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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63화 (463/529)

463화. 박스오피스 (5)

세븐 라운드의 인기는 넷플레이의 주가마저 밀어 올렸다.

최근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며 넷플레이 주가는 고점 대비 15퍼센트가 떨어졌다. 그런데 세븐 라운드가 대박이 터지자 이를 보기 위해 가입자가 늘어나며 주가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치솟았다.

기쁘긴 하지만 넷플레이 창업자이자 CEO인 라드 헤링턴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세븐 라운드가 넷플레이 오리지널 작품이 됐어야 했는데.”

넷플레이가 서비스하는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넷플레이가 투자해 IP를 가져가는 오리지널 작품과 제작사나 유통사와 계약을 맺고 배급만 담당하는 외부 작품으로.

원래 세븐 라운드는 넷플레이가 투자해 제작하는 오리지널 작품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에 나서는 바람에 넷플레이 투자가 무산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 작품 아니어도 넷플레이의 투자를 받고 싶어 하는 한국 드라마는 많으니까.

넷플레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OTT의 선두주자.

그러나 최근 OTT 시장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엔플과 AMZ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이고, 배급사, 방송사 등도 OTT 경쟁에 뛰어들었다.

때문에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넷플레이의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굳이 돈 내고 가입해서 볼 이유가 없다. 따라서 구독자 유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자사 OTT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

다들 이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넷플레이 역시 경쟁사들을 따돌리기 위해 작년에만 무려 15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런데 하필 가장 중요한 작품을 빼앗긴 것이다!

‘대체 어떻게 세븐 라운드만 골라서 빼간 거지? 이렇게 뜰 줄 어떻게 알고?’

독점작이냐 아니냐에 따라 수익 배분 방식 역시 달라진다.

넷플레이는 시청 시간에 따라 제작사에게 수익을 나눠준다. 만약 넷플레이 자체 제작이었다면, 그저 시청률에 따른 성과급 정도만 줬으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 제작사의 작품인 만큼 막대한 시청률에 대해 엄청난 수익을 나눠줘야 한다.

“제길! 이런 중요한 작품을 빼앗기다니.”

만약 오리지널 작품이었다면, 넷플레이가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리뉴얼이나 스핀오프, 시즌2 제작 등 저작권 관련해 영구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에 투자하지 않았기에 저작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배급권만 가져올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단 넷플레이 독점으로 런칭했다는 것.

하지만 세븐 라운드의 넷플레이 독점기간은 고작 1년에 불과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넷플레이에서 내리거나, 다른 OTT에 풀 수 있다.

게다가 세븐 라운드는 총 3개의 시즌으로 기획 중인 작품.

시즌1이 전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둔 만큼, 벌써부터 시즌2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경쟁사들은 시즌2의 배급권을 가져가기 위해 돈을 싸들고 입점 제안을 할 거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시즌2도 반드시 넷플레이가 가져와야 해.’

라드 헤링턴 CEO는 세븐 라운드 주인공의 복장을 입고 SNS 홍보에 나섰다.

“세븐 라운드는 현재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비영어권 작품 중에서…… 아니, 넷플레이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될 겁니다. 이 작품은 오직 넷플레이에서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넷플레이에 가입하세요.”

* * *

써릴 스크린의 CG 덕분인지, 지유의 연기 때문인지, 세븐 라운드는 1회차 때보다 더 크게 성공하는 분위기였다.

드라마의 몇몇 장면은 밈이 되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져나갔고, 린스타그램과 에이튜브, 톡틱 등에서는 각종 챌린지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명 에이튜버인 미스터 카니발은 섬을 통째로 빌려 직접 현실판 세븐 라운드를 개최하겠다고 나섰다.

난 궁금한 마음에 에이튜브에서 반응을 검색해보았다.

[충격! K-드라마의 성공에 일본이 무릎을 꿇고 미국이 눈물을 흘린 사연은?]

[경악! 세븐 라운드 열풍으로 전세계에 한국어 배우기 열풍]

[벤자민 디아민디 감독, 탁동식 감독에 비하면 자신은 그저 태양 앞의 반딧불에 불과]

[할리우드 관계자들, K-드라마는 할리우드보다 10년 이상 앞서있다!]

[미국 영화 평론가, 할리우드 배우들은 한국 배우들에 비하면 3류 배우……]

“…….”

대략 정신이 멍해진 관계로 그만 알아보기로 했다.

혹시 지금이 국뽕 에이튜버 대목 시즌인가?

조회수만 봐도 얼마나 달달할지 짐작이 된다.

* * *

세븐 라운드의 대박 덕분에 탁동식 감독의 전작인 ‘방과 후 생존활동’은 물론이고, 다른 한국 드라마들의 인기 역시 동반 상승했다.

전세계에서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독 한 나라에서만큼은 악평이 가득했다.

-끝까지 다 봤는데, 졸라 재미없음.

-시간 아깝다.

-공짜라서 억지로 봤는데 너무 지겹다~

-1점도 아깝다~

-ㅋㅋㅋ 이런 게 인기 있다고? 그저 한국인들의 정신승리일 뿐.

-중국 드라마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

-한국 문화 자체가 어차피 다 베낀 거 아니야? 세븐 라운드도 알고 보면 창의적인 건 눈곱만큼도 없고 여기저기서 따와 짜깁기한 거.

-이런 거 만드는 한국 수준을 알만하다. 쯧쯧!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에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세븐 라운드는 넷플레이 독점작. 그런데 넷플레이는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고, 접속조차 막혀 있다.

-이상하네. 중국은 넷플레이를 못 보는데, 대체 어떻게 보고 욕을 하는 거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잖아??

-누가 불법 다운로드 하라고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나?

-기어이 공짜로 보고 나서 욕하는 그들은 도덕책…….

-아! 불법 다운으로 봐도 욕하는 것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ㅎㅎ

* * *

난 세븐 라운드에 출연한 배우에게 톡을 보냈다.

그러자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통화 괜찮아?”

[네. 집이에요.]

“뭐하고 있었어?”

[강아지와 놀아주고 있었어요.]

“아! 전에 유기견 입양했다고 했지?”

[네. 기억하시네요.]

“그럼.”

이름은 요미. 성까지 붙이면 지요미.

지유는 평소처럼 발랄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로 연락하신 거예요?]

“아! 세븐 라운드 재밌게 봤다고 얘기하려고.”

[앗! 정말요?]

“응. 엄청 끝까지 다 봤어. 인기가 장난 아니던데, 그쪽 분위기는 어때?”

[다들 얼떨떨한 분위기예요. 왠지 거짓말인 것 같기도 하고. 해외 사이트들 살펴보는데, 세븐 라운드랑 제 이름 언급되는 거 보면 너무 신기한 거 있죠? 혹시 보셨어요? 코리 덩컨이 제 팬이라고 린스타에 올린 거.]

“응. 봤어.”

코리 덩컨의 언급 이후 지유의 팔로워 수는 급상승해 아시아 여배우 중에서는 탑3 안에 들었다.

[아! 감독님이 그러시는데 저희 제롬 쇼에 초청받았대요.]

“오!”

제롬 쇼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토크쇼.

웬만큼 인기가 있지 않은 이상 출연하기 힘들다.

“이제는 완전히 글로벌 스타네.”

[아, 아니에요. 글로벌 스타는 무슨.]

지유가 연기한 연희의 비중은 주인공 다음. 덕분에 이번에 전세계에 제대로 이름을 알렸다.

[전부 선배님 덕분이에요.]

“무슨 말이야?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투자자가 캐스팅에 관여하는 것은 이 바닥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꼭 강요하지는 않더라도, 슬쩍 언질 주는 것만으로도 감독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탁동식 감독에게 지유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캐스팅을 따낸 것은 순수하게 지유의 실력.

[그래도 왠지 선배님 덕분에 다 잘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1회차 때 거지 같은 사건에 휘말려 뜨지 못해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이 정도로 뜰 줄이야.

왠지 내가 다 뿌듯하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오세요?]

“지금 LA에 있는데, 이쪽 일 끝나고 나서.”

[어! 저 다음주에 LA 가는데…….]

“응. 알아.”

지유에게는 한 가지 이벤트가 더 남아있다.

[혹시 그때까지 계세요?]

“그럴 것 같아.”

[잘 됐네요. 그럼 제가 가서 연락드릴게요.]

“알았어.”

지유와 통화를 끝낸 다음, 이어서 SW게임즈 대표에게 연락했다.

“세븐 라운드 봤지?”

[응. 봤어.]

“어땠어?”

[재밌더라. 간만에 끝까지 달렸네. 외국에서도 엄청 인기라며?]

“미국에서는 아주 난리야.”

단지 드라마 감상을 얘기하려고 전화한 건 아니다.

“게임은 완성됐어?”

선우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게임이라는 게 무슨 개발자들 갈아 넣으면 바로 나오는 줄 알아?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획과 시행착오가…….]

“그래서 만들었어, 안 만들었어?”

[만들긴 했어.]

“거봐. 잘할 거면서 불만은.”

[…….]

역시 개발자들 갈아 넣으니까 게임이 나오네.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는 세븐 라운드 제작에 투자하며, 각종 계약을 맺었다. 그중에는 2차 판권 계약도 포함됐다.

때문에 드라마 출시 전부터 SW게임즈는 블록밸리 게임 제작에 들어갔다.

이런 게 바로 원 소스 멀티 유즈 아니겠나?

SW게임즈가 판타지아 테일즈R에 매진하고 있음에도, 다른 게임 개발이 가능한 것은 스테피아 서비스 종료 당시 인수했던 스튜디오들 덕분.

제작은 자회사에 맡겼지만, 기획은 선우가 했으니 괜찮은 게임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 * *

난 차를 타고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블록밸리 본사로 향했다.

본사 앞에 내리자 찰스가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는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서 나를 반겨주었다.

켄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알렌 에버하트가 컨티뉴 캐피탈에 쳐들어왔습니까?”

“예. 연락도 없이 투위터에만 올리고 쳐들어왔더라구요.”

“그런데 어떻게 설득하신 건가요? 혹시 CEO끼리 통하는 게 있었나요?”

“…….”

그딴 거 없었다.

그래도 그날 내 이미지가 좋았는데, 요즘도 가끔 심심하면 연락이 온다.

찰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SW게임즈가 만든 게임은 이번에도 대박이네요.”

SW게임즈는 블록밸리에 세븐 라운드 게임인 ‘세븐 라운드 밸리’를 런칭했다.

마치 세븐 라운드의 인기를 입증하듯, 세븐 라운드 밸리는 출시되자마자 기존 부동의 1위 게임인 퀵샤카 오션월드를 제치고 바로 1위로 올라섰다.

“특히 10대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폭발적입니다.”

진성 게이머들이 보기에는 단순하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사실 이건 대부분의 블록밸리 게임이 그렇다.

블록밸리는 어렸을 때 놀던 놀이터를 가상공간으로 옮겨놨다고 보면 된다.

아이들에게는 게임이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랑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세븐 라운드 밸리는 다수의 친구와 즐기기에 매우 적합한 게임이다. 아예 반 친구들끼리 모여서 경기를 벌인다고 한다.

과자를 먹으며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루퍼스가 말했다.

“그, 그런데 세븐 라운드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아니었나요?”

“…….”

“…….”

그 말에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

세븐 데이즈는 잔혹성과 폭력성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못 보는 드라마. 그런데 대체 다들 어떻게 알고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잠시 후, 찰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호, 혹시 에이튜브 같은 데서 요약본을 본 게 아닐까요?”

“아! 그렇군요.”

“하하…….”

“아하하…….”

일단 그런 걸로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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