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97화 (497/529)

497화. 드림페이 (5)

[위너팩토리, P2E 게임 규제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

[박정국 대표, 드래곤 레거시W 서비스 불가는 한국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재심사 넣을 것!]

[나이트라이트와 블록밸리도 P2E 게임. 공정한 기준에서 심사해야…….]

위너팩토리 박정국 대표는 연일 부당함을 호소하며 입장문을 냈다.

P2E 게임을 허용해 달라고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이전에도 수차례 있었다.

P2E 게임은 게임사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때문에 P2E 게임 허용은 모든 한국 게임사의 바람이자 소망이다.

한국 게임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국의 게임 규제는 세계적으로 봐도 너무 과합니다. 시대가 바뀐 만큼 게임에 대한 규제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발주한 ‘게임산업 규제 개선 및 진흥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P2E 게임을 허용할 경우 연간 10조 원의 경제적 효과와 3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에 게이머들은 다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뭐지? 이 신박한 논리는??

-아니, 저거랑 이거랑 같냐?

-뭔 파밍해서 현거래하는 걸 게임이랑 스킨 제작해서 돈 버는 거랑 똑같이 비교하네.

-이 논리대로라면 모든 게임이 다 P2E 게임 아님?

-리믹스 폭락하자 강짜 부리는 듯.

-P2E 게임 허용해 달라고 한국게임산업협회까지 나섰네 ㅎㅎ

-뭔 놈의 P2E 게임 출시한다고 연간 10조 원의 경제적 효과와 3만 명의 고용 창출이 이뤄짐? 저게 말이 됨?

-연구용역에 나온 경제적 효과 다 합치면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은 10만 불에 다들 쓰리잡쯤 뛰고 있을 듯.

-경제적 효과는 개뿔. 랜덤박스로 파산하는 흑우들만 속출할 듯.

-닥쳐! P2E 게임이야말로, 드래곤 레거시W야말로 인류의 미래다!

-마! 게임해서 골드 벌고! 그 골드를 리믹스로 바꾸고! 리믹스 100달러 가면 모두가 재벌 되는 거야!

-드래곤 레거시W가 서비스되면 우리 게이머들은 모두 다 이팝에 고깃국을 먹으며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게임을 하는 부유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헬조선 게이머들이 오랜 옛날부터 꿈꾸어 오던 념원을 우리 시대에 와서 실현하는 무한히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ㅋㅋㅋ ㅅㅂ

-이 새끼 위너팩토리 주주거나 리믹스 투자자거나, 둘 중 하나.

* * *

기사를 본 난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아니, 이 미친놈이 왜 우리를 걸고 넘어져?”

설마 나이트라이트와 블록밸리를 P2E 게임이라고 우길 줄이야.

난 컨티뉴 캐피탈 한국 지사장과 부시자장, 그리고 SW게임즈 대표를 불러 회의를 열었다.

선우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놈들은 왜 이 지랄이야?

동호 선배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심정은 이해가 되네. 그동안 리믹스를 게임계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고 밀었는데, 이번에 드림페이로 인해 박살이 났으니. 그래서 괜히 물고 늘어지는 거 아닐까?”

난 상황의 명확한 이해를 위해 선우에게 물었다.

“위너팩토리는 뭐하는 회사야?”

“몰라서 묻는 거야?”

“알긴 아는데, 너보다 잘 알진 않겠지.”

“아, 오케이.”

선우는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위너팩토리는 25년쯤 설립된 게임사.

한국 게임사 3대장이라 할 수 있는 3L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소울리스’, ‘드래곤 레거시’ 등의 게임을 성공시키며 중견 게임사의 반열에 올라섰다.

사실 위너팩토리가 무슨 게임을 만들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르고 별 관심도 없다.

“하지만 리믹스는 모두가 알고 있지.”

리믹스는 P2E 게임의 생태계를 하나로 잇고 게임계의 기축통화가 되겠다는 목표로 출시됐고,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암호화폐 열풍과 맞물리고, 주요 거래소에 잇따라 상장되며 리믹스 가격은 한때 개당 32달러, 시총은 30억 달러를 넘어섰다.

덕분에 위너팩토리 시총 역시 10배가 폭등했다.

“기가 막힌 방법이었지.”

랜덤박스든 확률 조작이든 게임사는 기본적으로 게임으로 돈을 번다.

그런데 위너팩토리는 코인을 만들어 발행하는 것만으로도 무려 3조 원의 가치를 창출해낸 것이다!

리믹스로 한번 재미를 봤기 때문인지, 위너팩토리는 이후 리믹스 달러, DAO, 디파이, NFT 등을 줄줄이 출시했다.

동호 선배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그 생태계라는 게 의미가 있나?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나, 리믹스로 거래하나 그게 그거 아니야?”

그래서 페니는 ‘페니 생태계’ 따위의 말을 쓰지 않는다.

페니는 어디까지나 결제와 거래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페니를 쓸 사람은 페니를 쓰면 되고, 달러를 쓸 사람은 달러를 쓰면 된다.

하지만 페니와 리믹스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페니의 가치는 고정되어 있지만, 리믹스 가격은 오를 수 있죠.”

리믹스 가격이 오르면 유저들의 수익이 늘어나고, 이는 더 많은 게임사와 유저가 리믹스 생태계에 참여할 유인이 된다.

이렇게 되면 리믹스 가격이 더 오르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라는 것이 위너팩토리의 주장.

설명을 들은 동호 선배는 감탄했다.

“오! 그럴 듯한데.”

언뜻 들으면 그렇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한 가지 큰 허점이 있다.

김범석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리믹스 가격이 떨어지면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바로 그게 문제죠.”

한 시간 동안 파밍을 해서 벌어들인 재화를 1리믹스로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1리믹스가 1만 원이라면 시급은 1만 원이다. 그런데 1리믹스가 3천 원이 되면? 시급은 3천 원으로 줄어든다.

돈을 목적으로 게임을 하던 유저들이 떠나면, 리믹스를 활용하는 게임들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리믹스의 가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일명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다.

실제로 재작년 리믹스 가치가 대폭락하는 일이 한번 일어나며,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뻔했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리믹스 가격이 20달러를 넘었을 때부터 위너팩토리가 신나게 매도했거든요.”

리믹스의 전체 발행량 중 9퍼센트가 개발자 물량, 75퍼센트가 생태계 물량이다. 그리고 이를 제외한 16퍼센트가 유통 물량.

그런데 기존에 유통되지 않던 생태계 물량 중 일부를 회사가 대량 매도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계기도 좀 황당한데, 분기 공시에서 갑자기 예정에 없던 2,900억 원의 깜짝 수익을 발표했기 때문.

이는 다름 아닌 리믹스 매각 대금이었다.

알고 보니, 리믹스가 상승하는 사이 정작 이를 발행한 회사는 열심히 팔아 현금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동호 선배가 말했다.

“그거 보고 진짜 깜짝 놀랐지. 신작을 출시한 것도 아닌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다니.”

김범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놀라운 건 그럼에도 주가는 하한가를 쳤다는 거고.”

위너팩토리가 팔아치운 리믹스는 1억 개가 넘었고, 이는 이전 유통 물량의 60퍼센트에 해당했다.

이 정도면 금감원 수사를 받아도 할 말 없지만…… 아무 일도 없이 없이 넘어갔다.

왜냐하면 암호화폐는 관련 규정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내부자가 주식을 매도하려면 사전에 공시해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증권거래법 위반이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그딴 거 없었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래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고, 내부자가 공시 없이 파는 것 없이 불법이 아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깜짝 놀랐고, 한때 32달러까지 올랐던 리믹스 가격은 순식간에 폭락해 10달러로 폭락했다.

그리고 리믹스가 폭락하자 위너팩토리 주가 역시 하한가를 쳤다.

엄청난 손실을 입은 리믹스 투자자들은 거세게 항의했지만, 박정국 대표는 이에 대해 당당하게 말했다.

‘리믹스 생태계 물량은 매도해 생태계를 넓히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처음부터 백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리믹스의 매각대금을 게임사 인수와 개발에 투자해 리믹스 생태계에서 출시하는 게임이 많아지면 향후 리믹스 가치는 더욱 오르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두 개의 게임사를 인수해 합병했고, 게임 개발에도 투자했다.

“그런데 건물도 샀잖아.”

“강남 한복판에 크고 아름다운 건물을 샀죠.”

매수 금액은 무려 3,200억 원.

주변 시세보다 10퍼센트 비싸게 매수했다.

투자자들의 반발과 비난은 더욱 거세지자, 결국 박정국 대표는 ‘앞으로는 리믹스를 매도하기 전에 공시하고, 한동안 리믹스를 팔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가 있나?”

“없죠.”

그 일로 인해 생태계 물량은 언제든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쏟아져나올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어차피 나중에 또 공시 없이 매도하더라도 처벌할 방법도 없고.

동호 선배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박정국 대표가 월급을 리믹스로 받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죠.”

실제로 월급을 리믹스로 받을 수는 없으니, 매달 받은 월급 전액을 쏟아부어 리믹스를 매수했다.

이는 지금도 계속하는 중.

더 이상 리믹스를 팔지 않은 데다가 이러한 노력이 더해진 덕분인지 리믹스 가격은 소폭 반등해 10달러 선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번 악재로 인해 3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드래곤 레거시W의 한국 서비스가 절실한 상황이죠.”

선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게임 쪽 애널리스트였던 동호 선배는 드래곤 레거시W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며 물었다.

“P2E 게임이라고 듣긴 했는데, 정말로 이걸로 돈벌이가 가능해?”

P2E(Play To Earn).

한국에서는 보통 쌀먹 게임으로 통한다.

플레이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블록체인 시대의 신개념 게임……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온라인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이나 골드를 다른 유저에게 팔아 돈을 버는 행위는 예전부터 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P2E 게임은 회사가 직접 거래를 지원한다는 것.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는 이를 통해 실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에요.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쉽지 않죠.”

시급을 생각하면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알바를 하는 게 훨씬 많이 벌 수 있으니까.

“흠, 쌀먹 게임으로 쌀먹하기가 쉽지 않나 보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팝에 고깃국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게 아니죠.”

우리는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왔다.

그래서 위너팩토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동호 선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자기들 게임 허가해달라고 개소리하는 건데, 신경 쓸 필요가 있어?”

“과연 그럴까요?”

“응?”

나는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요.”

왜냐하면…….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이를 구분할 만한 능지(?)가 없거든요.”

내 말에 선우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오죽하면 술, 마약 도박과 함께 게임을 4대 중독으로 구분했겠는가?

청소년을 게임으로부터 보호하겠다며 셧다운제를 실시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고.

“그럼 어떡하게?”

난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뭐, 시비를 걸어왔으면 받아줘야죠.”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않는 게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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