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70화 (470/529)

470화. 기공식2 (2)

[유성전자 NIL 5나노 라인 기공식, 유재호 회장 직접 참석!]

[행사에서 현수막이 거꾸로 걸리는 해프닝 발생!]

[유재호 회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해당 장면은 전세계로 송출됐고, 덕분에 더욱 이슈가 됐다.

특히 거꾸로 걸린 현수막 앞에서 한 유재호 회장의 연설은 큰 화제였다.

-ㅎㅎ 현수막 펼쳐질 때 다들 표정 보소.

-재타이거 개난감.

-10조 원짜리 기공식에 이런 실수가 웬 말이냐?

-이쯤 되면 일부러 맥인 거 ㅋㅋㅋ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즉흥 연설을 딱!

-파이팅, 재타이거! 브라보! 멋지다, 재호야!

-좀 아쉽.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랜절하고 연설했으면 대박이었을 텐데.

-그래서 저 담당자는 어떻게 됨?

-한강 수온 체크하러 갔을 듯.

-이건 한강밖에 답이 없다!

-담당 직원부터, 해당 팀, 그 직원 뽑은 인사팀장까지 전부 잘렸다고 하던데.

-ㅎㄷㄷ

-에이~ 설마~

-그냥 현수막 옆에 하루 동안 거꾸로 매달아 놓는 걸로 용서해주자!

* * *

행사 다음 날.

난 회장실에서 동호 선배와 함께 유재호 회장을 만났다.

“기공식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성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뭘요. 당연히 참석해야죠.”

사실 난 이번 일의 관련자.

동호 선배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하하, 감사합니다.”

난 동호 선배가 유재호 회장과 악수를 하며 대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살짝 떨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지인처럼 편하게 얘기를 나눴다.

유재호 회장이 이렇게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과연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동호 선배가 민아름과 결혼하면 유재호 회장은 사촌 매형이 되는 셈이다.

내가 업어 키운 선배가 범 유성가의 일원이 될 줄이야.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예. 정치인들과 인사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겼지만요.”

유성그룹은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 만큼 지역 정치인들에게 굳이 잘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밉보일 필요는 없으니, 사진 찍으러 온 정치인들과 웃으며 일일이 악수를 해야 했겠지.

이래서 유재호 회장이 국내 행사에는 잘 참여하지 않는 모양이다.

“현수막 때문에 좀 당황하셨겠네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좀 당황하긴 했습니다.”

동호 선배는 슬쩍 물었다.

“행사 담당자는 어떻게 됐나요? 해고됐다는 얘기가 있던데.”

현수막 설치 자체는 행사 대행업체에서 했을 것이다. 그러나 관리 감독하는 직원이 제대로 확인을 못 한 건 명백한 잘못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말에 유재호 회장은 웃었다.

“그럴 리가요. 사람이 실수 좀 할 수도 있지. 별일 없을 겁니다.”

“…….”

별일 없을 리가 있나?

당연하게도 거꾸로 걸린 현수막은 세계적으로 엄청난 이슈였다.

당장 인터넷만 검색해봐도 ‘회장님의 난감한 순간’ 또는 ‘직장인의 가장 끔찍한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영상이 돌아다니고, 온갖 패러디가 만들어졌다.

그중에는 유재호 회장이 그 앞에서 물구나무를 선 모습으로 합성한 사진도 있었다.

지금쯤이면 벌서듯이 벽보면서 열심히 시말서를 쓰고 있지 않을까? 내가 시말서를 많이 써봐서 아는데, 이 정도 사고를 쳤으면 한두 장으로는 어림도 없다.

대략 웹소설 500화쯤 되는 분량을 써도 될까 말까다.

아니면, 일주일 동안 정문 앞에서 그랜절(?)을 하고 있거나.

직장 생활 하는 내내 두고두고 까일 걸 생각하니,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런 흑역사를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게 직장인의 숙명이지.

동호 선배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시나요?”

“아니요. 갑자기 직장 다닐 때가 생각나서요.”

뭐,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니 잘 극복해나가겠지.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유재호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해당 직원에게는 문제없도록 얘기해 놨습니다. 오히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에 실수하는 게 나중에 실수하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만약 잘못되면 ‘기공식에 현수막 거꾸로 걸 때부터 알아봤다’라는 소리를 들을 테니, 모두가 정신 바짝 차리고 하지 않을까?

난 유재호 회장을 보며 말했다.

“결국 해내셨군요.”

처음 유성전자가 동우정밀이 보유한 특허를 바탕으로 NIL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고 했을 때, 모두가 우려하는 시선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보란 듯이 성공해냈다.

“성공할 줄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글쎄요.”

사실 지금과 같은 결과가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동우정밀이 가지고 있던 것은 그저 NIL 기술 관련 특허일 뿐.

기술이란 단지 한두 개의 특허가 아니다. 이를 상용화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그 특허를 바탕으로 1회차 때는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받으며 기술이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필사적이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EUV 설비 반입이 아예 차단된 만큼, 미세공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술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반도체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이 해냈던 일인 만큼, 유성전자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 예상하긴 했다.

중요한 건 의지였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포기했다면 안 됐을 테니까.

다행히 유성전자 역시 유재호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였고, 1회차 때보다 더 빠르게 개발에 성공했다.

유재호 회장은 농담처럼 말했다.

“그럼 성공할지도 몰랐는데 저에게 떠넘긴 겁니까?”

“설사 실패했더라도 다른 경쟁사에 넘어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요?”

내 말에 유재호 회장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회상을 하듯 말했다.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망해가는 기업을 인수하라고 제안했던 청년을요.”

난 그때를 떠올렸다.

왠지 엄청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만약 그때 동우정밀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난 솔직하게 말했다.

“그랬으면 저 역시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결국 유성전자가 아니었더라도 동우정밀 인수는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이 한참 걸렸겠지.

다행히 유성전자가 동우정밀 인수를 결정한 덕분에 바로 채권을 매각할 수 있었고, 1천억이 넘는 돈을 벌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 안 되지만, 그때는 1천억 달러보다도 큰 돈이었다.

그때의 일로 건진 또 하나의 수확은 유재호 회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것.

덕분에 유성전자는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

동호 선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바로 5나노 공정에 투입해도 되는 건가요?”

생산 라인을 만든다는 것은 기술은 완성이 됐다는 것. 하지만 대량생산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1회차 때 중국에서는 8나노부터 적용했던 것 같은데.

“문제없습니다. 권혁준 부회장이 퇴임 전까지 반드시 PSMC를 뛰어넘겠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PSMC는 전세계가 다 아는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0퍼센트, 미세공정에서만 보면 70퍼센트를 넘게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전세계 IT 산업이 PSMC 없이는 안 돌아간다.

똑같은 7나노 5나노 공정이라 해도 유성전자는 PSMC에 비해 비용은 높고 수율이 떨어진다.

그동안 파운드리에 수십조 원을 투자했지만, 점유율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였다.

만약 NIL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수율을 올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반도체 업계의 판도가 뒤바뀌겠지.

“쿨컴이나 엠비디아 등의 반응은 어떤가요?”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긴 한데,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중입니다.”

파운드리는 결국 팹리스에게 물량을 수주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NIL 방식 미세공정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니 기존 업체들은 기술이 완벽하게 검증이 된 뒤에나 주문을 넣을 것이다.

“일단 코스믹폰에 쓰일 APU부터 생산할 계획입니다. 그걸 보게 되면 모두가 생각이 바뀌겠죠.”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사실 수주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게 과거와는 달리 유성전자는 팹리스 시장에서도 강자로 올라섰다.

NP세미와 RD쿼넷 등 다수의 팹리스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ADM의 최대 주주니까.

난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요즘 코스믹스토어의 상승세가 무섭던데요.”

한국에서는 점유율이 30퍼센트를 넘었고, 미국에서도 10퍼센트가 넘으며 AMZ앱스토어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섰다.

여전히 엔스토어와 플레이마켓의 점유율이 80퍼센트가 넘지만, 엔플과 구블의 틈바구니에서 이런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전부 게임 덕분.

코스믹스토어는 게임 업계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때문에 일부 게임사들은 코스믹스토어에 게임을 선런칭하거나, 더 많은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자 게이머들은 기왕이면 다른 앱마켓이 아닌 코스믹스토어를 활용했고, 아예 코스픽폰을 구매하기도 했다.

덕분에 서비스 매출은 물론 스마트폰 판매량까지 증가 추세.

유재호 회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구블과는 멀어지는 중이지만요.”

원래 유성전자는 구블과 둘도 없는 파트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성전자는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파는 회사니까.

그리고 그 스마트폰에는 전부 안드로메다 운영체제가 탑재된다. 따라서 유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많이 판매할수록 구블의 이익으로 연결됐다.

그런데 유성전자가 자체 스토어를 키우는 바람에 그만큼 구블의 수익은 줄어들었다.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을 구블 입장에서 좋게 볼 리 없고, 은근슬쩍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이전에 비해 유성전자의 덩치가 만만치 않게 커졌기 때문이고, 둘째는 EU에서 구블에게 반독점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유성전자에 갑질을 했다가는 또 다른 소송전이 벌어질지 모른다.

“구블은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그쪽에 신경 쓸 여유가 별로 없을 겁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구블 역시 클라우드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이를 통해 AMZ의 ZWS와 NS의 아이저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성공하는 듯했다.

스노우 크래시에 밀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데이터센터 산업 전반에 과잉투자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괜찮은 겁니까?”

유성전자는 스노우 크래시와 손잡고 전세계에 데이터센터를 인수하거나 지었다. 투자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여기저기서 속도를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왔다.

하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예. 지금도 부족합니다. 과잉투자 문제는 다른 업체들이 걱정해야겠죠.”

향후 스노우 크래시가 선보일 서비스를 생각하면, 더욱 쉽게 고객을 빼앗아올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을 들은 유재호 회장은 걱정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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