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화. SNS는 인생의 낭비 (9)
[(WST) 알렌 에버하트, 투위터 CEO에서 물러나 티슬라 경영에만 집중하겠다 선언!]
(전략)
최근 티슬라의 주가 하락세는 심상치 않았다.
1,210달러까지 찍었던 주가는 단기간에 62퍼센트 하락하며 460달러까지 떨어졌다.
티슬라 주가 하락으로 인해 에버하트 CEO의 자산은 2천억 달러가 줄어들었고, 세계 1위 부자 자리를 내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티슬라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CEO 리스크다.
그는 투위터 인수를 위해 몰래 200억 달러가량의 티슬라 주식을 대량 매도했고, 투위터 경영에 신경 쓰느라 티슬라 경영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놓았다.
신차 지연과 맞물려 수소차와의 경쟁에 불이 붙은 것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알렌 에버하트는 연일 ‘수소차는 바보짓’이라며 투윗을 올렸지만, 대형트럭을 만드는 상용차 회사들은 수소차 진영에 속속들이 합류했다.
주주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지자, 에버하트는 투위터 CEO에서 물러나 티슬라 경영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2년 동안은 단 한 주의 주식도 더 팔지 않겠다고 주주들에게 여러 차례 약속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티슬라 주가 하락세는 멈췄고, 주가는 소폭 반등해 현재 511달러에 거래되는 중이다.
(중략)
티슬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매도의 무덤이라 불렸다.
그동안 티슬라 공매도에 나섰던 수많은 투자사들은 큰 손실을 입고 물러났다. 이들이 입은 누적 손실은 500억 달러가 넘었다.
하지만 컨티뉴 캐피탈은 보란 듯이 티슬라 공매도를 성공시키며 30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 * *
난 선우의 전화를 받았다.
“잘 지내고 있어?”
선우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 지내긴. 바빠서 죽을 것 같아.]
아직 아이스스톰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인수 계약을 맺은 만큼 선우는 일정 범위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있었다.
[대체 이런 큰 회사는 어떻게 경영하는 거지?]
이 정도로 거대한 기업을 경영해본 경험은 없으니, 지금은 좀 힘들 것이다.
그래도 차차 적응해 나가겠지.
적응 못 하면 어쩔 수 없고.
“뭐, 에버하트처럼만 안 하면 되지 않겠어?”
[에버하트처럼 하는 게 어떤 건데?]
“갑자기 직원 75퍼센트를 자른다거나. 핵쟁이들 계정을 일시에 풀어준다거나.”
[…….]
“어쨌거나 넌 에버하트 형한테 감사해야 해.”
[왜?]
“덕분에 아이스스톰 인수 자금 마련했으니까.”
인수 자금 마련에 고심했는데, 티슬라 주가 폭락 덕분에 한 번에 깔끔하게 해결됐다.
[기사 보니까 그 이상 벌었다고 하던데.]
우리가 투자한 금액은 총 350억 달러.
티슬라 주가가 60퍼센트 넘게 폭락한 덕분에 공매도에서는 총 40퍼센트의 수익을 냈다. 투위터를 매도한 돈은 뒤늦게 넣는 바람에 수익이 좀 줄어들었다.
대신 풋옵션은 대박이 터졌다.
티슬라의 변동성이 하도 크고, 그동안 손실이 컸던 만큼 금융사들은 풋옵션 발행을 자제한 편이었다.
그래도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우리는 총 투자금의 두 배를 넘게 벌어들였다.
이 정도면 아이스스톰 인수 금액을 내고도 150억 달러 이상 남는다.
“이 모든 게 에버하트 형 덕분이지.”
사실 내가 한 일은 별로 없다.
투위터를 비싸게 인수한 것도 에버하트고, 티슬라 주식을 팔아 떨어트린 것도 에버하트니까.
그가 아니었다면 이번 투자를 결코 성공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난 처음부터 에버하트 형을 믿었어.”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것 때문에 지금 한국에서도 난리야.]
티슬라 주가가 폭락했는데, 왜 한국에서 난리가 났을까?
한국에도 에버하트의 추종자들은 한둘이 아니다. 때문에 티슬라는 엔플과 구블을 제치고 항상 매수 부동의 1위였다.
[주당 2,000달러 갈 줄 알고 너도나도 샀는데, 설마 이 정도로 폭락할 줄이야. 내 주변에도 돈 날린 애들이 한둘이 아닐걸.]
“으음.”
이래서 주식 투자는 항상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 * *
일이 마무리된 뒤.
난 회사 근처 스타박스에서 또다시 트리시를 만났다.
“역시 스타박스 커피가 좋네요.”
생각해보니, 이렇게 스타박스 커피 한 잔씩 마시는 게 투위터 인증 뱃지 달고, 최신 엔폰 쓰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다.
넷플레이 구독마저 끊으면 매달 스타박스 커피 세 잔을 마실 수 있지.
트리시는 안경 너머로 나를 보았다.
“그래서 많이 벌었어요?”
“적당히요.”
투위터로 번 것보다 열 배 이상 벌어들였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투자라 할 수 있겠지.
트리시는 부럽다는 듯 말했다.
“좋겠다. 저도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잘 벌고 있잖아요. 이번에 또 책 증쇄했던데.”
인세만으로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지 않을까?
“칫! 그래 봐야 얼마 안 돼요.”
뭐, 말은 이렇게 해도 트리시는 돈에 얽매이는 성격이 아니다. 돈만 좇았다면 진작 기자를 그만뒀겠지.
“에버하트는 결국 투위터 CEO직을 사임했네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헛짓거리하는 것도 본진이 멀쩡할 때나 하는 거죠. 지금같이 본진이 털리고 있으면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 와중에도 CEO 자리에서만 물러나고, 소프트웨어와 서버 최고책임자 자리는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투위터를 마음대로 운영하겠다는 욕심은 버리지 않았다.
하기야 480억 달러를 주고 샀으니, 그럴 만도 하지.
“뭐, 이번 일로 알렌 에버하트가 한 가지는 확실하게 증명한 셈이죠.”
“뭔데요?”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걸요.”
내가 이래서 SNS를 안 한다.
내 말에 트리시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에버하트 인터뷰는 한번 해보고 싶어요.”
“나중에 책이라도 쓰게요?”
“그럼 좋죠.”
“하긴, 에버하트 이야기면 잘 팔리겠네요.”
“그보다는 미루 이야기가 더 잘 팔릴 것 같은데요.”
“저요?”
“예. 나중에 전기 쓸 일 있으면 꼭 저한테 맡겨줘요.”
난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인세는 반띵인가요?”
내 말에 트리시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아!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더니.”
그 순간, 그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설마 또 알렌 에버하트예요?”
“그렇겠죠. 진짜 투윗 알람 꺼놔야 할까 봐요.”
알람을 확인한 트리시는 화들짝 놀랐다.
“어머!”
“왜 그래요?”
“알렌 에버하트가 방금 투윗을 올렸는데…….”
“뭐라는데요?”
“컨티뉴 캐피탈 본사로 쳐들어가겠대요.”
“예?”
아니,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어!”
“또 왜요?”
“또 올라왔어요. 방금 전용기가 뉴욕 공항에 착륙했다고.”
“…….”
대체 관종이란…….
아니, 이건 그냥 미친놈 아니야?
* * *
알렌 에버하트는 투위터 CEO에서 물러나고, 티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게 투윗을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티슬라 집무실에서도 열심히 투윗을 올렸다.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싫어하는 것 같아.]
[그놈들은 그저 주주들의 돈을 털어먹는 투기꾼들일 뿐이야.]
[누군가 혁신을 방해하고 있어. 대체 누구일까?]
[그곳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를 저격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전이었다면 추종자들이 호응해줬겠지만, 주가가 떨어진 지금은 부정적인 반응이 더 컸다.
[에버하트 형! 정신 좀 차려!]
[지금 이런 투윗이나 할 때가 아니잖아.]
[이제 투윗 끊고 티슬라에만 집중하자~]
[하, 시발! 아, 에버하트 형! 티슬라 주가가 왜 그 모양 그 꼴인 줄 알아? 지금 이 상황에도 그런 한심한 투윗이나 하고 자빠졌으니까! 오지랖은 쓸데없이 넓은 게 성격은 존나 나빠서 케첩인지 타바스코인지 꼭 처먹어 봐야만 아는 인간이니까!]
그러나 누가 뭐라 하든 에버하트는 여전히 투윗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그의 투윗에 이런 답글을 달았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직접 찾아가서 따지는 건 어때?]
SNS에서 글을 올리는 것과 직접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안 한다고 빼기 마련.
그러나 알렌 에버하트는 달랐다.
[좋은 생각이야. 지금 당장 컨티뉴 캐피탈로 쳐들어간다!]
에버하트의 투윗은 순식간에 리투윗됐고, 기사로도 나왔다.
이전까지 부정적이던 추종자들조차도 이 투윗에는 환호했다.
-ㅅㅂ 이거 진짜야?
-에이, 설마. 그냥 해본 말이겠지.
-어! 진짜인 것 같아. 에버하트 전용기 추적하는 투윗 보니까, 지금 뉴욕으로 가고 있음!!
-아니, 뭔 세계 최고 부자가 공매도했다고 직접 현피 뜨러 가?
-이거 실화냐?
-컨티뉴 캐피탈에게 털린 거 생각하면 쌉가능!
-ㅋㅋㅋ 이래서 에버하트 투윗을 끊을 수가 없음.
-가라, 에버하트!!
-형! 티슬라 주주들의 복수를 해줘!
-도네이션은 어디로 쏴주면 되나요?
이에 대해 페이스노트 CEO 마이크 골든버그는 알렌 에버하트의 투윗을 캡쳐해 페이스노트에 올리며 강한 지지를 보냈다.
[창업자들이 혁신 기업을 키우는 동안 자본가들은 돈놀이나 하며 기업을 망치고 있다. 에버하트 CEO의 분노는 정당하다!]
-응? 형은 여기서 왜 나와?
-ㅋㅋㅋ 뒤끝 보소.
-하긴 페이스노트도 컨티뉴 캐피탈 때문에 졸라 털렸지.
-골든버그 형은 이럴 만한 자격이 있어!
-누가 대신 현피 떠주길 바라는 방구석 댓글러~
-동병상련의 아픔이 느껴진다.
* * *
난 일전에 현시연TV가 회사로 쳐들어오려 했던 일을 떠올렸다.
이런 건 후원에 미친 에이튜버들이나 하는 짓거리인 줄 알았는데, 세계 최고 부자…… 아니, 2위 부자가 할 줄은 몰랐다.
혹시 누가 알렌 에버하트에게 후원금 쏴줬나?
달풍선 팡팡 터트려주며 미션이라도 줬나?
티슬라 경영에 집중한다더니, 대체 여기를 왜 와?
어쨌거나 지금은 한가하게 커피나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가 급하게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트리시가 나를 붙잡으며 물었다.
“저도 같이 가도 돼요?”
놀이공원에 데려가 줬으면 하는 아이의 표정이다.
“가고 싶어요?”
“네! 에버하트를 만날 기회잖아요.”
언론인들에게 알렌 에버하트의 인기란.
“일단 따라와요.”
“오예!”
난 트리시를 데리고 서둘러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는 살짝 술렁거리는 분위기였다.
난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무슨 상황인지 아시죠?”
“예. 기사 봤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좀 당혹스럽군요.”
따지고 보면 난 처음은 아니다.
이보다 더한 일을 겪어봤으니까.
“화학물질 실은 트럭 몰고 돌진해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농담이었어요.”
말을 하던 데이비드는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알렌 에버하트가 쳐들어올 걸 예상하고 계셨습니까?”
그 물음에 난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제가 그걸 어떻게 예상합니까?”
“흐음, 신기하군요. 보스가 모르는 것도 있다니.”
그러자 트리시는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미루는 왠지 다 아는 것 같은데.”
“…….”
아무리 나라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얘기를 나누는데, 비서가 보고했다.
“알렌 에버하트 씨가 찾아왔습니다. 미팅을 요청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설마 정말로 쳐들어올 줄은 몰랐는지, 비서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힘들게 찾아왔을 테니, 한번 만나보죠.”