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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98화 (498/529)

498화. 드림페이 (6)

난 동호 선배와 민아름, 그리고 성윤아를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전 DA증권 입사 동기이자 현 드림 파이낸셜의 대표인 성윤아는 잔뜩 지쳐 보이는 표정이었다.

“괜찮아요?”

“네. 왜요?”

“안 괜찮아 보여서요.”

내 말에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바빠서 죽을 것 같아요. 살면서 이렇게 바쁜 건 처음이에요. 왜 이렇게 할 일이 많고, 만날 사람도 많은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좀 쉬어야 하지 않아요?”

내 말에 성윤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이에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그렇긴 하죠.”

좋은 자세다.

민아름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너무 축하해, 윤아야.”

“고마워요, 언니.”

“이렇게 잘될 줄 알았으면 내가 한다고 할 걸 그랬나?”

난 농담처럼 물었다.

“바꾸고 싶어요?”

“그건 아니에요. 전 MFW를 너무 사랑하니까요. 엔플과도 바꿀 생각 없어요.”

동호 선배는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잘될 줄이야. 요즘 DA금융그룹 주가도 오르던데.”

이는 성윤아가 DA금융그룹 회장의 딸이기 때문……은 아니고, DA은행이 제일 먼저 드림페이 계좌 연결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현재 원화로 드림페이에 페니를 충전하거나, 반대로 페니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DA은행 계좌가 있어야 한다.

드림페이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자, 처음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시중은행들이 이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제휴를 문의해 왔다.

“고마워요. 전부 미루 씨 덕분이에요.”

“무슨 말씀을. 윤아 씨가 열심히 한 덕분이죠.”

드림페이 출시 과정은 꽤 촉박했다.

스노우 크래시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성윤아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

그녀는 금융그룹에서 태어난 데다가 증권사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는 만큼, 금융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가입자 2천만 명 넘었지?”

민아름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달 안에 3천만 명이 목표예요.”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송금과 결제 서비스는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대중화되지 못했을 뿐이지.

드림페이가 처음으로 이를 대중화하는 데 성공하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나섰다.

그 전에 최대한 격차를 벌려놓을 생각으로, 가입자 유치를 위해 각종 이벤트를 벌였다.

그중 하나는 전자지갑 개설시 5페니 지급.

한마디로 가입시 대략 6천 원을 그냥 주는 셈이다.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10만 명이 가입하면 6억 원, 100만 명이 가입하면 60억 원, 1000만 명이 가입하면 600억 원이다.

여기에 더해 게임사들이 하는 캐시백 이벤트 역시 지원한다.

여기에만 5천만 달러를 책정했다.

시작부터 이렇게 화끈하게 지를 수 있는 건 역시나 최대주주인 컨티뉴 캐피탈의 자금이 뒷받침되기 때문.

이 정도면 그래도 나름 싸게 먹히는 셈이다.

그만큼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괜히 증권사에서 계좌 만들면 주식 넣어주고, 보험 상담만 해도 스타박스 쿠폰을 보내주는 게 아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은행 적금 들면 라면이랑 휴지, 프라이팬도 줬다고 하던데. 자동차 걸고 경품 뽑기 같은 것도 진행하고.

민아름이 말했다.

“그런데 드림페이 관련해서 요즘 게임 업계가 좀 시끄럽던데요.”

동호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림페이를 들먹이며 다들 P2E 게임을 허용해 달라고 난리를 치는 중이지.”

위너팩토리뿐 아니라, 다른 게임사와 한국게임산업협회 역시 비슷한 주장을 펼치는 중.

민아름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위너팩토리야 그렇다 쳐도, 다른 게임사들은 왜 그렇게 P2E 게임 허용을 바라는 거예요?”

“간단해요. 돈이 되기 때문이죠.”

P2E 게임은 게임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홍보한다.

그러나 실제로 돈을 버는 건 유저가 아닌 게임사.

동호 선배가 말했다.

“뭐, 백번 양보해서 P2E 게임을 허용하려면 적어도 랜덤박스는 없애야지.”

요즘 나오는 랜덤박스 꼬라지를 보면 웬만한 카지노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수천, 수억 원을 들이부어도 꽝이 나오기도 한다.

불법 카지노도 이딴 식으로는 장사 안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게임들이 도박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하나. 환전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환금성은 사행성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

때문에 경품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것까진 합법이지만, 그 경품을 업체에서 현금으로 교환해주면 불법이 된다.

경품을 참가자들끼리 돈 주고 파는 것은(현거래)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랜덤박스를 놔둔 채 P2E 게임을 허용해주면, 사실상 게임을 가장한 온라인 도박판을 열리는 셈이죠.”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다른 나라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반트코인과 엘더리움에 투자할 때 한국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알트코인에 몰빵 친다.

전세계에서 1인당 파생상품 거래액이 가장 크고, 주식시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천하제일단타대회가 열린다.

이쯤 되면 도박의 민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도박판이 열리면 가장 큰 돈을 버는 건 하우스 주인이죠.”

그래서 게임사들이 P2E 게임 허용을 간절히 바라는 거고.

설명을 들은 민아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블록밸리와 나이트라이트를 물고 늘어지며, 자신들도 허용해 달라고 주장하는 거군요.”

“그렇죠. 아니면, 반대로 블록밸리와 나이트라이트도 금지해 달라고 하거나요.”

블록밸리와 나이트라이트가 메타버스 게임으로 전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것은 1회차 때도 마찬가지.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흥행이 별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게임의 개발사가 컨티뉴 캐피탈 산하로 들어오고, 레전스토어가 큰 성공을 거두며, 한국 내에서도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는 중이다.

매출이 줄어든 한국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수밖에.

민아름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럼 큰일이잖아요.”

블록밸리와 나이트라이트에서의 스킨과 액세서리 판매는 MFW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이 두 게임이 규제를 당하면 그만큼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이게 게임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잘못하면 페니에 대한 규제로도 이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드림페이가 별다른 문제 없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건 아예 암호화폐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

그런데 이번 일로 규제가 만들어지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다.

만약 정치권에서 앱을 내리라고 요구한다면?

엔플과 구블은 옳다구나 하고 한국 엔스토어와 플레이마켓에서 드림페이앱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이 조치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그러자 이번에는 성윤아의 얼굴이 걱정으로 물들었다.

“그, 그럼 어떡해요?”

“그래서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미리 해결할 생각입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다.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

“어서 말해줘요.”

“그건…….”

두 사람의 눈빛과 표정이 점점 싸늘해지는 것이 보였다.

지켜보면 알게 될 거라고 말하면 화내겠지?

난 재빨리 태도를 바꿔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지금 생각 중인 방법이…….”

* * *

내 얘기를 들은 선우는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위너팩토리 박정국 대표랑 토론을 하겠다고?”

“누구처럼 현피 뜨겠다고 남의 회사로 쳐들어갈 수는 없잖아.”

그게 누군지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생각해 밝히지 않겠다.

아무튼 그 누구(?)와는 달리 문명인답게 토론을 통해 해결할 생각이다.

“그쪽이 토론할 배짱 같은 게 있을까?”

“훗, 우리를 걸고넘어졌을 때부터 그만한 각오는 되어 있지 않았겠어?”

내 말에 선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글쎄. 그냥 아무 생각 없었을 것 같은데.”

“…….”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생각이라는 게 있다면 우리를 건들진 않았겠지.

“그럼 더더욱 이제라도 각오를 하게 만들어줘야지 않겠어?”

그래야 다시는 이런 헛소리가 안 나올 테니.

선우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가만히 놔두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놈이 나올지 모르니, 헛소리 못 하도록 확실하게 짓밟아야지.”

“응. 그러니까 니가 토론을 나가.”

내 말에 선우는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응? 아니, 그게 뭔 소리야?”

“헛소리 못 하게 확실하게 짓밟아야 한다며?”

“그건 그런데 왜 나야?”

“…….”

그야 내가 나가기 싫기 때문이지.

얼굴 팔리는 걸 싫어하는 건 얘 역시 마찬가지.

난 선우를 설득했다.

“생각해봐. 슬슬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어. 얘들이 게임업계에 숟가락 들이댄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야?”

이게 단순히 정치인들의 능지(?)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상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건 열심히 노력해 돈 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어 돈을 버는 건 왠지 날로 먹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

그래서인지 다들 게임회사를 못 뜯어먹어 안달이다.

“게다가 항상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다른 사안들과는 달리, 유독 게임 규제에 대해서만큼은 모두가 두 손 들고 찬성하지.”

왜냐하면 학부모들이 좋아하니까.

만만한 게 게임 아니겠는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나가도 되는 거 아니야?”

“안 돼.”

“어째서?”

“니가 나가야 시청률이 오를 거 아니야? 그리고 박정국 대표도 도망 못 갈 테고.”

“으음…….”

설득이 통했는지 선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안 그래도 예전부터 몇몇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이니 뭐니 하며 NFT와 코인 가져다가 파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 다시는 P2E 게임 같은 것들이 게임판에 기웃거리지 못하도록 이번에 못을 박아야지.”

“그래. 잘 생각했어.”

난 기다렸다는 듯이 자료를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토론 자료.”

저쪽의 주장과 그에 따른 반박 자료를 준비했다.

선우는 그것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정리 잘해놨네.”

“그럼 누가 만든 건데.”

참고로 내가 직접 만들진 않았고 직원 시켰다. 그래도 어떤 식으로 만들라고 가이드 정도는 줬다.

“그런데 이걸로 될까? 어차피 끝까지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길 거 아니야?”

“뭐…….”

따지고 보면 토론이라는 게 어떠한 결론이 나기보다는, 양쪽 다 지 말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어떤 경우에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기기도 하고.

“그래서 이걸 준비했지.”

난 선우에게 다른 자료를 건네주었다.

“이건 뭔데?”

“한번 봐봐.”

그걸 읽어본 선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이게 진짜야?”

“응.”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원래 페니를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나오는 것은 한참 뒤의 일. 그때는 이름도 드림페이가 아니었다.

그럼 그때도 페니가 게임계의 기축통화 자리를 차지하며 리믹스를 밀어냈을까?

그렇진 않았다.

왜냐하면 그 시점에서 리믹스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리믹스 생태계는 붕괴된 뒤였으니.

페니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이유로 말이다.

“어때?”

선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이거면 확실히 끝낼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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