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화. 드림페이 (4)
[(게임스파크) 드림페이는 게임 업계와 암호화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전략)
반트코인의 등장 이후.
엘더리움을 비롯한 수많은 암호화폐가 등장했고, 가격이 폭등하며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
누군가는 무한 복제가 가능한 사진과 영상에 NFT를 붙여 팔아 수천만 달러를 벌었고, 누군가는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어 거래소에 상장해 수억 달러를 벌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수많은 개발자와 투자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게임 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게임 업계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 크립토 등의 단어가 자연스레 오르내렸다.
일부 게임사들은 캐릭터와 아이템, 카드 등에 NFT를 붙여서 유저들에게 팔아먹었다.
그 선두에 나선 기업은 한국의 한 게임사.
바로 위너팩토리다.
게이머라면 워너팩토리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모두가 환호할 만한 훌륭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게임사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열풍이 불고, 자고 일어나면 반트코인과 알트코인들의 가치가 폭등하던 시기.
위너팩토리는 리믹스라는 자체 코인을 발행해 발 빠르게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리믹스는 게임에서 벌어들인 재화를 암호화폐로 환전하고, 이를 다시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는 걸 지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수많은 게임이 리믹스로의 환전을 지원한다면, 자연히 리믹스의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태계를 넓혀나가 궁극적으로는 게임 업계의 기축통화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리믹스의 비전이었다.
이는 꽤 그럴듯하게 들렸고, 게이머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나타냈다.
여기에 암호화폐 투자 열풍까지 맞물리며 리믹스는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고, 한때 개당 32달러, 시총은 30억 달러를 넘겼다.
하지만 하나의 일을 계기로 폭락했다.
(중략)
그리고 리믹스는 드림페이 출시로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게이머들은 시세 변동이 큰 코인보다는 가치가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을 선호한다. 실제로 드림페이 출시 이후 리믹스는 게임 업계에서 점점 퇴출되는 분위기다.
리믹스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출시 때 공언했던 ‘리믹스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 *
원래 위너팩토리 본사는 판교에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강남 한복판에 크고 아름다운 빌딩을 사들였고, 현재는 이사를 끝마친 상태였다.
이곳 신사옥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LDP스튜디오가 ‘기적의 활’을 리믹스 생태계에서 출시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틴틴게임즈가 신작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연락해왔습니다.”
“바이투소프트가 MOU를 철회할 수 있냐고 문의해왔습니다.”
리믹스는 P2E 게임의 생태계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시됐다.
이를 위해서는 리믹스 환전을 지원하는 게임이 많아야 한다.
때문에 위너팩토리는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게임사들의 개발을 지원하고 투자하며 협력을 맺어왔다.
이렇게 해서 리믹스 환전을 지원하는 게임이 점점 많아지면 리믹스 시세가 올라가고, 이는 더 많은 유저와 게임사가 참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갑자기 줄줄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위너팩토리 박정국 대표는 회의실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유가 뭔가?”
“그게…….”
임원들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바로 리믹스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 그리고 리믹스 가격이 폭락 원인은 페니 때문이다.
설마 리믹스 생태계를 망가뜨리기 위해 드림페이를 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간신히 10달러 선을 유지하던 리믹스가 50퍼센트 넘게 폭락한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믹스의 폭락은 더욱 두드러졌다.
회의가 반나절 동안 이어졌음에도 이렇다 할 만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홀로 남은 박정국 대표는 이를 갈았다.
“하필 이 타이밍에…….”
최근 리믹스 생태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리믹스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리믹스의 가격.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침체되며 리믹스 가격 역시 하락했고, 거래량은 점점 감소 추세였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할 만한 게임이 없다는 것이다.
유저가 게임 내 획득한 재화를 팔기 위해서는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내고 살 테니까.
다시 말해, 게임이 흥행해야 P2E도 가능하다.
망한 게임의 아이템을 누가 돈 주고 사겠는가?
그런데 작년과 재작년 리믹스 생태계에서 출시된 게임들은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나마 드래곤 레거시5가 리믹스 생태계를 지탱하던 중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흔들리는 중.
때문에 위너팩토리는 반전의 카드로 신작 출시에 나섰다.
바로 드래곤 레거시W다.
위너팩토리는 드래곤 레거시W를 출시하며 게임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홍보했고, 이는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동남아와 일본 등에서 먼저 출시한 이 게임은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 가도를 달렸다.
그런데 드림페이 출시로 인해 리믹스 가치가 폭락했다.
10달러 선이던 리믹스 가격이 5달러로 폭락하자, 이는 드래곤 레거시W의 초반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으로 돈을 벌려 했던 유저들 입장에서는 수익이 반토막이 난 셈.
이렇게 되자 돈을 목적으로 게임을 하던 유저들은 게임을 떠났고, 이는 결제액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다시 리믹스 가치를 끌어내렸다.
게임의 흥행 여부는 보통 런칭 직후 3개월 안에 판가름 난다.
유저가 게임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바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하냐는 것.
초반에 유저가 몰리고 매출이 늘어나면, 이후 더 많은 유저가 몰려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한번 유저와 매출이 꺾이면 회복이 쉽지 않다.
박정국 대표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직 기회는 있어. 한국 서비스만 시작하면 돼.”
드래곤 레거시W는 P2E(Pay to Earn) 게임이자, P2W(Pay to Win) 게임.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브라더후드M을 표절…… 아니,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
유저 간의 PvP가 핵심 콘텐츠로, 다른 유저를 얼마든지 짓밟고 죽일 수 있다. 남들보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과금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극악 확률의 수많은 랜덤박스를 만들어 놓았다.
‘이런 게임이 한국에서 먹히지 않을 리 없지.’
한국은 P2W 게임의 천국.
한국 유저의 1인당 과금액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 불가. 매달 수억, 수십억 원을 결제하는 핵과금러들이 넘쳐난다.
만약 한국에서 대박이 터진다면?
유저가 늘고 매출이 늘면 크게 홍보가 될 테고, 떨어지는 리믹스 가치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드래곤 레거시W, 한국 서비스 불가!]
[게임물관리위원회, 드래곤 레거시W 심의 불허!]
[드래곤 레거시W 초반 흥행 빨간불…….]
[위너팩토리, 각종 악재로 52주 최저가로 하락!]
서비스 불가 통보를 받은 박정국 대표는 분통을 터트렸다.
“어째서!”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드래곤 레거시W는 P2E 게임.
그리고 한국에서는 P2E 게임이 불법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 내에서 획득한 재화를 환전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아이템과 계정의 현금거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저들끼리의 자발적인 거래일 뿐.
여기에 게임사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 드래곤 레거시W는 P2E 게임을 주창하고 나온 만큼, 위너팩토리에서는 직접 게임 내 획득한 재화를 리믹스로 환전해주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또다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에서 불허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P2E 게임에 대한 논란은 다른 나라들 역시 마찬가지. 많은 나라에서 이를 허용해야 할지 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심의 불허는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의 심의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역시나’가 되자 위너팩토리 주가는 폭락했고, 리믹스 가격 역시 3달러로 떨어졌다.
종목 게시판은 위너팩토리 주주들은 물론, 리믹스 투자자들까지 몰려와 성토장이 됐다.
-야, 이 개새끼들아!
-뭐? 한국에서 서비스해 브라더후드M을 뛰어넘겠다고?
-P2E 게임이 통과된 사례가 없다는데 뭐? 통과를 자신해?
-ㅋㅋㅋ 예상 매출까지 공개했음~
-이쯤 되면 주주들 상대로 사기 친 거 아닌가?
-VPN으로 우회 접속해서 드래곤 레거시W 좀 해봤는데, 그냥 브라더후드M 베낀 짝퉁 게임. 한국에서 서비스했으면 LD스튜디오한테 고소크리 처맞고 버로우 탔을 듯.
-지금 글로벌 동접자도 계속 하락 중임. 서버 대기열 사라진 지 오래고, 몇몇 서버는 사람 찾기가 힘듬.
-ㅎㅎ 드래곤 레거시W 망하면 리믹스 생태계도 끝장 아님?
-리믹스 같은 스캠코인을 2만 3천 원에 산 내가 미친놈이지 ㅜㅜ
-미친ㅎㅎㅎ 근데 난 3만 5천 원에 샀음ㅜㅜ
-게임계 기축통화 자리는 이미 페니가 차지했으니 안심하라구!
-니들이 한 게 코인 팔아서 돈 번 것 말고 뭐가 있냐?
-위너팩토리는 뭔 위너팩토리? 주식이고 코인이고 다 루저됐는데. 오늘부터 루저팩토리로 이름 바꿔라!
-루저팩토리도 아깝다. 루저가내수공업이나 루저하꼬방 정도가 딱이다!
* * *
비난은 인터넷뿐 아니라 회사로도 쏟아졌다.
일부 주주들은 집단행동에도 나섰다.
드래곤 레거시W가 한국에서 서비스될 것처럼 주주들을 속였다며, 박정국 대표와 위너팩터리를 고발한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박정국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P2E 게임 규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P2E 게임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웹 3.0 시대의 게임으로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P2E 게임을 허용하고 있고, 이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수억 명입니다. 그러나 유독 한국만은 과도한 규제로 인해 제대로 된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이는 유저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너팩토리는 행정법원에 드래곤 레거시W 등급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게임산업진행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습니다.”
그는 행정소송을 통해 드래곤 레거시W를 반드시 한국에 서비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갑자기 다른 게임을 걸고넘어졌다.
“나이트라이트와 블록밸리도 게임 내에서 재화를 획득하고 이를 암호화폐나 현금으로 환전하는 P2E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드래곤 레거시W는 안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는 국내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입니다. 똑같은 기준에서 공정하게 심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