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84화 (484/529)

484화. Don't be evil (5)

내 얘기를 들은 유재호 회장은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구블과 등을 돌리라는 겁니까?”

“아시다시피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습니다. 유성전자는 필요에 따라 구블과 협력하고 있을 뿐이지, 구블에 종속된 기업이 아니지 않습니까?”

원래 구블과 유성전자는 둘도 없는 파트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성전자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안드로메다폰을 파는 기업.

유성전자는 구블의 OS 덕분에 많은 스마트폰을 팔 수 있었고, 구블은 유성전자의 코스믹폰 덕분에 안드로메다를 전세계에 보급할 수 있었다.

이 협력체계에 균열이 시작된 건 유성전자가 스노우 크래시와 손잡고 데이터센터 산업에 진출하면서부터.

그리고 코스믹스토어를 플레이마켓의 대체재로 내세우며 더욱 심화했다.

“따지고 보면 구블이 먼저 등을 돌린 거 아닌가요?”

코스믹폰에는 플레이마켓 외에도 코스믹스토어가 기본 탑재돼서 출시된다. 예전이었다면 있으나마나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구블 입장에서는 코스믹스토어가 눈엣가시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코스믹폰에서 코스믹스토어를 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구블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들의 하드웨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구블 자체 스마트폰인 셀픽 후속 모델 출시와 함께, 중국 제조사들과 손잡고 레퍼런스폰을 출시했다.

하드웨어 분야의 투자를 크게 늘려 엔플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공급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성전자와 경쟁하겠다는 의미.

어차피 코스믹스토어가 커질수록 구블과의 결별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평화는 힘에서 나오는 법이죠. 협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성전자가 힘이 있는 한 구블 역시 결코 유성전자를 적대시할 수 없을 겁니다.”

난 한마디 덧붙였다.

“반대로 구블이 약해질 경우 역시 마찬가지겠죠. 힘이란 상대적인 거니까요.”

유재호 회장은 웃음을 지었다.

“이것 참.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항상 저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하시는군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내 말에 유재호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토해보고 답변드리겠습니다.”

사실상의 긍정이었다.

* * *

텍사스 주도 오스틴.

원래 남부 최대의 도시로 손꼽히는 오스틴은 티슬라 본사가 이전하고, 미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 공장을 건설하며 더욱 활기를 띠고 있었다.

티슬라 공장이 들어오자 협력업체들과 R&D센터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새로운 상가도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드디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오코너 버거가 문을 열었다.

숀 오코너 CEO는 개점식을 위해 오스틴으로 날아왔다.

개점식에는 빌리 카메츠 텍사스 주지사, 제이미슨 프라이스 오스틴 시장 등 유력 정치인들이 몰려왔다.

그 이유는 숀 오코너 CEO를 만나기 위함……은 아니고, 알렌 에버하트가 개점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그는 테크노킹(?)이라는 직책에 걸맞게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며 오코너 버거의 텍사스 진출을 축하해주었다.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텍사스를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텍산들도 오코너 버거를 즐길 수 있게 되었군요.”

“전부 대표님 덕분입니다.”

이렇게 빨리 점포를 열 수 있었던 것은 티슬라가 부지를 제공해준 덕분. 알렌 에버하트가 나서자 건설과 개점까지는 일사천리였다.

“저희 아버지와 여동생과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때 처음 오코너 버거를 먹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만약 한 대표가 아니었다면 제가 투자했을 겁니다. 이런 햄버거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겨야 하니까요.”

알렌 에버하트는 숀 오코너와 함께 사진을 찍고, 직원들과 함께 오코노 버거를 먹는 사진을 투위터에 올렸다.

텍사스에서 일정을 끝마친 알렌 에버하트는 실리콘밸리로 이동했다.

구블의 인앱결제 확대는 미국에서도 큰 이슈였고,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투위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때문에 알렌 에버하트는 이 상황을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컨티뉴 캐피탈이 뭔가를 할 거라 예상했고,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절대 가만히 있을 친구가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비서인 제이크 도지가 태블릿을 내밀며 그에게 말했다.

“이 기사를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데?”

기사를 본 그는 깜짝 놀랐다.

“뭐야? 이게 진짜야?”

구블의 정책에 반발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구블의 면상에 펀치를 날릴 줄이야!’

알렌 에버하트는 평소 온갖 기행을 일삼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도 엔플과 구블을 상대로는 조심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건 그야말로 상상 초월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바로 한미루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이, 친구.”

[안녕하세요. 오코너 버거 푸드트럭 앞에서 춤추는 거 잘 봤어요.]

“그래?”

[네.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던데요. 역시 테크노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요.]

“하하! 칭찬 고마워.”

[아니, 딱히 칭찬은 아니었는데…….]

“그나저나 이렇게 구블을 때려도 되겠어?”

[때리다니요.]

“그럼?”

[그저 독점기업의 횡포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뿐이죠.]

“그게 때리는 거 아니야?”

구블이 독점 기업으로서 횡포를 부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모두가 알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

[법을 위반했으면 책임을 져야죠. 여기에 예외가 있을 수 있나요?]

“허…….”

대체 어느 누가 구블을 상대로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는 예전에 한미루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를 망가뜨리겠다고 했지?’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면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미루의 말은 왠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알렌 에버하트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 친구 역시 마음에 들어.”

* * *

[(WST) 구블 앱마켓 독점을 위해 게임사들 압박. 게임사 120여 곳 집단 소송에 나서]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모바일 게임 시장이 새로 생겨났고, 현재 전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60퍼센트에 달한다.

그리고 이 모바일 게임의 유통은 엔플의 엔스토어와 구블의 플레이마켓 두 곳이 90퍼센트를 넘게 장악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시장이 사실상 두 기업의 독과점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레전드게임즈 탐 스콧 CEO는 구블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게임사들에게 독점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거로 구블의 내부 문건과 게임사들에게 보낸 문건을 제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구블은 게임사들을 다섯 등급으로 나눠 독점작을 관리해왔고, 대형 게임사뿐 아니라, 중소형 게임사들에게까지 타 앱마켓에 출시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행위는 각 지사가 아닌 구블 본사가 직접 관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집중 견제 대상이 된 곳은 바로 유성전자의 코스믹스토어였다.

구블은 코스믹스토어에 입점하는 게임에 대해서는 메인페이지 노출을 제한하겠다고 압박한 반면, 독점을 약속한 게임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노출을 늘려주겠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대형게임사가 신작 게임을 출시했을 당시 구블 본사의 고위 임원까지 와서 플레이마켓 독점을 압박했고, 한 중소게임사의 경우 코스믹스토어의 입점을 준비하다가 구글의 공문을 받은 뒤 포기하기도 했다.

내부자가 제보한 구블의 전략 문건을 보면 ‘독점작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 ‘코스믹스토어를 마이너 루저 리그로 만들 것’, ‘기존 게임도 코스믹스토어에서 내리도록 유도할 것’, ‘독점 출시 게임에만 공동마케팅과 피처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략)

앱공정성연대(CAF)는 이에 대해 ‘구블은 플레이마켓에서 외부 웹 링크를 활용한 제3자 결제 방식을 불허하고, 인앱결제시에는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 다른 앱마켓 입점을 막기 위해 게임사들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반경쟁적 시도를 통해 정당한 법 집행을 회피하고 앱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명백히 불공정한 행위다. 당장 각국의 규제 당국이 나서 합당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120여 곳의 게임사들은 이번 일을 ‘구블의 경쟁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각국 규제 당국에 신고하는 한편, 구블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동시에 소장을 제출했다.

현재의 구블이 인앱결제를 디지털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일이 해당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구블은 이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 *

탐 스콧 CEO는 여러 인터뷰에 출연해 구블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구블은 앱마켓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게임사들에게 다른 앱마켓에 입점하지 말라고 협박했습니다. 이러한 공갈 협박은 공정경쟁 위반이고, 반독점법 위반입니다.”

그러자 인터뷰를 맡은 리포터는 그에게 물었다.

“소뉴와 NS도 자사 콘솔에 독점 출시를 요구하지 않습니까? 레전드스토어 역시 마찬가지구요.”

“그건 경우가 다릅니다. 레전드스토어를 비롯해 PC와 콘솔의 ESD는 퍼블리셔로서 게임 제작단계부터 투자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거액의 돈을 미끼로 게임사들을 낚는 겁니다. 게임사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독점에 응하는 거구요. 하지만 구블은요? 코스믹스토어나 다른 곳에 입점하지 않고 플레이마켓에만 입점한다고 해서 개발비를 지원해주나요? 그저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만 하고 있을 뿐이죠. 웃긴 건 뭔지 아십니까?”

“뭡니까?”

“정작 가장 큰 경쟁사인 엔스토어의 입점은 제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랬다가는 엔플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 이유는 어차피 엔스토어와 플레이마켓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 따라서 구블 입장에서도 굳이 엔스토어를 견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탐 스콧 CEO는 이를 엔플이 강자라서 그런 것으로 몰아붙였다.

“시장의 강자인 엔플은 놔두고, 각국의 중소 앱마켓에만 입점을 못 하게 강요했습니다. 이처럼 구블은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기업입니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디지털 콘텐츠 전반에 수수료를 걷겠다고 나서고 있구요.”

“게임사뿐 아니라 다른 앱 개발사들에게도 플레이마켓 독점을 강요할 거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수금을 시작하는 순간 다른 앱 개발사들에게도 똑같은 짓을 할 게 분명합니다.”

탐 스콧 CEO는 분노하며 말했다.

“구블의 모토는 ‘악해지지 말자’입니다. 그런데 보다시피 세상 악한 짓은 혼자 다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게 바로 구블의 실체입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