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76화 (476/529)

476화. 악플 (6)

난 동호 선배와 함께 다시 지유와 데이나를 만났다.

데이나는 그사이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인지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표정은 이전보다 훨씬 밝아졌다.

라벤더베리 악플러 고소 사건은 알렌 에버하트의 투윗으로 인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자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악플러들이 그동안 쓴 글과 댓글이 언론을 통해 자세히 알려졌다.

이를 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와! 촉법소년이 저런 욕을 썼다고?

-성인인 나도 살면서 한번도 안 해본 욕인데 ㅎㄷㄷ

-어쨌거나 형사미성년자라 처벌 못 하는 거 아님?

-ㄴㄴ촉법소년이라고 해도 형사처벌만 못할 뿐이지, 민사로 손해배상 소송은 가능합니다.

-아! 그래?

-미성년자는 배상 능력이 없으니 보호자가 대신 배상해야 합니다.

-ㅋㅋㅋ 촉법소년이라고 나대더니 꼴좋네.

-하여튼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그동안 퍼진 루머는 허위사실이라는 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졌고, 악플은 사라지고 사과문과 반성문이 올라왔다.

동정 여론 덕분인지 관심이 쏠렸기 때문인지 라벤더베리의 신곡 ‘레몬캔디’는 망고차트 7위까지 올라섰고, ‘알콩달콩’ 역시 20위 안으로 진입했다.

“행사도 잡혔고, 멤버들도 다시 힘내서 연습하고 있어요.”

“다행이네.”

데이나의 말에 동호 선배는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표정에는 걸그룹을 지켜냈다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이 얼굴을 민아름이 봐야 하는데.

그녀는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설마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은 몰랐어요.”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처벌이 남아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할 수 있다.

“처, 처벌이요?”

“응.”

악플의 수위는 정말이지 상상 초월이었다.

내가 살면서 웬만한 욕에는 충분히 면역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자만이고 오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욕, 협박,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성희롱 등등.

만약 조조가 현시대에 살았다면 진림의 격문을 볼 것도 없이 댓글만 보고도 두통이 싹 낫지 않았을까?

만약 내 가족이 그런 욕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문제는 정말로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아는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내가 컨티뉴 캐피탈의 공동대표라는 것은 대중에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

나야 크게 상관없지만 가족이 걱정이다. 세나를 위해서라도 악플 문화는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

데이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다들 반성하고 사과하는데…….”

난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원래 사람은 고소나 소송을 당하면 얼마든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수 있는 법이지.”

눈물과 사죄로 처벌과 배상을 면할 수 있다면, 나도 얼마든지 울면서 무릎 꿇고 빌 수 있다.

하지만 빌어도 소용없다는 걸 깨달으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오히려 분노하고 비난한다.

‘고작 악플 좀 쓴 걸 가지고 고소하다니!’

‘어린애가 실수 좀 할 수도 있지.’

‘앞날이 창창한 애에게 꼭 전과기록을 남겨야겠어?’

‘이렇게까지 용서를 빌었는데, 왜 용서해주지 않는 거야?’

‘피도 눈물도 없는 나쁜 인간!’

엔터 업계는 그동안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생각해 고소와 처벌이라는 선택을 주저했다.

그러나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쌍욕을 해도 처벌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퍼지는 바람에 악플이 더욱 심해졌다.

원래 죄책감이란 벌을 받게 될 확률과 강도에 비례하는 법.

그러니 이번에 악플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러면 여론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동호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이런 부정적인 이슈에 끌려다니는 건 별로 좋지 않아.”

그렇다고 선처를 해준다면, 나중에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난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지유 너가 고소하는 건 어때?”

내 말에 지유는 당황했다.

“예? 저요?”

“응. 보니까 너도 루머랑 악플이 만만치 않던데. 웬 기레기가 쓴 기사 때문에 이상한 사이트에서 조리돌림 당하고 있고.”

사실 악플러 숫자만 놓고 보면 지유가 라벤더베리보다 수십, 수백 배는 많다. 말도 안 되는 루머 역시 한둘이 아니고.

그럼에도 별문제가 없었던 건 워낙 팬층이 탄탄하기 때문.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라벤더베리와는 달리 지유는 글로벌 톱스타. 그런 지유가 고소와 소송에 나선다면?

그럼 라벤더베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동호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괜찮네. 이슈는 이슈로 덮어버리는 게 최선이지.”

난 지유에게 말했다.

“한번 고소한 이상 절대 선처하지 말고.”

“미성년자도요?”

“응. 이번에 봐서 알겠지만, 요즘 애들도 알 거 다 알아.”

형사미성년자 제도는 판단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벌인 범죄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

그러나 이것도 이제는 옛말.

요즘 애들은 알 거 다 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잘못이라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럼에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미성년자라고 봐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그리고 선처는 동료 연예인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야.”

“예?”

“니가 선처해주면 다른 연예인들은 어떻겠어? 지유가 선처해줬으니 당연히 너희도 선처해줘야 한다는 얘기를 듣지 않겠어? 그리고 안 해주면, 지유는 선처해줬는데 너희는 왜 선처 안 해주냐며 욕할 테고.”

동호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루 말이 맞아. 반대로 너가 먼저 강하게 나가면, 다른 연예인들도 고소가 편해질 거야.”

내 설득에 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 * *

빅스타미디어 기자 김윤선.

7년째 연예부 기자를 하고 있는 그녀는 연예계에서는 나름 유명 기자였다. SNS가 발달한 시대라지만, 연예기자는 여전히 대중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기사 제목을 뭐라고 쓰느냐, 기사 논조를 어떻게 기사를 쓰느냐에 따라 연예인들이 욕을 먹게 만들 수도 있고 주목을 받게 만들 수도 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연예인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깎아내렸다.

특히 지유에 대해서는 집요할 만큼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

지유가 특정 배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특정 대사를 했다는 이유로, 특정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이유로 까내렸다.

그러나 아무리 악의적인 기사를 써도 지유의 인기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승승장구했다.

‘대체 왜 자꾸 잘나가는 거야?’

그녀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 인터넷카페에 접속해 익명으로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지유 햄버거 먹을 때 입 작게 벌리고 먹는 거 너무 꼴불견이지 않음? 대체 누가 햄버거를 저렇게 먹어? 예쁜 척하는 게 무슨 습관인 것 같아.]

글을 올린 다음 역시나 익명으로 가장 먼저 댓글을 달았다.

-이해해줘. 지유 양악 수술해서 입 크게 못 벌릴걸.

-맞아. OO 성형외과에서 얼굴 올갈이 했다던데. 주변 사람들이 못 알아본대.

그러자 금세 밑에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어쩐지. 입이 좀 삐뚤어진 것 같더라.

-원래 진짜 예쁜 애들은 예쁜 척 안 하는데, 꼭 못생겼다가 예뻐진 애들이 저러더라.

-ㅋㅋㅋ 진짜 예쁜 척 어린 척 오짐. 역겨워~

-미성년자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이 왜 저렇게 로리 캐릭터에 집착하지?

-졸라 재수 없어~

-얼른 자살했으면!

-제바알 죽어줘~~

그녀가 의도한 대로 악플이 달리자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어차피 익명 게시판이니, 무슨 글을 쓰든 그녀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 욕하며 화풀이를 했다.

라벤더베리가 악플러들을 고소하는 것을 봤지만, 지유에 대한 모욕과 허위사실 유포를 멈추지 않았다.

‘설마 톱스타인 지유가 악플 같은 걸 고소할 리 없을 거 아니야?’

그런데…….

[지유 소속사, 악플러들 무더기 고소!]

[레인보우 레코드,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이 소식에 그녀가 활동 중인 커뮤니티는 발칵 뒤집혔다.

-이제까지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고소를 하는 거지?

-설마 여기 쓴 글도 다 수사하는 거 아니야?

-혹시 지유 소속사로부터 고소장 받으신 분 있나요?

-전부 고소해 처벌하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한다는데 이거 진짜인가요? ㅜㅜ

-아니, 왜 이래? 유명해지면 욕 먹는 건 각오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욕 먹기 싫으면 연예인을 하지 말아야지.

김지윤은 비명을 내질렀다.

“어째서? 대체 왜? 누구 마음대로 고소를 해?”

연예인은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 그런 만큼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칭찬 들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 욕 좀 먹었다고 고소라니!

연예기사야 어차피 ‘카더라’니 별문제 없다.

문제가 되는 건 그녀가 그동안 했던 댓글 조작과 사이트 활동.

만약 이게 밝혀진다면?

그러면 기자 생활은 끝장이다!

아니, 기자 생활뿐 아니라 모든 게 끝장이다!

남편이랑 초등학생 자녀가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동안 올린 글을 열심히 삭제했지만, 너무 많아 다 찾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일부 글은 베스트란에 올라가 삭제가 안 됐다.

어차피 이미 채증해서 고소가 들어갔을 테니, 이제 와서 지우든 안 지우든 별 상관없겠지만.

그녀는 재빨리 기사를 썼다.

[(빅스타미디어) 톱스타 지유의 무차별 고소. 연예인이 이래도 되는 건가?]

(전략)

최근 일부 연예인들의 무더기 고소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여기에 글로벌 톱스타인 지유 역시 뛰어들었다.

이렇게 예고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고소를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연예인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자라난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라는 말처럼 애초에 관심이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악플도 달지 않는다.

악플을 단다는 것은 그 연예인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들의 마음을 돌려 진정한 팬으로 만들 생각을 해야지, 무조건 고소를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무차별 고소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중이다.

인터넷에는 고소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거나, 이혼 또는 파혼을 당하게 생겼다는 글이 넘쳐난다.

만약 고소를 당한 미성년자가 목숨을 끊기라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

이는 일종의 간접살인이나 다름없고, 책임의 화살은 지유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중략)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몰라서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지유는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안티팬도 팬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만약 지유가 고소를 취하하고 선처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중들은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고소 취하를 유도하기 위해 올린 기사지만, 안타깝게도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응? 안티팬도 팬이라고?

-안티팬이 그냥 안티지 뭔 쌉소리야?

-ㅋㅋㅋ 고소는 간접살인 이 지랄~

-살면서 들은 논리 중 가장 신박한 논리였다…….

-자살하라고 죽으라고 악플 쓴 건 팬심이고, 연예인이 고소하는 건 간접살인이야? ㅎㅎ

-이러니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를 듣지.

-내가 진짜 할 말은 많지만 돈이 없어서 참는다. 운 좋은 줄 아쇼.

-왠지 이 기자 인터넷에 악플 졸라 쓴 것 같은 킹리적갓심이 듬.

-그러고 보니 댓글 조작을 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ㅇㅇ 애초에 기사 자체가 허위사실 유포나 다름없음.

-기레기들부터 싹 다 고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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