했고, SW게임즈에 투자했고, 역사와 전통이 있는 아이스스톰마저 인수했다.

레전드스토어를 통해 PC ESD의 수수료를 낮췄고, 그다음에는 코스믹스토어와 제휴해 앱마켓 수수료를 낮췄다.

엔플과 구블과 소송을 벌였고, 결국 구블 플레이마켓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드림페이 출시까지.

“드림페이 출시를 위해 이 모든 걸 준비한 건가?”

그러자 오빛나가 놀란 듯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 모든 걸 계산했다구요?”

홍상순은 자신 있게 말했다.

“분명해.”

아마 페니를 발행했을 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게임업계를 장악한 드림페이는 이제 모바일 결제시장을 집어삼키는 중.

그리고 이전까지 ‘자칭 게임 업계 기축통화’였던 리믹스는 시장에서 밀려났다.

홍상순은 페나와 리믹스 관련 영상을 만들기 위해 위너팩토리와 컨티뉴 캐피탈, 블록게임즈, 레전드게임즈, SW게임즈 등에 메일을 보냈다.

가장 먼저 답장이 온 곳은 위너팩토리.

박정국 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만큼 위너팩토리 측에서는 몇 페이지에 걸쳐 자신들의 입장을 전해왔다.

박정국 대표는 아예 대면 인터뷰에도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읽어 본 오빛나가 물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거예요?”

그 물음에 홍상순은 웃음을 터트려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지만 어째서 위너팩토리 측에서 이렇게 난리를 치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이대로라면 리믹스 생태계가 붕괴할 테니까.’

애초에 리믹스 생태계라는 것은 리믹스 가격이 계속 오를 때나 가능하다.

그런데 현재 리믹스 가격은 계속 하락하는 중.

들고 있으면 점점 가치가 떨어지는 화폐를 누가 갖고 싶겠는가?

이렇다 보니, 기존에 리믹스로 거래하던 유저들마저 가치가 안정적인 페니를 선택했다.

“이런다고 리믹스 회생이 가능할까요?”

“힘들겠지. 출시하기로 했던 게임들이 이탈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비스되던 게임들마저 떠나기 시작했으니까.”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힌 위너팩토리와는 달리, 다른 곳들은 아직 답변이 없었다.

‘하긴, 그 큰 기업들이 에이튜브 인터뷰 같은 걸 신경 쓸 리 없겠지.’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메일을 확인한 오빛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앗! 이것 좀 보세요, 상무님.”

“왜 그래? 허억!”

모니터를 들여다본 홍상순은 역시나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닌, 컨티뉴 캐피탈과 SW게임즈 측에서 직접 만나겠다고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 * *

홍상순은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두 명의 청년이다.

“어서 오십시오. ‘홍상무의 게임라이프’의 홍상순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선우입니다.”

안경을 쓰고 수염을 기른 더벅머리 청년.

홍상순은 그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팬입니다.”

“예?”

강선우는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LD스튜디오의 직원이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쫓겨난 뒤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처음 만든 게임은 블록밸리에서 내놓은 퀵샤카 오션월드.

이 게임은 현재도 블록밸리의 수많은 게임 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낸 ‘니더스에 어서 오세요’를 비롯해 이후에 내놓은 게임들 역시 줄줄이 대박.

이때까지만 해도 일각에서는 그저 블록밸리에서 제공하는 게임 엔진을 활용해서만 게임을 만들 줄 안다고 폄하했지만…… 판타지아 테일즈R이 대박을 터트리며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다.

현재 강선우는 천재 개발자이자, 한국 게임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퀵샤카 오션월드를 시작으로 SW게임즈가 만든 게임은 전부 다 해봤습니다. 판타지아 테일즈R도 계속하는 중이구요. 올해 나올 신작들도 엄청 기대 중입니다.”

강선우는 웃으며 말했다.

“저 역시 홍상무 채널의 팬입니다.”

“앗! 정말입니까?”

“예. LD스튜디오에서 일할 때부터 직원들과 함께 즐겨봤습니다. 신작 게임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보며 개발 방향을 정하기도 했구요.”

“아……. 이거 영광이네요.”

이어서 옆의 청년과도 인사를 나눴다.

“컨티뉴 캐피탈 투자팀장 한미루입니다.”

“안녕하세요. 두 분이 꽤 친해 보이시는데 혹시……?”

“중학교 때부터 친구입니다.”

“아! 그렇군요.”

홍상순은 속으로 생각했다.

‘친구가 컨티뉴 캐피탈에서 일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그래서 투자로 연결된 건가?’

인사를 마친 세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 * *

에이튜브 채널 ‘홍상무의 게임라이프’는 나도 잘 알고 있다.

한국 게임 에이튜버 중에서는 구독자와 시청자가 가장 많기도 하고, 선우가 자주 즐겨봤기 때문이다.

이 채널에서는 가끔 게임 관련 토론을 벌이는데, 그 퀄리티와 조회수가 꽤 높은 편이다.

선우는 그에게 물었다.

“예전에 게임 개발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가 그만두시게 된 건가요?”

홍상순은 웃으며 말했다.

“뭐, 똑같습니다. 게임이 좋아 일을 시작했는데, 막상 일해 보니 양복쟁이들이 이래라저래라 지시하고, 열심히 만들어 내놓은 게임은 욕만 먹다가 망하고. 프로젝트팀이 해체되고, 이 팀 저 팀 옮겨 다니다 보니 하루아침에 회사는 사라졌고. 다시 해보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녀서 간신히 취직했나 싶었는데 해고되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선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도 게임이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더군요. 그래서 게임 잡지사에서 일하다가 어쩌다 보니 에이튜브 채널까지 운영하게 되었네요.”

“올라오는 영상은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습니다. 게임 리뷰도 그렇고, 게임의 역사나 업계에 대한 분석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돌고 돌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셈이죠.”

난 그에게 말했다.

“오기 전 영상을 좀 봤는데, NS가 맥스비전 스톰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 영상이 있더라구요. 정확히 맞혀서 좀 놀랐습니다.”

그러자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정확히 맞히긴요. SW게임즈가 아이스스톰을 분할 인수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요. 딱 반만 맞춘 셈이죠.”

아니, 정확히 맞힌 게 맞다.

1회차 때는 그가 예상한 대로 NS가 통째로 인수했으니까. 나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이번 역시 그랬을 테고.

이런 걸 보면, 정말로 게임 업계에 대해 빠삭한 모양이다.

한동안 잡담을 나누고 나자, 그는 슬그머니 본론을 꺼냈다.

“메일을 확인하셨겠지만, 이번 일에 대해 게이머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게 많습니다. 혹시 인터뷰가 가능할까요?”

“흐음, 인터뷰라…….”

“부담되신다면, 목소리만 나가도 괜찮습니다.”

난 그에게 말했다.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을까요? 게이머들도 투자자들도 이번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할 것 같은데.”

“예? 그럼 어떻게……?”

“아예 토론을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

홍상순은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토론이요?”

“예. 위너팩토리 박정국 대표님과 여기 있는 SW게임즈 강선우 대표가, 각종 현안들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겁니다. 박정국 대표님 역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듯한데, 좋아하시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은 게이머들은 물론, 주식 투자자와 암호화폐 투자자들까지도 관심을 가진 있는 사안.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마찬가지.

SW게임즈 강선우 대표와 위너팩토리 박정국 대표를 불러다가 이 사안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면?

이건 무조건 대박이다.

홍상순이 침을 꿀꺽 삼키는 게 보였다.

난 애써 표정을 관리하는 그에게 말했다.

“조건은 딱 한 가지입니다.”

“뭡니까?”

“토론회 영상에 대한 저작권은 없는 걸로 했으면 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퍼가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별로 어려운 조건은 아닐 거다.

어차피 토론회 영상이야 여기저기 자료 화면으로 사용되기 마련. 그 과정에서 출처가 표기된다면 오히려 채널 홍보에도 도움이 될 테고.

홍상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홍상순은 바로 채널에 영상을 올렸다.

‘……최근 P2E 게임 허용 여부가 게임계의 최대 이슈죠? 원래는 각자 인터뷰를 해볼 생각이었는데, SW게임즈 측에서 토론을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위너팩토리 박정국 대표님과 SW게임즈 강선우 대표님을 모셔서 토론을 해볼 예정입니다. 강선우 대표님께서는 이미 동의하셨고, 현재는 박정국 대표님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결정되는 즉시 바로 공지하겠습니다.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반응은 뜨거웠다.

영상이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고, 언론 기사가 쏟아졌다.

[홍상무의 게임라이프, SW게임즈와 위너팩토리의 토론회 개최!]

[P2E 게임 토론회, 게이머들 관심 폭발!]

[SW게임즈 강선우 대표, 위너팩토리 박정국 대표와의 좋은 토론 기대…….]

언론 기사를 본 박정국은 황당해서 소리쳤다.

“어째서!?”

SW게임즈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생 회사.

그러나 판타지아 테일즈R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그것만으로도 위너팩토리는 물론 3L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아이스스톰을 인수하며 글로벌 초거대 게임사로 거듭났다.

위너팩토리도 결코 작은 게임사는 아니지만, SW게임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체급이 차이가 나는 만큼 맞대응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저쪽에서 먼저 토론을 제안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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