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7화. Don't be evil (8)
[구블을 버리고 NS를 택한 유성전자!]
[샤말란 CEO, 밍의 개발은 이제 시작. 대대적인 투자 아끼지 않을 것]
[구블, 검색엔진 시장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
플레이마켓은 연간 100억 달러를 넘게 벌어들인다.
이 중 순이익은 무려 72억 달러로 영업이익률은 70퍼센트에 육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블이 직접 앱을 만들거나 업데이트하는 것도 아니고, 서버를 관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마켓을 관리하기만 하면 되니, 비용이 크게 들어갈 것도 없었다.
매출과 이익 규모로 볼 때 플레이마켓 하나만으로도 대기업으로 분류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구블에게 있어서 플레이마켓은 핵심사업이 아닌 그저 여러 사업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설사 플레이마켓이 문을 닫는다고 해도 구블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검색엔진은 얘기가 달랐다.
검색은 구블의 시작이자 정체성이다.
때문에 아예 ‘검색을 하다’라는 의미로 ‘구블링’이라는 단어가 쓰일 정도였다.
그런데 유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기본 검색엔진을 구블 대신 NS 밍으로 교체하겠다고 하자 구블은 발칵 뒤집혔다.
기사가 나간 뒤.
구블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2퍼센트가 폭락했다.
시총이 1조5천억 달러를 넘는 거대 기업이 하루 만에 10퍼센트 넘게 하락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유성전자가 구블에서 NS로 갈아탄다고?
-오우! 그럼 기존 기기까지 전부 바뀌는 건가?
-이것도 컨티뉴 캐피탈과 관련이 있나?
-그렇겠지. 스노우 크래시와 NS가 협력해서 알고리즘을 개선했다고 하니.
-구블 30억 달러 날아갔네.
-응. 그래봐야 구블 매출의 1퍼센트도 안 됨~
-그런데 주가는 왜 이렇게 폭락해?
-앞으로가 더 문제니까. 당장 엔플도 밍으로 갈아탈 수 있을 테고.
-요즘 밍 쓸만해?
-예전에는 완전 엉망이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려나?
-나도 한번 써볼까?
* * *
난 샤말란 CEO와 통화했다.
[밍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이지만 이용자 수가 10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정말 잘됐네요.”
NS의 밍은 구블보다 훨씬 먼저 출시됐다.
그럼에도 후발주자에게 밀린 것은 성능면에서 큰 차이가 났기 때문.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은 복잡하게 작동한다.
홈페이지나 광고가 검색창 맨 위에 뜨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소망. 때문에 이들은 사람들이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를 마구잡이로 집어넣는다.
하나만 걸리라는 식이다.
검색 알고리즘은 이러한 피싱사이트를 걸러내고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협업을 제안받았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미미르의 성능은 놀라울 정도더군요.]
스노우 크래시와의 협업은 내가 제안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미미르를 활용하는 만큼 밍은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했으니까.
어차피 밍의 점유율은 미미하고, 검색엔진은 주력 사업도 아니다. 그러니 그의 입장에서는 잘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미미르를 활용하면서 밍의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물론 구블이 그동안 쌓아놓은 데이터와 노하우를 단숨에 능가할 만큼은 아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쓸만한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이제 시작입니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검색 알고리즘이 더욱 개선될 테니까요.”
[저 역시 기대가 큽니다.]
그는 CEO이기 이전에 프로그래머이자 엔지니어.
그런 만큼 밍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 그리고 이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통화가 끝나자 옆에 있던 선우가 말했다.
“아주 제대로 때렸네. 구블 괜찮을까?”
난 코웃음을 쳤다.
“빅테크 기업 걱정은 하는 게 아니야.”
“하긴, 애초에 체급이 다르니.”
그래도 이번 건 좀 아플 것이다.
구블 전체 매출의 80퍼센트는 광고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광고의 기반은 검색엔진이다.
그런데 검색엔진의 독점이 깨진다면?
이는 핵심 비즈니스에 막대한 타격이 될 것이다.
플레이마켓 독점 강요 폭로가 얼굴에 펀치를 날린 거라면, 이건 파일드라이버로 링 위에 거꾸로 꽂아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게 피니쉬 무브는 아니다.
한 명이 탭을 치기 전까지 경기는 끝나지 않으니까.
난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지.”
* * *
구블 CEO 아미트 굽타는 유재호 회장에게 연락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예, 유 회장님. 잘 지내고 계시죠?”
[하하!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날씨는 어떤가요? 이번에 와이너리를 하나 구매했다고 들었는데 축하드립니다.]
유재호 회장은 한동안 날씨 토크와 잡담을 늘어놓았다.
마음이 급해진 아미트 굽타는 먼저 본론을 꺼냈다.
“그보다 지금 나온 발표는 뭡니까?”
[어떤 발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건가?’
아미트 굽타는 속으로 화를 삭이며 말했다.
“코스믹폰과 코스믹탭의 기본 검색엔진을 NS의 밍으로 변경한다는 발표 말입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검토 중에 있습니다.]
유성전자가 당장 검색엔진을 교체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
아미트 굽타는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양사의 관계를 생각해 발표 전에 미리 상의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추후 결정되면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가 이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리 없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코스믹스토어부터 시작해 이번 검색엔진 변경까지.
이쯤 되면 구블과 싸우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엄연히 구블은 갑이고 유성전자는 을이다.
구블은 유성전자 외에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유성전자는 안드로메다 외에는 대안이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가?’
그게 뭔지는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미트 굽타는 불쾌함을 숨긴 채 말했다.
“구블은 유성과의 파트너십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만간 한번 만나뵙고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구블 본사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 중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성전자 발표 이후 다른 기업들도 동요하고 있습니다.”
“밍에 대한 검색 빈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엔플과의 재계약에도 영향을 끼칠 겁니다.”
구블의 검색엔진은 독보적이다.
때문에 경쟁자인 엔플 역시 구블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었다.
계약 규모는 무려 200억 달러.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구블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반대로 엔플에게 이 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유성전자는 안드로메다 OS를 사용한다. 오픈소스인 안드로메다는 무료지만, 그 외에 구블이 만든 부가적인 서비스는 유료다.
반면 엔플은 안드로메다가 아닌 NOS를 사용한다.
엔플은 전세계에 10억 대의 활성화 기기가 있는 만큼, 여기에 구블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탑재하는 것만으로도 이용자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검색엔진 시장 독점을 위해 기꺼이 경쟁사에 비용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독점이 깨지게 생겼다.
이전까지만 해도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블은 대체제가 없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밍이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모두가 당장 밍으로 갈아타진 않더라도 양측의 조건을 비교하며 지불 금액을 낮추기 위해 협상하려 할 것이다.
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회의가 세 시간째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만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한창 회의 도중 비서가 들어왔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CEO에게 보고했다.
“큰일이 생겼습니다.”
큰일 때문에 회의 중인 상황에서 급하게 보고하는 거라면 정말로 큰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제는 무슨 얘기를 들어도 놀랍지 않을 것 같군.’
아미트 굽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게…….”
얘기를 들은 아미트 굽타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뭐!?”
* * *
[(WST) 구블, 안드로메다 OS 독점 강요. 파편화금지계약(AFA)을 맺어 파트너사들을 규제당국처럼 통제]
(전략)
안드로메다는 무료로 공개된 오픈소스 OS다.
그렇다면 안드로메다는 정말로 무료일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안드로메다는 무료지만, 이를 구성하는 각종 앱들은 무료가 아니다.
안드로메다에 구메일, 구블지도, 구블 검색 등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GMS(구블 모바일 서비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하고, 구블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활용해 구블이 그동안 제조사들에게 각종 횡포를 부려왔음이 드러났다.
안드로메다는 오픈소스인 만큼 누구든 이를 활용해 새로운 OS를 개발할 수 있고, 얼마든지 새로운 기기에 탑재할 수 있다.
하지만 구블은 그동안 기기 제조사들에게 AFA 계약을 강제해 제조사들이 안드로메다 소스코드를 변형해 만든 포크 OS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제약했다.
구블 측은 공정한 계약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제조사에게 필수적인 최신 버전 안드로메다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과 GMS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반드시 AFA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포크 OS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SDK(앱개발도구)를 파트너사에 배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다시 말해 구블은 라이선스를 볼모로 포크 OS의 개발과 기기 탑재, 관련 앱 개발 등을 통제해온 것이다.
이러한 포크 OS 제약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만 해당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구블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스마트시계, 스마트TV, 로봇, 드론, 자동차에도 해당한다.
안드로메다는 약간만 변형하면 거의 모든 기기에 적용이 가능하다.
만약 AFA 제약이 없었다면 각각의 디바이스에 맞는 다양한 포크 OS가 출시됐을 것이다.
그러나 구블의 방해로 인해 해당 분야의 포크 OS 개발은 전부 중단됐고, 유성전자의 경우 코스믹워치와 유성TV에 성능이 뒤떨어지는 다른 OS를 탑재해야 했다.
(중략)
구블이 횡포를 부려가면서까지 포크 OS 개발과 탑재를 막은 이유는 모바일 OS 시장을 독점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NOS를 제외할 경우 안드로메다의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은 98퍼센트까지 올라간다.
이는 곧 플레이마켓의 독점으로 이어졌고, 제조사들이 구블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클라우스 부코프스키 EU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발언했다.
“보통 독점의 횡포는 경쟁 상품의 유통과 판매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경쟁 상품의 개발을 통제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좋다. 만약 구블이 포크 OS 개발을 통제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최악의 경쟁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 EU 집행위는 이 문제를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구블에 불리한 기사가 연일 쏟아졌고, 비난 역시 쏟아졌다.
-참 나. 안드로메다가 오픈소스라고 선전할 땐 언제고, 저런 식으로 개발을 막고 있었다고?
-설마 저거 유성전자가 찌른 건 아니겠지?
-이거 원래부터 유명한 얘기였음.
-모든 제조사의 안드로메다 OS가 거기서 거기였던 건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구블 개실망. 개방성이 장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독점을 강요하다니.
-돈독 제대로 올랐네.
-인터넷 세상을 전부 통제할 생각인가?
-지들이 빅브라더야,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