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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73화 (473/529)

473화. 악플 (3)

결국 얘기를 하던 데이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흑흑! 저희 지금 뭐라고 불리는지 알아요? 강간돌이라고 불려요. 검색하면 강간이라는 단어가 같이 뜨구요. 행사는 취소되고, 숙소로 돌아가면 애들은 다들 울고 있고……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으어엉.”

“울지 마, 민정아.”

이 얘기를 듣고 나니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1회차 때 찌라시에서 봤는지, 인터넷에서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말도 안 되는 루머와 악플로 인해 해체된 걸그룹 이야기.

그게 라벤더베리였구나.

해체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당연히 모른다.

난 우는 친구를 끌어안고 달래주는 지유를 보았다.

사실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얘도 1회차 때 루머와 악플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활동을 접어야 했다.

지금도 각종 루머와 악플에 시달리는 중이고.

그래서인지 왠지 남일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난 냉정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루머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기 마련. 그러나 그사이 라벤더베리는 5년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한번 안 좋게 박힌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테고.

루머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해명한다고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처럼 다른 루머가 퍼질 테니까.

지유는 친구를 토닥여주며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에는 나라면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이 담겨있었다.

“으음.”

아무래도 내가 연예계 전문가는 아니다 보니, 대책을 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역시 이런 건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겠지?

“잠깐만. 일단 전문가를 불러볼게.”

“무슨 전문가요?”

“연예계 전문가.”

* * *

30분쯤 후.

호출을 받은 연예계 전문가가 나타났다.

“갑자기 오라니, 무슨 일이야?”

그를 본 지유는 재빨리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지유야. 잘 지내지?”

“예.”

동호 선배는 지유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쪽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지유가 친구를 소개해주려는데, 동호 선배가 바로 말했다.

“어! 혹시 데이나?”

그러자 지유는 물론 데이나도 당황했다.

“저, 저 아세요?”

“그럼. 4인조 걸그룹 라벤더베리의 리더 데이나잖아. 로코코 엔터 소속 맞지?”

“네. 어, 어떻게 알았어요?”

“전에 뱅크뮤직에 나온 거 봤어요.”

난 놀라 물었다.

“한번 보고 알았다구요?”

동호 선배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훗, 난 한번 본 걸그룹은 절대 잊지 않지.”

“…….”

이쯤 되면 연예계 전문가가 아니라, 걸그룹 전문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냐면…….”

난 방금 들은 얘기를 정리해서 다시 말해주었다.

동호 선배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아! 그 루머는 나도 들었어. 너무 어이가 없는 얘기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파장이 큰 모양이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쪽에서 백날 해명해봐야 소용없어. 어차피 또 말도 안 되는 루머 퍼트리며 조리돌림할 테니까.”

그 말에 데이나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그, 그럼 방법이 없는 건가요?”

“일단 루머를 퍼트린 당사자를 색출하는 게 최선이지. 당사자들을 붙잡아 악의적인 루머를 퍼트렸다고 이실직고하게 만들면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테니까.”

“저희도 그 방법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해외 SNS에서 퍼진 루머라 잡는 게 불가능하다고.”

네오틴이나 타피오카 같은 국내 기업이라면 모를까, 해외 SNS는 경찰에 협조를 잘 안해준다.

설사 협조해준다고 해도 자료가 넘어 오는데 시간이 한참 걸릴 테고.

지금 수사를 시작해도 당사자를 특정하려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다.

“루머가 퍼진 곳이 어딘데?”

“투위터예요.”

“어…….”

그 말에 난 동호 선배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동호 선배는 나에게 물었다.

“너 에버하트 형이랑 연락하지?”

“하긴 하죠.”

요즘도 심심하면 문자 온다.

귀찮아서 답장을 잘 안 하지만.

“그 형한테 말해서 어떻게 안 되나?”

“글쎄요.”

CEO가 협조하면 일이 좀 쉬워지긴 하겠지?

“전화 한번 해봐.”

“일단 얘기는 해볼게요.”

데이나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서, 설마 알렌 에버하트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응. 알아?”

“당연히 알죠. 티슬라 CEO잖아요.”

역시 세상에 알렌 에버하트 모르는 사람은 없구나.

동호 선배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얘가 알렌 에버하트랑 좀 친한 사이라서. 서로 형 동생 사이랄까?”

“음…….”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쪽에서는 친하게 생각하는 것 같긴 하다.

“노, 농담하시는 거예요?”

데이나는 이 얘기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소개를 안 했구나.”

동호 선배는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며 정중하게 말했다.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장 이동호라고 합니다.”

그걸 본 데이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 컨티뉴 캐피탈이요?”

“응. 어딘지 알아?”

“그럼요! 엄청 큰 회사잖아요. 탑티어 엔터랑 여러 기획사에 투자하는.”

난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중소기획사 걸그룹 멤버도 알고 있을 정도라니.

새삼 컨티뉴 캐피탈이 한국 엔터 산업의 큰손이라는 사실이 실감 난다.

동호 선배의 정체를 알게 된 데이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얘기가 끝난 뒤.

지유는 따라 나와서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뭘 아직 해결된 것도 아닌데.”

“아니에요. 이렇게 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

“친구를 많이 좋아하나 보네.”

“네. 제 친구라서가 아니라 정말 착한 애거든요. 항상 잘됐으면 하고 바랐는데, 이번 신곡이 반응 얻는 걸 보고 저도 엄청 기뻐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기특하다.

난 나도 모르게 지유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아…….”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아차 싶었다.

그런데 지유는 내 손을 치우는 대신 쓰다듬어 달라는 듯 머리를 살짝 내 쪽으로 기울였다.

이대로 치우기도 뭐해 난 오래전 여동생에게 그랬듯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친구 잘 달래주고.”

그러자 지유는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배님.”

* * *

난 동호 선배와 회사로 돌아가 계속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는 진짜 연예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부지사장까지 참석했다.

얘기를 들은 김범석은 화난 듯 말했다.

“진짜 너무하네.”

동호 선배는 분통을 터트렸다.

“인기 연예인이야 자신의 인기를 알기에 악플을 봐도 큰 상처가 되지 않겠지. 그렇다면 진짜로 인기 없는 연예인들의 상처는 어느 정도일까? 연예인으로서의 인기가 인간 본연의 인기는 아닐진대.”

“…….”

이게 대체 뭔 소리야?

김범석은 동호 선배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동호 선배는 단호하게 말했다.

“악플러들 붙잡아서 모조리 쓸어버려야지. 아예입도 뻥긋 못하게 도륙을 내거나, 모조리 짓밟아 시궁창에 처박아버리거나.”

김범석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좀 과격하긴 해도 취지에는 공감해. 근거 없는 악성 루머로 인해 목숨을 끊는 연예인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당장 지난달에 별빛라떼 은세가 목숨을 끊었고.”

말을 하던 그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는 사이예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방송에서 몇 번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어요. 다음 앨범에 곡 달라고 부탁을 받았었는데…….”

“…….”

아는 사람이 그런 일을 겪었다니.

김범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명해지면 욕먹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악의적 루머에 대해서는 연예계가 강력 대응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대체 쟤들이 무슨 죄야? 그저 청춘을 바쳐가며 열심히 했을 뿐인데.”

TV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멤버 이름은커녕 그룹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 그러나 누군가는 그 출연 기회조차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이돌 그룹 멤버는 대부분 중고등학생 때부터 연습생으로 들어가 데뷔를 준비한다.

남들 학교 다니고 놀러 다니고 연애할 때, 그 시간을 오롯이 데뷔를 위해 각종 트레이닝을 받고 땀 흘리며 연습한다.

그렇게 몇 년의 노력 끝에 데뷔.

그리고 이때부터 또다시 고생이 시작된다.

물론 성공하면 그만큼 보상이 주어진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중들의 관심, 엄청난 수익 등등. 그야말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극소수.

100명 중 한 명도 안 된다. 나머지는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또는 잠깐 뜨더라도 금방 대중에게 잊힌다.

동호 선배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중 대충대충 해서 뜨지 못한 애들도 있지만, 정말 열심히 한 애들도 많거든. 하지만 노력이라는 게 반드시 보상받는 건 아니야.”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여러 이유로 뜨지 못할 수 있다.

노래가 취향을 타서, 춤이 별로여서, 기획사가 힘이 없어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겨서 등등.

그렇다면 성공하지 못한 아이돌…… 그러니까 망한 아이돌들은 어떻게 될까?

“그나마 배우, 리포터, 에이튜버, 스트리머 등 기존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쪽으로 가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지.”

남들 공부하고 취업할 시간에 노래 부르고 춤추는 연습만 한 애들이니, 당연히 남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해.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본인들의 택한 길이니까. 하지만 이제 겨우 기회를 잡은 애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루머로 끝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루머를 퍼트린 놈들을 어떻게 잡을 건데?”

우리의 방법을 들은 김범석은 다른 문제를 지적했다.

“루머를 퍼트린 쪽은 워너미 팬덤일 가능성이 높아. 그런데 워너미가 초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어린 팬들이 많아.”

“그래서?”

“미성년자거나 촉법소년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그 말에 우리는 깜짝 놀랐다.

“헉!”

“촉법소년!”

촉법소년은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 정부 공인하에 면죄부와 사면권을 부여받은 지상 최강의 존재.

나이가 곧 벼슬이고, 단서철권이다.

동호 선배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붙잡아봐야 배 째라고 하면 답이 없다.

사람을 죽여도 처벌을 안 받는데, 허위사실 유포쯤이야 우습겠지.

난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떻게?”

“붙잡으면 인터넷에 신상을 깐다고 하는 거죠. 몇 학년 몇 반 누구인지 전부 공개한다고.”

내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동호 선배는 당황하며 말했다.

“그건 범죄 아니야?”

“범죄죠.”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렀어도 개인신상을 멋대로 유포하는 것은 범죄행위. 그 대상이 미성년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이렇게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난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그런 루머가 도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인터넷상에 말도 안 되는 루머가 도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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