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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92화 (492/529)

492화. 신년

양현성 회장의 장례식은 비공개로 진행됐고, 평소 고인과 친분이 있는 이들만 조용히 조문을 왔다.

오랜 기간 투병했고, 후계자 승계 작업을 미리 끝내놓은 만큼 DA금융그룹은 별다른 혼란이 없었다.

주가 역시 안정적이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장례식이 끝나고 나자, 어느새 연말이 다가왔다.

* * *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는 일찍 업무를 마감하고, 직원들을 휴가 보냈다.

에드워드를 비롯한 미국인 직원들은 크리스마스 전에 이미 고국으로 돌아갔다. 편하게 가라고 아예 전용기에 태워서 보냈다

난 동호 선배와 함께 불이 꺼진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동호 선배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왜 그래요?”

“좀 신기해서. DA증권에서 평생 증권맨으로 살 줄 알았는데, 설마 이런 큰 회사의 사장이 될 줄이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동안 직장인 티를 못 벗던 동호 선배는 이제는 제법 경영자로서의 티가 났다.

민아름과 사귀며 스타일도 좋아졌고, 함께 운동을 하는지 몸도 좋아졌다.

목과 어깨에 힘도 좀 들어간 것 같고.

아마 나중에도 회사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부족한 부분은 민아름이 도와주면 될 테고.

동호 선배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고맙다, 미루야.”

난 피식 웃었다.

“고맙긴요. 다 선배가 잘한 덕분이죠.”

“아니, 내가 뭘 잘했다고…….”

“…….”

사실 잘한 게 별로 없긴 하다.

하지만 나한테 잘해준 게 잘한 거지.

1회차 때 나를 구해준 덕분에 난 그 지옥 속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동호 선배는 호흡기가 다 망가졌고, 그 뒤로는 제대로 일도 하지 못하고 힘들게 지내야 했다.

동호 선배는 그 일로 딱히 나를 원망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난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

언젠가 은혜를 꼭 갚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회귀를 한 덕분에 기회가 생겼다.

요즘 행복해하는 동호 선배의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

가끔은 너무 행복한 것 같아 살짝 배가 아프기도 하다만…….

“1년 사이 일들이 많았네.”

“그랬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믿기지 않는 일들의 연속이다.

워낙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아서 나중에 자서전을 쓰면 장르가 현대판타지로 분류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새해 시작부터 페더를 무너뜨렸잖아.”

암호화폐 시장의 달러 역할을 하던 페더는 실체가 드러나며 붕괴했고, 한때 비공식 1위 부자였던 레너드 창은 인터폴에 수배당해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됐다.

“사마라 회장 탈출 사건도 있고. 설마 가택연금 중이던 키오노스 전 회장을 일본에서 탈출시킬 줄이야.”

그야말로 전세계가 깜짝 놀란 사건이다.

그로 인해 일본은 전세계에서 망신을 샀고, 도쿄지검의 인기스타인 요시네 켄타로 검사는 목이 날아갔다.

자연히 그의 향후 정계 진출은 무산. 그가 총리가 될 가능성도 없어졌다.

“그거 짜릿했죠.”

직접

무슨 첩보 영화 찍는 줄 알았다.

나중에는 실제로 영화로 나올 예정이기도 하고.

참고로 요르단으로 돌아간 사마라 회장은 익명으로 넥스트로젠 사우디 공장 건설과 운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게임스타트 사태도 대박이었지.”

“대박이었죠.”

월스트리트저널이 뽑은 월가 10대 사건 중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사건 규모도 규모지만,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연관된 만큼 표가 몰린 모양이다.

그 일로 인해 내로라하는 사모펀드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마이클 프레스턴이 이끄는 샤크 인베스트먼트 또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게임스타트 투자에 있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내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시세 조종의 주범으로 의심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내 매수 대신 대주주 지분 인수를 택했고, 의심을 피한 채 엑시트까지 큰 성공을 거뒀다.

그 외에 블록 밸리 출시와 써릴 엔진5 개발, 써릴 스크린, 통통치킨 출시, 모카뱅크 공매도 등등.

선우가 갖고 싶다고 하던 아이스스톰도 인수했고, 투위터도 정가(?)에 알렌 에버하트의 품에 안겨 줬다.

투위터 인수에만 480억 달러를 쓴 알렌 에버하트는 요즘도 폭풍 투윗을 올리는 중이다.

그가 투윗을 멈추는 날이 곧 세계가 멸망하는 날이 아닐까?

한창 동호 선배와 함께 지난 일들을 얘기하는데, 누군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같이 집에 가자더니, 안 오고 뭐해?”

다름 아닌 강선우.

내가 내려가지 않자 기다리다가 올라온 모양이다.

“이제 가려고.”

우리는 다 함께 회사를 나갔다.

“내년에 보자.”

“잘 들어가요.”

난 선우와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선우는 운전을 하며 물었다.

“올해 우리 꽤 잘한 것 같지 않냐?”

“잘했지.”

난 한마디 덧붙였다.

“내년에는 더 잘해야 하지 않겠어?”

“그럼. 내년에는 지금 준비 중인 신작들도 나올 테니. 그것들 나오면 끝이야.”

자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나저나 배 안 고프냐? 들어가기 전에 뭐 좀 먹고 가자.”

“뭐 먹게?”

아무거나 먹어도 되겠지만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음식인 만큼 신중하게 고민했다.

난 한참 생각한 다음 말했다.

“아! 한정치킨 어때?”

“응? 치킨?”

“헝그리 정신을 일깨우기 좋은 음식이지.”

1회차 때.

한 해의 마지막 영업일이 끝난 후, 팔다 남은 치킨을 먹으며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곤 했다.

그때를 떠올리며 웃는데 선우가 말했다.

“뭔 소리야? 가격만 보면 부르주아 음식이나 다름없는데.”

“…….”

* * *

새해가 밝았다.

크리스마스 때보다 더 많은 연락이 오며 핸드폰과 메일함에 불이 날 것처럼 알람이 울려댔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충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걸 보면 그동안 쌓아놓은 인맥이 헛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난 하나씩 찬찬히 읽어보았다.

[……새해 복 많이 받고. 많이 바쁘겠지만 올해는 얼굴 좀 볼 수 있으면 좋겠군.]

피터 테일러 회장은 은근슬쩍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러고 보니, 가끔 연락하긴 했지만 직접 만나러 간 적은 없다.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본사가 있는 곳은 텍사스 오스틴.

겸사겸사해서 한번 가볼까?

[미루 씨 덕분에 재밌는 일들이 많았네요. 올해도 잘 부탁해요.]

사라 에이버리.

PIF 해외 투자본부장인 그녀는 현재 영국에 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미국에서 함께 새해를 맞았었지.

라시드 왕세자는 직접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아셰르가 신년 인사를 보내왔다.

마크 필립스 상원의원도 있고, 크리스토퍼 로무도 있었다.

필립스 상원의원은 슬슬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이고, 크리스토퍼 로무는 아예 전용기 정비회사를 차렸다.

블랙우드 쪽에서 적극적으로 일감을 몰아준 덕분에 지금은 직원 20여 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알렌 에버하트는 문자 한 줄을 보냈다.

[Hey, buddy! Happy nwe year!!]

오타가 있는 걸로 볼 때 직접 쓴 모양이다.

난 답장을 보내려다가 전화를 걸었다.

그는 특유의 유쾌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친구,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텍사스예요?”

[아니, 지금은 베를린이야. 티슬라 공장 증설 때문에 와있어.]

역시 바쁜 사람이다.

“올해 사업 전망은 어떤가요?”

내 물음에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올해는 티슬라의 해지. 작년보다 생산량을 두 배로 끌어 올릴 계획이니까. 티슬라 주식을 더 사놓는 게 좋을 거야.]

“…….”

그렇게 전망이 좋은데, 본인은 왜 팔았어?

정말이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보다 차 때문에 문의를 좀 드릴 게 있는데.”

[오! 드디어 사이버트론이 갖고 싶어진 모양이지? 하하! 하긴,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차니.

“아니, 그게 아니라 모델Z를 사려고 하는데요.”

[그럼 사이버트론은? 보내준다니까.]

“……제가 아니라 가족이 탈 겁니다.”

안 받아! 안 받는다고!

모델Z는 한국에도 출시된 만큼 돈 주고 사면 그만이다.

최근 티슬라의 인기는 전세계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못 따라갈 정도로 수요가 많아 대기가 밀려있다.

이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 계약을 하고도 차가 나오려면 최소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오죽하면 몇 개월 탄 중고차가 수천만 원씩 붙어서 거래될 정도다.

그렇다고 중고차 사주기는 좀 그렇고.

그래서 이렇게 직접 테크노킹에게 도움을 청하는 중.

“혹시 바로 구매가 가능할까요?”

[문제없지. 내가 티슬라 코리아에 얘기해 놓을게.]

“감사합니다.”

설마 알렌 에버하트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될 줄이야.

* * *

난 압구정에 있는 티슬라 매장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정장을 입은 중년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한미루 고객님. 티슬라 코리아 사장 임주경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놀랍다는 듯 말했다.

“본사에서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대체 무슨 일을 하기에 본사에서 직접 연락해 챙겨주는 건지 매우 궁금한 표정이다.

“에버하트 대표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요.”

내 말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아! 그랬군요.”

그러자 대체 어떻게 자사 CEO와 친분을 쌓았는지 더더욱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차마 전용기 타고 현피 뜨러왔다가 친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 관계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다.

“다행히 바로 출고가 되네요.”

“예. 파손이나 교환 등 여러 경우를 대비해 출고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예비용 차량이 있으니까요. 일단 차를 보시겠습니까?”

주차장에는 큰 덩치의 SUV가 서있었다.

모델Z.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안전성.

미국 국토교통부의 각종 충돌 테스트를 가장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스포츠형 세단이 함께 서있었다.

두 대인 이유는 기왕 사는 김에 나도 한 대 뽑기로 했기 때문.

난 모델K.

티슬라의 고성능 스포츠카로 제로백이 2초 대.

그녀는 차를 열어 보이며 각종 기능을 친절하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주변에 티슬라 차 뽑아 본 사람 얘기에 따르면 키카드 건네주고 설명 잠깐 해주고 끌고 가라고 한다고 하는데.

하지만 테크노킹의 한마디면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 *

난 신년을 맞이해 부모님을 뵈러 인천으로 향했다.

“아들, 어서 와.”

식탁을 보니 벌써부터 이것저것 잔뜩 차려져 있었다.

“뭘 또 이런 걸 하셨어요?”

“그래도 새해인데 맛있는 것 먹어야지.”

세나는 거실로 쪼르르 튀어나왔다.

“오빠, 왔어?”

요즘 들어 한층 다정해진 내 동생이다.

“잠깐 나와 봐.”

“왜?”

세나는 쫄래쫄래 따라 나왔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진 모델Z를 본 세나는 입을 쩍 벌렸다.

“설마 이거 내 꺼야? 내 꺼 맞지? 우와앙!”

“마음에 들어?”

내 물음에 세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무 좋아! 오빠 사랑해!”

세나는 감격한 나머지 나를 끌어안으려고 했고, 난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진정해. 남매끼리 무슨 짓이야?”

“아, 맞다. 그랬지.”

“사고 내지 말고.”

“걱정 마. 누가 사준 건데. 아껴서 잘 타고 다닐게. 지금 한 번 타보면 안 돼?”

“어디 가게?”

“그냥 바닷가 드라이브라도.”

“그래. 한번 가보자.”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사준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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