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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67화 (467/529)

467화. 가족 여행 (2)

제이든이 말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전부터 한번 만나 뵙고 인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시드가 입양아인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1회차 때 기사에서 봤기 때문. 하지만 시드의 부모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게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이든과 미셸을 만나 대화를 해보니, 두 사람이 시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미셸은 웃음을 지었다.

“저희도 이전부터 미루 씨를 한번 만나보고 싶었으니까요.”

“그런가요?”

“예. 시드가 원래 남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성격인데, 미루 씨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뭐라고 하던가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형을 만났다구요.”

“저 역시 시드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시드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

당장 시드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

시드가 사라진다고 해서 스노우 크래시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그저 그런 클라우드 기업에 불과하겠지.

제이든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혹시 시드를 이용만 하려는 건 아닌가 하고. 하지만 시드에게 얘기를 듣고, 그동안 미루 씨가 해준 걸 보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난 인수 후 시드의 지분을 30퍼센트로 올려주고, 경영권을 보장해주었다.

스노우 크래시 인수 후, 컨티뉴 캐피탈은 인수금의 열 배가 넘는 돈을 계속해서 쏟아부었다.

이런 경우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낮추기 마련이지만, 시드의 지분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저기…… 그런데 우리 아들이 똑똑하다는 건 알겠는데, 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으음.”

이걸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까?

마침 적당히 예로 들 사람이 있다.

“알렌 에버하트 이상입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예. 제가 만나본 결과 확실합니다.”

“우리 아들이 그 정도라니…….”

두 사람 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제이든은 나를 보며 말했다.

“솔직히 시드가 똑똑하고 돈도 잘 번다고 하니, 부모로서는 기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걱정도 큽니다.”

미셸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시드가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거든요. 대학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그런데 너무 일만 하는 것 같아서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떤 점을 걱정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인생에서 일과 돈만이 전부는 아니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드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할 테니까요.”

내 말에 두 사람은 조금이나마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도 우리 아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 * *

시드의 부모님과 대화를 끝내고 거실로 나가 보니, 세나가 시드와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난 깜짝 놀랐다.

대체 어떻게……?

요즘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더니, 정말이었나?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너, 너 영어 할 줄 알아?”

그러자 세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게 아니라, 시드가 한국어를 잘하는데.”

“……응?”

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시드는 살짝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

“형을 만난 뒤 한국어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공부했어요. 회사에 한국인 직원이 있구요.”

“그, 그래?”

그 짧은 시간 안에 한국어를 배우다니!

이런 게 천재라는 건가?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

“세븐 라운드 얘기.”

“너 세븐 라운드 봤어?”

“그럼. 우리 지유 언니가 출연한 건데, 당연히 봤지.”

누가 들으면 친언니인 줄.

“시드도 엄청 재밌게 봤대. 맞지?”

“응.”

시드는 낯을 가리는 성격.

모르는 사람과는 대화도 잘 안 한다. 그런데 세나는 그새 친해진 듯했다.

“…….”

내 동생은 정말로 쿼카 수준의 친화력을 지닌 건가?

* * *

난 시드와 세나를 데리고 차에 올라 탔다.

옆자리에 앉은 시드는 나에게 물었다.

“에버하트가 회사가 찾아왔다면서요?”

“응.”

“어땠어요?”

“재밌는 사람이던데.”

아마 웃기는 CEO 뽑기 콘테스트를 하면 당당하게 1위에 입상하지 않을까 싶다.

문득 시드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알렌 에버하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대단한 사람이죠.”

하지만 이내 한마디 덧붙였다.

“좀 이상한 사람 같지만요.”

“맞아.”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라서 성공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 일은 어때?”

“재밌어요. 캐시에게 들었는데, 저희 조만간 이사 간다면서요?”

“응.”

캐시 볼로드는 스노우 크래시의 CFO.

싱글맘으로 스노우 크래시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인수했을 때에 비해 스노우 크래시의 직원은 몇 배가 늘어났다. 기존 건물에는 전부 수용이 불가능한 관계로 현재 둘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이것도 슬슬 한계라서, 근처 빌딩을 사들여 리모델링 중이다. 공사가 끝나는 대로 옮길 예정이다.

나중에는 엔플이나 페이스노트처럼 따로 사옥을 지어야 할 것이다.

세나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영화 촬영장.”

“진짜? 무슨 영화?”

“좀비네이도라고…….”

내 말에 세나는 눈을 크게 떴다.

“앗, 진짜? 나 그거 봤는데.”

“응? 봤다고?”

“넷플레이에 있던데.”

“…….”

하기야 얘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맨날 넷플레이만 붙들고 산다.

만약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본다고 영어 공부가 됐다면, 지금쯤 내 동생은 네이티브 스피커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 해도 설마 좀비네이도를 봤을 줄이야!

시드는 세나에게 물었다.

“좀비 좋아해?”

“응. 엄청 좋아해.”

“왜?”

그 물음에 세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 대답에 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좀비는 아무 생각 없어.”

생각 없이 사는 내 여동생과는 딱이라 할 수 있다.

둘은 신나서 좀비네이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분명 둘 다 성인인데, 왠지 애 같은 느낌이다.

얘기를 하는 사이, 촬영장이 도착했다.

“알로하! 어서 오십시오.”

페르난도 산체스 감독은 반바지에 알로하 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복장만 봐서는 일하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잘 모르겠다.

“잘 지내셨어요?”

“물론입니다.”

그가 하와이에 온 이유는 좀비네이도4 촬영을 위함.

산체스 감독은 스크립트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번 4편에서는 해일을 타고 좀비가 하와이로 몰려오는 내용입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좀비네이도가 발생한다.

하와이 주변에서 발생하는 거면 엄밀히 말해 토네이도가 아닌 허리케인이 아닌가 싶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아무튼 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좀비네이도 중심에 전술핵을 터트린다.

‘대체 왜?’

……라고 묻고 싶지만 참았다.

아무튼 핵폭탄으로 좀비네이도를 소멸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로 인해 쓰나미가 발생. 그런데 좀비네이도와 함께 소멸한 줄 알았던 좀비들이 쓰나미를 타고 하와이를 습격한다.

일명 좀비웨이브다.

그렇게 하와이는 좀비로 멸망하나 싶지만, 주인공 일행이 화산 폭발을 일으켜 볼케이노로 좀비들을 쓸어버리는 데 성공한다.

세나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좀비보다 화산 폭발이 더 위험한 거 아니야?”

“으음.”

원래 이런 건 신경 쓰면 지는 거다.

“그런데 한 가지 큰 고민이 있습니다.”

“뭔가요?”

“부제 겸 명칭을 정해야 하는데, 좀비써지와 좀비나미 중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

그게 대체 뭐가 중요해?

……라고 생각했는데, 시드는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비써지와 좀비나미라…… 확실히 고민하실 만하네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해일을 타고 오는 좀비를 보고 동시에 소리치는 장면은 가장 중요한 씬입니다. 이게 정해져야 촬영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한국어로는 그냥 해일이지만 영어로는 폭풍해일(Storm Surge), 지진해일(Tsunami)이 구분된다.

어느 쪽으로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크게 갈린다.

두 사람은 거의 북핵 협상 수준으로 진지하게 양쪽 명칭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했다.

영어를 못 알아 듣는 세나는 나에게 물었다.

“무슨 얘기인데 이렇게 심각해?”

난 대충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세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항! 그런데 좀비들이 파도를 타고 서핑하듯 몰려오는 거면, 좀비웨이브가 낫지 않나?”

“아니, 웨이브는 파도잖아. 이건 해일이라니까.”

“아, 그래?”

‘어른들 얘기하는데 함부로 끼어드는 거 아니야’라고 타이르려 하는데, 산체스 감독이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잠깐! 그녀가 방금 뭐라고 한 겁니까?”

“예?”

“방금 좀비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동생이 좀비웨이브라고 했는데, 아시다시피 웨이브는 해일이 아니라 파도…….”

그 말에 산체스 감독은 눈을 번쩍 떴다.

“좀비웨이브? 좀비웨이브! 바로 그거야!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입에 아주 착착 감기는구만.”

시드 역시 감탄했다.

“오오!”

“…….”

뭐야? 파도도 되는 거였어?

그렇게 좀비네이도4의 부제는 ‘좀비웨이브’로 정해졌다.

* * *

시드는 사흘 동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난 호텔 침대에 누워 레전드덱으로 판타지아 테일즈R을 즐겼다.

MMORPG는 오랜만인데 확실히 재밌다. 직접 해보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그런데 진행 도중 퀘스트 진행이 막혔다.

그래서 친구에게 전화해 도움을 청했다.

[무슨 일이야?]

“야, 이거 ‘인어의 눈물’ 퀘스트 어떻게 깨냐?”

[그것 때문에 전화한 거야?]

“응.”

[사람 바빠 죽겠는데, 쓸데없는 걸로 전화하지 마!]

“라넬 군도에서 어디로 가면 돼?”

[NPC가 알려줬잖아.]

“못 들었음.”

[그럼 인터넷 찾아봐!]

“그게 귀찮아서 전화한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니?”

[…….]

선우는 쌍욕을 하면서도 퀘스트를 깨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나저나 게임 엄청 재밌네. 매출 10억 달성 추카추카.”

[땡큐.]

당연하게도 10억 원이 아닌 10억 달러.

양대 마켓에 입점하지 않고, 배틀패스만으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다니.

그동안의 뽑기 과금에서 벗어나 배틀패스는 이제 게임 업계의 주 수익원이 됐다. 향후 아이스스톰에서 출시할 오버클락2와 메피스토4 역시 배틀패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하와이는 어때?]

“좋아. 너도 놀러 와.”

[나중에. 집에는 언제 와?]

“내일모레.”

* * *

마지막 날.

가족들과 함께 고급 요트를 빌려 바다에 나갔다.

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드넓은 바다를 보고 있으니, 그동안 돈을 벌기 위해 주식을 사고팔며 벌인 수많은 혈투들이 왠지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뭐,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벌었기 때문에 여기 올 수 있었던 거니, 앞으로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세나는 비키니를 입고 온갖 포즈와 표정을 취한 채 사진 찍기에 바빴다.

“…….”

래시가드 입으라고 했는데, 기어이 비키니를 입었구나!

아버지는 바다를 보며 말했다.

“좋구나. 세상에 이런 곳도 다 있다니.”

“집에만 계시지 마시고, 어머니랑 여행도 자주 다니세요.”

“안 그래도 더 늙기 전에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 중이야.”

예전에는 주말에도 나가 일해야 했을 정도로 바빴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일하지 않아도 회사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아버지는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고맙구나, 미루야.”

말하고도 좀 어색한지 멋쩍은 표정이었다.

난 웃음을 지었다.

“고맙긴요. 가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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