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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68화 (468/529)

468화. 가족 여행 (3)

아무 일도 안 하고 쉬어도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어느새 하와이를 떠날 때가 왔다.

난 떠나기 전 근처 카페에서 세나와 함께 시드를 만났다. 내가 주문한 음료를 받아오는 사이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게 보였다.

정확히는 세나가 혼자서 떠들고, 시드는 고개만 끄덕였다.

“…….”

한국어를 다 알아듣긴 하는 건가?

주로 하는 건 영화와 드라마 얘기.

세나는 어떤 게 어떻게 재밌었는지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혹시 ‘좀비 킹덤’ 봤어? 그거 엄청 재밌는데.”

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봤어.”

하루 종일 일하느라 바쁜 애가 대체 언제 시간 내서 영화와 드라마를 보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드는 일할 때 다른 모니터에 영상을 띄워놓고 헤드폰을 쓰며 일한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일하는 시간만큼 영상을 보는 셈.

단순 작업도 아니고,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그게 되나 싶지만…… 일반인과는 뇌 구조가 좀 다른 모양이다.

참고로 내 동생은 침대에 누워 편하고 안락한 자세로 영상을 시청한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맨날 그래도 되나 싶지만…… 일반인과는 뇌 구조가 좀 다른 모양이다.

둘은 좀비 킹덤에 대해 한참 동안 얘기했다.

“…….”

뭐지? 나만 소외된 것 같은 이 기분은?

왠지 시드를 세나에게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난 살살 눈치를 보며 대화에 끼어들 타이밍을 노렸다.

“저기, 좀비 킹덤이 그렇게 재밌어?”

“응. 설마 오빠 안 봤어?”

“안 봤는데…….”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 이건 무조건 보고 얘기해야 해.”

“…….”

화장실 가서 몰래 에이튜브 요약 영상이라도 보고 올까?

난 둘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얘들아. 나에게도 관심을 좀 가져줘…….

시드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난 세나에게 물었다.

“시드랑 대화가 잘돼?”

“응. 보다시피 한국어 잘하잖아. 어려운 단어는 잘 모르는 것 같지만.”

“…….”

어차피 너도 어려운 단어 못 쓰지 않니?

사실 언어가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시드와 대화를 잘 못한다. 시드가 나 말고 다른 사람과 이렇게 길게 대화하는 건 처음 봤다.

“우리 앞으로 친구하기로 했어.”

“진짜?”

“응.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려면 미국인 친구 하나쯤 있는 게 좋지 않겠어?”

“아니…….”

어차피 한국어로 대화하잖아!

반대로 생각하면 시드가 한국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

“시드는 동의했어?”

“응. 내가 친구하자고 하니까, 고개를 끄덕이던데.”

“…….”

그건 그냥 추임새가 아닐까?

하지만 지금 모습만 봐도 이미 친구나 다름없다.

설마 천재랑 바보는 통하는 게 있는 건가?

극과 극이 통하는 것처럼?

* * *

세나는 먼저 호텔로 돌아가고, 난 차로 시드를 저택으로 데려다주었다.

“내일이면 돌아가네. 휴가는 어땠어?”

“좋았어요. 사실은 별로 오고 싶은 마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에요.”

“하와이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

“그보다는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요.”

난 웃음을 지었다.

“좋은 분들이시던데. 널 많이 사랑하고.”

“예.”

시드는 머리를 살짝 긁적거렸다.

“저도 부모님께 감사하고 좋아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음…….”

아무리 천재라도 가족들 대하는 건 서툴구나.

사실 이건 나도 마찬가지. 돈 버는 건 쉽지만, 효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그냥 자주 연락드리면 그것만으로도 좋아하실 거야. 집에도 자주 가고. 그리고 지금처럼 시간 내서 같이 여행 가면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내 말에 시드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저택까지는 금방이다.

난 앞에서 차를 세워주었다.

시드는 내리며 말했다.

“고마워요, 형.”

“뭘. 다음에 보자.”

* * *

시드는 가족들과 짧은 휴가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고, 나 역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전용기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내 전용기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머! 이 비행기는 대체 뭐니?”

개인적으로 샀다고 하면 쓰러지실지 몰라서, 난 대충 둘러댔다.

“회사 거예요, 회사 거.”

“아니, 무슨 회사에 비행기가 있어?”

“미국 회사들은 다 한 대씩 있어요. 거기는 땅이 크잖아요.”

“그, 그러니?”

“예.”

물론 전용기를 운용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지만, 대충 넘어갔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부모님은 좌석을 눕혀 잠드셨다. 여기저기 다니시느라 피곤하신 모양이다.

반면 세나는 체력이 넘치는 모양인지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여기서 인터넷이 되는 게 신기해.”

전용기에서는 업무를 처리하거나 보고를 받아야 하는 만큼 위성 와이파이가 된다.

“뭐하는데?”

“비키니 사진 보내며 친구들에게 자랑 중.”

“…….”

친구들은 무슨 죄야?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했다.

“비키니 사진 같은 건 SNS 같은 데 함부로 올리거나 하면 안 돼. 알았지?”

그러자 세나는 살짝 눈을 흘기며 말했다.

“혹시 조선시대에서 오셨쎄여?”

“…….”

미래에서 왔다.

“집에 가려니 아쉬워. 하와이 좋았는데.”

“그래?”

“응. 친구들이 다들 엄청 부러워했어. 오빠 덕분에 하와이도 다 와보네.”

행복하게 웃고 있는 세나를 보니, 왠지 나도 웃음이 나왔다.

“다음번에는 미국 갈 때 나도 데려가 줘. 나 미국 가고 싶어.”

“……하와이는 뭐 미국 아니고 다른 나라니?”

한때 왕국이었던 때가 있긴 했다만.

* * *

전용기는 10시간 정도를 날아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린 세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 춥당.”

확실히 따뜻한 곳에 있다가 한국에 오니, 쌀쌀하다는 게 느껴졌다.

난 부모님과 세나를 차에 태웠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집에서 저녁 먹고 자고 가지.”

“다음에요.”

어머니는 잔소리하듯 말했다.

“맨날 일만 하지 말고 집에 좀 와. 밥 잘 챙겨 먹고. 엄마 걱정하지 않게. 알았지?”

“알겠습니다.”

“대답만 하지 말고.”

“……네.”

* * *

난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다.

선우는 아직 회사인지 집은 텅 비어있었다. 그래도 집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왜냐하면 일주일에 두 번 청소용역을 따로 부르니까.

난 짐도 풀지 않은 채 대충 옷을 벗고 소파에 누웠다.

혼자 저녁을 먹을지 말지 고민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집이에요?]

“네. 방금 도착했어요.”

[저녁은요?]

“아직이요.”

[그럼 같이 먹을래요? 저 강남인데.]

“그래요? 지금 어디예요?”

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옷을 주워 입었다.

청담동의 조용한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흰색 블루스에 베이지색 슬랙스를 입은 여성이 손을 흔들었다.

“여기예요.”

“아, 윤아 씨.”

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우리 엄청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오랜만이잖아요.”

난 웃음을 지었다.

“윤아 씨를 보니 한국에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나네요.”

내 말에 그녀는 입술을 살짝 삐죽거렸다.

“그동안 뭐가 그렇게 바빴어요?”

“알잖아요. 투자하고 인수하느라 정신없었던 거.”

난 미국에서 일들을 하나씩 풀어서 얘기해주었다.

“신기하네요.”

“뭐가요?”

“한때 같이 회사를 다니던 미루 씨가 그런 엄청난 일을 했다는 게요.”

“사실은 저도 좀 신기해요.”

“그런데 알렌 에버하트는 어땠어요? 뭘 어떻게 했기에 싸우러 온 사람과 햄버거를 먹은 거예요?”

역시 그게 가장 궁금한 모양이다.

어째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한 질문을 하는 걸 보니, 알렌 에버하트의 인기를 알 것 같다.

“나중에 직접 한번 만나봐요.”

“그래도 돼요?”

“네. 계속 티슬라에 한번 놀러 오라고 연락 와요.”

“그쯤 되면 친구 아니에요?”

“음…….”

혹시 오해할까 봐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아무나랑 쉽게 친구 먹고 그러지 않아서요.”

“그럼 형동생 같은 사이에요? 민웅 오빠처럼.”

“아니…….”

그쪽이랑도 딱히 그렇게 친하진 않은데.

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강남에는 무슨 일로 왔어요?”

“아름 언니 만났어요.”

“아름 씨는 잘 지내고 있죠?”

“바빠 죽겠다고 하던데요. MFW스토어 완전 대박이에요. 신세기백화점에도 입점할 거라는데요.”

MFW스토어는 개점 직후부터 10대들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가상인간과 게임 덕분에 해당 브랜드들이 게임과 SNS에서 유명해진 것도 있지만, 그만큼 민아름의 패션 센스가 뛰어나기 때문.

매장 디스플레이부터 인테리어까지 직접 나서서 지시했다.

딱히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에이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우르르 몰려가 영상과 사진을 찍어 올리는 중.

워낙 인기다 보니 전세계에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일단 한국을 시작으로 향후에는 미국과 영국 등에도 매장을 낼 계획.

“하와이에서는 뭐했어요?”

“그냥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있었죠.”

정말 오랜만에 가족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면, 역시나 가족이 우선이라는 것.

“하와이 좋았겠네요. 저도 가보고 싶었는데.”

“어! 안 가봤어요?”

“예. 한 번도 못 가봤어요.”

“의외네요. 당연히 가봤을 줄 알았는데.”

성윤아는 피식 웃었다.

“미국 갈 일은 있어도 하와이 갈 일은 별로 없잖아요.”

그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죠.”

나도 가족 여행이 아니었다면 딱히 갈 일이 없었겠지.

“그런데 하와이 다녀왔는데 선물은 없어요?”

“어…….”

하와이를 떠나기 전 어머니는 지인들 나눠준다며 커피와 꿀 등을 바리바리 샀지만, 난 빈손으로 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사올 걸 그랬나?

“대신 제가 저녁 살게요. 뭐 먹고 싶어요?”

“오랜만에 한국에 왔잖아요. 미루 씨가 먹고 싶은 거 먹어요.”

그동안 햄버거와 스테이크만 먹다 보니, 한식이 그립다.

난 잠시 먹고 싶은 걸 생각해보았다.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건…….

“뜨끈한 국밥 한 그릇 어때요?”

* * *

다음 날.

난 회사로 출근했다.

내가 들어서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쳐주었다.

동호 선배와 에드워드는 나에게 말했다.

“수고했어.”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가 미국에서 좀 열심히 하긴 했지.

“다들 잘 지냈죠?”

“그럼.”

난 이어서 MFW로 내려가서 민아름을 만났고, 그다음 SW게임즈에 들렀다.

한 건물에 보여 있으니 돌아다니기 편하다.

SW게임즈 대표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왔어?”

“어제 집에는 왜 안 들어왔어?”

“퇴근하려고 일어나긴 했지.”

“그런데?”

“피곤해서 잠깐 누웠다가 집에 가려 했는데, 깨보니 아침이더라.”

“…….”

내가 선우를 마지막으로 본 건 아이스스톰 인수 전.

그때는 그나마 멀쩡해 보였는데, 그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눈이 퀭하고 피골이 상접하다.

얘 이러다 죽겠는데.

생각해 보니 선우는 회귀하기 전에는 치킨집 하며 나름 행복하게 살았다.(망하기 전까지는) 그러나 이번 생에는 과로로 고통받는 중.

혹시 이거 내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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