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화. Don't be evil (6)
[구블, 게임사들에게 플레이마켓 독점 강요!]
[구블 경쟁 앱마켓에 게임 출시 막았나?]
[사실일 경우 경쟁 방해 행위]
[EU집행위 관계자, 관련 사안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어.]
WST 기사를 시작으로 언론사들은 일제히 이를 주요 뉴스로 다뤘고, 여론은 크게 반응했다.
-와! 게임사들 100여 곳이 구블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한다고?
-레전드게임즈가 그동안 칼 갈고 있었네.
-레전드게임즈가 아니라 컨티뉴 캐피탈이 뒤에서 주도하고 있는 거 아님?
-하긴ㅋㅋ 레전드게임즈 혼자 저런 짓을 벌인다는 건 말이 안 됨. 뒤에 컨티뉴 캐피탈이 버티고 있으니, 게임사들도 믿고 소송에 가담한 듯.
-구블 이 새끼들 악해지지 말자더니~ 혹시 악해지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나?
-누가 말했지. 돈 싫어한다고 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돈에 환장하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스콧 형 왠지 신나 보이지 않냐?
-엔플과 구블과 싸우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인 남자 ㅎㅎ
* * *
구블이 게임사들 상대로 플레이마켓 독점을 강요한 것은 1회차 때도 있었던 일이다.
이번과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만든 윈스토어가 대상이었다는 것. 그런데 이번에는 코스믹스토어가 치고 올라오며 견제 대상이 코스믹스토어로 변경됐다.
사실상 국내 매출이 전부인 윈스토어와는 달리 코스믹스토어는 전세계에서 팔리는 코스믹폰에 전부 선탑재된 글로벌 앱마켓.
그 때문인지 독점 강요도 전세계 게임사들이 대상으로 규모가 커졌다.
어쨌거나 구블이 이렇게 행동할 거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던 만큼, 이전부터 관련 증거를 계속 수집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런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
난 선우와 함께 보고를 받으며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탐 스콧 CEO는 오늘도 열심히네.”
그는 하루에만 열 개가 넘는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언론 외신, 공중파, 케이블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에이튜브 채널에도 출연했다!
영상을 본 선우는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구블이 운영하는 에이튜브에서 구블을 까다니.”
적의 무기로 적을 공격하는 셈이랄까?
“열정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잖아.”
그동안 소송을 하며 얼마나 쌓인 게 많았겠는가?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화병이 안 나지.
“그나저나 122곳이나 소송에 동참할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구블은 앱마켓 시장의 양대 산맥.
게임사 입장에서는 구블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아무리 부당한 일을 당해도 고발과 소송은 엄두도 내기가 힘들다.
실제 1회차 때는 게임사들이 고발이나 소송을 한 건 아니고, 그저 공정위가 나서서 조사해 과징금을 때렸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피해를 입은 게임사들이 직접 공정위에 고발하고, 단체 소송에 나선 것이다.
소송을 한다는 것은 구블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 그로 인한 리스크 역시 상당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곳이 소송에 동참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플레이마켓 외에도 코스믹스토어라는 대안이 생겼기 때문.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그동안 뿌린 씨앗을 거두는 거지.”
컨티뉴 캐피탈은 게임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게임사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다.
레전드스토어가 출시된 이후 스트림은 수수료를 기존 30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낮췄다. 코스믹스토어 역시 낮은 수수료로 게임들을 끌어들였다.
앱마켓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엔플과 구블과 소송을 벌였고, 나이트라이트와 블록밸리 모두 더 많은 수익을 크리에이터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쯤 되면 누구도 컨티뉴 캐피탈이 게임에 진심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강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그동안 누구도 게임사들을 위해 이렇게 싸워주지 않았지. 그래서 다들 고마워하고 있어.”
물론 아무리 고맙다고 해도 질 것 같으면 쉽게 편을 들지 못했겠지만…….
“컨티뉴 캐피탈이 나선 이상 한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섰겠지.”
* * *
플레이마켓 독점을 강요 당했다고 폭로한 게임사가 몇 곳이었다면 그렇게까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무려 100개가 넘는 게임사가 동참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게임사들이 각국에 흩어져 있고, 각자의 나라에서 고발과 소송을 진행한 만큼 순식간에 전세계적 이슈로 번졌다.
소송에 나선 게임사들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여기저기서 ‘나도 당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겜투 운동(Game Too Movement)’이라 불렀다.
-구블의 갑질 때문에 못 살겠다!
-구블은 글로벌 진출을 미끼로 협박을 일삼고 있습니다.
-플레이마켓에서 결제하지 말고, 다른 앱마켓을 이용해주세요!
-이번에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한다!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자!
사태가 점점 커지자, 유명인들도 나섰다.
가장 먼저 나선 건 티슬라와 투위터의 CEO.
[구블이 반경쟁행위를 했다는 게 진짜일까? 그렇다면 실망인데. 구블의 모토는 ‘악해지지 말자’일 텐데,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언제나 그렇듯 알렌 에버하트의 투윗은 바로 퍼져나갔고 기사로도 보도됐다.
-그럼 그렇지. 왜 투윗 안 올라오나 했다.
-이 형은 뭐 안 끼는 데가 없네.
-ㄹㅇㅋㅋ 오지랖 하나는 세계 쵝오!
-형 구블 건드려도 괜찮아? 위험한 거 아니야?
-투위터 플레이마켓에서 쫓겨나면 어쩌려고?
-이번에는 응원한다!
여기에는 페이스노트 CEO도 가세했다.
[구블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게임사들에게 플레이마켓 독점을 강요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구블은 이에 대해 조속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응? 형은 또 왜 끼어들어?
-골든버그가 웬일로 컨티뉴 캐피탈 편을 들지?
-ㅋㅋㅋ 그야 구블에게 얻어맞은 게 훨씬 타격이 클 테니까.
-구블의 개인정보 추적 금지조치로 인해 주가 개떡락!
-그런 놈들이 정적 본인들은 개인정보 싹싹 긁어가 광고에 활용하고 있음.
-아! 구블이 하는 건 괜찮다고ㅎㅎ
-알렌 에버하트는 투위터로 구블 까고, 마이클 골든버그는 페이스노트로 구블 까고 ㅋㅋ
-둘 다 남의 일에 신경 끄고 주가나 좀 관리해라!
* * *
구블 CEO 아미트 굽타는 빅토르 하차노프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다름 아닌 구블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주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군.]
아미트 굽타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잘 알겠지만 지금은 시기가 별로 안 좋네.]
각국이 엔플과 구블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인앱결제 확대로 인해 여론이 악화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게임사들의 폭로까지 터져나왔다.
[정확히는 그걸 노렸다고 봐야겠지. 지금 타이밍에 바로 움직였다는 건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일 테니.]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뭘까?
그건 바로 반독점 규제다.
안드로메다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다른 앱마켓의 설치를 허용하는 것은 구블이 자비롭기 때문이 아니라,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독점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현재까지 나온 증거만 해도 구블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여론이야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기 마련이지만, 법으로 규제를 당하면 답이 없다.
‘그래서 그동안 조심해왔는데…….’
이번 일로 규제 당국에 명분을 준 셈이었다.
이는 그동안 호시탐탐 빅테크 기업을 규제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각국 정부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잘못 대응했다가는 정말로 ‘구블 방지법’ 같은 게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별문제 없겠나?]
“예. 하나씩 대응해나갈 예정입니다.”
[잘할 거라 믿겠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통화가 끝나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창업자도 대주주도 아닌, 전문경영인에 불과하다.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언제든 교체될 것이다.
‘설마 게임사들을 움직여 소송을 걸 줄이야.’
레전드게임즈 같은 별종을 제외하면 누구도 구블을 적대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122곳이나 되는 게임사들이 동참하며,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고발과 소송이 이어졌다.
게임사들이 이렇게 단체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컨티뉴 캐피탈이 있다.
그리고 이번 일을 주도한 건 분명…….
“한미루.”
사실 업계에서 한미루의 악명(?)은 유명했다.
그에게 당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니. 그리고 그중에는 엔플과 페이스노트 같은 빅테크 기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남일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구블의 차례라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비서가 그에게 말했다.
“컨티뉴 캐피탈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누구?”
“컨티뉴 캐피탈 한미루 대표입니다.”
“뭐……?”
무슨 일로 연락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말을 하려는 건지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
“연결해.”
그는 수화기를 들었다.
“아미트 굽타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컨티뉴 캐피탈의 한미루입니다. 그동안 말씀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저 역시 한 대표님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무슨 일로 이렇게 연락하신 겁니까?”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뭡니까?”
[인앱결제 확대 방침을 철회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
구블이 약관을 수정해 인앱결제를 디지털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하는 근거는 게임 수수료와의 형평성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방침을 철회한다면?
그럼 형평성 논리에 따라 게임의 인앱결제 방침도 철회하거나, 수수료를 낮추라고 요구해올 것이다.
아미트 굽타는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흠, 그렇군요.]
뭔가 주장을 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미루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저도 하나 묻고 싶습니다.”
[뭔가요?]
“이번 소송은 컨티뉴 캐피탈이 지시한 겁니까?”
그 말에 한미루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럴 리가요. 어디까지나 앱공정성연대에 모인 게임사들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결정한 겁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관여한 바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컨티뉴 캐피탈이 없었다면 누구도 감히 구블과 소송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구블을 한번 방문하고 싶습니다.]
“언제든 환영입니다.”
통화가 끝났다.
아미트 굽타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구블을 독점 기업이자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붙여 궁지에 몰겠다는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였다.
일단은 사태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다.
어차피 각국의 공정위 조사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행정 소송과 추가 자료 제출 요청 등으로 시간을 끌고, 그사이 인앱결제 확대 문제를 처리할 계획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여론의 관심도 식기 마련이니.’
구블은 초거대 기업.
지금 상황이 위기긴 해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일이 해결되고 나면 당한 만큼 되갚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처 사태를 수습하기도 전에 또 다른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