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77화 (477/529)

477화. 악플 (7)

지유는 가수로나 연기자로서나 톱스타.

게다가 ‘세븐 라운드’와 ‘더 임페커블’로 인해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런 지유가 악플러들 고소에 나서자 역시나 언론과 대중의 이목이 쏠렸고, 외신에서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지유는 공중파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연예가 라이브’ 인터뷰에 응했다.

여성 리포터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 자리에 지유 씨를 모셨습니다. 시청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지유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지유입니다. 연예가 라이브 시청자님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이렇게 또 뵙게 돼서 너무 반가워요.”

인사와 근황 토크가 오간 뒤.

리포터는 그녀에게 물었다.

“최근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허위사실 유포와 악성댓글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번에 지유 씨께서도 악플러들을 고소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회사 측에서 법무법인과 계약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큰 뉴스인데요. 할리우드 유명 배우 다리안 헤럴슨과 코리 덩컨이 응원하는 내용의 투윗을 올렸던데 혹시 보셨나요?”

“예. 봤습니다.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유는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인터넷에 선처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던데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리포터의 질문에 지유는 단호하게 말했다.

“결코 선처나 합의는 없고,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법률 비용을 제외하고는 전부 좋은 일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회사로도 반성문이 많이 오지 않았나요?”

“네. 제가 고소를 하는 바람에 이혼하게 생겼다, 직장에서 잘리게 생겼다, 학교 그만두게 생겼다 등등의 사연들이 많더라구요. 읽다 보니 ‘이거 뭐야? 내가 가해자인가?’ 싶을 정도로 헷갈렸는데…….”

지유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처벌은 해야죠.”

* * *

포탄 소리가 나면 총소리는 묻히기 마련.

톱스타인 지유가 대규모 고소에 나서자, 라벤더베리 고소 건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사그라들었다.

덕분에 라벤더베리는 부정적인 이슈에 벗어나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레몬캔디 노래 너무 좋음. 계속 듣는 중.

-라이브도 잘하더라.

-춤도 잘 추고, 얼굴도 예쁘고!

-에리카 넘 상큼~ 삼촌이 많이 애낀다ㅜ

-이런 애들이 그동안 왜 못 떴지?

-그러게. 이제라도 떠서 다행~

-당장 입덕한다!

-라벤더베리 사랑합니다!

인기가 점점 올라가며, 라벤더베리는 케이블TV Qnet 음악방송 1위 후보까지 올라갔다.

비록 공중파는 아니었지만, 1위 후보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 걸그룹이나 다름없는 그녀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친구를 만난 지유는 마치 자신이 1위 후보에 오른 것처럼 기뻐했다.

“축하해, 민정아.”

그동안 친구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데이나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고마워, 지유야.”

데뷔 5년 만에 처음으로 잡은 기회였다. 그런데 그 소중한 기회가 루머와 악플로 인해 사라질 뻔했다.

아니라고 해명해도 소용없었고, 잘못했다고 사과해도 소용없었다. 루머의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다른 루머가 튀어나왔다.

행사와 방송 출연이 줄줄이 취소되자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그룹은 해체되고 모두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친구에게 말했을 때만 해도 무슨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일이 잘 해결됐다.

“애들은 어때?”

“다들 꿈꾸는 것 같대. 자고 일어나면 꿈에서 깰 것 같아 겁난다고.”

“앞으로는 더 잘 될 거야.”

그 말에 데이나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정말 고마워. 너무 고마워서 어떡하지?”

“고맙긴.”

데이나는 두 손으로 지유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진짜 이 은혜는 평생 갚아나갈게.”

“아, 아니야.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다 미루 선배님께서 해주신 건데.”

친구의 호소를 듣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는 지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생각난 게 바로 한미루.

그저 막연히 그라면 해결해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정말로 해결해주었다.

예전 그녀를 구해줬던 그때처럼.

지유가 한미루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데, 친구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얘기를 꺼냈다.

“미루 선배님 핸드폰 번호 좀 알려줄래?”

데이나는 한미루가 정확히 뭘 하는지는 잘 몰랐다. 그래서 지유를 따라 그냥 ‘선배님’이라 불렀다.

그 말에 지유는 살짝 당황했다.

“어! 왜, 왜?”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지, 지난번에 했잖아.”

“또 해야지. 그리고 나 말고 다른 멤버들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대.”

그 말에 지유는 더욱 당황했다.

“다, 다른 멤버들까지?”

데이나도 예쁘지만, 다른 멤버들 역시 비주얼적으로 어디 하나 빠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멤버들은 전부 어렸고,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응. 당연히 감사 인사드려야지. 이동호 대표님께는 다들 문자 보냈어.”

이동호의 연락처를 아는 것은 명함을 받았기 때문. 그러나 한미루의 연락처는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보는 거고.

지유는 변명하듯 말했다.

“어, 선배가 요즘 바빠서…….”

“그냥 문자만 보낼 거야.”

“그, 그럼 내가 대신 전해줄게.”

”그래도 이런 건 직접 해야…….“

“하, 하지 마.”

“어째서?”

지유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마.”

“…….”

처음 보는 친구의 차가운 표정에 데이나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무, 무서워.’

* * *

지유가 작정하고 고소에 나서자 다른 연예인들 역시 고소에 동참했다.

시사 프로그램들은 악플 문화의 심각성에 대해 방송했고, 그 과정에서 달빛라떼 은세의 죽음이 재조명됐다.

-와아! 그냥 멀쩡한 애를 왕따 주동자로 몰아간 거야?

-아직 어린애인데 얼마나 억울했을까…….

-뭐야? 은세가 왕따 주범 아니었어?

-난 아직까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좀 미안하네.

-달빛라떼 너무 안타깝다ㅜㅜ

김범석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라도 누명이 풀려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한참 늦었지만.”

에드워드가 한마디 했다.

““라벤더베리 베리베리 굿! 이렇게 재능 있는 걸그룹이 해체됐다면 한국의 큰 손실이었을 겁니다. 걸그룹을 괴롭히는 놈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동호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그럼.”

“…….”

우리 연예계의 소외된 보이그룹에도 관심을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

동호 선배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데이나랑 멤버들이 돌아가며 감사하다고 연락이 오더라.”

“어, 진짜요?”

“응. 애들이 아주 예의가 발라. 기특해.”

“…….”

그런데 나한테는 왜 안 해?

내 연락처는 지유에게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난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은 연예인들 악플이 어떤가요?”

“똑같습니다. 어느 나라든 인터넷에는 소셜 저스티스 워리어(Social Justice Warrior)들이 넘쳐나죠.”

대체 누가 그렇게 악플을 다는 걸까?

이번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의외로 악플러들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방구석 백수, 직장인, 주부 등등. 막상 잡아보니 멀쩡히 회사 다니는 청년이었고, 자녀가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개중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정체를 지닌 사람도 있었다.

“뭔 연예부 기자가 있던데.”

“아! 그 기자가 쓴 기사 저도 봤어요.”

지유가 성 상품화에 앞장서고 있고,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는 개소리를 그럴듯하게 써놓았다.

나중에는 안티팬도 팬이라는 희대의 망언을 하기도 했고.

어쩐지 지유를 집요하게 깐다 했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 쓴 기사에 바로 댓글을 달아 여론몰이를 주도하고, 특정 사이트에 허위사실을 올리고 온갖 악플을 달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사에서는 해당 기자를 바로 업무에서 배제하고, 그녀가 쓴 기사를 전부 삭제했다.

또 어떤 사람은 일전에 이미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1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아직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걸리는 바람에 바로 구속됐다.

“…….”

집행유예 기간에도 악플을 멈추지 못하다니.

문득 본인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투윗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투윗으로 고백했던 알렌 에버하트가 떠오른다.

이런 걸 보면 악플도 병이 아닐까?

김범석이 물었다.

“이번 일로 악플이 근절될까?”

동호 선배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 있나?”

여전히 해외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는 수사가 힘들다.

또한 이번 사태가 커지자 인터넷에는 ‘고소당하지 않을 정도로 악플을 쓰는 방법’ 등이 떠돌아다녔다.

“작정하고 저지르는 범죄를 어떻게 막아? 그래도 이렇게 해서 악플이 범죄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면, 적어도 앞으로는 악플 다는 놈들이 ‘죄가 되는지 몰랐다’라는 헛소리는 안 하겠지.”

“그러게요.”

한창 얘기를 하는 도중 지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응. 안녕. 고소는 열심히 하고 있지?”

[네. 회사에서 그러는데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대요.]

“선처 안 해준다고 했지?”

[네. 선배님 말대로 절대 선처 안 해줄 거예요.]

“좋아. 잘하고 있어.”

본인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1회차 때 지유는 근거 없는 루머와 악플로 인해 활동을 접어야 했다.

그랬던 애가 악플러들을 때려잡는 걸 보니,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든다.

* * *

유성타운 지하에는 유성그룹 직원들을 위한 구내식당이 있다.

대기업 구내식당답게 저렴하고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유성그룹 직원이거나 협력사 직원만 이용 가능하고 외부인은 이용할 수 없다.

다행히 컨티뉴 캐피탈과 SW게임즈는 협력사로 등록되어 있다.

난 선우와 함께 유성타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역시나 가격 대비 훌륭한 퀄리티다.

“이래서 대기업이 좋아.”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LD스튜디오도 밥은 엄청 잘 나왔었는데. 24시간 운영에 한식, 중식, 양식, 일식 골라 먹을 수 있었지.”

“거기는 구내식당도 랜덤박스라는 얘기가 있던데. 무작위로 메뉴가 나오고 0.1퍼센트 확률로 티본스테이크가 나오거나 한다고.”

“응?”

“비빔밥을 돌솥비빔밥으로 강화하려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점심 굶었다는 얘기도 있어.”

“……그게 말이 되냐?”

그럼 그 말도 안 되는 걸 게임에는 왜 적용하는데?

우리는 밥을 먹으며 일 얘기를 했다.

“요즘 아이스스톰 상황은 어때?”

선우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호퍼 CEO가 그만두고 싶대.”

“어? 회사 그만두겠대?”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CEO 자리에서만 내려와 오버클락2 개발에만 전념하고 싶대.”

“흐음.”

조나단 호퍼는 전임 CEO 매튜 스트리블링이 성추문과 성차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레이엄 아이거와 함께 공동 CEO가 됐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그레이엄 아이거 역시 성추문에 연루되는 바람에 사임했고, 조나단 호퍼 혼자 아이스스톰이라는 거대 게임사를 떠맡게 됐다.

그는 개발자로서는 뛰어나도, CEO로서는 별로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기에 하루빨리 CEO직을 벗어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거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 CEO를 맡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런 대기업을 잘 운영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매트 쿠퍼는 어때?”

내 말에 선우는 깜짝 놀라 젓가락질을 멈췄다.

“진심이야?”

“응.”

얘가 이렇게 놀라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 사람 미투로 게임 업계에서 퇴출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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